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강내강(外剛內剛), 토요타 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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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강내강(外剛內剛), 토요타 캠리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2.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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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 캠리는 미국식 합리주의와 일본식 꼼꼼함이 공존하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차다. 페이스리프트로 화려해진 캠리는 이제 외강내강으로 거듭났다

캠리는 미국을 꿈꿨다. 탄생부터 그랬다. 북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토요타의 전략 차종으로 개발된 차다. 처음에는 석유파동 속에서 뛰어난 가치를 선보인 작고 효율 좋은 차로 등장했다. 가볍고 연비 좋은 앞바퀴굴림 세단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시점에, 캠리는 뛰어난 완성도와 품질을 자랑했다. 세대를 거듭하며 차급을 넘어서는 오버 스펙의 차가 됐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토요타는 안주할 생각이 없었다. 몸집을 키우며 미국 3사 세단과 정면 대결에 나섰다. 무기는 내구성과 장비, 완성도였다. 그 결과 판매 대수는 급격하게 치솟았고, 1997년에 포드 토러스를 앞질러, 미국 승용차 판매 대수 1위를 차지했다. 토요타의 핵심 모델 중 하나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그 비결 중 하나가 현지화다.
 

현지화라면, 단지 생산을 현지에서 진행한다는 게 아니다. 현지의 입맛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철저히 미국 스타일을 분석해 차에 담았다. 그렇다고 약점마저 담은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고집을 부릴 부분은 남겨두고, 타협해야 할 부분은 철저히 미국 소비자들을 조사한 대로 담아냈다.

33년의 시간을 겪으며, 캠리는 7세대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해 화장을 고쳐, 7세대 페이스리프트를 선보였다. 그런데, 단순한 변경이 아니었다. 이는 토요타의 전략과 관계가 있다. 최근 들어 토요타는 변화의 수위를 한껏 올리고 있다. 라인업과 플랫폼 모두를 뜯어고칠 기세다. 글로벌 경쟁자들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형 플랫폼, 신형 구동계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잘 나갈 때 지켜야 한다’는 토요타의 집념은 캠리 페이스리프트에도 묻어 있다.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에 머물지 않고 상당한 개량을 더했기 때문이다. 부품만 해도 약 2천 개를 넘게 바꿨다. 그리고 앞과 뒤 디자인을 두리째 바꿨다. 이는 살짝 고쳐 내놓는 페이스리프트 단계에서는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변경이다.

7세대 캠리의 디자인은 자로 그은 듯 반듯한 직선을 자랑했다. 반면 페이스리프트 된 디자인은 곡선을 받아들인 아발론과 비슷하다.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한 결과다. 새로운 디자인은 더 유려하고, 더 크게 보인다. 수치의 변화는 크지 않다. 길이는 45mm, 너비는 10mm 늘었다. 약간의 차이에도 달라지는 디자인의 미묘함을 체감한다. 특이한 점은 C필러의 디자인이다. 기존의 각진 C필러 설계를 바꿀 순 없었기에, 검정 유광 패널을 달아 더 얇아보이게 바꿨다. 독특한 시도다. 그만큼 디자인 변화에 공을 들였다고 이해할 요소다.
 

외관의 변화에 비해 실내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요소를 바꿨다. 낮게 자리한 대시보드는 T자 형태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선을 뻗은 좌우 대칭 형태다. 차분한 느낌을 주는 구조지만, 나름 멋을 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많다. 곳곳에 무광 크롬 장식을 더하고, 곳곳에 두툼한 곡선을 더했다. 하얀색 스티치도 늘어놓아 손으로 가죽을 매만진 느낌도 냈다.

재질의 사용도 합리적이다. 손 닿을 일 없는 하단부 소재는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튼튼한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발로 스쳐도 쉽게 상할 걱정은 없겠다. 주로 손이 닿는 상단부에는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플라스틱과 가죽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튼튼해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멀티미디어 조작부는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바뀌었다. 각 기능을 담당하는 버튼을 단순화하며 크기를 키워 다루기 쉬웠다. 큼직한 것이 누르고 돌리기 쉽다. 그런데, 수없이 만져도 작동감은 항상 일정하다. 헐거워도 좋으니 마음 놓고 편히 쓸 디자인을 찾는 미국식 가치관에 만듦새와 짜임새를 중시 여기는 일본식 가치관이 맞물린 결과다.
 

뒷좌석은 단순하지만 공간이 넓어 여유롭게 앉을 수 있다. 앞좌석을 키 180cm 성인 남성 기준에 맞춰놓고 뒷자리로 넘어가도 공간은 충분했다. 휠베이스 길이는 2,775mm로 국산 중형 세단에 비하면 20~30mm 짧지만, 뒷좌석 무릎, 다리 공간은 거의 같게 느껴진다.
 

