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GT, 폭스바겐 골프 G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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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GT, 폭스바겐 골프 GTE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 승인 2014.11.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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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하이브리드가 과도기적인 차였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상적인 차의 위치에 올라섰다. 골프 GTE가 바로 그 중심에 들어왔다

환경과 연료 이야기는 이제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야기가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법은 없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 즉 상대를 설득하는 방식이 아닐까. 설득을 하기 위해서는 논리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꾸준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서 상대는 바로 소비자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취향은 다양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제품들을 돌아보자. 크기와 모양, 기능 등 그 다양성을 따지면 종류는 무한하다. 음식과 패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패션도 패스트푸드처럼 소비되는 시대, 이 모두가 소비자의 다양하고 변덕스런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근데 이야기가 자동차에 이르면 좀 복잡해진다. 비용이 막대하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연료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가 흔히 아는 어떤 차종은 휘발유 한 가지뿐이다. 그동안 휘발유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많이 판매해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디젤이 대세를 형성하자 마지못해 디젤을 추가하고 있다. 어떻든 그 과정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근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폭스바겐 골프 이야기다. 골프는 다양한 파워 트레인을 갖추고 있는데 휘발유, 디젤, 천연가스, 그리고 전기차가 있다. 그리고 오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난다. 폭스바겐은 이로써 현존하는 모든 드라이브 시스템을 하나의 모델 시리즈에 적용한 최초의 자동차회사가 되었다. 다양한 파워 트레인은 환경과 트렌드를 반영한 시대의 산물이지만 결국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카가 갖는 의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성으로는 받아들여도 감성으로는 잘 안 되는 경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전기차로부터 또는 하이브리드 카로부터 설득당하지 않았다. 그럼, 오늘 만나는 GTE의 설득력은 과연 어떨까?
 

골프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이름 GTE에 주목하자. GTI, GTD에 이은 세 번째 GT(Gran Turismo) 시리즈로 하이브리드 카지만 GT의 유전자가 담긴 스포티한 모델임을 암시한다. 1L 카 XL1과 전기차 e-골프 및 e-UP!에 이은 폭스바겐의 네 번째 e-모빌리티이며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보면 투아렉 하이브리드와 제타 하이브리드에 이은 세 번째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토대로 2018년까지 전 세계 e-모빌리티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고자 한다.

GTE의 스타일은 골프 그대로. 다만 프론트 그릴 아래쪽 바에 파랑색을 입히는 등 블루를 테마로 했다. GTI가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부분은 모두 파랑으로 바뀐 셈이다. 브레이크 캘리퍼도 파랑색이다. 그리고 C자형 주간주행등이 GTE의 차별화를 완성한다. 후면부의 리어 스포일러는 GT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투영한다.
 

실내의 테마 역시 블루다. 골프를 디자인한 클라우스 비솝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색상인 블루는 시트와 장식용 스티칭, 그리고 패블릭 디자인에 고급스럽게 배색되어 있다. 그리고 파란색 무드등은 e-모빌리티 세상으로 가는 시각적인 가교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6.5인치 터치스크린은 기존과 같지만 GTE만의 특별한 기능이 추가된다. 전기식 주행거리 모니터와 에너지 흐름 표시기, e-매니저, 360도 레인지, 카넷 e-리모트 등이다. 카넷 e-모니터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GTE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세팅할 수 있다. 그리고 계기판 왼쪽에는 파워미터가 자리해 회전속도계를 보조해준다. 고압 배터리가 재생 브레이킹을 통해 충전이 되는지 또는 얼마큼의 에너지가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카로부터 설득당하기 어려웠던 요인 중 하나는 연비였다. 복잡하고 낯선 파워 트레인인데 디젤보다 연비 우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NEDC(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위한 유럽 국가 배출 총량지침) 기준으로 골프 GTE의 복합연비는 L당 66.6km(1.5L/100km)에 달한다. 그야말로 솔깃한 수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g/km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어쩌면 부차적인 부분이다.

골프 GTE의 국제 시승회가 열린 스위스 취리히에서 GTE를 만났다. 공항 주차장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카 타워의 차들처럼 정연하게 줄지어 선 시승차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시동을 걸면 전기차처럼 조용하다. 자동으로 E-모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계기판에 ‘준비’ 사인을 확인하고 출발이다.
 

