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 세단, 콤팩트와 프리미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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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A3 세단, 콤팩트와 프리미엄 사이
  • 이경섭
  • 승인 2014.03.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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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다. 사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작고 예쁘고 쓸모가 많은데 가격도 만만하다. 도도한 부잣집 막내딸. 이번엔 연애 한번 제대로 걸어 봐도 될 것 같다

여자들은 핸드백을 좋아하지만 나는 해치백을 좋아한다. 해치백은 예쁘고 실용적이며 작고 싸다.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타는 차도 물론 해치백이다. 아우디 A3도 해치백이다. 아니, 틀렸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있었던 A3이 해치백이었다. 작지만 고성능이었고 예쁜데 싸진 않았다. 도도한 부잣집 막내딸 분위기. 브랜드 자체가 프리미엄이었다. 싸지 않다는 건 실용과 거리가 좀 있단 뜻이다. 탐내는 사람은 많았으나 많이 팔리진 못했다. 물론 이 동네를 주름잡는 잘난 사촌 탓도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쯤에서 해치백 A3은 그만 잊어야 할 거 같다. 이제 A3 세단이다.

A3 세단은 아우디 브랜드 소형 세그먼트의 첫 번째 세단 모델이다. 그래서 아우디가 이 차에 붙인 카피는 ‘프리미엄 콤팩트 4도어 세단’이라는 것. 콤팩트와 프리미엄은 자동차 세계에서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고급스러운 작은 차’란 말은 ‘잘생긴 추남’ 또는 ‘빠른 느림보’ 같은 이상한 표현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아우디는 이 차, A3 세단을 내놓으면서 콤팩트 세단에도 프리미엄의 가치를 부여한 첫 차라고 선언한다. 하긴, A3이 세단이라는 것부터가 고정된 우리 편견을 흔드는 일이긴 하다.

해치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국내에서 해치백 A3을 볼 수 없다는 서운함은 길지 않았다. A3 세단을 보는 순간 지조도 없이 감탄했다. 아우디 디자인이야 시승을 할 때마다 번번이 칭찬 일색이지만 패밀리 룩이 완성돼가는 요즘엔 감탄사만으로 시승기를 채워야 할 것처럼 헌사를 자제하기 힘들다. 심플한 라인만으로 가장 세련된 디자인을 뽑아낸 듯 자연스럽고 시선이 옮겨가는 디테일 하나하나 완벽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해치백도 옹골찬 균형미가 좋았지만 세단은 어느 각도에서 뜯어봐도 아쉬움이 없는 외모다.

기존 해치백보다 폭이 19mm 넓어졌고 높이는 5mm 낮아졌다. 넓이가 거의 1.8m에 달해 전면에서 보면 당당하고 스포티한 느낌이 물씬 난다. 옆모습은 빛이 굴절되는 모양의 ‘토네이도 라인’ 콘셉트라는데, 창문 라인이 날렵해진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한층 다이내믹해 보인다. 크기도 그렇고 전반적인 인상으로는 언뜻 A4와 비슷해 보이긴 한데, 후드의 굴곡과 범퍼, 흡기구, 싱글프레임 그릴 등 앞부분 디자인을 더욱 완성도 있게 다듬었다. 작은 차체에서 매서운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인상적인 눈매 덕분이다.

LED 주간운행등은 멀리서도 아우디라는 걸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더욱 마음에 드는 부분은 후미등. 최근 경쟁적으로 유행하는 LED 후미등은 과도할 만큼 커지고 복잡해서 어지럽기만 한데 A3 세단 후미등은 한마디로 깔끔 그 자체다. 넓고 낮게 깔리는 형태로 차체 수평라인과 연결되면서 세련미는 높이고 시인성은 더 좋아졌다. 시승 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으며 프레임을 들여다보니 구석구석 예쁘기도 하다. 이성과 객관을 잃은 찬사인지 모르지만 요즘 자동차 디자인은 역시 아우디가 ‘갑’이다. 아직 타보기도 전인데 사고 싶어졌다. 세단인데, 명색이 자칭 해치백 마니아로서 이래도 되나 모르겠다.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터무니없으면 매력은 반감된다. 비싸고 형편없는 차는 사실 없다. 세상 법칙은 무엇이든 머니 토크(Money talk), 돈값만큼 하는 법이니까. 아우디 A3 세단의 기본 가격은 3천750만원(다이내믹 모델은 4천90만원).
 

처음으로 3천만원대라는 아주 만만한 가격대로 내려온 아우디다. 이 대목에서 침 흘릴 대기고객 숫자는 쉽게 늘어난다. ‘내비게이션도 없고 후방카메라 같은 건 없으면 좀 어때? 기본기만 좋으면 되지. 음악 마니아도 아닌데 뱅앤올룹슨 오디오가 다 무슨 사치람? 딱 하나 패들 시프트가 없는 게 아쉬운 정돈데 매번 스포츠 주행을 할 게 아니라면 그것도 참을 만하지…’ A3 세단을 앞에 두고 아우디라는 브랜드와 4천 만원도 못 되는 가격표를 머리에 넣고 한 바퀴 돌리자 입으로 반응되는 속마음이었다.

