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둘러싼 연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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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둘러싼 연비 논란
  • 임재현
  • 승인 2014.11.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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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에너지관리공단 웹사이트에 포르쉐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 918 스파이더의 연비 정보가 게재됐다. 918 스파이더의 국내기준 연비는 도심연비 9.3km/L‧고속도로연비 9.9km/L로, 복합연비는 9.6km/L다. 반면, 918 스파이더의 유럽기준 복합연비는 32.2km/L. 국내 연비가 유럽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V‧Plug-in Hybrid Vehicle)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함께 쓴다는 점에서 기존의 하이브리드 자동차(HV‧Hybrid Vehicle)와 같다. 하지만 외부 전기 공급 장치에 직접 연결해 충전할 수 있는 재충전식 대용량 배터리와 더 강력한 전기모터를 갖춘 점이 다르다. 대용량 배터리와 고성능 전기모터 덕분에 전기 에너지만으로 장거리‧고속 주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화석연료 소비 없이 오직 전기모터로만 최소 10마일 혹은 16km를 주행할 수 있어야 PHV로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HV인 토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전기모터로 시속 40km까지 주행할 수 있고, 최대 주행거리는 4km에 불과하다. 반면, 현재 시판중인 대부분의 PHV는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30~5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3년도 대중교통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주민의 하루 평균 통근거리는 편도 28.4km이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외부전원을 통해 충전하면, 순수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처럼 전기 에너지로만 통근이 가능한 셈이다. 또한, 전력 소진 시 내연기관으로 운행을 계속 할 수 있어 충전에 대한 부담이 없고, 장거리 여행도 가능하다. PHV가 EV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EV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높은 배터리 가격과 충전 인프라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짧은 주행거리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EV의 대안으로 PHV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PHV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8만5천여 대가 판매돼 전년 대비 31.5% 증가했다. 지난 5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 오토모티브’는 2020년 전기모터를 장착한 자동차 가운데 EV와 PHV 비중이 45:5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에서 EV와 PHV가 공존할 것이며, PHV가 더 높은 판매량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 것.

최근 PH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연비 논란이 불거졌다. 전기모터‧하이브리드‧내연기관을 혼용해서 쓰는 PHV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폭스바겐의 ‘리터카’(1-liter car‧연료 1L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자동차) XL1은 48마력의 2기통 800cc 터보 디젤 엔진과 27마력의 전기모터를 결합한 디젤 PHV다. XL1의 유럽기준 연비는 0.9L/100km. 우리 기준으로 자그마치 111km/L다. 이것은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상태에서 초기 50km를 전기모터로만 주행해 나온 결과다. 즉 전력을 소진한 상태라면, 연비는 55.6km/L가 된다. 배터리 충전상태에 따라 연비 차이가 2배로 벌어지게 되는 것.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배터리 충전상태에 따라 주행거리와 연비가 달라지는 PHV의 특성을 반영한 연비 측정법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EPA는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와 방전됐을 때의 연비를 병기해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측정방법에 따라 연비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포르쉐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경우, 유럽기준 복합연비는 32.3km/L인 데 반해, 국내에서는 복합연비 10.9km/L로 에너지소비효율 4등급을 받았다. 한국과 유럽은 PHV에 대한 기준이 따로 없어 HV와 동일한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한국은 배터리를 방전시킨 상태에서 측정하는 반면, 유럽은 배터리를 완전 충전시킨 뒤 측정하기 때문이다.

국내 연비 측정을 담당하는 에너지관리공단은 PHV 연비 측정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012년부터 EPA기준을 참고한 새로운 연비 측정방법과 기준을 연구해 관련 법안을 지난해 예고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에너지관리공단의 단독공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미뤄진 바 있다.

올해 초 청와대의 규제개혁 선언 이후 자동차 연비 관리제도가 대표적인 중복규제로 꼽히면서 본격적인 일원화 작업이 시작됐다. 관계부처 사이에 알력이 심해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관련 업무를 이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결국 관계부처인 국토부‧산업부‧환경부가 합의안을 도출해 지난 7월 10일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 시험방법 등에 관한 공동고시’(국토교통부 공고 제2014-924호)를 내고 행정예고를 통해 공개했다.

공동고시 별표 4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연료소비율측정방법’에 따르면, PHV의 에너지소비효율 및 연료소비율은 CD모드와 CS모드에서 각각 측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CD모드(Charge-depleting mode)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를 소비하며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드이고, CS모드(Charge-sustaining mode)는 배터리가 충전 및 방전을 하며 전기 에너지의 충전량이 유지되는 동안 연료를 소비하며 운전하는 모드다. 다시 말해,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조건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여 주행하는 조건에서 각각 측정한다는 뜻이다. EPA기준과 흡사한 방식이다.

이들 부처는 행정예고와 규제심사를 거쳐 지난 10월 1일 공동고시를 공포하고 시행했다. 포르쉐코리아도 이 시점에 맞춰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의 연비를 다시 측정 받을 예정이다. EPA기준에 따르면,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는 전기 모드로 최대 15마일(약 24km), 총 주행거리는 최대 540마일(약 864km)이다.

EPA기준 복합연비는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50mpg(약 21.3km/L), 엔진으로만 주행 시 25mpg(약 10.6km/L)다. 국내 결과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쉐코리아는 새 측정기준에 맞춰 재인증을 마치는 대로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와 BMW i8을 시작으로, 유럽산 PHV들이 국내시장에 속속 소개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올 연말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먼저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현대차 최초의 PHV인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글‧임재현

국내에 곧 출시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포르쉐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

▶엔진: V6 3.0L 슈퍼차저 휘발유 ▶시스템 최고출력: 416마력 ▶전기모드 최대주행거리: 36km ▶유럽기준 연비: 32.3km/L ▶국내 출시: 연내 (예정)

BMW i8

▶엔진: 직렬 3기통 1.5L 터보 휘발유 ▶시스템 최고출력: 362마력 ▶전기모드 최대주행거리: 37km ▶유럽기준 연비: 47.6km/L ▶국내 출시: 연내 (예정)

메르세데스-벤츠 S 50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엔진: V6 3.0L 트윈터보 휘발유 ▶시스템 최고출력: 436마력 ▶전기모드 최대주행거리: 32km ▶유럽기준 연비: 35.7km/L ▶국내 출시: 올해 하반기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엔진: 직렬 4기통 1.4L 터보 휘발유 ▶시스템 최고출력: 204마력 ▶전기모드 최대주행거리: 50km ▶유럽기준 연비: 66.7km/L ▶국내 출시: 내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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