리마트강을 중심으로 로마시대부터 형성된 중세풍의 도시,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의 도시. 멀리서 보면 고즈넉한 풍경과 달리 도심에 들어서면 전차와 자동차들이 뒤섞여 달리는 복잡한 모습이다. 비교적 신호등이 많아 자주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지만 의외로 교통흐름은 원활했다. 도심에선 E-모드를 눌러 오직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난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아” 말하고 싶어진다. E-모드에서는 전기차 e-골프처럼 움직인다. 고양이처럼 움직임은 조용히 미끄러지듯 기민하며 제동도 빠르다. 차창 밖으로 아름다운 도시풍경이 빠르게 사라져간다.
 

1.4L TSI 휘발유 터보 직분사 150마력 엔진, 그리고 75kw(102마력)짜리 전기모터는 나란히 차체 앞에 자리한다. 그리고 뒤쪽에 배터리와 연료탱크를 실어 무게를 배분하고 있다. 달리기는 앞바퀴굴림 특성 그대로. 가볍고 경쾌한 몸놀림으로 전기 모드에서도 가뿐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도심을 빠져나오며 GTE 버튼을 눌러 TSI 엔진을 깨운다. GTE-모드에서는 액셀러레이터, 기어박스, 스티어링의 특성이 즉각적으로 스포티하게 튜닝된다. 카랑카랑한 배기음을 들으며 GTI의 다이내믹한 가속감을 즐기는 순간, 잠시 전기차는 잊는다. 그럼에도 전기차의 특성은 드러난다. 강력해진 토크의 특성 때문에 가속할 때 토크 스티어가 나타났다. 이 또한 운전 재미다. 토크 스티어를 바로잡으며 달리는 손맛이 짜릿하다.
 

주행모드는 그밖에 하이브리드 오토와 배터리 홀드, 그리고 배터리 충전 모드 등 총 다섯 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전기차 특성은 회생 제동이다. 보통 차에서는 브레이크를 잘 안 쓰는 게 좋은 운전이지만 전기차에서는 브레이크를 잘 쓰는 게 미덕이다.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으며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그러면 주행거리는 더 늘어난다. 주행 중 감속할 때 발로 브레이크를 밟기 싫을 때는 기어레버를 아래로 당겨 ‘B‘ 레인지로 옮기면 된다. 더불어 패들 시프트를 적절하게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 가지 드라이빙 유닛이 동시에 작동할 때 시스템 출력은 204마력에 달한다. 풀 드로틀로 액셀러레이터를 몰아붙이면 최고시속 222km가 나온다. 0→시속 100km 가속은 7.6초로 GTD의 7.5초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GT 배지를 그저 단 게 아니다. 그리고 E-모드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30km. 일상적인 주행에서 충분한 속도다. E-모드만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는 50km이며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총 주행가능거리는 940km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동 6단 DSG는 하이브리드에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3개의 클러치(듀얼 클러치+분리 클러치)를 적용했다. 분리 클러치는 TSI를 주행 중인 프런트 액슬로부터 끊어 코스팅, 즉 운동에너지를 사용한 탄력주행으로 연비를 절감한다. 특징적인 것은 전기모터와 DSG를 하나의 부품 케이스로 통합시킨 것. 이를 위해 1.4 TSI 엔진을 왼쪽으로 살짝 이동시켰다. GTE의 6단 DSG는 일반 드라이브의 6단 및 7단 DSG와 유사하게 작동해 추진력을 해치지 않고 순식간에 기어를 변속시킨다.
 

전기차와 휘발유 터보 엔진이라는 두 가지 특성은 따로 또 같이 작동하며 새로운 달리기의 세계를 만들었다. 복잡한 도심에서 그리고 와인딩 로드와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만족스런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서로 다른 동력원으로 전환할 때 위화감이 전혀 없다는 데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자연스러운 운전과 더불어 스포티한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게 GTE의 포인트. 무엇보다 먼 거리를 안심하고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설득력을 높여주었다.

글 · 최주식 [오토카 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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