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서 육성의 기술, 마음을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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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서 육성의 기술, 마음을 다스려라
  • 맷 샌더스(Matt Saunders)
  • 승인 2015.04.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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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에 재능 있는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 레이싱 스텝스 재단. 이들은 선수의 두뇌를 튜닝하는 것이 경주차를 튜닝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

돈 맥퍼슨(Don Macpherson)은 머릿속에 있는 '원숭이'(심원(心猿) :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생각을 집중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를 다스리길 원한다. 그는 "나는 우리 모두에게 '원숭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게 좋은 생각일까?'라는 마음속의 의문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하도록 막고, 결국 성공에서도 멀어지게 만든다"고 말한다.

맥퍼슨은 마인드 코치(mind coach)다. 마인드 코치는 스포츠계에서는 흔한 전문가다. 골프선수 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2011년 마스터스 대회에서의 몰락(6타나 앞서다 졌다)을 어떻게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로 우뚝 서게 됐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강한 정신력의 힘을 믿을 것이다. 모터스포츠에서는 마인드 코치의 도입이 늦었다.

"모터스포츠와 비슷한 스포츠로는 럭비가 있다. 나는 모터스포츠가 럭비와 마찬가지로 매우 남성적이고, 남성호르몬이 넘치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경주대회나 럭비 경기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멋져 보이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미하엘 슈마허는 마인드 코치를 두고 있었고, 페르난도 알론소도 마찬가지다. 알론소는 맥라렌에서의 부진을 계기로 마인드 코치를 고용했고, 페라리로 이적한 뒤 안정을 찾았다. 당신도 바뀔 수 있다."
 

맥퍼슨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 영국 선수를 키우는 레이싱 스텝스 재단(Racing Steps Foundation)에서 '원숭이'를 길들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재단은 재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어린 꿈나무를 경제적으로 후원하고 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제임스 칼라도와 올리버 터비가 혜택을 받았고, 현재 잭 하비(인디 라이츠), 제이크 데니스(F3), 벤 바니코트(포뮬러 르노)가 프로그램에 속해 있다.

레이싱 스텝스 재단의 데렉 월터스는 "우리 프로그램의 기본 철학은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부분에 제대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선수를 발굴해서 키운 뒤, 능력 있는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앞으로도 승리할 가망이 있는 팀과 협상에 나선다"고 말했다.

레이싱 스텝스 재단은 선수에게 장비를 챙겨주고, 훈련을 통해 선수로 완성시킨다. 월터스는 "우리는 선수로 키우는 과정에 방해가 될 만한 모든 요소를 없애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의 기술적인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데만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스포츠계에서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비용으로 드라이버 능력을 끌어내는 것은 신선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바로 그 역할이 맥퍼슨의 일이다. "선수가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조직은 레이싱 스텝스 재단이 유일하다고 본다. 벤 바니코트에게 경쟁자들 중에 이런 심리훈련을 받는 선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두세 명뿐이라고 했다." 맥퍼슨의 말이다.
 

맥퍼슨은 선수가 편안함과 자신감을 느끼는 잠재의식에 들어가는 기술을 기르도록 한다. 그의 설명을 계속 들어보자. "우리 두뇌의 문제점은 애초에 레이스에 적합하지 않게 설계됐다는 사실이다. '원숭이'는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레이스에 나서면 '원숭이'는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당신은 지금 시속 290km로 달리고 있어. 이게 과연 좋은 생각일까? 이렇게 달려도 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나를 확신시켜야 해' 바로 이것이 자신감을 없애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후 '원숭이'의 입을 다물게 하는 기술을 연마하는 재단 소속 드라이버들의 수업을 참관했다. 맥퍼슨은 "지난 수년간 수업 방법을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수업은 심호흡과 시각화 기술을 포함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는 "아직도 계속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훈련은 과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스트레스는 마치 막대기로 팔꿈치를 계속해서 가볍게 치는 것과 같다. 결국엔 팔꿈치가 얼얼해지기 마련이다. 뇌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과 '원숭이'로 머릿속이 가득차면, 화학적 불균형으로 인해 결국 신체적인 능력마저 떨어지게 된다."

월터스와 맥퍼슨 모두 마인드 코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점에 놀라워한다. 맥퍼슨은 "아직도 학교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점이 놀랍다. 그 결과 청소년들이 침착해지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졸업하고 있다"며, "그들은 앞으로 자신이 얼마나 강한 압박 속에서 살게 될지 실감하지 못한다. 스트레스를 잘 다루는 사람이 자신의 재능과 신체적인 능력을 월등히 잘 발휘한다"고 말했다.

글 · 맷 샌더스(Matt Sau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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