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낯선, BMW 액티브 투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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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면서도 낯선, BMW 액티브 투어러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04.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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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첫 앞바퀴굴림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여자’ 같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매력을 몰랐던…

미팅을 하고 나서 상대에 대해 결정을 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이미 늦은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결론이 어떻든 첫눈에 반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첫눈에 반하지 않았다고 그 만남이 잘못되는 것만도 아니다.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처음 만난 날 든 기분이 아마 이랬던 것 같다.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단 말이다.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실내에 들어가서 보나 이 새로운 2시리즈 액티브는 100% BMW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BMW의 디자인 언어는 너무 익숙해서 자연스럽다. 첫눈에 반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마 이런 익숙함 때문인지 모른다. BMW는 이런 익숙함을 다양한 레시피로 유혹하는 데 능숙한 브랜드다.
 

그런데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라는 이 새로운 메뉴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맛을 낸다. 요리법만 다른 게 아니라 재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혀 쓰지 않던 새로운 재료의 선택은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새로움은 바로 앞바퀴굴림 BMW라는 점. 이 낯선 조합은 BMW가 이제 더 이상 마니아적인 입맛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형 1시리즈조차 뒷바퀴굴림을 고집했던 BMW가 아닌가 말이다.(1시리즈의 오너 중 상당수가 자신의 차가 당연히 앞바퀴굴림일 거라고 생각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그만큼 소형차에 앞바퀴굴림은 당연한 공식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이런 생각 자체가 낡은 것인지도 모른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이미 오래전 A, B클래스를 통해 앞바퀴굴림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A, B클래스가 메르세데스 벤츠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가로배치 엔진과 앞바퀴굴림 구동방식의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신형 3세대 미니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이 플랫폼은 앞바퀴굴림으로 개발 중인 신형 1시리즈 세단과 X1 SUV를 위해서도 사용된다. 3가지 이상의 휠베이스와 다양한 트레드를 지원하는 모듈형 플랫폼이다. 3기통 터보 휘발유 엔진과 4기통 디젤 엔진도 신형 미니와 공유하는 것. 시승차는 직렬 4기통 2.0L 150마력 엔진을 얹은 218d. 새로 매칭된 자동 8단 스텝트로닉 변속기는 오토 스톱-스타트 기능과 코스팅 기능도 갖추고 있다.
 

공식 출시 전에 만나는 차라 제원은 우선 해외자료를 살핀다. 최대토크 33.7kg·m은 1,750~2,750rpm 구간에서 발휘되고 0→시속 100km 가속은 8.9초, 최고시속 205km의 성능이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으로 기민한 주행성능에 신경 쓴 세팅이다. 엔진은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키며 유럽 ECE 테스트 사이클 기준 평균연비 24.4km/L, CO₂ 배출량은 109g/km를 나타낸다.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의 차체 길이x너비x높이는 4,342X1,800X1,555mm다. 미니 컨트리맨 4,109X1,789X1,561mm과 비교하면 차체 길이만 긴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비슷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B클래스의 4,360X1,790X1,580mm와 비교하면 길이와 높이는 조금 작고 너비는 넓다. 아무튼 시장에서 직접 부딪칠 상대는 B클래스로 보인다.
 

BMW의 디자인 공식에 충실하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기존 뒷바퀴굴림과 다른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우선 보닛의 길이가 짧고 경사가 크다. 그리고 오버행이 무척 짧다. 휠베이스를 키우고 공간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날카로운 웨지와 음영으로 이런 부분을 희석시키며 스포티한 이미지를 준다.

