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체로키와 바위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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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체로키와 바위산을 오르다
  • 안민희
  • 승인 2014.08.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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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체로키가 부활했다.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온로드 주행을 위한 기술로 무장한 신형 모델이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7년 만에 지프 체로키가 등장한 셈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13년 만의 부활이다. 2002년 체로키의 자리를 이어 등장한 후속 모델인 지프 리버티가 해외시장에서는 체로키 이름을 달고 팔렸었다.

그만큼 체로키의 이름값이 높았다는 얘기다. 지프하면 떠올리는 클래식 모델 중 하나다. 온 가족을 태울 넉넉한 실내공간에다 탁월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양립한 아빠들의 로망이나 다름없는 차였다. 신형 체로키 또한 온 가족을 태울 수 있는 본격 오프로드 머신이다. 허나 13년의 세월 동안 큰 변화를 더했다. 시대는 연비를 요구하고 도시적 삶에 어울리는 차를 원했다. 그래서 체로키는 완전히 새로운 지프로 거듭났다.

완전히 날카로워진 디자인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것. 각지고 네모난 디자인을 버리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지프를 상징하는 7개 그릴마저 비스듬히 꺾어 높이를 낮췄다. 옆으로 째진 눈처럼 날카롭게 뻗은 라이트는 주간 주행등과 방향지시등 역할을 한다. 그 아래 자리한 원형 헤드램프가 메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높이가 낮은 헤드램프는 반대편 운전자의 눈부심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실내 디자인은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바깥의 디자인 테마를 안으로 연결하는 느낌이다. 시트 및 일부 가죽은 나파 가죽 소재를 썼다. 허술하게 둔 부분이 없다. 가죽으로 꽁꽁 싸매지는 않았다. 사용된 플라스틱의 촉감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뒷좌석 또한 편했다. 다리 공간은 충분했고, 머리 공간도 아주 여유가 있었다. 뒷좌석을 앞뒤로 밀고 당겨 다리 공간과 트렁크 공간의 배분을 결정할 수 있다.

대시보드 가운데를 차지한 커다란 스크린은 차체 조작의 대부분을 맡는다. 다만 기본적인 음향 조작과 에어컨 조작부는 따로 아래에 두었다. 터치스크린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허나 흔들리는 오프로드에서 터치스크린을 만지기에는 조금 까다롭지 않을까? 바깥으로 조작부를 더 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기어레버 앞에는 오프로드 주행을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이 있다. 오토, 스노, 스포츠, 샌드/머드의 4가지 지형 선택이 가능하며, 언덕길 자동 내리막 주행 기능이나 4WD LOW(저속 기어) 선택도 가능하다. 각 모드마다 뚜렷한 차별을 뒀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에서는 브레이크 시스템의 개입이 최소화된다. 구동력도 뒷바퀴 위주로 4:6을 설정한다. 변속도 3,000rpm까지 미뤘다 한다. 가속 페달을 반 밟기 전까지 반응성을 민감하게 바꿔 빠릿한 감각을 자아낸다.

엔진은 최고출력 170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이다. 자동 9단 변속기와 맞물려 네 바퀴를 굴린다. 지프 라인업 중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릴 정도로 연비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변속기 제조사는 ZF다. 7, 8, 9단은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해 순항을 하기 위한 것이다.

지프는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9단 자동변속기를 달면 10~16%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연비를 높일 비장의 기능을 추가했다. 주행 중 상황에 따라 리어 액슬을 분리해 앞바퀴굴림으로만 달린다. 구동력 배분 중 손실분을 막아 연비를 더 높이기 위해서다.

시승 코스는 춘천고속도로를 따라 유명산으로 가서 사유지인 오프로드 코스를 밟고 오는 것. 먼저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는 길에 갖가지 편의·안전장비를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먼저 차선이탈방지시스템을 확인했다. 시속 60km가 넘으면 범퍼 앞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도로를 비춰 차선을 인식한다. 시속 160km가 넘으면 꺼진다지만, 체로키로 그만큼 달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로 차선을 넘어가려고 하면 스티어링 휠을 다시 꺾어 안으로 되돌린다고 한다.

먼저 차선 바깥으로 슬며시 붙어봤다. 차선을 넘진 않았다. 미약한 진동이 오기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을 바깥으로 더 꺾으려 하니 약한 반발력이 생기면서 다시 차를 차선 안쪽으로 되돌린다. 반발력은 설정에서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주위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선을 넘어봤다. 차선을 넘는 동안은 반발을 하는데, 중간을 넘어서면 반발력이 없어진다. 이미 넘어간 것 빨리 차선을 옮기라는 것 같다.

