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승의 제왕, 크로스오버 MPV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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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승의 제왕, 크로스오버 MPV 대결
  • 닉 캐킷(Nic Cackett)
  • 승인 2014.11.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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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닛산 X-트레일은 안락성과 품위를 지닌 7인승으로 재래식 MPV와 라이벌 크로스오버를 공략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요즘 크로스오버는 7인승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밴을 대신할 수 있는 본격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꽤 오랫동안 그래왔다. 크로스오버의 구조적 장점의 하나는 큰 키에 있다. 제일 뒷좌석이 비슷한 규격의 왜건보다 훨씬 편리하게 짜여져 있다.

 

닛산의 신형 X-트레일은 MPV 영역으로 파고들었다. 아울러 포드 S-맥스, 세아트 알함브라와 푸조 5008 역시 친숙하고 아주 괜찮은 MPV들이다. 싼타페는 X-트레일만큼 근육질은 아니지만 차체가 묵직하고 미국차와 같은 인상을 준다. 닛산은 그동안 이미지 경쟁에서 승리하며 쥬크와 캐시카이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닛산의 라이벌들은 그 중요성을 무시하다가 타격을 받았다. 또한 캐시카이는 해치백과 같은 핸들링이 근본적인 매력으로 꼽혔다. 하지만 주부와 자녀들을 캐시카이로 소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닛산이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신형 X-트레일이다. 과체중인 기자 6명을 X-트레일에 싣고 도로와 트랙에서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먼저 실내를 들여다보자. 기본적인 7인승 배열은 시승 라이벌 5대가 모두 같다. 앞쪽에 2개, 2열에 3개, 그리고 트렁크 바닥에서 올라온 뒤쪽에 2개의 좌석이 놓였다. 사용자의 경험에 따르면 그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시승하면서 한바탕 휘몰아치자 당장 그 정체가 드러났다. 우선 알함브라가 벤치마크로 떠올랐다. 듬직한 2,919mm의 휠베이스(벤츠 E클래스보다 더 길다)를 갖췄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환한 실내공간도 눈에 띄었다. 기본장비인 슬라이딩 도어와 쉽게 접히는 좌석, 3열 출입도 수월했다. 5008과 S-맥스의 뒷좌석도 어른이 타기에 문제가 없다. 다만 S-맥스에서는 몇 가지 불만이 나왔다. 실용성 측면에서 이제는 늙은 느낌이 들었고, 2열 시트는 순순히 접히지 않았다. 3열에서는 뒤 아치의 싸구려 플라스틱을 제외하고 팔꿈치를 놓을 자리가 없었다. 비록 트렁크는 7명이 탔을 때도 285L의 용량이 확보되어 가장 컸지만, 우리 시승팀 대다수는 더 새롭고 재치 있는 5008에 앉고 싶어 했다.

 

사실은 누구도 이들 크로스오버의 초라한 뒷좌석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고르라면 가장 넓은 다리 공간을 제공하는 싼타페가 최고였다. X-트레일은 앞좌석과의 사이가 너무 빡빡해 무릎이 닿았고, 2열은 40/20/40이 아닌 60/40 분할 방식이어서 옆구리가 몹시 불편했다. 더불어 닛산이 ‘극장식’ 좌석이라고 주장하는 3열은, 사실상 바닥에 앉는 것과 마찬가지였는데도 천장에 머리가 닿을 지경이었다.

 

닛산에 따르면 과거 많은 고객들이 추가로 마련된 좌석과 더 큰 트렁크를 보고 캐시카이+2를 샀다. 하지만 이제 그 고객들은 돈을 더 주고도 더 작은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1천750파운드(약 300만원) 더 비싼 X-트레일은 뒷좌석을 접었을 때의 트렁크 용량이 현행 캐시카이보다 겨우 15L 더 크다. 당연히 여기 나온 라이벌 중 제일 작다. 반면, 싼타페는 그보다 71L나 크다. 그러나 600L가 넘는 MPV(모든 좌석을 접을 때 용량은 2,000L가 넘는다)와 비교할 수는 없다. 실용성 대결에서는 MPV가 단연 우세를 보인다.

 

S-맥스는 X-트레일보다 128mm나 더 길고, 54mm 넓다. 알함브라는 싼타페보다 45mm 더 높다. 이와 같은 크기와 무게의 차이는 주행성능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닛산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X-트레일은 1,595kg(싼타페보다 368kg 가볍다)으로 라이벌 중 제일 가볍지만 가장 느렸다. 128마력의 1.6L 디젤 엔진은 용량이 더 큰 라이벌과 비교해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경제성은 앞서겠지만 X-트레일 오너가 불만을 토할 이유가 있다.

 

훨씬 무거운 세아트는 138마력 2.0 TDI 엔진을 달아 제법 스피드를 낼 수 있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0.5초 앞설 뿐 아니라, 실제로도 큰 차이가 느껴진다. 더불어 닛산의 X-트로닉 자동 변속기는 허둥대는 CVT였다. 결국, 대형 크로스오버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싼타페가 당당히 증명했다. 산타페는 2.2L 엔진이 뿜어내는 42.9kg·m의 듬직한 토크를 타고 힘차게 전진했다. 오른발을 바닥까지 밟기도 전에 거침없이 달려갔다. X-트레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너그럽고 정숙한 돌파력이다.

