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하이브리드, 속도에 따른 완성도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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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하이브리드, 속도에 따른 완성도 차이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3.09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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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의 경계에 따라 느껴지는 완성도의 차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환경 규제에 따라 여러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고 있지만 구동계 구조는 제각각이다. 상대의 특허를 피하고, 효율을 쫓다보니 모두 저마다의 방식을 찾고 있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가 찾은 해답을 담고 있다.

2세대로 거듭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기존과 다른 디자인 노선을 취했다. 휘발유 모델과의 디자인 차이를 줄였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범퍼 등을 살짝 매만졌다. 가벼운 디자인 변경이지만, 하이브리드만의 특징을 강조하기에는 충분하다. 안개등을 빼버리고 만든 공기흡입구와 LED의 조화는 쏘나타보다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뒤에서 보면 움푹 들어간 라인이 공기역학을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실내는 하이브리드 전용 트림으로 장식했다. 실내의 플라스틱 트림을 푸른색 배경에 빗살무늬 더한 인서트 필름으로 감쌌고, 시트는 짙은 파랑색으로 감쌌다. 현대차의 브랜드 컬러인 푸른색 가죽으로 감싼 실내는 조금 특색 있게 느껴진다. 사실 국산차에서 보기 힘든 시트 색깔이다. 대부분이 검은색 또는 회색을 고르고, 조금 다른 선택이라면 연한 갈색을 고른다. 그래서 조금은 어색해 보였지만, 실내의 남다른 분위기를 강조하는 효과는 충분했다.

실내 구성은 같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계기판 정도. 휘발유 모델과 달리 시스템 출력비율을 띄운다. 0부터 100%까지 10단위로 눈금을 긋고, 20단위로 숫자를 적어, 얼마나 출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엔진회전수 게이지와는 다른 구성이지만, 숫자를 보며 가속페달을 밟는 양을 조절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익숙한 구성이니 어색함이 덜했다. 유량계처럼 남은 배터리 용량을 보여주는 전력량계도 있다. 금세 떨어지는 배터리 칸 수를 보니 스마트폰 쓰는 것처럼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구동계는 독특하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들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달고 구동력 분배기를 단다. 반면 현대차는 6단 자동변속기의 토크 컨버터를 들어내고, 모터로 대체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밀러(앳킨슨) 사이클 엔진이다. 최고출력 156마력을 6,000rpm에서 낸다. 최대토크는 19.3kg·m로 5,000rpm에서 나온다. 모터출력은 51마력에, 모터토크는 20.9kg·m이다. 엔진과 모터 합친 시스템 출력은 약 195마력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소개하며, 경쟁회사 대비 더 고효율의 시스템을 완성했다고 했다. 경쟁회사가 크고 비싼 모터 2개를 단 것에 비해, 현대차는 작은 모터 하나로 더 저렴하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다. 비교 대상은 토요타 캠리다. 둘의 국내시장 가격 차이는 약 1천100만~1천430만원이다.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현대차의 주장도 납득은 가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토요타가 앞선다. 모터 출력이 더 크고 항시 충전 가능한 구동 시스템 구조가 그렇다.
 

대신 현대차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질감이 적다. 휘발유차를 타던 사람들이 하이브리드로 넘어갔을 때 느끼는 이질감을 줄이는 데 공을 기울였다는 생각이다.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세팅을 중저속과 중속주행 성능에 초점을 두고 맞췄다고 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2,000~3,000rpm으로 달리기 때문에 이 부분의 성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시속 120km까지는 항속 주행 시 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직접 확인해본 결과 시속 100km에서도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지속 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배터리 잔량도 문제겠지만, 정말 가속페달을 얇게 밟아야 했다.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하고 달릴 때 연비를 끌어올릴 비책으로 보는 것이 더 맞겠다.
 

중저속의 주행감은 상당히 뛰어났고 이점이 확실했다. 전기모터만으로도 빠르게 가속한다. 엔진의 개입이 늦어 모터만으로도 막히는 시내를 달리기엔 충분했다. 중속의 가속감도 여유롭다. 쏘나타 휘발유 모델보다 조금 발걸음이 가볍다. 모터를 더해 출력과 토크 모두 늘어난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가속페달을 얇게 밟으면 최대한 모터만으로 달리려 든다. 속도를 높인 이후 모터만으로 느긋하게 달려 연비를 아끼기에 딱 알맞다.

허나 일상을 넘어서는 순간 아쉬움이 생긴다. 가속페달을 꽉 밟으면 하이브리드 출력계 바늘은 100%를 채우는데, 어느 정도 속도를 올리면 가속이 눈에 띄게 둔해진다. 또한, 서스펜션과 스티어링의 감각이 모호해졌다. 중속 영역까지는 기본기가 출중하게 느껴지는 탓에 더 아쉽다. 현대차는 더 높은 속도의 주행감을 목표로 차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모터의 출력이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 하이브리드에서는 엔진보다 모터가 더 중요하다. 하이브리드의 밀러 사이클 엔진은 출력이 낮다. 밸브 타이밍을 조절해 압축비를 줄이고 팽창비를 높인 엔진이라 토크가 낮아서다. 그래서 작동과 동시에 강한 토크를 내는 모터를 더해 힘을 키워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의 바탕이 되는 모터 출력과 배터리 충전량 유지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달리는 모터는 출력이 51마력에 불과하다. 저속과 중속에서는 충분하지만, 고속에서 밀어내는 힘이 부족한 이유다. 배터리에서 모터로 보내는 전압을 올려 더 많은 전력을 쏟아 부으면 되겠지만, 그러기엔 손대야 할 것이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속도의 경계에 따라 완성도의 차이가 달라진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추천할 수 있는 차다. 빠른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로 다가올 것이란 생각이다. 연비와 중저속 가속감도 휘발유 모델보다 한결 낫기 때문이다. 아무튼,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한국형 하이브리드라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냉정히 보면 약점이 자꾸 신경 쓰이지만.

글, 사진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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