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test SUV, 닛산 캐시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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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test SUV, 닛산 캐시카이
  • 최주식 편집장
  • 승인 2015.01.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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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콤팩트 SUV 붐을 일으킨 캐시카이는 이 분야의 벤치마커. 도시형 SUV의 장점뿐 아니라 뛰어난 운전재미를 자랑한다

닛산 캐시카이는 콤팩트 SUV의 선구자는 아니지만, 오늘날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서 콤팩트 SUV의 벤치마커가 되고 있다. 2007년 1세대 캐시카이가 선보인 이후 이를 본받은 수많은 모델들이 등장했지만 누구도 캐시카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특히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독보적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SUV의 인기가 높지 않은데, 콤팩트 SUV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심에 캐시카이가 있다.
 

대중적인 콤팩트 크로스오버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캐시카이는 영국에서 플래티넘 히트를 기록했다. 표면상 테라노(Terrano)를 대체하는 것이었지만 예상 밖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개발 당시 연간 생산 목표 8만대는 어느새 4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현재 캐시카이는 전 세계에서 200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6년 만에 등장한 2세대 역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에서 디자인과 설계의 대부분이 이루어진 신형 캐시카이는 이전보다 차체 길이가 47mm 더 길어졌다. 그리고 더 낮고(-16mm) 넓어져(+23mm) 전체적인 자세가 매우 안정적이 되었다.
 

신형 캐시카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새로운 CMF(Common Module Family)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엔진 베이, 실내, 앞뒤 차체로 따로 나눠지는 CMF는 공용 플랫폼에 비해 각 부분의 구조를 바꾸기 쉽다. 따라서 각기 다른 크기의 차체를 만들 수 있다. 르노-닛산은 이 CMF 아키텍처로 14개의 모델을 내놓고 2020년까지 더욱 폭넓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의 닛산 디자인은 확실히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세그먼트별로 추구하는 목표가 명확해서 보기 좋다. 우선 V-모션 그릴과 부메랑 타입의 리어램프가 닛산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그리고 SUV지만 공기저항계수(Cd) 0.32의 날렵한 차체가 매끄러운 인상을 준다. 낮고 넓은 차체가 안정감을 주면서 커 보인다. 편안하게 다가가는가 싶지만 의외로 근육질이다. 날카로운 디테일을 더해 역동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잔근육이 고르게 발달해 부담스럽지 않은 느낌을 준다. 패밀리카와 스포티한 성격을 잘 반영한 디자인이다.
 

유럽에서 1세대 캐시카이는 덩치 큰 SUV의 부담감 대신 해치백의 편안함과 실용성, 경쾌한 달리기 성능, 그리고 단단한 내구성으로 인기를 얻었다. 2세대는 여기에 실내 품질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다. 인체공학, 계기 배열의 집중도와 위치, 시인성과 효율성은 평균적인 독일차 수준 이상이다. 무엇보다 플라스틱과 메탈릭 등 소재의 질감이 좋아졌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넓게 느껴지고 지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달아 개방감을 키웠다.
 

뒷좌석은 심플하지만 공간 여유가 있고 앞 시트와 마찬가지로 착좌감이 좋다. 뒷좌석은 간단히 접어 트렁크와 연결된다. 트렁크는 얼핏 작아 보이는데 공간의 비밀이 있다. 듀얼 플로어 매트를 열면 숨은 공간이 자리한다. 트렁크 공간은 이전 세대보다 20L가 더 커졌고 뒷좌석을 모두 접어 적재공간을 넓힐 수 있다.
 

차체 키를 낮추고 너비를 키운 것은 안정적인 주행 자세에 도움을 준다. 특히 SUV처럼 키 큰 차체에는 더욱 그렇다. 스틸 모노코크 차체의 캐시카이는 적당한 무게감으로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느낌. 이미 입증된 닛산의 저중력 시트는 캐시카이에서도 몸에 익숙하게 맞는다. 시야는 넓지만 SUV 특유의 운전 위치가 높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초기가속은 충분하다. 최대토크가 나오는 1,750rpm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가속은 탄력을 받는다. 가속과 더불어 디젤 소리도 잦아져 부드러운 가속감에 빠져든다. 속도를 높여갈수록 차분하고 노면에 집중하고 있는 접지력을 확인하게 된다. 유럽 도로에 맞춰 이상적으로 세팅했다는 서스펜션은 우리 도로에도 적합해 보인다. 하체는 단단하면서 노면충격을 잘 걸러준다. 거친 노면에서도 불쾌한 진동을 전혀 전해주지 않았다. 감쇠력이 뛰어나고 좌우 흔들림이나 앞뒤 기울임도 잘 억제된 느낌이다. 더블 피스톤 쇼크 업소버가 저속에서 충격흡수를, 고속에서 플랫한 반응을 돕는다.
 

