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하이브리드로 지평 넓힌 친환경 토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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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리 하이브리드로 지평 넓힌 친환경 토요타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2.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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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우스로 시작한 토요타 친환경차는 캠리 하이브리드로 대중성을 얻었다. 그 진화는 계속 진행형이다

1992년, 토요타는 지구 헌장을 발표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책임을 지고, 앞으로 저공해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토요타는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두 차례 글로벌 석유위기를 통해 도약한 만큼 연료 시스템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지구 헌장 발표 이후, 토요타는 21세기의 친환경차를 20세기 내에 내놓는다는 목표로 프로젝트 팀을 조직한다. 이전에도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의 실증에 성공한 토요타다. 금세 새 차가 나올 것이라 사람들은 예상했다. 허나 토요타는 대규모 양산이란 조건을 깔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래서 기존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했다.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 바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지금과 1990년대를 비교한다면, 배터리는 더 비쌌고, 상대적인 성능은 떨어졌다. 사회적 인프라 확충의 공감도 부족했다. 그래서 토요타는 관점을 바꿨다. 휘발유 엔진을 이용하되 효율을 극대화하고,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달아 최대한 모터로 가는 차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토요타는 기존 하이브리드 이론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수준의 설계를 해야 했다.

1995년, 토요타는 도쿄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를 공개했다. 휘발유와 전기모터를 같이 사용하는 구동계도 놀라웠지만, 대량 양산 계획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혁신 앞에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시험 및 보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양산형에 가까운 차를 가지고 약 2년간의 주행시험을 거쳤을 정도다.
 

1997년 12월, 토요타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의 판매를 시작한다. 당시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그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 전, 토요타가 해냈습니다”였다. 공개와 동시에 ‘일본 올해의 차’를 따냈고, 1998년에는 자동차 연구원과 기자들이 뽑은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준 충격이 상당히 컸다는 증거다. 초반에는 생소함 때문에 고전했지만, 프리우스는 빠르게 안착했다.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프리우스는 환경을 의식하는 사람들의 트렌드가 됐다. 1세대 프리우스는 12만대가 팔렸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황금기는 2003년 선보인 2세대 프리우스부터 시작된다. 4도어 세단형 디자인과 5도어 해치백 디자인의 두 가지 모델로 나뉜 프리우스 2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차였다. 니켈수소 전지로 배터리를 바꾸고, 승압 컨버터를 적용해 전압을 500V로 높였다. 모터에 보내는 전력을 늘여 모터 출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다. 훨씬 좋아진 성능과 구성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했다.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2003년 출시된 이후 2006년까지 40만대를 팔아, 순식간에 1세대의 실적을 넘겼고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신뢰성을 널리 알렸다. 이후 캠리 하이브리드가 나오는 근간이 된다.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의 시장 진입에 성공을 거둔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를 위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토요타는 캠리에 하이브리드를 더하기로 했다. 2006년 출시된 6세대 캠리에서 첫 캠리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이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이 아닌, 일반 모델에 하이브리드를 더한 첫 사례다. 북미시장에서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캠리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더한다면, 후광효과가 더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캠리에 맞춰 토요타는 완전히 새로운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만들어야 했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기본은 유지하되, 더 강하고 효율 좋은 엔진과 모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렬 4기통 2.5L 엔진을 밀러 사이클(앳킨슨 사이클의 다른 형태)로 만들어냈다. 밀러 사이클 방식은 흡입 후 압축 과정에서 조금 더 밸브를 열어두어 적은 공기를 압축한다. 압축과정에서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폭발 후 팽창에서는 실린더가 끝까지 밀려난다. 이 방식은 압축비를 줄이고 팽창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즉, 압축 배기량과 팽창 배기량이 다른 엔진으로 보면 된다.

밀러 사이클의 약점은 토크가 떨어지는 것.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차는 토크 좋은 모터가 같이 짝을 이뤄야 한다. 기왕이면 강력한 모터가 좋다. 그래서 토요타는 고유의 승압 컨버터 방식을 사용한다. 배터리는 직류 244.8V로 충전하되, 모터에 전기를 보낼 때는 교류 650V로 전압을 높인다. 이는 모터의 특성 때문이다. 강한 전력을 보내면 모터의 힘이 좋아진다. 전압을 높이면 전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전압을 650V로 높이고, 직류를 교류로 바꿔 모터에 전달한다. 그만큼 모터의 출력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엔진과 모터의 남는 힘을 알뜰하게 배터리로 옮겨 담아야 한다. 그래서 토요타는 독창적인 하이브리드 구성을 택했다.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했다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는 배터리의 충전방식과 충전효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래서 토요타는 기존 상식과 다른 하이브리드 구성을 취했다. 값비싼 모터를 두 개 달아 하나는 제너레이터로, 하나는 변속기 대신 쓴다. 이 둘은 엔진과 모터의 동력 배분 장치에 긴밀하게 맞물린다. 엔진의 작동과 상관없이 모터의 힘을 언제든 끌어 쓸 수 있으며, 충전 또한 항시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존의 변속기 대신 유성기어와 맞물린 모터로 CVT와 같은 효과를 낸 이 방식은 지금도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근간을 이룬다.

우수한 성능을 바탕으로 캠리 하이브리드는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인기 있는 캠리를 바탕으로 했기에 하이브리드에 대한 생경함도 덜했다. 그만큼 많은 호응을 얻어 북미시장에서는 확고한 지위를 구축했다. 프리우스에 이어 두 번째로 잘 팔리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가 됐고, 2009년에는 북미시장에서 세 번째로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차에 올랐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7세대로 거듭나며 한층 완성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했다. 출력은 올리면서도 6세대에 비해 연료 효율은 39%나 늘었다. 북미 기준으로 복합연비 17.4km/L를 거둬, 미국 중형 세단에서 최고의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 좋은 중형 세단을 고르려면 캠리 하이브리드를 고르는 것이 당연해졌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북미시장에서 토요타 하이브리드를 대표하는 차로 성장했다. 매 세대를 걸치며 계속 성능과 효율을 높여, 이제는 캠리 하이브리드의 구동계를 바탕으로 새 모델을 만드는 경지에 올랐다. 하이브리드의 보급을 프리우스가 맡았다면, 하이브리드의 대중화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맡은 셈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캠리 FCV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친환경 토요타의 진화는 계속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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