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420d x드라이브 그란 쿠페 스포트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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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420d x드라이브 그란 쿠페 스포트 라인
  • 임재현
  • 승인 2014.08.2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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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이전 3시리즈 라인업에서 쿠페와 카브리올레 등 스타일에 중점을 둔 모델을 분리해 ‘4시리즈’로 독립시켰다. 이제 세단과 왜건 등 ‘생활밀착형’(?) 모델들만 3시리즈 배지를 달고 있다. 이는 〈오토카〉 독자라면 이미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뮌헨의 상품기획자들은 3시리즈 그란 투리스모에 이어 4시리즈 그란 쿠페를 추가해 3시리즈와 4시리즈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총 6가지나 되는 차체 형태로 촘촘히 구성된 라인업을 보면, 소비자의 니즈를 물샐틈없이 충족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4시리즈 그란 쿠페의 길이와 너비는 각각 4,638mm와 1,825mm로 쿠페와 완전히 같다. 높이는 쿠페보다 12mm 높다. 세단과 비교하면 40mm 낮고, 14mm 넓다. 이러한 비례로 인해 4시리즈 그란 쿠페는 3시리즈 세단에 비해 늘씬하고 납작한 인상이다. 다만, 루프 라인이 쿠페만큼 날렵하지는 않다. 뒷자리 헤드룸 확보를 위해서다. 더욱이 6시리즈 그란 쿠페와 달리 5도어 패스트백 형태에 가깝기 때문에 뒤쪽 옆 창문 아래 자그맣게 붙은 ‘그란 쿠페’ 배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4시리즈 쿠페에 문을 2개 추가했다기보다, 3시리즈 그란 투리스모를 납작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쿠페’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앞자리는 여느 3시리즈 및 4시리즈 모델과 같다. 시트는 약간의 조작으로 금세 원하는 운전 자세를 찾을 수 있고, 지지력도 좋다. 전방위 시야가 대체로 좋은 편이고(룸미러를 통해 보는 뒤창은 다소 작다), 모든 버튼은 인간공학적으로 논리정연하게 잘 배치됐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게 작동돼 조작감이 좋다.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뒷자리. 일단 승하차가 편하지는 않다. 뒷자리에 타려면 높이가 낮아 머리를 많이 숙여야 하며, 시트가 휠 하우스 너머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엉덩이를 뒤로 던지는 감각으로 타야 한다. 하지만 일단 자리에 앉고 나면 의외로 공간이 넉넉하다. 특히 예상과 달리 앞뒤 다리 공간이 충분하다.

다만, 머리 공간은 빠듯하다. 머리 공간 확보를 위해 뒷좌석 머리 위 천장 내장재를 깊게 파뒀음에도 불구하고 신장 175cm 안팎까지가 사람답게(?) 앉아 있기 위한 한계치로 여겨진다. 멋진 외관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이 따르는 법. 해치 방식으로 열리는 전동식 리어 게이트는 상당히 높게 열리는데, 차량 설정을 통해 개폐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트렁크 용량은 480L로 320d 투어링에 비해 겨우 15L 작을 뿐이다.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최대 1,300L까지 확대된다.

4시리즈 그란 쿠페는 국내에 2.0L 휘발유와 디젤 엔진을 얹은 3개 모델로 출시됐다. 시승차는 그중 최상급 모델인 420d x드라이브 그란 쿠페 스포트 라인. 파워트레인은 N47 20d 엔진에 ZF의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여기에 네바퀴굴림 장치 x드라이브를 더했다. N47 20d 엔진은 BMW 그룹 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엔진 중 하나다. BMW 엔진명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서 엔진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N47 20d의 N은 엔진 개발 주체 또는 세대(현재 B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4는 실린더 수, 7은 터보차저, 20은 배기량, d는 디젤을 뜻한다. 엔진명만 봐도 4기통 2.0L 터보 디젤 엔진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N47 20d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이미 검증이 끝난 파워트레인이다. 시동을 걸 때는 요란하고, 정차 중일 때나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다소 덜덜거리고 거칠지만, 가속 페달에 얹은 발에 힘을 주면 금세 부드러워진다. 출발할 때 머뭇거림이 없고, 드로틀 전개에 따라 가속은 솔직하고 선형적이며, 엔진회전은 매끄럽고, 변속은 빠르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최근 볼보의 드라이브-E D4와 같은 완성도 높은 디젤 파워트레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예전과 같이 독보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여전히 동급 최고 수준임에는 틀림없다.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잘 억제됐다. 프레임리스 도어인 차는 구조적으로 풍절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기대 이상이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서스펜션의 상하 스트로크에 상당한 여유가 느껴진다. 이전 E세대 3시리즈가 선사했던 단단하게 조율된 감각은 많이 희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세대 3시리즈 세단과 비교해서 롤이나 피치 등 차체 거동의 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코너링 시 언더스티어 성향이 뚜렷해졌다. 네바퀴굴림인 탓도 있겠지만, 섀시 세팅 방향이 달라진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시승차는 18인치 휠을 끼웠음에도 불구하고 앞뒤 타이어 폭이 225mm로 같다. 이는 이전 세대가 17인치 사양부터 앞뒤 옵셋이 다른 휠과 폭이 다른(앞 225mm, 뒤 255mm) 타이어를 썼던 것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다. 이전보다 폭이 좁은 타이어를 뒤에 끼우고도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여주는 것은, 뒤 서스펜션이 많이 부드러워진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예상컨대, 하중이 걸릴 때 뒤쪽 휠의 토우 각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커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420d 그란 쿠페는 코너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둔하다는 뜻이 아니다. 여전히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보닛 끝은 기민하게 움직여준다. 이전 세대 3시리즈 세단보다 강직하고 예리한 감각은 줄었지만, 대신 훨씬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운전감각은 전반적으로 현세대 320d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란 쿠페의 널찍하고 낮은 자세를 보며 세단보다 스포티한 감각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F세대로 진화하면서 3시리즈는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많이 부드러워졌다. 4시리즈도 그 흐름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판 중인 동급 경쟁모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스포티한 자동차다. BMW는 그들의 장기인 ‘3시리즈 요리법’으로 변종을 만들었다. 아우디 A5 스포트백은 마침내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나게 됐다.

글 · 임재현

FIRST VERDICT
아우디 A5 스포트백이 껄끄러워 할 경쟁자

SO GOOD
실용성을 겸비한 멋진 스타일
훌륭한 파워트레인과 조종성

NO GOOD
6시리즈 그란 쿠페만큼 멋지지는 않은 외모
뒷자리 머리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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