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VS BMW 5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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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VS BMW 5시리즈
  • 맷 프라이어
  • 승인 2014.04.02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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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마세라티 기블리가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BMW 5시리즈의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까? <오토카>의 맷 프라이어(Matt Prior)가 살펴본다.
 

올해 창업 100년을 맞는 마세라티는 한 해 2,000대를 소화하는 게 200만대를 팔아치우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해왔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물어보자. 천만에. 그들은 몇 백만 대를 파는 게 낫다고 말한다.

그러다 마침내 마세라티는 적극적인 사업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럭셔리카 시장이 한 해 100만대 수준에 도달한 지금 그 이유를 알 만하다. 2012년, 마세라티는 종전보다 훨씬 많은 1만5000대를 팔았다. 이제 3배를 늘릴 계획이다. 앞으로 SUV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진지하게 경쟁자들과 붙을 수 있는 차다.
 

이를 위해 마세라티는 기블리를 내놓았다. 마세라티 역사상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얹은 차다.  V6 3.0L VM 모토리 터보 디젤은 275마력을 낸다. 서스펜션은 앞쪽 더블위시본, 뒤쪽 멀티링크. 기어박스는 ZF의 우월한 8단 자동식으로 경주용 LSD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우리는 영국에 들어오는 첫 기블리를 잡아 거물급 라이벌 하나와 맞붙이기로 했다. 그 대상은 많았다. 빅3에서 각기 2개 모델을 골랐다. BMW는 5시리즈와 6시리즈 그란 쿠페, 아우디는 A6과 A7, 그리고 메르세데스 E클래스와 CLS. 재규어 XF도 경쟁상대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유서 깊은 라이벌 5시리즈를 당할 수 없었다.
 

내가 마세라티를 넘겨받은 뒤 몇 분 만에 313마력 535d를 만났다. 사실 535d는 BMW답게 눈부시게 정갈했다. 5시리즈는 기블리 만큼 날씬했다. 길이가 64mm 짧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마세라티는 85mm 더 넓으면서 높이는 거의 같았다. 마세라티는 존재감이 있었다. 마세라티가 의도한대로 많은 고객들은 먼저 그 스타일을 보고, 다음으로 운전성능을 살핀다.

실내에서도 이야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기블리를 몰아봤을 때 보기 좋은 실내가 느낌도 좋아 인상적이었다. 한데 5시리즈와 나란히 세웠을 때 BMW가 한결 돋보였다. 금속 처리한 플라스틱이 기술적으로 한 수 위였다. 그리고 아이드라이브는 마세라티의 터치스크린과 맞먹었다. 한편 BMW의 디스플레이는 화상도가 더 높고 한층 품위 있는 그래픽을 담았다. 똑같은 8단 자동식 기어레버도 BMW가 훨씬 합리적이었다.
 

우연의 일치로는 반갑게도 두 라이벌은 전동시트가 들어 있는 옵션을 합쳐 값은 6만 파운드(약 1억680만원)로 올라갔다. 어느 쪽이나 운전위치는 나무랄 데 없었다. 5시리즈 M 스포트 스티어링은 보기에 더 좋았다. BMW는 스티어링과 함께 패들이 돌아갔지만, 마세라티는 컬럼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 그 점에서는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지 않고 편안하게 뒷좌석에 앉아 있다면 5시리즈에 한 표를 던지겠다. 아울러 BMW의 트렁크가 좀 더 컸다. 520L vs 500L.

가령 드라이버가 아닌 승객이라면 BMW가 더 좋은 것들이 그밖에도 있다. 승차감이 더 뛰어났다. 여기서 문제는 좀 복잡해졌다. 우리 535d는 옵션인 액티브 드라이브를 달고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M 스포트 스펙이지만 액티브 드라이브를 고를 수 있다. 그러면 레귤러 SE만큼 나긋한 승차감을 보장할 조절형 댐퍼와 안티롤바를 갖춘다. 이럴 경우 상쾌하게 나긋하다.
 