스티어링 휠은 알티마의 것과 비슷하다. 손에 착 감기는 그립이 더 좋고 가벼운 느낌이다. 기능도 더 많아졌다. 스티어링 휠이 가볍게 느껴진다면 세팅 메뉴에서 드라이브 어시스턴스를 선택한 다음 ‘스티어링 에포트’를 눌러 노멀을 스포트로 바꿔주면 된다. 그러면 한층 묵직하고 탄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4기통 1.6L 131마력 디젤 엔진의 SUV로서 품을 수 있는 가속력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날려버려도 좋다. 캐시카이의 진가는 가속이 진행될수록 두드러진다. 시속 80km→100km 가속이 빨라 고속진입에 전혀 머뭇거림이 없다. 다음 단계로의 이행 역시 수월하다. 고속주행에서 인상적인 것은 안정감 그리고 조용하고 쾌적한 승차감이다.
 

사실 더 인상적인 것은 날카로운 핸들링이다. 치밀하고 정확한 핸들링은 마치 핫 해치의 주행감각과 흡사하다. 액티브 트레이스 컨트롤,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액티브 엔진 브레이크 등 3가지 기술로 이루어진 섀시 컨트롤 시스템은 세밀한 조향 각도, 휠의 속도,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민첩하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제동성능도 뛰어나다.

기어비가 넓은 CVT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가속을 뒷받침한다. 자트코(Jatco)제 2세대 X트로닉 CVT는 변속비 폭이 넓어지고(+17%) 마찰저항이 줄고(-40%) 연비가 향상된(+10%) 것이 특징. 그리고 닛산에서 디젤 엔진과 CVT의 조합은 캐시카이가 처음이다. 저회전에서 높은 토크에 대응하기 위해 스틸 벨트 대신 체인 벨트를 채용했다. 기존 CVT와 다른 점은 기어 변환 느낌을 주는 다이내믹 스텝 시프트 기능을 추가한 점이다.
 

그럼에도 이게 좀 밋밋하다고 생각되면 기어레버를 왼쪽으로 밀어 넣으면 된다. DS, 바로 스포츠 모드다. 수동변속 범위는 7단. 기어레버를 아래위로 움직이며 수동변속을 즐기는 순간, CVT는 잊게 된다. 변속 반응은 빠르고 주행 질감은 한층 스포티해진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개입은 하지만 운전자의 의도를 앞지르지는 않는다. 엔진 브레이크 효과도 즉각적이고 강력하다.

수동 모드가 꼭 스포티한 주행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가령 D 모드에서 시속 120km를 달릴 때 rpm은 2,600 부근에 자리하지만 DS 모드에서 7단을 놓으면 2,100rpm으로 떨어진다. 스포티한 주행과 더불어 효율적인 운전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캐시카이의 가격경쟁력은 높다. 특히 차선 이탈 및 사각지대 경고, 운전자 주의정보, 이동물체 감지, 어라운드 뷰 모니터,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 기능을 추가한 플래티넘 모델의 장비 수준은 놀랄 정도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주차할 때나 빠져나갈 때 매우 유용했고, 평행 또는 직각 주차를 도와주는 자동 주차 보조 기능은 정확했다.
 

캐시카이는 디자인과 자세, 실내의 공간과 품질, 편의성과 실용성, 안전과 드라이빙 관련 장비의 수준에서 탁월한 기준을 제시한다. 모든 부분에서 왜 콤팩트 SUV의 벤치마커인가 하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왜 경쟁차들이 캐시카이를 따라잡을 수 없는지를 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바로 역동적인 주행성능이다. 편안하면서도 단호한 균형으로 이 차급에서는 넘볼 수 없는 운전재미를 선사한다.

글 · 최주식 편집장
사진 · 김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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