가로배치 앞바퀴굴림의 장점은 실내에서 최대한 뽑아냈다. 운전석이 상당히 앞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기존 BMW와 비교하면 이런 구성은 낯설다. 타고내리기 쉬운 자세, 적당히 높은 위치의 시트 포지션은 SUV까지 가지 않더라도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노린다. 험로 주행을 위한 장치 같은 무거움을 벗어던지고 SUV에 근접한 장점만을 뽑아내는 것. 사실 새롭게 등장하는 상당수의 크로스오버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차체 크기에 비교하면 실내는 무척 넓다는 인상을 준다. 천장을 가득 채운 파노라마 선루프도 넓고 밝은 분위기를 더한다. 보통 루프가 열리지 않는 방식도 많은데 절반쯤 열린다. 뒷좌석 공간은 특히 레그룸이 여유 있고 시트를 40:20:40으로 접을 수 있어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적재용량은 468L에서 1,510L까지 확장된다. 다양한 SUV를 만든 경험과 미니를 통해 쌓아온 앞바퀴굴림의 노하우를 잘 활용한 느낌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의 폭이 넓고 개방감이 크다. 수평 기조의 계기 레이아웃은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다소 뭉툭한 기어 레버라든지 디테일의 차이는 좀 있지만 기본 구성은 종래의 BMW 그대로.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도 실용성에 꽤 신경을 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가운데 깊숙한 수납공간과 팔걸이 아래 숨겨진 넓은 공간은 실질적인 쓰임새가 좋아 보인다. 다만 컵홀더 사이즈는 조금 작은 듯. 그리고 옵션으로 제공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내비게이션은 시승차에 적용되지 않았다. 시트는 운전할 때(코너링 할 때) 몸을 잡아주는 기능보다 타고내리기 편한 성격이어서 이 차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4기통 2.0L 디젤은 활기차게 움직인다. 초기가속은 쉽게 이루어지지만 강력한 인상은 아니다. 토크 스티어가 억제되어 매끄러운 출발은 발진 가속의 뒷바퀴굴림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 역시 BMW다운 운전 재미가 드러난다. 미니와 플랫폼을 공유한다지만 미니의 고 카트적인 가속감과는 또 다르다. 그것은 유연함이다. 키 큰 차체지만 거동은 가볍고 경쾌하다. 방향성이 좋아 민첩하고 기민하게 바람을 가른다. 반응은 즉각적이기보다 꾸준하다. 꾸준한 가속감으로 고속에 접어들면 엔진의 회전력이 한층 세련된 느낌을 전한다. 다만 세련된 회전력과는 별개로 소리는 다소 거세게 실내로 들이친다.
 

드라이빙 컨트롤 스위치가 센터콘솔에 달린 것도 새롭다. 토글 스위치 방식은 미니의 것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트 등 세 가지 주행 모드는 각자의 이름에 걸맞은 성격을 드러낸다. 컴포트에서 약간 밋밋한 주행감각은 스포트에서 한층 조여진 감각으로 도로를 요리한다.

부드럽고 정확한 변속은 어느 속도 영역에서나 맞춤한 응답력을 보여준다. 기어비가 넓은 자동 8단 변속기는 고속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수동 변속 모드로 들어서면 보다 빠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스포티한 타입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스티어링 반응이다. 서보트로닉의 움직임은 미세하게 방향을 바로잡고 힘들이지 않고 정확한 회전을 돕는다. 직진 안정성도 무척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하체가 탄탄한 주행을 뒷받침하는 것은 BMW 특성 그대로인데 코너링 특성은 달랐다. 다이내믹보다는 쉬운 느낌. 안심하고 쉽게 코너를 돌 수 있는 느낌이다. 핸들링 특성도 가고자 하는 방향을 쉽게 따라가게 해준다. 승차감은 고속으로 갈수록 쾌적하지만 중저속에서 조금 튀는 느낌. 단단한 서스펜션과 댐퍼는 노면의 성격에 따라 너무 솔직하게 반응한다.

고속에서 연속적인 브레이킹 감각은 사뿐한 게 페이드 저항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한다. 브레이크 페달 역시 다루기 쉽다.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 다이내믹 트랙션 컨트롤(DTC) 등 전자식 섀시 컨트롤 시스템은 앞바퀴굴림 특성에 맞춰 토크를 제어한다. 4기통 모델에 적용되는 퍼포먼스 컨트롤 시스템은 앞바퀴굴림에서 나타나기 쉬운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다.
 

짧은 오버행은 도심과 골목길에서 효과적이었다. 방향전환이 쉽고 좁은 곳에서 주차할 때도 뛰어났다. 뒷좌석을 접을 수 있는 트렁크 공간도 쓰임새가 좋고 플로어 아래 널찍한 트레이를 마련해 활용성이 크다. 야외활동뿐 아니라 조립가구를 실고 오는 상상도 즐겁다. 이제 성격은 분명해진다.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도심 이동성이란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도시 근교로 떠날 때 실용성이 큰 차다. BMW와 미니에서 얻은 노하우를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는 것도 이 차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앞바퀴굴림이므로 겨울철 빙판이나 눈길을 걱정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BMW를 망설였던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입문용 BMW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BMW의 세력 확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는 대중적인 차인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확장 전략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세그먼트로의 진입이다. 스포츠카 또는 슈퍼카 브랜드조차 SUV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대중성을 넓혀가는 전략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BMW에서 앞바퀴굴림 모델은 그러한 전략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BMW는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분명하게 프리미엄 시장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아무려면 어떤가. 분명한 것은 프리미엄 시장에 맞는 품질 수준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변화들을 보는 시각도 이제는 보다 유연해진 듯하다. 그만큼 우리가 변화의 시대에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리고 BMW의 새로운 변화가 그만큼 놀랍지 않은 것은 그동안의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효율성의 추구라는 연장선에서 실용성의 가치를 한껏 내세운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이는 이유다.

글 · 최주식 편집장 (road@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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