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각진 차체의 5세대 싼타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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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교수의 디자인 비평] 각진 차체의 5세대 싼타페 디자인
  • 구상 교수
  • 승인 2023.09.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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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변경 5세대 싼타페 MX5 모델이 등장했다. 2018년의 4세대 TM 싼타페와 2020년의 TM 페이스 리프트 모델 등장 이후 각각 5년과 3년 만의 새 모델 등장이다. 알려진 제원으로는 길이 4830mm에 휠베이스 2815mm, 너비 1900mm, 높이는 1730mm라고 한다. 4세대 싼타페의 길이 4785, 너비 1900mm, 높이 1685mm에 휠베이스가 2765mm였던 것과 비교하면 45mm 길어지고, 너비는 그대로, 높이는 45mm 높아지고 휠베이스는 50mm 늘어난 것이다. 우리가 육안으로 크기가 커진 것을 체감하려면 전체 크기 대비 10% 이상 차이가 날 때부터라고 하므로 45mm의 크기 차이는 거의 전체 길이 10%에 가까운 크기다. 

한편 2000년에 출시된 1세대 SM 싼타페 모델에 비하면 휠베이스는 195mm나 늘어나면서 정말로 커졌다. 여기에 각진 차체 형태로 인해 크기는 더 커 보인다. 그런 이유로 5세대 싼타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디자인 변화는 직선적 차체 형태일 것이다.

이전의 4세대 모델이 모서리 날이 서 있으면서도 곡면과 곡선의 이미지를 강조한 형태였던 것에서, 5세대 모델은 거의 직선형 이미지-물론 지붕은 뒤로 가면서 주저앉는 형태이긴 하다-로 직선을 강조한 차체 디자인이다. 즉 이전의 디자인을 완전히 갈아 엎은 차체 형태를 보여준다.

이런 차체 디자인은 일견 랜드로버가 연상되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직선적 이미지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이 앞 모습에서 알파벳 H의 이미지를 응용해 디자인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일 것이다. 그리고 8각형을 수평으로 잘라낸 듯한 형태의 각진 휠 아치 디자인은 이전의 둥근 형태와 완전히 차별화하고 있다.

그런 형태적인 변화는 측면 유리창에서도 나타난다. C-필러에 사각형의 구조물이 있는데, 이 부분을 펼쳐서 손잡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를 잡고 뒤 타이어를 밟고 올라서서 지붕 위쪽 공간을 활용하기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차를 하거나 루프 랙에 물건을 싣거나 할 때 좀 더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뒤 도어의 쿼터 글래스부터 3열 쿼터 글래스, 그리고 D-필러로 연결되는 부분은 유리창 단차를 없앤 플러시 서페이스로 디자인해서 이전의 싼타페와 완전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테일 램프에도 알파벳 H를 응용한 그래픽이 적용돼 있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기기같은 인상을 보여주는 테일 게이트는 차체 색과 유리창 부분 높이 비율의 수평 비례가 1:1로 구분돼 있어서 차체색 부분이 약간 넓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1세대 싼타페 SM이 14인치 휠이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로 휠이 커지긴 했다.

실내로 들어오면 역시 직선 중심의 조형 요소들로 이루어진 형태를 볼 수 있다. 곡면의 넓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중심으로 수평 비례를 강조한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직선으로 간결하게 디자인된 도어 트림은 자동차 실내이기보다는 아파트 거실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 형태도 3스포크 구조로서 얼마 전에 등장한 그랜저의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아래쪽 스포크를 뚫어 놓아서 4스포크 구조이기도 하다. 실내 공간은 늘어난 휠베이스로 인해 1열과 2열 좌석의 레그룸은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2열 뒤쪽 적재 공간도 늘어난 차체 길이 덕분에 넓은 공간을 확보한 걸로 보인다. 게다가 중형 SUV 임에도 3열 좌석을 만들었다.

물론 3열 좌석은 성인이 앉기에는 편안한 크기는 아니지만, D-필러가 거의 직각에 가깝게 서 있어서 3열의 머리 공간도 알맞게 확보했을 걸로 보인다. 4세대까지의 싼타페들이 유선형 이미지를 위해 뒤쪽에 기울기를 준 것에 비하면 더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실내에서도 앞 콘솔을 마치 교량처럼 띄워 설계하면서 높이를 확보하는 등 실질적인 활용성을 높인 것이라든가 디지털 방식으로 공조 장치를 설계한 것 등은 최근의 디지털 세대 성향을 반영한 콘셉트로 보인다.

5세대 싼타페의 내/외장 디자인은 단지 직선적 형태로 바뀌었다는 걸 넘어서서, 차량 성격이나 사람들의 사용성, 그리고 SUV를 인식하는 감성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

1세대 싼타페는 곡선적인 형태로 오프로드보다는 도시에서 쓰는 크로스오버형 SUV의 성격으로 나왔다. 오히려 오프로드용 하드코어 성격의 차들이 각이 선 디자인이었다. 물론 1세대 싼타페는 그 당시 미국 현지에서 보면 도로 위의 덩치 큰 각진 미국산 SUV 사이에서 귀여운(?) 개성이 돋보이기도 했다. 그런 크로스오버의 성격은 4세대 싼타페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각을 세운 5세대 싼타페의 차체 디자인은 오프로더의 하드코어 성격 대신 매우 도시지향적이면서도 공간 중심적인 디자인을 강조해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성격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감성의 디자인으로 여겨질 것이므로 아마도 높은 판매량을 보여줄 것이다. 5세대 싼타페는 가격이 더 비싸졌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반 값에 타는 랜드로버’ 느낌의 디자인 차량으로 어필될 수 있을지 모른다. 꿩 대신 닭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덩치 큰 공간 중심의 대형 SUV가 즐비한 미국 시장에서 각이 선 디자인의 중형 싼타페를 미국 소비자들이 어떤 감각으로 받아들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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