기블리는 그렇지 않았다. 액티브 스카이후크 댐퍼는 옵션. 한데 마세라티 영국은 시승차에 달아주지 않았다. 시승차의 휠은 20인치(보기에 멋지니까)였고, 일부 시승차에는 기본형보다 낮고 약간 더 뻣뻣한 스포트 서스펜션을 달았다. 우리 시승차는 그런 장비가 없었다. 기본형이지만 우리 마세라티는 별로 나긋하지 않았다. 험한 도로에서는 쭈뼛거렸고 불안했다.

고속도로를 주무대로 한다면 확실히 BMW가 우월하다. 발걸음이 한층 느긋하고, 엔진은 공회전 때 조용하고, 심지어 정속주행에 들어가도 훨씬 소음이 낮았다. ZF 기어박스는 아주 수월하게 기어를 오르내렸다.
 

535d는 빠른 느낌을 줬다(메이커에 따르면 0→시속 100km 가속시간 5.3초). 기어박스가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3.0L 엔진이 볼 만한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4,400rpm에서 최고출력에 도달하고, 자그마치 64.2kg․m의 토크가 1,500~3,000rpm에서 뻗어났다. 명령만 떨어지면 즉시 반응했다.

마세라티의 경우 좀 더 집요하게 몰아붙여야 했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6.3초이고, 저속에서 D에 들어가 한참 기다려야 했다. 기어박스는 1단이 아니라 2단에서 기를 써야 했고, 엔진은 2,000rpm의 아래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따라서 박스와 엔진이 어느 쪽이 힘을 쓸까를 결정할 때까지 서로 맞섰다. 그때부터 기블리는 상쾌하게 빨랐다. 그러나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나왔다. 따라서 BMW가 더 빨리 더 멀리 달렸다.
 

마세라티가 더 잘하는 것이 있다면 더 큰 소리였다. 바로 엔진음이다. 굿우드 모터 서킷보다는 랭스턴 부두의 소음과 같았다. 소리는 힘찼고, 스포트 버튼을 누르자 엔진반응도 좋아지면서 으르렁거렸다. 이내 불쾌하지 않은 사운드가 실내로 퍼져 들어왔다.

그리고 스포트 모드에 들어가 스티어링 컬럼의 패들로 변속했다. 그러자 기블리는 상당히 진지한 도구로 바뀌었다. BMW보다 가벼워서가 아니었다. 기블리의 1,835kg vs BMW는 1,810kg. 다만 한층 단단하고 잘 조절되었고, 제한슬립 디퍼렌셜이 뒤 액슬에 엔진토크를 너그럽게 나눠주기 때문이었다.
 

힘차게 몰아붙이자 BMW는 부드럽게 몰 때처럼 세련되고 수월하게 달려갔다. 한데 똑같이 몰아붙였을 때 마세라티는 처음부터 보여주려 했던 성격을 드러냈다. 유압지원 스티어링은 대체로 가벼웠지만 고속에서는 무게를 더했다. 지속적으로 그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블리는 정확했고 상당히 자신 있게 달렸다. 안정컨트롤 버튼 위의 ‘해제’(Off)는 ‘모든 것을 해제한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추운 빗길에서 기블리는 액셀로 조작할 수 있었다. 드라이버를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구식 앞 엔진 뒷바퀴굴림의 거동을 보여줬다.

5시리즈는 그런 거동이 없었다. 빗길에서도 섀시는 슬쩍 장난기를 보여줬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BMW는 마세라티보다 상당히 합리적이고 탄탄한 자세를 과시했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점이 좋았다.
 

그래서 BMW가 이 비교시승에서 어렵잖게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값이 5만 파운드(약 8천900만원) 미만에서 시작되고 잘생긴 마세라티를 몰고 달리자 제법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동급에서 가장 정교한 차를 몰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잠깐이라도 독일차 대신 운전대를 잡아보고 싶을 만한 차였다. 솔직히 그런 여유가 있다면 나도 그 가운데 끼고 싶었다.

글: 맷 프라이어(Matt P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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