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흡기 감각의 터보, 쉐보레 어메이징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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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 감각의 터보, 쉐보레 어메이징 크루즈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4.07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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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뉴 2015 크루즈’는 그 이름처럼 ‘어메이징’하다. 1.4 터보는 2.0 자연흡기의 감각을 나타낸다

쉐보레 크루즈는 지난 2008년 GM의 글로벌 전략 모델로 탄생했다. 한국GM의 전신인 GM대우와 GM의 독일 자회사 오펠이 개발을 주도했다. 오펠이 개발한 앞바퀴굴림 소형차 플랫폼 델타Ⅱ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모델이 크루즈다. 현재 델타Ⅱ 플랫폼은 쉐보레, 캐딜락, 뷰익, 오펠 등 GM 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디자인 개발은 GM대우가 맡았다.

국내에는 크루즈 대신 라세티 프리미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독자적인 디자인이었는데, 당시 오너들 사이에선 쉐보레나 GM의 호주 자회사 홀덴처럼 꾸미는 게 유행이기도 했다. 엔진은 1.6L 114마력 휘발유 엔진 한 가지였으며, 국산 준중형차로는 처음으로 6단 자동변속기를 달아 화제가 됐다.
 

2009년 2월에 2.0L 150마력 디젤, 같은 해 11월에는 1.8L 142마력 휘발유 엔진이 차례로 추가됐다. 2011년 3월 회사명이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바뀜에 따라 쉐보레 크루즈로 모델명을 바꿨고, 디자인도 해외 사양과 통일했다. 1.6L 휘발유 엔진은 114마력에서 124마력으로 최고출력이 향상됐다.

2012년 6월에는 앞 범퍼 디자인을 바꾸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MyLink)를 추가한 첫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퍼펙트 크루즈’를 선보였다. 1.6 모델을 빼고, 1.8과 2.0 디젤로 라인업을 간소화했다. ‘준중형차=1.6’이라는 인식이 강한 국내에서 파격적인 행보였다. 2013년 4월에는 성능을 개선한 GEN2 변속기로 바꾼 ‘G2 크루즈’를 선보였고, 같은 해 10월에는 1.4L 130마력(지금은 140마력이다) 휘발유 터보 엔진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외관을 대폭 변경한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 ‘어메이징 뉴 2015 크루즈’가 나왔다. 라인업은 변함없이 1.8, 1.4 터보, 2.0 디젤로 구성됐다. 시승차는 1.4 터보 최고급형인 LTZ다. 기본 가격은 2천155만원이지만, 시승차는 선루프(60만원), 마이링크(55만원), 컨비니언스 패키지(45만원·전자동 에어컨, 하이패스 기능 통합 ECM 룸미러 등), 사각지대 경고장치(55만원) 등 모든 선택품목이 들어간 2천370만원 사양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비례가 시원시원하고, 떡 벌어진 어깨와 두툼한 얼굴로 당당하고 강인한 인상을 준다. 국산 준중형차 가운데 가장 남성적인 모습이 돋보인다. 쉐보레 특유의 이중 분할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보다 멋을 냈고, 크롬 라인을 추가해 고급감도 더했다. 쉐보레 엠블럼 크기는 작아졌다.
 

입체감을 한껏 살린 앞 범퍼 하단 양옆에는 ‘ㄷ’자 모양의 크롬 장식과 함께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하단부에 기합이 들어가면서 전보다 낮고 넓은 인상이다. 전체적으로 최신 GM 디자인을 담아냈다. 다만, 헤드램프에 변화가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완전히 달라진 후면부에선 이전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름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어메이징’한 변화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긴 하지만, 완전 신형에 준하는 대담한 디자인 변경으로 생명력을 새로이 불어넣었다. 네모 2개를 연결한 듀얼 스퀘어 형태로 바꾼 테일램프에선 카마로나 말리부의 인상이 언뜻 보인다.
 

번호판은 범퍼로 내려왔고, 뒤 범퍼에는 크롬 장식을 덧대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이번 부분변경은 북미시장용 크루즈의 앞과 중국시장용 크루즈의 뒤를 혼합한 것이다. 이렇게 반반 섞은 것은 GM 내에서 처음이다.
 

겉모양은 확 바꿨지만, 실내는 이전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센터페시아에 있던 도어 잠금 버튼을 윈도 스위치와 함께 묶었고, 도어 잠금 버튼이 있던 자리에는 트렁크 열림 버튼이 들어간 정도. 실용성이 좋아져 작지만 큰 변화다. 그밖에 실내 색상에 새들-업(Saddle-Up) 브라운이 새로 추가되기도 했다.

