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흐름. 크로스(X)로 다가온 트렌드 ‘크로스러너’
상태바
새로운 흐름. 크로스(X)로 다가온 트렌드 ‘크로스러너’
  • 나경남 기자
  • 승인 2015.01.20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터사이클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대형 모터사이클 쇼가 2014년엔 2개나 연달아 열렸다. 독일 쾰른에서 2년 주기로 열리는 인터모트(INTERMOT)와 매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EICMA가 올해에는 겹쳐졌기 때문. 대부분의 메이커에서 2015년을 노리는 모델들이 모두 발표된 셈이다. 그 경향의 중심에는 크로스러너가 있다.

도로 위를 지향한다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가장 단단한 장르 중 하나는 듀얼 퍼포즈다.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아우를 수 있는 구성과 대배기량 모델다운 당당한 차체로 투어링에 필요한 짐을 수납하기에도 적당하며, 운동성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포장도로에서 주로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비포장도로 주행성능을 노린 부분이 다소 약점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편안한 포지션과 상당한 수준의 출력을 발휘하면서 누구나 라이딩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크로스러너’라 할 수 있다. 이런 라이딩의 즐거움을 누리는 경험은 동승자에도 당연히 제공된다.

‘크로스러너’란 이름은 지난 2010년 혼다에서 발표한 ‘VFR800X 크로스러너’의 이름에서 출발한다. 2010년 당시만 하더라도 전 세계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의 가장 강력한 트렌드는 ‘듀얼 퍼포즈’였다. 때문에 V형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오프로드 주행성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도 듀얼 퍼포즈의 외관을 따른 ‘크로스러너’의 등장은 의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2015년에 등장할 모터사이클이 거의 모두 공개된 현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혼다는 이미 5년 전부터 준비한 셈이 된다. 물론 이 역시 스포츠 투어링 장르에서 갈래를 달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스포츠 투어링 장르는 온로드 모터사이클의 형태에서 방풍성이나 동승자의 승차성을 높이거나 수납공간을 넓힌 것이었을 뿐, 듀얼 퍼포즈 장르와는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장르로 구분 지을 필요도 분명히 존재한다.
 

Honda VFR800X CrossRunner
혼다의 VFR800X 크로스러너는 지난해 데뷔한 VFR800F의 V형 4기통 엔진을 계승해 신모델로 다시 시장에 등장한 모델이다. 혼다의 레이스 기술이 그대로 녹아든 V형 4기통 엔진은 그 명성이 대단하다. 유럽시장 내에서 한동안 스포츠 투어링 모터사이클의 절대적 강자로 자리매김한 것에 이어, 그 인기를 크로스오버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은 앞서 밝힌 것처럼 이미 2010년에 이뤄졌다. 물론 당시에는 크로스러너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타 브랜드들에서도 크로스러너와 흡사한 콘셉트를 제시하고 있어 그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누구보다 먼저 뛰어든 셈이며, 그에 따른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BMW R1200RS, S1000XR
대배기량 모터사이클 시장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BMW는 R1200RS와 S1000XR을 시장에 내놨다. R1200RS는 독일 자동차들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렌슈포르트(RennSport)의 약자를 사용한 모델이다. 과거의 RS 시리즈들은 전통적인 박서 엔진을 사용한 가장 스포티한 모터사이클로 대표됐지만, 현재의 R1200RS는 올라운더의 성격을 다분히 갖고 재탄생된 모델이다.
 

S1000XR은 지난 2008년 등장해 전 세계 슈퍼스포츠 모터사이클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한 자사의 S1000RR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고성능의 엔진에 상대적으로 편안한 포지션과 다양한 노면 상황을 고루 포용할 수 있는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방풍성을 높인 윈드 스크린 등으로 자사의 듀얼 퍼포즈 R1200GS의 외형도 많은 부분 닮아 있다. 하지만 S1000XR은 듀얼 퍼포즈로 내세우지 않는다. 크로스오버가 핵심이며, 온로드 지향성이 강하다. BMW에서는 이를 두고 ‘어드벤처 스포츠’란 명칭을 내세웠다. S1000XR의 XR이 갖는 의미가 결국 크로스오버에 있음은 충분히 암시됐다.
 