 

또한, 닛산의 CVT는 드라이버의 의도를 무시하고 미리 작정한 대로 요란하게 달려갔다. 그러다가 심통이 나서 계속 밟아대면 덜커덕거리며 공회전으로 돌아갔다. 스포츠 모드에서 반응이 약간 좋아지기는 하지만, 다소곳한 포드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쿨렁한 5008의 자동 변속기에도 뒤졌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닛산의 장점은 라이벌을 앞서는 경제성이다. 알함브라와 비교하면 CO₂ 배출량이 11g/km 적고, 연비는 23.6km/L로 2.1km/L 앞선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더 가벼운 6단 수동 변속기 모델이 시승에서 실제로 19.1km/L의 연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핸들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X-트레일은 가벼운 무게와 우월한 민첩성을 꾸준히 살리지 못했다. 하드웨어의 조율보다 정밀도가 더 큰 문제였다. 단독으로 시승할 때는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같은 구간을 반복 시승한 결과 허점이 드러났다.

 

과격한 움직임에서도 S-맥스와 싼타페의 아늑한 실내는 X-트레일과의 차이를 가늠하게 했다. 이가 갈리는 기어박스를 접어두고 단단한 각오로 덤비자 X-트레일은 제법 효과적으로 반응했지만, 스티어링은 포드의 탄력적인 피드백이나 5008의 놀랍도록 정확한 반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저항하는 자세만은 절도를 잃지 않았다. X-트레일은 그립에 일관성이 있었고, 2톤에 가까운 싼타페보다 더 빨리 적응했다. 하지만 딱 부러지게 부족한 무엇이 있었다. 중노동의 고역을 치르지 않고도 잽싸게 그립을 찾는 싼타페의 재능이었다. 닛산은 가벼운 무게와 덩치를 역동적으로 살리는 능력이 없었고, 개성이 아니라 두리뭉실한 능력으로 관심을 끌 뿐이었다.

 

하찮은 주관적 평가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판정기록에서 X-트레일을 추천대상의 꼴찌로 끌어내릴 의미 있는 근거였다. 여러 모로 닛산은 지금까지 기대했던 대형 크로스오버를 세상에 내놓았고 잘생기고 괜찮은 가격표를 달았지만, 어느 모로 보나 이 차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줬다.

이러한 성격이 이 비교시승에서 전면에 나타났다. 700파운드(약 120만원) 옵션으로 들여놓는 3열 좌석은 7인승 X-트레일의 정체를 알려주는 잣대가 됐다. 한마디로 5인승으로 바꾸는 게 옳다. 따라서 중급 스펙에 수동 변속기라면 캐시카이+2를 버리고 오기에 충분한 매력을 갖췄지만 MPV의 경우는 달랐다. 진정한 MPV들의 경쟁자가 될 수는 없었다. 5008은 가치가 제일 뛰어났고(전체적으로 더 작은 덩치에도 실내공간을 가장 재치 있게 꾸몄다), S-맥스는 운전 재미가 제일 뛰어났다. 그리고 알함브라는 자신의 역할을 가장 잘 해냈다.

 

이처럼 각자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자 싼타페가 왜 가장 앞선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싼타페는 확실히 실내공간이 가장 넓은 것도 아니었고, 시각적으로 가장 매혹적이지도 않았으며, 가장 경제적인 선택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몰아보면 몰아볼수록 한층 더 살갑게 다가왔다. 실용적인 대형차의 바탕을 편리하고 뛰어나게 담아냈다. 동시에 다양한 매력을 잘 살렸다. 개를 싣고 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고, 덩치 큰 어른을 가득 태워도 끄떡없이 잘 달릴 수 있을 만큼 건장했다. 또한, 집 앞에 세워둔 싼타페의 모습은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흐뭇했다. 의심할 여지없는 멋진 크로스오버다. 싼타페는 뛰어난 기능을 갖췄고, 캐주얼한 차체를 채우고 남을 헤비급 카리스마를 자랑했다. 트렁크에 2m짜리 짐을 넣고 다니는 버릇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추천할 최상의 대형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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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하게 조율된 승용차의 밸런스를 흔드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었다. 땀 냄새를 풍기고 욕설을 해대는 500kg의 인간을 차 안에 채우는 것. 그리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똑같이 실내를 채우고 똑같은 트랙에 몰아넣는 것이다. 각 메이커는 일부 좌석에 어린이를 태웠으면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기대를 저버렸다.

 

황당한 스피드로 몰아붙여도 위험한 차는 단 한 대도 없었지만 그중 선두는 5008과 알함브라였다. 푸조의 나긋한 댐핑이 과도한 압력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의혹은 근거가 없었다. S-맥스와 싼타페는 덜 인상적이었지만 사실상 대등했다. 싼타페는 최대 하중으로도 다른 라이벌보다 주행성능이 뛰어났다. 포드는 링에 돌아온 늙은 권투선수 같았다. 스프링이 추가 중량을 요리하지 못하자 당당하던 모습이 금새 일그러졌다.
 
 

뒷바퀴의 기계적 스트레스는 X-트레일이 가장 컸다. 심지어 승객석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을 잔뜩 먹은 6명의 덩치를 감당하느라 타이어 하나가 빠져나갈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트랙 표면에 포트홀이 없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글 · 닉 캐킷(Nic Cackett)
사진 · 스탠 파피오르(Stan Papior) / 루크 레이시(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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