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폴로, 내실 다진 옹골찬 해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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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폴로, 내실 다진 옹골찬 해치백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5.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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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40주년을 맞이한 폴로가 디자인을 다듬고 상품성을 대폭 높였다

국내 시판 중인 폭스바겐 모델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은 폴로는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이했다. 폴로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모델들이 대부분 바람에서 유래한 이름(제타, 시로코 등)을 가진 것과 달리, 말을 타고 스틱으로 공을 치는 스포츠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또한, 13세기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와도 연관이 있다.

비틀의 실질적인 후계차로 1975년에 첫선을 보인 1세대 폴로(타입 86)는 직렬 4기통 895cc 휘발유 엔진으로 40마력을 냈다. 동승자석 사이드뷰 미러가 선택품목에 들어가 있는 등 지금과는 장비 수준이 크게 달랐다. 초대 폴로는 유럽 B세그먼트에서 뛰어난 앞바퀴굴림 소형차로 인기를 끌었고, 1979년에 누적 생산대수 50만대를 돌파했다.
 

1981년에 등장한 2세대(타입 86C)는 차 크기에 비해 실내공간이 넓다는 의미로 ‘라움 분더’(놀라운 실내공간이라는 뜻의 독일어)를 내세웠다. 고성능 모델인 폴로 G40은 직렬 4기통 1.3L 113마력 슈퍼차저 엔진을 달고 24시간 내구경주에서 5,000km 이상을 평균 시속 208km로 달려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1.3L 클래스). 1983년에는 누적 생산대수가 100만대를 넘었다.

1994년에 선보인 3세대 폴로(타입 6N)는 세그먼트 최초로 에어백을 달았다. 2001년에 공개돼 이듬해 출시한 4세대(타입 9N)는 모든 트림에 ESP를 표준장비로 적용하는 등 안전장비를 충실히 갖췄고, 폭스바겐 최초로 블루모션 기술을 적용했다. 폴로는 지난 40년 동안 소형차의 벤치마크로 자리매김하며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1천600만대 이상 팔렸다. 폭스바겐 브랜드에서 골프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현행 모델은 지난 2009년에 데뷔한 5세대(타입 6R). 아우디 A1 등과 PQ25(또는 A05) 플랫폼을 공유한다. 길이 3,970mm, 너비 1,685mm, 높이 1,455mm로 2세대 골프와 비슷한 크기다. 이전 세대보다 크기는 커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7.5% 가벼워진 것이 특징. ‘2010년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데 이어 ‘2010년 세계 올해의 차’까지 석권했다.

모터스포츠 활동도 활발하다. 현재 세계랠리선수권대회(WRC)에 출전 중인 폴로 R WRC는 2013 WRC에 첫 출전해 13개 대회 중 총 10개 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단 1개 대회(독일 랠리)만 제외하고 우승컵을 독식했다. 2015 시즌이 3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3연승을 기록하며 맹활약 중이다.
 

데뷔 5년 만에 ‘더 뉴 폴로’로 거듭났다. 국내에는 지난 12일 막을 내린 서울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외관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기존 폴로 고객의 30%가 구매 이유로 디자인을 꼽았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다. 장식요소를 절제한 간결한 디자인은 기능주의적 색채가 강하고, 두꺼운 철판을 접어 만든 것 같은 견고한 느낌을 준다. 국내 사양은 R-라인 패키지가 적용돼 제법 스포티한 인상도 내비친다.

외관상 변화는 사실상 앞면에만 집중되어 있지만, 한눈에 그 차이를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형상은 이전과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조금씩 달라졌다. 헤드램프는 외형은 그대로지만, 내부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릴 가운데를 가로질렀던 크롬라인은 아래로 내려왔다. 앞 범퍼 하단은 무광 검정에서 고광택 검정으로 바뀌어 이전보다 세련된 모습이다.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겉모습에 비해 실내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는 곳은 센터페시아. 소박한 무광 검정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었던 이 부분이 금속 느낌을 살린 은색으로 바뀌었다. 단색 액정이 달린 라디오가 있던 자리에는 풀 컬러 6.5인치 터치스크린이 달렸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컴포지션 미디어’는 미러링크(MirrorLink) 기능을 지원한다. 이번에도 내비게이션은 빠졌지만, 이제 스마트폰을 연결해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만 지원한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iOS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리고 희소식 하나. AUX 단자 옆에 USB 단자를 새로 추가했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MDI(미디어 디바이스 인터페이스)를 고집해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려면 별도의 케이블이나 어댑터가 필요해서 불편했는데, 반가운 변화다.
 

