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보이저, 패밀리 미니밴의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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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뉴 그랜드 보이저, 패밀리 미니밴의 교과서
  • 안민희
  • 승인 2014.03.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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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를 받고 캠핑을 갈까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전화가 왔다. 발신자는 국내 미니밴 시장의 가장 큰 고객. 바로 ‘아빠’의 삶을 살고 있는 이다. 마침 휘발유 미니밴의 장점을 묻자 총각은 절대 모를 것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이가 예민하면 디젤도 못 타. 내가 휘발유 엔진만 고르는 이유야. 그리고 달리는 차 안에서 기저귀 갈아봤어? 웬만한 차는 좁아서 못해. 승차감과 SUV의 공간 활용성을 원하면 미니밴이야. 그리고 천정 모니터는 꼭 달아야 돼. 왜냐면 애들한텐 또봇이나 뽀로로가…”

그가 말한 장점의 대부분은 아이와 가족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 미니밴은 가족을 위한 자동차다. 커다란 차체에 여유롭게 좌석을 늘어놓아 공간을 여유롭데 쓴다. 높은 차고와 넓은 시야, 부담 없는 운전 감각으로 가족 중 누가 몰더라도 다루기 편해야 한다.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는 가족용 미니밴의 원류다. 그랜드 보이저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은 1988년부터였지만, 그전부터 크라이슬러는 미니밴, 스테이션왜건 등을 꾸준히 만들어왔다. 미니밴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차종이다. 아이 여럿을 태울 수 있는 가족적인 이미지, 넉넉한 공간, 편한 승차감이 맞물려서다. 그랜드 보이저의 발전 방향도 당연히 이쪽을 따랐다.
 

국내에서 미니밴 붐이 일어난 것은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가 등장한 지 10년 후인 1998년부터다. 그래서 원조인 그랜드 보이저에는 남다른 부분이 있다. 시승차는 2014년식 ‘뉴 그랜드 보이저’다. 하지만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며 은근한 변화를 더했다. 앞바퀴 펜더를 부풀리고 그릴과 바디라인을 더했다. 범퍼 아래의 디자인도 직선적으로 바꿨다. 이는 크라이슬러 300C를 염두에 둔 것이다.

첫인상은 살짝 크게 느껴진다. 길이 5,175mm, 너비 2,000mm인데다 높이는 1,750mm. 대한민국 20대 성인 남성의 키와 비슷할 정도다. 높은데다 창문의 크기도 큼직해 실내에서 밖을 내다볼 때 시야가 좋다. 실내공간을 위한 휠베이스의 길이는 3,080mm다. 기아 그랜드 카니발의 3,020mm, 토요타 시에나의 3,030mm보단 길고, 스타렉스 12인승의 3,200mm보단 짧다.
 

실내공간 구성이나 디자인은 단순한 편이다. 다분히 미국적 감각이다. 구성요소가 크고 단순한데다 수납공간이 많다. 예를 들어 기어레버를 계기판 옆으로 옮겨 만든 센터콘솔의 수납공간이나 숨어 있다 나오는 커다란 컵홀더 등이 그렇다. 그리고 구성 부품들이 크고 단순해 눈에 쉽게 익는다. 합리주의가 녹아 있는 차답게 플라스틱 재질 부분이 많다. 내구성을 위한 것이다. 쓰임이 많은 차의 실내는 성할 일이 없다. 그러니 플라스틱을 쓴다. 반면 아쉬운 점은 질감이 거칠다는 것.

앞좌석 쿠션은 소파처럼 두툼하다. 2열 좌석 또한 쿠션감이 좋다. 무릎 공간은 충분했고 옆 창문의 면적이 커서 바깥을 내다볼 때 개방감이 좋다. 창문 옆에는 손으로 당겨쓰는 햇빛 가리개도 있다. 개별 에어컨 조절부와 방향 조절이 가능한 독서등 덕분에 편안히 책 읽기에 좋다. 3열의 다리 공간은 좁지만 바로 위에 DVD 모니터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수납공간도 꼼꼼히 챙겼다. 쓰지 않을 때는 줄을 몇 번 당기는 것으로 쉽게 바닥 아래 공간으로 접혀 들어가 트렁크 공간을 완전히 평평하게 쓸 수 있다. 3열을 접었을 때 적재용량은 934L다. 4명이 타고 캠핑을 떠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다.
 

엔진은 V6 3.6L ‘펜타스타’ 엔진. 6,600rpm에서 최고출력 283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5kg‧m로 4,400rpm에서 나온다. 자동 6단 변속기와 짝 맞춰 앞바퀴를 굴린다. 초반 반응이 가볍다. 회전수를 높이면 제 힘을 쏟아내며 경쾌하게 달린다. V6 특유의 엔진음도 실내로 들이쳐 흥을 돋운다. 패들 시프트가 없는 점은 아쉽다. 변속 레버는 수동 모드를 지원하지만, 주행 중 편하게 조작하기는 어려웠다.

운전 감각 또한 편안했다. 커다란 덩치를 의식했지만 순식간에 익숙해진다. 스티어링 휠을 휘감을 때 반응도 균일했고, 넉넉한 힘 덕분에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한 높은 차고와 커다란 유리창 덕분에 시야가 넓다. 사이드 미러 또한 커서 양 옆을 살피기 좋다. 운전 초보가 몬다고 해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또한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면 바닥의 페달도 같이 움직인다. 키가 작은 이들을 배려한 부분이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 폭은 크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릴 때는 안정감 있게 움직인다. 느리게 달릴 때는 부드럽게 수축하는 편. 캠핑장으로 향하는 험로에서 유리했다. 깊은 구덩이를 지나갈 때 약간 흔들렸지만 차체를 제대로 지탱해주는 것이 좋다. 브레이크 또한 제동 능력이 좋다. 공차중량 2,140kg에 달하는 무게를 제대로 잡아준다.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는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만든 독특한 미니밴이다. 넓은 실내 덕분에 여럿을 태우고도 짐 싣기가 편하다. 또한 쿠션감이 좋은 편안한 시트와 DVD 플레이어는 먼 길 떠나는 길의 편안함을 안겨준다. 조용한 휘발유 엔진과 고속에서 안정적인 서스펜션은 고속도로에서 순항을 이어갈 때 특히 편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트렁크를 여는 순간 광활한 적재공간에 놀라게 된다.

이 차는 레저를 즐기는 가족을 위한 차다. 편안한 이동, 여럿을 태울 넉넉한 구성, 커다란 적재공간 등을 나눠 생각한다면 대안은 많다. 하지만 이 셋을 하나로 묶는다면 그랜드 보이저는 좋은 선택 중 하나가 된다.

글: 안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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