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년, 르노삼성 Q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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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소년, 르노삼성 QM3
  • 이경섭
  • 승인 2014.02.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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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면 용서한다. 바람둥이 얘기가 아니다.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관한 언급이다. 실제로 예쁜 여성에게 더 우호적이라는 건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이래서 한때 기업 신입사원 모집요강에 ‘용모가 단정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나보다.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런 등식은 차에게도 마찬가지다. 예쁜 차가 더 잘 나간다. 잘 달리는 것 같고 실제로 판매도 잘 된다. 어쩌면 디자인은 성능이나 가격보다 힘이 센 조건인지도 모른다.

르노삼성 QM3 역시 인물로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축에 속한다. 외모가 예쁘다. 유러피언 감성이라고 자랑할 만하다. 우리가 ‘프랑스 차’에서 은연중에 기대하는 것은 낭만이나 개성 같은 것인데 온전한 르노의 작품인 QM3은 이러한 우리의 기대를 넉넉히 만족시킨다. 우리는 유럽인이 아니면서도 유러피언 감성에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나도 예쁜 QM3에게 첫눈에 그만 우호적인 감정이 되고 말았다.

QM3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경쾌함 그리고 발랄함이다. 투톤 컬러의 차체는 재치가 느껴진다. 시승차는 오렌지 몸매에 아이보리 지붕이다. 이런 컬러의 조합이라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블랙과 그레이, 아이보리, 오렌지 등의 컬러를 조합한 개성 넘치는 모델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차체 균형미도 뛰어나다. 어느 각도에서도 흐트러지거나 허술한 면이 보이지 않는다. 옹골차 보이고 단정하면서도 역동성이 느껴진다. 작은 차체지만 독특한 디자인의 17인치 알로이 휠을 적용해 탄탄한 균형미와 함께 스포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성격은 크로스오버에 해당한다. QM3 디자인에 대한 로렌스 반덴에커 르노 디자인 총괄 부회장의 개념 설명은 이렇다. “QM3은 콘셉트카의 개념을 기반으로, 사람의 일생을 여섯 가지로 분류한 르노의 라이프 사이클 디자인 전략 중 ‘탐험’에 해당합니다. 르노 최초의 도시형 크로스오버인 QM3에는 세단과 SUV, 해치백의 장점이 모두 한곳에 녹아 있죠. 차체에는 유연하고 균형 잡힌 라인과 친근하면서도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으며,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탑재해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세단과 SUV, 해치백의 특성과 장점을 하나로 합친 콘셉트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관건은 한껏 높아진 고객들의 기대와 감성 가치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의 문제겠다. 실내 인테리어는 심플한 편인데 외관 콘셉트와 일관된 개성으로 가득하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가운데 차체 컬러로 포인트를 준 박스 안에 오디오와 에어컨 등 자주 쓰는 주요 스위치를 모아 배치했다. 자주 쓰지 않는 스위치는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춰뒀다고 변호해주기엔 조금 서운한 심정이 된다.

시트 온열장치 스위치는 시트 왼쪽 엉덩이 아래에 있고 에코 모드 설정 스위치와 크루즈컨트롤 스위치는 암레스트 아래 자리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배치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프랑스식 예술적 감각으로 이해해야할까?

시승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시트였다. 내 다리가 그다지 긴 편이 아닌데 엉덩이 받침 앞뒤 길이는 부족한 감이 있다. 엉덩이를 시트 깊숙이 넣어도 마찬가지였다. 차 크기와 상관없이 시트는 오금까지 받쳐주는 정도의 길이는 확보돼야 한다. 불편한 건 또 있었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찾고서도 찾을 수가 없어서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없을 리가 없었다. 나중에야 겨우 시트 사이 팔걸이 아래 숨겨진 조절 다이얼을 발견했는데, 이번에는 손이 잘 들어가질 않는다. 돌리기가 어려워서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말하자면, 예쁜 용모에 반했다가 무례함에 실망하는 경우랄까. 혹시 나처럼 당황할 수도 있을 분들을 위해 미리 변론해 드리자면 이런 데엔 그럴 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다. 바로 팔걸이 때문이다. 유럽 사양에는 팔걸이가 없다. 그런데 국내 소비자들은 팔걸이 없는 차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에서 추가 제작해 장착하다보니 등받이 각도 조절 스위치가 불편해졌다는 얘기다.

물론 QM3의 귀엽고 깜찍한 시트는 혁신적인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탈착식 지퍼형 시트라는 점이 돋보인다. 르노에서 특허를 낸 혁신적인 기능으로, 지퍼로 간단하게 시트커버를 분리해 가정에서 쉽게 세탁할 수 있다. 아이들 때문에 시트가 자주 더러워지는 게 신경 쓰였던 운전자에겐 희소식. 물론 더러워지지 않았더라도 낡거나 취향이 바뀌면 새로운 걸로 교체해 인테리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정도면 가죽시트가 아닌 천 시트인 것에 감사할 수 있다. 시트 뒷면 수납공간도 주머니 형태가 아닌 차체 컬러의 끈으로 돼 있어 재미있으면서 실용적이다.