새로 적용한 스티어링 휠은 최신 폭스바겐 모델에 달린 것과 같다. 즉, 아무런 버튼이 없었던 이전과 달리, 다기능 디스플레이 메뉴 버튼과 볼륨 버튼, 블루투스 전화 버튼, 크루즈 컨트롤 설정 버튼 등이 달렸다는 뜻이다. 또한, 부드러운 천연가죽으로 림을 감싼 것도 같다. 잡았을 때 이전 우레탄 소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촉감이 좋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트 포지션이 높고, 창문들이 큼직큼직해서 시야가 좋다. 밋밋했던 계기판은 입체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시트는 이전처럼 직물인데, 앞좌석에는 열선 기능을 새로 넣었다. 작은 차이니만큼 뒷자리가 넉넉하진 않지만, 성인 2명이 타고 이동하기에 큰 무리는 없다. 실내에는 넉넉한 수납공간을 여럿 갖췄고, 60/40으로 분할되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트렁크 용량이 280L에서 952L로 확장된다.
 

얼핏 보면 편의장비가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열선 적용 전동 사이드뷰 미러, 앞 유리 및 헤드램프 워셔 노즐 히팅, 오토 헤드램프, 레인센서, 전후방 주차센서(파크 파일럿), ECM, 크루즈 컨트롤 등 주행과 직결된 기본적인 장비는 충실히 갖추고 있다.

또한, 1차 충돌을 감지하면 스스로 제동을 걸어 2차 충돌을 방지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와 운전패턴을 모니터해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피로 경보 시스템’도 동급 최초로 새로 적용했다. 창문은 4개 모두 원터치 방식. 소형차에도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 굳이 윈도우 버튼마다 ‘오토’라고 써두는 생색은 내지 않았다.
 

신형 폴로의 가장 큰 변화는 엔진이다. ‘1.4 TDI’라는 모델명이 말해주듯, 1.4L 터보디젤 엔진이 들어갔다.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직렬 3기통 엔진이다. 이전에는 직렬 4기통 1.6 TDI 엔진이었다. 실린더 수와 배기량을 줄였지만,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90마력과 23.5kg·m으로 1.6 TDI와 완전히 같다.

최대토크는 1.6 TDI보다 약간 높은 1,750rpm(1.6 TDI는 1,500rpm)에서 나온 뒤 2,500rpm까지 고르게 이어진다. 최고출력은 3,000~3,250rpm에서 낸다. 1.6 TDI는 4,200rpm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했다. 이전에 비해 저중속 성능을 중시한 세팅이다.
 

새로운 3기통 엔진은 힘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작은 차를 움직이기에 부족하지도 않다. 저회전부터 묵직한 토크가 나와서 초반 가속이 경쾌하다. 가파른 언덕을 포함한 산길에서도 스트레스가 없다. 엔진에 물린 건식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SG)는 이전보다 작동감이 매끄러워졌다. 이전 7단 DSG는 간혹 저속에서 울컥거림이 있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언덕 밀림 방지장치도 새로 추가돼 편리하다.

무게가 1.2톤으로 작고 가벼운 체구지만, 주행감각은 묵직하고 믿음직스럽다. 작은 차라고 해도 아우토반 주행을 염두에 두고 갈고닦은 하체다. 서스펜션은 팽팽하고, 스티어링 감각도 정확성과 고급스러움을 겸비하고 있다. 단순한 이동수단이나 가전제품처럼 취급되는 일반적인 소형차와는 다르다는 자기주장이 전해진다.
 

소음과 진동 억제 수준은 만족스럽다. 3기통 디젤 엔진임에도 소음과 진동을 잘 틀어막아 거슬림이 없다. 특히, 엔진 진동을 잘 잡아서 공회전 때도 차체 떨림이 거의 없다. 다른 TDI 엔진들처럼 가속하면 더욱 조용하고 매끄러워진다. 다만, 오토 스타트/스톱 때는 다소 거칠다. 재시동 때 시동모터가 우렁찬 소리를 내고, 차체 떨림도 크다.

