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테스트 - 알파로메오 4C & 줄리아 스프린트 G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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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 테스트 - 알파로메오 4C & 줄리아 스프린트 GTA
  • 스튜어트 프라이스
  • 승인 2014.06.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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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장의 이글거리는 열기 속에서 알파로메오 4C가 어떤 존재인가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도로와 트랙에서 이미 알려진 모든 라이벌과 맞붙였다. 그 결과를 기사와 비디오에 담았다. 그럼에도 할 말이 남아 있을까? 4C는 한 세대에 가장 흥미로운 알파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지 못한 빛줄기로 새로운 것을 밝혀낼 참신한 시각이 있을까?

오직 하나. 적어도 제대로 된 알파로메오는 나름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의 대상이다. 절대로 귀찮게 굴지도, 곤혹스럽게 하지도 좌절감을 주지 않는 스포티카를 원한다고 하자. 그러면 4C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조율된 레이더의 끝자락에도 떠오르지 않는다. 포르쉐 카이맨을 고르고 말아야 한다. 그와는 달리 4C의 자태를 보고 알파 사랑의 붉은 피가 용솟음쳐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훨씬 완벽한 포르쉐에 흔들리지 말고 사소한 불편을 참아야 한다.

하지만 알고 싶어 하면서도 아직 모르는 게 있다. 현대적인 스포츠카가 아니라 알파로메오가 얼마나 좋은가를 모른다는 데 문제가 있다.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느 흥미로운 도로에서 4C를 몰아보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판단을 내릴 문제가 아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 심판의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4C를 비교해 판단할 벤치마크가 필요하다. 바로 그때 이 작고 빨간 물건이 등장했다.

그래서 48년 전 1966년 3월 25일로 돌아가 보자. 트랜스-아메리칸 세단 챔피언십 창설전이 열린 미국의 세브링 인터내셔널 레이스웨이 패독을 함께 둘러본다. 트랜스앰이라고 줄여 부른 레이스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머신에는 매력이 좀 떨어지는 타이틀이었다. 당시 2개 클래스가 있었다. 하나는 대형차 경기. 5.0L에 이르는 엔진으로 굉음을 울리는 괴물 플리머스 바라쿠다, 포드 머스탱과 닷지 다트가 타이틀을 놓고 맞붙었다. 또 다른 마이너 클래스는 2.0L 이하의 피라미들의 레이스. 레이스에서 별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할 유럽의 다양한 메이커를 끌어들이려고 만들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4시간 뒤 시상대 정상에 오른 머신은 미국제 대형 V8 5.0L가 아니었다. 요헨 린트라는 사나이가 몰았던 이탈리아의 1.6L 4기통 꼬마. 풀이 죽은 닷지는 “2.0L 이상 클래스에서 승리했다”는 궁색한 보도자료를 내놨다. 변덕스러운 초보자의 행운. 확실히? 천만에. 7경기를 마친 시즌 끝에 트랜스앰 창설전의 타이틀은 이탈리아의 신출내기에게 돌아갔다. 빵 칼 가운데 수술 칼이었던 알파로메오 줄리아 스프린트 GTA는 덩치 큰 라이벌을 자르고 정상에 올랐다. 대서양 이쪽 유럽에서도 이야기는 마찬가지. 그해 GTA는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ETCC) 타이틀을 휘어잡았다(이로써 로터스 코티나의 레이스 활동은 끝났다). 이듬해 1967년 GTA는 유럽 힐클라임 챔피언십 타이틀을 꿰차 정상의 영광을 더했다.

GTA는 너무 까다로워 경기 출전권을 따내는 최소물량 500대를 만드는 데 그쳤다. 당대의 기본형 스프린트 GT와 같은 겉모습. 하지만 완전 알루미늄 보디, 트윈플러그 엔진, 짧은 기어와 완전신형 서스펜션을 갖췄다. 한마디로 별종이었다. 오늘날 ‘스트라달레’ 버전은 모든 알파 로드카, 분명 2차대전 후 가장 존경받는 로드카로 우뚝 섰다. 게다가 GTA가 그중 하나. 진짜 500대 가운데 들어 있었다. 설사 카이맨이 4C 앞에서 밝은 빛을 자랑하더라도, GTA의 휘황한 불빛에 비하면 10w짜리 전구에 불과하다.

4C를 몰고 240km를 달려가서야 GTA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4C를 미워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승차감과 얇은 좌석이 내 허리를 괴롭혔고, 카본파이버 모노코크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도로 소음은 내 청각을 무디게 했다. 게다가 좌든 우든 그대로 뻗어나가려 고집을 부렸고, 한번은 도로에서 완전히 튕겨나갈 뻔했다. 이 더러운 날씨에 딱 한 가지 물 미끄럼만은 타지 않았다. 사실 그토록 가볍고 강성이 높을 뿐 아니라 광폭타이어를 신고 있는데도 궂은 날씨에 달리기 실력만은 놀라웠고, 날이 저물었는데도 쓸모가 있었다.

아무튼 그 차를 미워할 수 없었다. 혹은 적어도 미워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4C는 짜릿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비가 오는 어둠 속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에 몰두하며 재미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아가는 케임브리지셔의 시골도로에서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길조였다. 알파가 이 차에 담아낸 많은 항목에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수동박스가 없고, 터보엔진을 떠맡기고 있어 불편했다. 한데 최대한 가볍고 단단한 것은 기술상 가장 순수하게 최고가 아닐 수 없다. 파워 스티어링이 없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내가 이 차에 달고 싶지는 않지만 4C에 난폭하도록 능률적이고 필요할 때 힘을 쓰는 파워트레인도 좋았다.