사는 건 나중 일이고 일단 수중에 들어왔으니 타보는 게 순서. 누군가의 말대로 운전석을 아우디만큼 잘 만들 순 없을 것 같다. 호화롭지 않지만 절제되고 심플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다른 아우디에서처럼 앞 창문에서부터 앞 유리 전반으로 긴 아크 형태를 띄는 구조는 멋스럽고 운전자 방향으로 기울어진 센터페시아는 효율적이고 안정감이 있다.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상단에서 모니터가 솟아오른다. 계기판과 마찬가지로 한글화된 운전자 정보 시스템(DIS)의 그래픽 영상이 구현된다.

아우디 통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인 MMI 컨트롤러 조작을 통해 오디오나, 주크박스 등의 기능과 차 상태나 드라이브 셀렉트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없다. 아쉽냐고? 전혀 아쉽지 않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차 자체에 적용된 내비게이션은 사실상 유용성을 잃었다. 값어치를 못한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처럼 쉽게 쓸 수도 없고 번거롭기만 하다. 컨트롤러로 일일이 조작하다 보면 급할 땐 화병이 날 것 같기도 했는데 되레 잘 됐다. 튼튼한 스마트폰 거치대가 필요하겠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넉넉한 수준이다. 시트는 착좌감이 좋고 소재 질감도 우수해서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 공간도 충분하다. 뒷좌석 등받이는 접을 수 있는데 긴 물건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뒷좌석 폴딩 시 트렁크 용량이 425L에서 880L로 늘어난다. 소형 해치백으로 네 식구가 캠핑을 다니는 입장에서 본다면 일상은 물론 레저용으로 써도 손색없는 정도다.

A3 세단엔 2.0 TDI 디젤엔진과 1.4 TFSI, 1.8 TFSI 세 가지 라인이 있는데 국내에는 2.0 TDI 디젤엔진 모델이 도입됐다. 2.0 TDI 디젤 직분사 엔진은 익숙한 이름이지만 새롭게 손본 엔진이다. 고효율 기술을 더하고 터보 차징과 열관리 시스템, 스타트-스톱 시스템 등 주요한 기술들이 대거 적용돼 있다. 더 부드러워졌고 연비는 높아졌으며 배기가스 배출은 줄였다. 최고출력은 150마력이며 최대토크 32.6kg․m은 1,750rpm부터 뿜어져 나온다. 시속 100km 도달은 8.7초, 최고시속은 220km다. 듀얼클러치 방식의 6단 S-트로닉이 결합돼 있다.

차는 경쾌하게 뛰쳐나간다. 가볍다. 그저 느낌만이 아니라 차가 진짜로 가볍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공차중량이 1,390kg에 불과하다. 차는 가벼워졌지만 팬츠 프레스 공법을 사용한 강철 부품을 듬뿍 적용해 강성은 더 높였다. A3의 초경량 설계는 엔진과 차체뿐만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에도 반영돼 무게 감량과 더불어 차체 밸런스를 정밀하게 조정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아우디의 스포츠 특성은 엔진 퍼포먼스만이 아닌 바로 이러한 차체 경량화 기술에 힘입은 바 크다.

차가 가볍다는 것은 연비가 좋아질 뿐만 아니라 밸런스 면에서 큰 이점이 있다. A3 세단은 스포츠 주행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게를 전륜 축에 59%, 후륜 축에 41%로 배분했다. 엔진은 뒤쪽으로 12° 기울게 탑재하고 전륜 서스펜션은 최대한 앞쪽으로 배치하는 등 차체 밸런스 조정에 신경을 썼다. 덕분에 너무너무 재미있는 차가 됐다.

밟는 만큼 쭉쭉 달려주고 급격한 차선변경에서도 의도를 착착 받아준다. 경쾌하고 시원한 주행감각이다. 고속에서의 코너링도 콰트로가 그립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다. 토크 벡터링 기능이 적용됐는데 코너를 돌 때 안쪽 프런트 휠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언더스티어를 최소화해 빠르고 안정적인 코너링을 가능하게 해준다. 저속에서 요철을 넘어보면 서스펜션이 다소 무른 듯한데, 고속에서는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다.

힘과 효율을 겸비한 TDI 디젤 엔진과 부드럽고 정확하게 반응하는 듀얼 클러치 미션, 가볍고 밸런스 좋은 차체 그리고 고성능 스포츠 모델에 적용되는 주행 테크놀로지의 적용. 이 모든 말을 합하면 ‘다이내믹’이 된다.

A3 세단은 아우디가 추구하는 다이내믹한 주행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드라이브 셀렉트를 다섯 가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시승의 대부분은 당연히 ‘다이내믹’과 함께였다. 재미를 충분히 ‘누려’야 했으니까. 그래도 연비는 리터당 10km가 넘었다. A3 세단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6.7km. 이피션시 모드에서라면 20km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 예쁘고 잘 달리고 쓸모도 많은데 밥도 적게 먹는다. 흠모하던 부잣집 딸이 눈높이를 한껏 낮췄으니 이번엔 동네 총각들, 데이트 신청이 쇄도할 같다. 이번엔 나도 줄서서 사고 싶다. 예뻐서. 그리고 만만해서.

글: 이경섭(자동차 저널리스트)

AUDI A3 SEDAN DYNAMIC
가격: 4천90만원
크기: 4456×1796×1416mm
휠베이스: 2637mm
무게: 1390kg
엔진: 직렬 4기통, 1968cc, 터보 디젤
최고출력: 150마력/3500~4000rpmb
최대토크: 32.7kg·m/1750~3000rpm
복합연비: 16.7km/L
CO₂ 배출량: 116g/km
변속기: 6단 S-트로닉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 4링크
브레이크: 디스크
타이어: 225/45 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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