2008년 데뷔 당시 동급 모델들을 압도했던 실내에선 이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계기판의 주행 정보 표시창(DIC)이 그렇다. 전반적으로 만듦새는 준수하지만, 계기판 상단 덮개나 도어 포켓 등 몇몇 부분의 마무리는 아쉽다. 센터페시아 버튼은 논리적으로 배열되어 금세 익숙해지고, 다루기도 쉽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수납함에는 USB 단자가 있어 스마트폰을 연결해 넣어두기 편리하다.
 

시트는 편안하고 제법 몸을 잘 잡아주는 세미버킷 타입. 뒷자리는 머리 공간이 넉넉하고 등받이 각도도 적당하다. 머리 공간에 비해 앞뒤 다리 공간은 상대적으로 덜 넉넉하고, 센터터널이 조금 높은 편이라 공간에서 손해를 봤다.

경쟁모델들에 비해 편의장비는 부족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경쟁모델을 뛰어넘는 크루즈의 장점이 드러난다. 저속에서 터보래그가 조금 느껴지는데, 보통의 운전자라면 알아차리기 힘든 수준이다. 엔진에 활력이 있고,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게 다부진 해치백 아베오 RS와 꼭 닮았다.
 

낮은 회전수부터 강한 펀치력을 보이는 터보 엔진 특유의 느낌보다는 회전수에 따라 고르게 힘이 증가하는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영락없는 2.0L 자연흡기 감각이어서 1.6L 자연흡기 엔진을 쓰는 경쟁모델들보다 분명히 비교우위에 있다. 바람직한 다운사이징의 좋은 예다. 말리부 엔트리 모델 엔진으로 써도 손색이 없겠다.

엔진에 비해 변속기에 대한 만족감은 다소 떨어진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능을 보이지만, 오르막길에서 좀처럼 시프트다운 하지 않는 등 주저하는 모습을 간혹 보인다. 연비를 중시한 세팅으로 짐작되는데, 이 때문에 엔진에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덕에서 버겁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있다. 엔진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허나 파워트레인 궁합은 평균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경사로에 멈춘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뒤로 밀린다. 지하주차장에서 줄지어 나오던 초보 운전자들은 당황할 수도 있겠다. 수동 모드로 바꿔 출발하거나, 브레이크를 한번 꾹 밟은 뒤 발을 떼면 2~3초 정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 탄탄하다. 골격이 견고해서 거슬리는 진동이 없고, 고속으로 달릴 때 착 달라붙는 묵직함이 있다. 유럽차에 가까운 느낌이며, 고속주행 안정감은 국산 준중형차 가운데 으뜸이다. 고속에서 차선을 빠르게 옮겨도 뒷바퀴가 잘 따라오고 헐렁한 느낌이 없다. 또한, 노면 소음을 잘 억제해 고속에서도 상당히 조용하고 쾌적하다. 엔진은 시속 80km에서 1,600rpm, 시속 100km에서 2,000rpm을 유지한다.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몸놀림을 보여주고, 스포티한 감각도 내비친다. 속도를 올려 코너를 돌면, 차체는 꽤 기울어지지만 자세를 쉽게 잃진 않는다. 더 몰아붙이면 언더스티어를 낸다. 이는 안정성을 중시한 것으로, 대중차로는 일반적인 세팅이다. 스티어링은 가벼운 편이고, 센터 감각이 다소 모호하다.

직선적인 반응을 보이는 가속페달과 달리, 브레이크 페달은 밟으면 밟을수록 강한 힘을 내는 비례 답력으로 약간 차이가 있다. 브레이크가 밀리는 듯한 느낌은 이러한 특성 탓으로, 제동력 자체는 우수하다. 페달 입력 초반에 강한 제동력을 내는 세팅에 비해 울컥거림이 적어 승차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신형 크루즈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산 준중형차 가운데 가장 우수한 주행 실력을 보여주지만, 종합적인 상품성에 있어서 라이벌들과의 격차를 극적으로 좁히진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주행감각 못지않게 편의사양에 민감하고, LED 조명을 매우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경차조차 LED 주간주행등을 포함한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테일램프, 열선 스티어링 휠을 선택품목으로 갖추고 있는 이유다. 우직한 쉐보레는 꾸미는 법을 잘 모른다.

크루즈는 라세티 프리미어로 나온 지난 2008년 이래 수차례 업데이트를 거치며 완성도를 더해갔다. 이번에 ‘어메이징’하게 바뀐 ‘어메이징 뉴 2015 크루즈’는 그 대미를 장식하는 모델답게 완전체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크루즈는 처음부터 우수한 준중형차였다. 다음번엔 탄탄한 기본기와 더불어 ‘꽃단장’에도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해본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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