MV Agusta Turismo Veloce 800 Lusso
이탈리아의 명가 MV아구스타는 직렬 3기통 F3 엔진 시리즈로 라인업의 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전의 직렬 4기통 엔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한편. 특유의 매혹적인 디자인은 그대로 계승됐다. 물론 질감도 여전하다. 투리스모 벨로체는 직역하자면 ‘빠른 투어링’을 의미한다. 업라이트 포지션으로 듀얼 퍼포즈의 포지션을 따르지만 온로드 지향성이 짙다. 동승자를 위한 시트와 대형 리어 사이드 케이스를 장비해 투어링의 편의성도 높였다. 높은 동력 성능은 물론이지만 새로운 트랜드가 될 ‘크로스러너’ 장르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다임러 그룹으로 편입된 MV아구스타는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Ducati Multistrada 1200S
두카티의 멀티스트라다라는 이름은 ‘다양한 길’을 뜻한다. 듀얼 퍼포즈로 제시되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며, 시내 주행과 투어링, 오프로드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재탄생한 멀티스트라다는 무엇보다 엔진이 달라졌다. 가변식 벨브 타이밍 장치를 기존의 테스타스트레타 엔진에 추가해, 보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미리 대응한 모습이다.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은 여전할뿐더러 더욱 완숙미를 갖췄다.
 

Yamaha MT-09 Tracer
야마하 역시 이와 같은 트렌드를 따랐다. 지난 2013년 출시되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MT-09를 바탕으로 개발한 ‘MT-09 트레이서(Tracer)’를 내놓은 것. MT-09는 배기량 847cc의 3기통 엔진을 얹고 최고 115마력을 낸다. 투어링에서 유용한 윈드 실드와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차체 카울, 확대된 연료 탱크 등이 적용됐다. 또한, 라이더의 체형에 맞게 시트고를 조절할 수 있다. 헤드라이트도 트윈 LED를 적용해 인상도 크게 바뀌었다. 3단계 조절이 가능한 출력 특성 조절 모드인 ‘D모드’도 MT-09와 마찬가지로 적용되었지만, 모터사이클의 특성이 크게 변화한 만큼 보다 부드러운 스로틀 반응성과 범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스포츠 라이딩부터 투어링, 시내 주행 등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고 야마하는 밝히고 있다.
 

Triumph Tiger 800 XRx
영국의 자존심을 건 브랜드 트라이엄프는 자사의 베스트셀링 듀얼퍼포즈 타이거 800에 XR 시리즈를 추가했다. 기존의 타이거 800 시리즈는 직렬 3기통 엔진을 얹은 듀얼 퍼포즈 모터사이클이었다. 타이거 800 XRx는 총 3단계의 라이딩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크루즈 컨트롤과 센터 스탠드, 핸드 가드, 조절 가능한 스크린 등이 기본 포함된다. 기존의 XC 시리즈는 와이어 스포크 휠을 사용하여 오프로드를 겨냥한 반면, XR 시리즈는 캐스트 알루미늄 휠을 적용해 보다 온로드 주행성에 집중했다.
 

Kawasaki Versys 1000, 650
일본의 가와사키 중공업은 자사의 버시스(Versys) 1000과 650 모두 직렬 4기통 엔진을 얹고 있다. 듀얼 퍼포즈 장르로 보기에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무게를 갖고 있지만, 2015년형으로 새롭게 선보인 버시스 시리즈는 오히려, 앞으로 ‘크로스러너’의 장르라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디자인도 현대적이며, 가와사키 특유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글 · [더 모토] 나경남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