4C는 작은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GTA 옆에 세울 때까지는…. 한데 놀랍게도 길이와 휠베이스가 거의 같았다. 다만 GTA는 뒷좌석과 큰 트렁크를 갖췄다. 그런데 너비 차이가 관심을 끌었다. 그 이유는? 피아트 판다와 페라리 F12의 차이보다 더 컸다. 그럼에도 GTA 옆에서도 4C는 뚱뚱해 보이지 않았다. 사실 베르토네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과 비교해도 4C는 뒤지지 않았다. 오늘날 모든 디자이너가 빠져나가야 하는 법적인 허점에 비춰 가장 훌륭한 업적이라고 할 만했다.

노즈에 달린 엠블렘을 제외하고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훨씬 크고, 둘 다 4기통 엔진으로 뒷바퀴에만 파워를 보낸다는 것 이상이었다. 절대 필수적인 수준에서 두 모델의 디자인은 경량을 추구했다. 그리고 다시 알파는 4C의 건조중량을 895kg(전비중량은 어림잡아 1,000kg에 더 가깝다). 장비를 완전히 갖춘 GTA의 745kg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이 차는 레이싱 카로 활약하던 시절 군더더기를 모두 들어내어, 대략 700kg에 더 가깝다. 현대의 정상적인 기준에 비춰 둘 다 황당하게 가볍다.

그리고 시끄러웠다. 새 차일 때 GTA의 클래식 트윈캠, 트윈스파크 4기통은 115마력을 토했다. 한데 이 차는 장거리 레이스 스펙으로 160마력에 근접했다. 콜록-켁켁-씩씩거리며 4,000rpm으로 올라간 다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캠 성격이 너무 예리해 마치 터보와 같았다. 거기서 7,600rpm(8,000rpm을 넘어도 안전했다)까지 올라가자 엔진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GTA를 어떻게나 빠르게 내모는지 현대의 자연흡기 1.6L로 추격하려면 케이터햄 세븐 슈퍼스포츠가 필요했다. 그리고 느린 장행정의 고전적으로 미끈한 알파로메오 5단 트랜스미션이 끼어들 뿐이었다.

4C의 회전대는 GTA만큼 높지 않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모든 터보토크 덕분에 GTA보다 더 빠른 느낌이 들었고, 힘이 훨씬 덜 들었다. 솔직히 사운드는 아름답지 않고 귀에 거슬렸지만 적어도 관심을 끌 만했다. 새로운 기어가 필요할 때 눈가에 통째로 노랗게 변하는 회전계가 마음에 들었다. 한번 당기자 덜컥 먹혀들었다. 나는 여전히 수동식을 좋아하지만, 4C 기어박스는 현대적일 뿐 아니라 이 환경에 잘 어울렸다.

그러나 우리는 직선도로에서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영국 차선에서 4C의 너비는 문제였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문제는 점차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출구 저쪽에 덩치 큰 무엇이 있어 알파의 옆구리를 긁을까봐 블라인드 코너에서는 조심스러웠다. 한데 스티어링이 너무나 정확하고 감각이 풍부해 차폭을 완벽하게 요리할 수 있었다. 캠버 변화와 그로 인한 관성주행에 대비하는 한 4C는 놀랍도록 빨리 안전하게 달렸다. 심지어 빗길에서도….

하지만 4C는 슬라이드를 거부했다. 심지어 우리 시승차는 옵션인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달았으나 슬라이더가 아니었다. 그립을 허비하기보다는 한곳에 몰아주도록 설계됐다. 진정한 즐거움은 등판을 누르는 힘이 점차 쌓이는 데서 나왔다. 주행선을 깔끔하게 지키고 거기서 생기는 가벼운 언더스티어를 다스렸다.

GTA는 그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섹스에 굶주린 토끼의 짝짓기처럼 오버스티어는 자연스러웠다. 레이싱 타이어 기술에 한계가 있어 최고속 코너링의 비결은 뚜렷한 슬립각에 있던 시대에 태어난 GTA. 따라서 주요 제어장치의 재래식 기능을 배제했다. 스티어링은 조향기능 못지않게 슬라이드를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다음으로 액셀은 드립팅 각도와 시간을 결정했다. 한편 스티어링은 슬라이드를 그쳐야 할 때 앞바퀴 방향을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 노즈는 코너 정점을 탐지하는 데 너무나 예민했다. 그리고 테일은 단호하게 코너에서 가장 큰 호를 그렸다. 따라서 GTA 앞에서 토요다 GT86은 너무 육중해 보였다.

4C를 현대의 GTA라고 한다면 완전히 과녁을 빗나간 셈이다. 심지어 2차대전 후 가장 위대한 알파의 값진 후계라는 말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요컨대 문제는 이것이다. 약 50년 전 GTA는 20세기의 알파로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 앞에서 4C는 21세기의 알파로 그런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 참으로 잘하고 있다고 대답할 수 있다. 사실 1966년 GTA를 만든 것보다 2014년에 4C를 만든 것이 한층 더 놀라운 업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날 그때는 사실상 규제가 없어 알파는 마음대로 차를 디자인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엄격한 제약 하에 상당한 물량의 양산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경우 그처럼 탁월한 솜씨를 제쳐두고 4C가 가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탄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 4C는 분노를 불러올 수 있고, 솔직히 어쩐지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준다. 만일 로터스가 스티어링을 만들었다면 관성주행을 막을 수 있었을 터이다. 또 포르쉐가 섀시를 개발했다면 승차감이 더 좋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 차는 어디까지나 알파로메오. 그런 결함을 결코 허용할 수 없지만, 이 차가 지닌 뚜렷한 매력과 개성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 아니, 4C는 알파의 가장 뛰어난 로드카가 아니지만, 제대로 된 알파. 다른 어느 모델과도 전적으로 구분될 뿐 아니라 대단히 좋은 차다.

글 · 스튜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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