가속 페달을 꽉 밟아 가속을 시작한다. 엔진은 열심히 회전하지만 어느 정도 속도에 이르면 속도 상승의 폭이 크게 줄어든다. 고속주행을 즐길 차는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여유를 즐기며 가끔씩 속도를 내기에는 충분하다. 대부분의 운전자에게는 딱 맞는 고속주행 성능일 것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유유자적 주행을 즐겼다.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를 통해 앞에 있는 자동차를 확인하고 간격을 유지해준다. 간격은 스티어링 휠에 달린 버튼으로 조정 가능하다. 제한속도에 맞춰 세팅을 하니 앞에 차가 끼어들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차가 아예 멈추면 따라 멈춘다. 완전히 멈춰서고 다시 움직이려면 가속 페달을 툭 밟아주면 다시 움직인다. 명절이면 만나는 정체구간에서 아주 유용하겠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달릴 때 차선 변경을 위해 방 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출력을 높여서 가속하며 차선을 바꾼다. 차선 변경의 기본이 가속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아주 배려 넘치는 기능이다. 가급적 시험하고 싶진 않았지만,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도 있다. 전방에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면 경고음과 빨간 불을 띄워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제동력을 한순간 높여 차를 붙잡는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통과해 오프로드 코스를 향한다. 스포츠 모드로 달려보니 스티어링 휠의 답력이나 엔진의 응답성은 적절한 정도. 믿음을 가지고 굽이지는 길을 달릴 수 있었다. 오프로드 전문인 지프의 특성을 생각해 온로드 실력을 낮게 볼 것이 아니었다. 온로드 실력은 일반적인 도심형 SUV와 비슷하거나 약간 앞서는 정도다. 게다가 오프로드 실력은 무적에 가깝다.

산길에 들어서자 제법 위아래로 들썩인다. 살짝 창문을 열고 산의 냄새를 맡는다. 시원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창문을 닫았다. 먼지가 들어와서다. 슬슬 험난한 구간이 시작된다는 예고다. 비교 시승차로 따라온 타사의 SUV가 슬슬 걱정되는 시간이다. 밑을 긁어먹지는 않을까? 아직 험난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숲속 깊이 들어오자 이제는 위 아래로 요동치는 길을 통과한다. 아직 셀렉 터레인 기능은 오토로 둔 상태. 머드나 샌드 기능을 작동시킬 것도 없이 오토로만 둬도 대부분의 길은 통과할 기세다. 허나 순식간에 돌멩이로 가득 찬 바위 장벽이 보인다. 경사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과연 갈 수 있을까란 생각만 머릿속에 꽉 찬다. 랭글러를 탈 껄 그랬나 생각도 든다.

그런데 강사는 싱글벙글이다. 로우 기어로 갈아타면 무조건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지프니까. 다른 경쟁 모델들은 이미 숲속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먼저 그냥 바위산을 올라본다. 중간까지는 제법 잘 올랐다. 허나 땅을 파며 바퀴가 헛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춘 상황. 다시 조심스레 후진해 로우 기어로 바꾼다. 기어를 N으로 바꾸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로우 기어가 들어간다. 조심스레 산을 올라본다.

  오프로드 주행의 기본은 가속 페달 조절이다. 언덕을 오르며 중간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춰 선다. 그럼 다시 오르기 어렵다. 한 번에 부드럽게 오른단 생각으로 가야 한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밟되 지체가 된다 싶으면 더 깊게 밟아 구동력을 계속 이어야 한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굉음과 함께 천천히 산을 오른다. 바퀴는 헛돌다 다시 접지력을 찾고 바위를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며 성큼성큼 걸어 오른다. 정상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들기 직전, 이 길을 통과하는 즐거움과 차에 대한 믿음, 성취감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맛에 오프로드를 타는 거구나 싶다.

자신감이 붙어 이후의 길은 아주 쉽게 통과했다. 차를 믿고 수풀을 가로질러 길을 만들며 산 정상에 올랐다. 헬기가 정착하는 위치까지 올라 산을 내려다보니 등산객이 된 기분이 든다. 차이가 있다면 훨씬 편하게 체로키와 함께 올라왔다는 정도다. 차를 돌아보니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썼다. 차체 아래엔 물도 묻었다. 그런데 정말 예뻤다. 이 높은 곳까지 함께 오른 차에 대한 대견함이리라. 그리고 지프가 원래 흙 묻혀 타야 예쁘단 얘기도 있지 않은가.

요즘 캠핑이 유행이다. 그런데 도시형 SUV를 타면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진 캠핑장밖에 없다. 물론 사람들로 북적이는 캠핑장도 좋다. 그런데 체로키를 타면 같은 인원, 같은 짐을 싣고서도 훨씬 편하게 산에 들어갈 수 있다. 가는 곳이 전부 길이다. 그러니 어디든 원하는 곳에 세우고 지붕 위 텐트를 펼치면 되지 않을까?

비싼 돈 들여 타는 차를 모시고 다니느니 좀 더럽혀 가며 맘껏 즐기고 싶다. 지프에 대한 선입견을 바꿀 때가 됐다. 체로키는 오프로드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도시를 누빌 때도 아주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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