더 뉴 폴로의 주목 포인트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다. 신형 폴로가 가진 진정한 매력은 탄탄한 기본기와 경제성, 그리고 이전보다 한층 높아진 상품성에 있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17.4km/L(도심 15.9km/L, 고속도로 19.7km/L)로, 연비와 파워의 균형이 좋다.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이라면 폴로가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다.

 

■ 탄생 40주년 맞이한 폴로
폭스바겐은 폴로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15일부터 19일까지 독일 에센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클래식카 전시회 ‘테크노-클라시카’(Techno-Classica)에서 역사적 모델들을 전시하고 다채로운 축하행사를 열었다. 폭스바겐은 1세대 폴로를 비롯해 각 세대별 핵심 모델들과 폴로를 기반으로 만들었던 각종 콘셉트 카들, 그리고 WRC에서 활약하고 있는 폴로 R WRC를 전시했다. 아울러 폴로가 지난 40년 역사에서 자동차 산업에 미친 영향과 신기술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소개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 “단순명료함이 폴로 디자인의 매력이다”
폭스바겐 그룹 디자인 총괄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는 폴로의 디자인을 “단순함의 미학(La Semplicita)”이라고 요약했다. 그에 따르면, 단순하게 만든다고 해서 특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드 실바는 폴로의 경우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고상함과 감성, 스포티함과 역동성이 폴로의 디자인을 이끌어냈다. 단순명료함이 폴로 디자인의 매력이다” 드 실바의 말이다. 그는 “폴로만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가지면서 폭스바겐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DNA도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당하고 건축적인 비례를 만들고 나서 폭스바겐 모델 전체에 적용되어 있는 수평선을 넣었다”며, “옆면과 보닛, 테일게이트는 면의 곡률을 줄여 팽팽하게 만들었고, 날카로운 각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 0.02초 안에 변속 끝내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신형 폴로에는 이전과 같이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가 달렸다. ‘다이렉트 시프트 기어박스’ 또는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의 약자인 DSG는 폭스바겐의 등록상표다. 폭스바겐은 지난 2002년 골프 R32의 선택품목에 6단 DSG를 추가하며 세계 최초로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양산차에 달았다. DSG에는 공기로 클러치를 냉각하는 건식과 오일로 냉각하는 습식이 있다. 더 뉴 폴로 1.4 TDI R-라인에 달린 것은 지난 2008년에 발표한 건식 DSG(DQ200)다. 건식 듀얼 클러치를 양산차에 적용한 것도 폭스바겐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건식은 습식에 비해 허용 토크가 낮은 대신,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가 작으며 효율이 좋은 장점이 있다. DQ200의 무게는 70kg으로, 습식 6단 DSG(DQ250)에 비해 23kg 이상 가볍다.
 

■ 역동성·안락함·효율성을 묶은 블루모션 테크놀로지
신형 폴로의 테일게이트 오른편에는 터보 디젤 엔진을 달았음을 뜻하는 ‘TDI’ 배지와 함께 ‘블루모션 테크놀로지’(BlueMotion Technology·BMT) 배지가 붙어 있다. BMT는 역동적인 성능과 안락함, 그리고 효율성을 융합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BMT 모델에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제어 소프트웨어, 경제운전에 알맞은 기어비와 변속 로직,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차체, 저저항 타이어, 엔진 스타트/스톱, 에너지 회생 시스템 등이 적용된다. 더 뉴 폴로 1.4 TDI R-라인은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저저항 타이어 대신 접지력이 좋은 던롭 SP 스포츠 맥스를 끼웠다.
 

■ 2차 사고 예방하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신형 폴로에는 동급 최초로 사고 후 자동으로 제동을 거는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이 달렸다. 에어백 센서가 1차 충돌을 감지하면 남은 운동에너지를 대폭 줄이기 위해 스스로 제동을 걸어 2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ECU는 최대 0.6G의 감속률로 제동 속도를 제한한다.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가 작동하더라도 운전자는 차를 조종할 수 있으며, 시속 10km에 다다를 때까지만 제동을 건다. ADAC(사단법인 독일 자동차연맹)로부터 ‘안전 혁신상’을 수상했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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