뒷좌석 시트는 슬라이딩 방식으로 돼 있다. 뒤 시트를 앞쪽으로 최대한 당기면 트렁크 적재공간이 377L에서 455L까지 확보돼 더욱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수납 방식도 혁신적이다. 대용량 슬라이딩 글러브 박스인 매직 드로어는 단순한 글러브 박스가 아니라 12L의 넉넉한 적재공간에 노트북이나 카메라, 화장품, 신발 등 다양한 소품을 보관할 수 있다. 서랍 형태로 돼 있어 일반적인 글러브 박스와 달리 서랍 형태로 디자인돼 있어 물건이 쏟아지거나 떨어질 염려가 없다. 게다가 운전석에서도 쉽게 손을 뻗어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실물을 보기 전, 인터넷에서 찾아본 QM3의 제원 성능은 의외였다. 최고출력 90마력. 혹시 실수로 앞에 ‘1’이 빠진 게 아닐까? 아무리 사이즈가 작다 해도 고작 90마력이라니. 이 정도 하품 나는 출력으로는 터프한 터보들이 주름잡는 무림에서 뼈도 못 추릴 텐데. 살짝 걱정스러웠다. 게다가 지난달 시승한 닛산 쥬크의 묘한 여운이 아직 등허리에 남아 있던 탓이었다. QM3의 사촌 쥬크는 생김새도 터프한 데다 190마력이라는 빵빵한 출력을 자랑한다. 경쟁자라면서 무려 100마력이나 접고 들어간다면 애초에 진검승부는 물 건너간 게 아닐까. 쥬크 외에도 미니 컨트리맨이나 쉐보레 트렉스 등 세그먼트 캐릭터들은 각종 매력적인 장점으로 넘친다. 그렇다면 가격이나 기대해볼 일.

출시 전에 가격표가 발표됐다. 2천250만원부터 시작. 수입해서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적당한’ 수준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출력이나 가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나보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12월 판매물량 1천대의 예약이 7분 만에 끝났다는 거다. 게다가 첫날 예약 물량이 무려 3천대에 달했다고 한다. 목 빼고 기다리던 대기 고객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우렁찬 시동음이 들린다. 주변에 있던 지인들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시동 소리도 깜찍할 줄 알았던 모양. 저단에서 엔진음도 결코 조용하진 않다. 다만 엔진음에 비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적절히 차단돼 있다. 눈이 펄펄 날리는 골목길을 나섰다. QM3에는 르노의 1.5 dCi 디젤 엔진에 독일 게트락 DTC(듀얼 클러치 변속 시스템) 변속기가 조합됐다. 1.5 dCi 엔진은 F1 그랑프리를 주름잡는 르노의 기술력이 집약된 엔진으로 르노, 닛산은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 모델에도 사용된다.

QM3의 발진 가속은 힘차다. 중저속에서의 파워도 아쉬움이 없다. 밟는 대로 쭉쭉 뻗어간다. 놀라웠다. 150마력쯤 되는 차들과 출력을 가늠해볼 때 전혀 밀리지 않는 느낌이다. 대배기량 엔진이 선사하는 풍성함과는 달리 가볍고 효율적이란 느낌이랄까. 90마력이라는 허술한 제원표가 믿기지 않는다. 다이내믹은 고사하고 ‘하품 운운’했던 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성경 잠언에 ‘사연을 듣기 전에 말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한다’고 했는데 내가 꼭 그 짝이다. 90마력의 빈곤한 출력으로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이 정도의 날렵함이라면 ‘효율’이란 측면에서 이룬 르노의 엔진 기술은 경지에 이른 듯하다.

물론 엔진만 뛰어나다고 효율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QM3에 장착된 독일 게트락사의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는 응답성이 빠르고 변속이 부드럽다. 엔진과 변속기의 탁월한 조합이 빚어내는 결과물은 얼마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연비다. QM3의 복합연비는 18.5km/L. 1등급으로 동급 최고수준이다. 문제는 공인연비와 실제연비 사이의 갭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인데, 시승 후 내린 결론은 공인연비와의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는 것.

시승 내내 에코 모드는 거의 쓰지 않았고 결코 얌전히 운전하지도 않았는데 체감된 연비는 단연 ‘갑’이었다. 뛰어난 연비에 매력을 느껴 폭스바겐이나 푸조의 소형 해치백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도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용모에 끌렸다가 알뜰한 성격에 반한 격이라고나 할까.

시승하는 내내 눈이 내리는 바람에 고속주행과 과격한 와인딩을 충분히 시도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QM3과 함께 시내 도로와 간선도로를 누비며 한나절 함께 놀아본 결과 경쾌한 매력과 재미가 철철 넘치는 차였다. 잘 달리면서도 소식가였다. 발랄한 개성으로 도심에 잘 어울렸다. QM3은 지난달 시승한 쥬크와 충분히 비교될 만한 차였다. 결론적으로 쥬크에겐 미안하다. 사랑이 변했다. 지나치게 다소곳한 경적음만 빼면.

글: 이경섭, 사진: 김동균

RSM QM3
가격: 2천450만원(*RE)
크기: 4125×1780×1565mm
휠베이스: 2605mm
엔진: 직렬 4기통, 1461cc, 터보디젤
무게: 1300kg
최고출력: 90마력/4000rpm
최대토크: 22.4kg·m/2000rpm
복합연비: 18.5km/L
CO₂ 배출량: 103g/km
변속기: 6단 듀얼 클러치 자동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토션 빔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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