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광기가 넘쳤던 시대의 엔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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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과 광기가 넘쳤던 시대의 엔진들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3.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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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배기량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다운사이징 엔진은 기존보다 출력이 늘어났을지언정, 드라마가 부족하다. 개성과 광기가 넘쳤던 시대의 엔진들을 꼽아봤다

■ 역대 최강의 엔진, 1L 당 1000마력 - BMW M12
1966년부터 1988년까지 F1은 터보 시대를 맞았다. 당시 FIA는 자연흡기 3.0L 엔진과 1.5L 터보 엔진을 승인했다. 코너에서 조종성이 좋은 자연흡기와 직선 가속력이 앞서는 터보 엔진의 대결을 기대했던 것이다. 허나 터보 엔진의 발전은 빨랐다. 자연흡기 엔진이 285마력에서 500마력으로 오르는 사이, 터보 엔진은 500마력에서 900마력으로 올랐다. 출력 경쟁의 최고봉은 1986년. 부스트압 규정이 없어 무제한 출력을 과시했다.
 

이때 BMW는 직렬 4기통 1.5L 터보 엔진 M12를 내세웠다. 부스트압 5.5바를 걸어 예선에선 14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을 뽑아냈다. 경주에서는 엔진 보호를 위해 출력을 낮췄지만, 여전히 1000마력에 육박하는 힘을 자랑했다. 일화에 따르면 당시 출력 측정 기술인 다이노는 1280마력까지가 한계였기에, 정확한 힘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1987년, 터보 부스트압을 4바로 제한하는 규정이 생기며, 무제한 출력시대는 막을 내렸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자동차 엔진 - FIAT S76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엔진은 무엇일까? 베이론? 바이퍼? 모두 틀렸다. 모두 대단한 엔진을 실은 차지만, 광기가 없다는 생각이다. 자동차에 얹힌 가장 큰 엔진은 1910년 피아트가 선보인 S76 엔진이다. 겨우 직렬 4기통이긴 하지만. 배기량은 28.5L에 달한다. 최고출력은 300마력. 얇디 얇은 타이어 위에 얹힌 엔진을 보면 위험해보일 정도다.
 

이와 같이 큰 엔진을 만든 이유는 지상 속도 기록에 도전하기 위한 것. 블리첸 벤츠의 기록을 깨기 위해서였다. 단 두개의 S76 엔진이 생산됐고, 사라진 이후 정성을 기울인 끝에 복원됐다. 유튜브에서 ‘토리노의 야수’(Beast of Turin)를 검색해보라. 100년 전 그대로 울부짖는 야수의 심장소리에, 알지 못할 미지의 그리움이 떠올랐다.
 

■ 16기통하면, 베이론만 떠올리지 말아요 - BRM H16, 치제타 V16T
21세기의 가장 빠른 양산형 차는 부가티 베이론이다. 1000마력 넘는 W16 쿼드터보 엔진으로 미래를 열었다. 그 숫자에 압도당하기 마련. 허나 엄밀히 말하면 16기통 엔진은 과거에도 있었다. 너무 기통수가 많지 않냐고? 원래 남자는 숫자 싸움에도 질 수 없는 법이다.

1960년대 그랑프리는 터보와 자연흡기 엔진의 대결이 시작된 때다. 1966년 BRM(영국 레이싱 엔진)은 H16 엔진을 만들었다. V8 엔진을 마주보게 겹쳐 하나로 묶었다. 마치 수평대향 엔진처럼 말이다. 이를 H형 엔진이라 부른다. 이점은 엔진을 낮게 달 수 있고, 그만큼 무게중심이 낮아진다. 더불어 수평대향 엔진의 균형도 살릴 수 있었다. 허나 단순한 구조의 터보 엔진에 비해 출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H16 3.0L 엔진은 420마력을 냈다.

치제타-모로더의 V16T는 V16 엔진을 얹은 자동차다. V8 엔진을 두 개 이용한 것은 맞지만 BRM과는 방식이 틀리다. 가로배치 V8 엔진을 나란히 늘어놓아, V16 엔진을 만들었다. 너비가 넓은 슈퍼카의 폭을 최대한 활용한 수법이다. V16T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단 20대가 생산됐다. 2006년부터는 주문형태로 소량 생산하는 중. 가격은 64만9천 달러(약 7억1천325만원)다.
 

■ 가장 큰 엔진을 얹은 현행 & 역대 양산차 - 닷지 바이퍼 & 부가티 로얄
현재 양산 모델 중 가장 큰 엔진을 얹은 차는, 닷지 바이퍼다. 자그마치 V10 8.4L 엔진을 얹었다. SRT 버전의 경우 최고출력은 645마력. 트럭용으로 개발된 엔진을 단 스포츠카란 일화는 신비감을 더하는 일화. 구형 모델의 경우, 엔진을 공유해 닷지 램 SRT-10 트럭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양산된 차 중 가장 큰 엔진을 얹은 차는 부가티 로얄이다. 단 여섯대가 생산되었고 각각의 이름을 가진 특별한 차다. 직렬 8기통 12.7L 엔진은 지금껏 만들어진 승용차 엔진 중 가장 큰 배기량을 자랑한다. 최고출력은 275마력에서 300마력까지 조정됐다. 총 29개 엔진을 만들고, 총 6대의 로얄을 만든 부가티에게는 23개의 엔진이 남았는데, 부가티는 이 엔진을 유닛으로 만들어 열차에 적용하길 원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시속 196km의 세계 기록을 세웠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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