폭스바겐 골프 GTE, 스포티한 하이브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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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골프 GTE, 스포티한 하이브리드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5.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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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좋고, 잘 달리고, 재미까지 있으니 아쉬운 구석이 하나도 없다. 다만 출력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방식의 속도. 폭스바겐이 골프 GTE에 붙인 표어다. 짧은 문장이지만 골프 GTE가 담고 있는 가치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이용해 스포츠 성능이 충분한 핫해치를 만들어냈기 때문. 친환경과 고성능 사이를 모두 충족한다. 그래서 골프 GTE를 좁게 본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얹은 골프에 지나지 않겠지만, 넓게 보면 역대 최고의 골프라는 생각이다.
 

골프 GTE의 디자인은 고성능 골프 특유의 감각이 물씬하다. 그릴과 헤드램프를 잇는 컬러라인과 범퍼 양쪽의 블레이드를 달아서다. 골프의 다양한 모델 중에서도 GTI, GTD와 같은 성능을 강조하는 모델에만 허용되는 디자인 요소다. 이를 GTE에 계승한 의도는 분명하다.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휘발유 엔진의 GTI와 디젤 엔진의 GTD를 잇는, 골프의 세 번째 핫해치라는 것이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푸른색의 강조. 붉게 달궈진 엔진의 빨간색이 아닌 전기차를 상징하는 푸른색 줄을 그릴부터 헤드램프까지 쭉 그었다. 범퍼 양쪽의 블레이드도 살짝 바꾸고, 알파벳 ‘C’자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으로 감쌌다. 이는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의 디자인 요소다.
 

실내는 다른 골프와 마찬가지로 간결한 디자인을 뽐내지만, 외부처럼 파란색을 곳곳에 사용해 포인트를 줬다. DSG 기어레버를 감싼 푸른색 줄, 곳곳에 놓은 푸른색 스티치가 그렇다. 크게 다른 부분이라면 계기판이다. 엔진회전수를 표기하는 타코미터가 있던 자리에 출력 게이지가 들어앉았다. 0부터 10까지 숫자를 늘어놓아, 어느 정도의 힘을 내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타코미터는 출력게이지 안에 작게 달았다. 구동계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출력을 쓰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엔진회전수를 확인하며 달릴 수 있는 것은 능동적인 주행을 돕는다. 기어레버 옆에 달린 두 가지 버튼을 주목할 것. ‘GTE’와 ‘E-모드’ 버튼이다. GTE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모터 모두를 최대한 끌어 쓰고, E-모드 버튼을 누르면 전기만으로 달린다고 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에는 READY 글자만 띄울 뿐. 가속페달을 밟자 처음에는 모터로 움직인다. 더 깊게 가속페달을 밟아야 엔진이 깨어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골프 GTE의 가장 큰 특징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다. 최고출력 150마력의 직렬 4기통 1.4L 터보 엔진과 102마력 전기모터를 합쳤다. 시스템출력 204마력을 내고, 최대토크 35.7kg·m을 낸다. 특이한 점은 모터를 자동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통합했다는 것. 엔진룸의 왼쪽은 엔진, 중앙은 모터, 오른쪽은 변속기가 차지한다. 배터리 용량은 8.7kWh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임을 고려하면 넉넉한 편이다. 배터리팩 무게는 120kg로 차체 바닥에 붙여 무게중심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위치는 뒷좌석 쪽으로, 무거운 배터리를 뒤에 달아 앞뒤 무게 균형을 맞췄다.
 

E-모드를 눌러 모터만으로 달릴 때면, 주행감각은 전기차 그대로다. 바로 느껴지는 토크와 탄력적인 가속감이 매력적이다. E-모드에서 최고시속은 130km까지 낼 수 있고, 최대주행거리는 50km다. 가정용 콘센트를 꽂아 충전하면 완충까지 3시간 45분이 걸리고, 전용 또는 공공 충전소에서 충전하면 2시간 15분이 걸린다. 짧은 거리의 주행이 잦다면, 대부분의 시간을 전기차로 쓸 수 있는 셈이다. 먼 거리를 달릴 때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차로 작동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만의 매력이다.
 

굳이 E-모드를 누르지 않아도, 저속으로 천천히 달릴 때면 엔진이 켜고 꺼지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속도가 꽤 올랐다.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순항을 즐겼다. 힘을 최대한 아끼면서 속도를 유지하려든다. 느긋하게 달릴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승차감의 변화다. 너무 솔직해서 부담스러웠던 골프의 움직임이 살짝 차분해졌다는 생각이다. 배터리와 모터를 달며 늘어난 공차중량을 절묘하게 배분한 결과다. 앞뒤 무게균형을 맞추고, 무게중심을 낮췄으니 당연한 결과. 느긋한 승차감과 조용한 실내를 만끽했다.
 

빠르게 내달리고 싶다면 GTE 버튼을 누르면 된다. 가속페달, 변속기, 스티어링의 세팅을 더 스포티하게 바꾸고, 엔진과 모터도 더 고성능에 맞게 로직을 바꾼다. 최고시속은 222km로 바뀌고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7.6초로, GTD의 7.5초에 버금간다. 옵션 사양인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을 달면, 전자식 댐퍼가 스포츠 모드로 바뀌어 더 단단해진다. 사운드 제너레이터 또한 작동해 엔진음이 커진다. GTE 모드에서는 출력게이지의 바늘이 100%를 넘겨 부스트 영역까지 치솟는다. 가속의 질감이 더욱 팽팽해졌다. 전기모터와 터보차저 엔진의 조합이 나름 신선하다.

수동모드로 바꿔 엔진회전수를 조절하며 달렸다. 특이한 것은 모터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며 달리는 감각. 엔진과 모터가 발을 맞춰 최대한 힘을 끌어낼 때면, 그 가속의 감각이 터보엔진과는 사뭇 다르다. 훨씬 탄력적이다. 다만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만드는 엔진음이 매력적이진 않다. 오히려 조용한 것이 좋을지도, 소리 없이 빠르게 달리는 반전의 경험도 은근 통쾌할 것이다.
 

일상적인 용도를 완전히 충족하면서, 달리기 성능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골프 GTE를 권한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입견을 씻어내기 충분하다. 특히, 평소에는 전기차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최고 장점. E-모드로 달려도 뛰어난 성능은 운전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다. 골프 GTI와 GTD의 혈기 넘치는 감각과는 다르지만, 여전히 재미는 있다. 골프 GTE의 독일 내 가격은 3만6천900유로로, 약 4천300만원이다. 올해 국내 정식 수입될 계획은 없어 GTI와 GTD의 가격에 정면으로 비교를 하기는 조금 어렵다. 하지만 마음이 계속 쏠린다. 친환경, 성능, 재미를 모두 아우르는데 마음이 안 갈 수가 없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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