엔진은 최고출력 181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5L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최대토크는 23.6kg·m로 4,100rpm에서 나온다. 변속기는 자동 6단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낮은 속도부터 엔진과 변속기를 꽉 맞물려 힘을 전하니 출발이 가볍다. 변속은 부드럽다. 연비를 우선한 듯 빠르게 높은 기어로 바꿔나간다. 가속페달의 반응성은 평균에 속하나, 킥 다운을 허용하는 깊이가 약간 얇았다. 이때 낮은 기어를 무는 과정도 빨라 추월에 부담이 없다.

엔진의 출력은 1,515kg의 공차중량을 이끌기에는 충분하다. 주행 내내 부족한 부분은 없었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빠르게 튀어나가니 굳이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절로 여유로운 주행을 즐기게 됐다. 6단 기어비가 상당히 길었다. 회전수를 낮춰 연비를 벌기 위함이다. 절로 조용해지는 효과도 있다.
 

방음성은 뛰어났다. 실내 소음은 차급을 고려했을 때 평균 이상이고, 항속 주행 때는 더욱 뛰어나다.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엔진음이 실내로 파고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소음을 줄이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소리를 차단하고 흡수하는 재질의 사용을 늘였다. 또한 소음의 파장을 측정해, 사람 음성과 유사한 소음을 줄이는 데 더 공을 기울였다고 한다. 카펫에도 소음차단 구조를 적용할 정도다.

서스펜션도 새롭게 매만졌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 링크 구조는 유지하되, 코일 스프링의 비율과 쇼크업소버의 댐핑 특성을 바꿨다. 그 결과 승차감은 상당히 여유로우면서도 안정적이다. 무른 서스펜션을 좋아하는 미국적 특색에 맞추면서도, 토요타 특유의 안정감을 담아냈다. 충격을 흡수하고 되돌리는 조화가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의 범위가 크면, 반발력 세팅이 더욱 중요해진다. 물결치는 도로나, 노면 충격이 연속되는 구간에서 차체 진동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절묘한 값을 찾았다. 반발력이 점진적이라 충격이 연속되는 구간에서도 안정적이다. 세팅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 고속주행이 상당히 불안해진다. 허나 캠리를 몰고 빠르게 달릴 때는 전혀 불안감이 없었다. 단단한 차체 또한 제 역할을 충실히 했다. 뒤쪽 차체와 서브 프레임을 새로 적용해 비틀림 강성을 높였다. 그 결과 뒷바퀴의 노면 추종성이 조금 더 좋아졌다.

스티어링 감각은 이전과 같다. 약간의 유격을 둔 것은 고전적이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을 적용해 반응성을 높였다지만, 노면의 감각을 읽긴 어렵다. 스티어링을 타고 오르는 불안한 감각이 없다는 것은 만족스럽다. 고속으로 달릴 때 계속 스티어링 보정을 요구하는 차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본기를 보인다.
 

2.5L 휘발유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아타자 휘발유 모델의 것과는 달라진 계기판이 시선을 끈다. 휘발유 모델에서는 엔진회전수를 표시하던 왼쪽 타코미터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동 상태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로 바뀐다.

인디케이터는 충전, 에코, 파워의 3가지 구간으로 나뉜다. 에코 구간이 넓은 것은 연비 운전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계기판 가운데 달린 4.2인치 LCD 스크린에는 설정에 따라 에너지 흐름, 연비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띄울 수 있다. 휘발유 모델을 탈 때는 주로 내비게이션을 띄워놓았지만, 하이브리드에서는 아무래도 에너지 흐름을 띄우게 되는 등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효과가 있다.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출발은 언제나 고요하다. 시작은 전기모터가 맡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의 출력은 약 143마력.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아 공차중량이 110kg 늘어나 1,625kg가 됐지만, 출발은 부드럽고 느긋하다. 모터만으로 달릴 때는 계기판에 ‘EV’ 글자를 띄우는데, 꽤 속도가 올라도 EV 글자는 꺼질 줄 몰랐다.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엔진이 깨어난다. 직렬 4기통 2.5L 엔진의 최고출력은 158마력이다. 배기량은 휘발유 엔진과 같지만, 최고출력이 적은 이유는 압축비가 아닌 팽창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출력을 높이려면 좀 더 많은 공기를 압축해 폭발시켜 강한 힘을 얻어내야 한다. 허나 이 과정에서 연비를 잃는다. 그렇다면, 조금 적은 공기를 압축하면 힘은 줄어들어도 연비는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흡기와 배기 밸브를 열고 닫히는 순간을 약간 길게 잡아, 일반적인 엔진에 비해 적은 공기를 압축하면서도, 폭발행정 후 피스톤이 밀려나는 길이는 같게 만들었다. 이러면 토크가 떨어지지만, 시작과 강한 토크를 내는 전기모터와 맞물리는 하이브리드라면, 토크 문제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특히,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구조는 엔진과 모터 2개가 맞물린 형태. 모터 하나는 엔진과 맞물려 전기를 만들고, 나머지 모터는 자동차를 움직일 힘을 내준다. 즉, 모터만 사용할 때는 엔진이 깨어나지 않지만, 엔진이 깨어나면 무조건 모터가 같이 움직이기에 힘의 부족을 눈치챌 수 없다. 엔진과 모터를 합친 총 시스템 출력 또한 203마력으로, 2.5L 엔진 얹는 휘발유 모델보다 높다. 그래서 가속감은 휘발유 모델보다 더 팽팽하다. 변속기는 모터와 유성기어를 사용하는 E-CVT 방식이다. CVT 방식이다 보니 엔진회전수를 조절하며 리듬감 있게 달리는 맛은 없지만, 항상 반응이 일정해 빨리 몸에 익는다.
 

모터의 출력이 143마력으로 높은 것은 전력을 키우는 컨버터 덕분이다. 전기 에너지의 양을 뜻하는 전력은 전압과 전류를 곱한 값이다. 전압을 높이면 그만큼 많은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토요타는 배터리의 전압을 컨버터를 통해 높여서 사용한다. 배터리의 전압은 244.8V지만 컨버터를 거치면 최대 650V까지 오른다. 에코모드에서는 500V까지만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모터는 결국 얼마나 많은 전력을 보내느냐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승차감은 더욱 안정적이다. 모터와 배터리 등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면서 무게가 늘어났다. 배터리는 뒷좌석 뒤로 숨겨 무게 균형을 맞췄다. 그만큼 달라진 서스펜션의 차이도 있겠다. 휘발유 모델의 주행감각이 약간 떠 있는 느낌이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조금 더 낮아진 느낌이다.

에코 모드를 켜고 달릴 때는 가속페달과 엔진의 반응을 낮춰 느긋하게 달린다. 더욱 연비를 아끼고 싶다면 EV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시속 40km가 될 때까지 엔진을 켜지 않는다. 시속 40km를 넘어서면 엔진이 깨어난다. 막히는 길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토요타는 EV 모드를 선택하면 배터리 충전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40km로 최대 7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했다. 정체구간을 충분히 통과하고도 남는 셈이다.
 

시속 100km로 순항할 때, 가속페달을 놓으면 타력 주행으로 꾸준히 달린다. 엔진 브레이크를 걸고 싶다면, 레버를 아래로 당겨 B모드로 바꾸면 된다.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인다. 실제로는 엔진이 아닌 모터의 저항을 통해 속도를 줄인다. 이 과정에서 전기를 만들어 다시 배터리로 보낸다. 이를 회생 제동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도, 유압 브레이크와 동시에 회생 제동이 작동된다.

두 대의 주행감각을 비교한다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더 차분한 주행감각과 높은 완성도 때문이다. 연비도 더 뛰어나 복합 연비가 16.4km/L에 달한다.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이 약 900만원 더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연비를 제외하고서라도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높은 완성도와 주행 질감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캠리와 비슷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중형 세단들은 이미 시장에 상당수 있다. 다양한 편의장비를 원한다면, 이제 비슷한 가격까지 치고 올라온 국산 중형 세단을 염두에 둘 수 있겠다. 하지만, 캠리를 돌아볼 가치는 차고 넘친다.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 차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편의장비를 쓰는 맛은 부족할지언정, 안전과 주행에 필요한 장비는 부족하지 않다. 특히, 에어백이 그렇다. 앞좌석, 앞좌석 무릎, 앞좌석 사이드, 커튼, 뒷좌석 사이드의 총 10개를 기본으로 단다. 특히 뒷좌석 사이드 에어백의 경우 동급에서는 캠리에만 달린다.

캠리는 남들과 다른 화려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허나 타면 탈수록 합리적인 철학과 출중한 기본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은근한 매력이 있는 차다. 크고 편안함을 쫓는 미국식 합리주의에 섬세하고 꼼꼼한 만듦새를 더한 결과물은 오래두고 인생을 함께할 가치를 높여준다.

글 · 안민희 에디터
사진 ·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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