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자동차산업은 속 터지게 느리다, 토니 페르난데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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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자동차산업은 속 터지게 느리다, 토니 페르난데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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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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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 동안 케이터햄은 경량 스포츠카의 길을 꿋꿋이 달려왔다. 그로써 수많은 지지자를 모았지만 그에 동의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었으니 고인이 된 마거릿 대처 영국총리였다. 케이터햄 그룹 공동부회장 토니 페르난데스는 대처 총리의 이웃에 살았다. 어느 날 철의 여인이 케이터햄 세븐을 몰고 의기양양하게 떠나는 페르난데스를 봤다.

“내 쪽을 보고 있었는데 ‘저 차를 몰고 가는 미친놈이 누구냐?’ 하는 눈길이었다” 페르난데스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벨그라비아 일대에서 케이터햄을 몰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처가 스포츠카를 좋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진취적인 그녀가 페르난데스의 야심찬 케이터햄 성장계획에는 찬사를 보냈을 게 틀림없다.

페르난데스와 동업자 카라루딘 메라눈이 벤처자본가 코번으로부터 캐이터햄을 사들인 뒤 2년 6개월이 지났다. 당시 페르난데스는 그룹 로터스 오너 프로톤과 분쟁에 휘말렸다. 그의 F1팀에 로터스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게 분쟁의 씨앗이었다. 마침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케이터햄 카스를 살 기회가 찾아왔다. 페르난데스는 이를 가리켜 ‘행복한 사건’이라 했다.

그의 F1팀은 참신한 이름을 달게 됐고, 로터스로 인한 혼란을 잠재웠다. 나아가 콜린 채프먼의 엔지니어링 철학에 충실한 카메이커를 손에 넣게 됐다. 그에게는 실로 가슴 뭉클한 일이었다. 게다가 페르난데스는 케이터햄의 다트퍼드 기지에서 영국의 탁월한 엔지니어링 인재를 발견했다.

“케이터햄은 바로 인재의 보고다. 그들은 케이터햄 브랜드와 더불어 살고 먹고 숨 쉰다. 내가 그들에게 가르친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친다. 우리는 모터쇼에 나가지 않았고, 10개의 새 라인업을 들고 나오겠다고 떠벌이지도 않았다. 우리가 나가야 할 길을 찾았다.”

새 오너들이 자리 잡자 그룹은 성장을 거듭했다. 마이크 개스코인이 이끄는 케이터햄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CTI)이 노퍼크 주 힝엄에 들어섰다. 여기서 앞으로 나올 모델을 개발하고 스타일 개발 작업에 노력을 집중했다. 나아가 독일의 고등 복합소재 업체를 사들였다.

지난해 케이터햄 카스의 최고 경영진 안사르 알리와 마크 에드워즈가 떠나자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재정총책 그레이엄 맥도널드(현재 CEO)와 데이비드 리들(영업이사)과 같은 장기간 보좌관으로 활동한 인물들이 승진했다. 이처럼 경영체제가 정비되자 미래에 관심을 집중했다. 에어로세븐(AeroSeven) 콘셉트가 초점에 올랐다.

이 차는 삼각 경영전략을 미리 보여준다. 첫째, 세븐은 크게 고치지 않고 그대로 지켜나간다. “우리는 순수한 충성파를 절대로 따돌리지 않는다” 페르난데스의 말. “우리 DNA를 멀리하는 것은 어리석다. 앞으로 50년 동안 세븐을 그대로 지켜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페르난세스에 따르면 둘째는 “한층 현대적 매력을 지닌 차들이다” 에어로세븐의 양산 버전과 앞으로 르노와의 합작에서 태어날 스포츠카다. 마지막으로 가장 논란이 클 한층 기능적인 크로스오버와 시티카 계획이 있다. 이들은 보다 실용적인 보디 스타일과 어울릴 재미있는 차다. 제3 전략의 열쇠는 또 다른 메이커와 합작하는 것. 새 모델을 싸고 능률적으로 만들기 위해 대 메이커의 기술을 이용한다.

페르난데스에 따르면 고객들이 전통적 스포츠카 이외의 케이터햄을 받아들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여기서 두 길이 있다. 첫째는 해치백이나 크로스오버라도 여전히 케이터햄으로 인정되느냐가 중요하다. 차안에 들어갔을 때 ‘이 차는 케이터햄’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운전재미가 있어야 하고, 출력/무게가 뛰어나야 한다. 한편 이 세상의 일반대중 95%는 케이터햄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케이터햄의 정수를 확실히 굳힐 때가 왔다. 결국 확실히 중심을 잡아야 하다.”

페르난데스는 라인업 확장에 성공한 브랜드의 본보기로 포르쉐와 재규어를 들었다. 한데 그의 계획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은 로터스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콜린 채프먼의 금언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꿈이어야 한다. 나는 젊은 시절 로터스를 살 수 있었다. 한데 탐나기는 했지만 포르쉐나 페라리를 살 여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실제로 다른 어느 차도 로터스만큼 재미는 없었다. 우리는 ‘찻값에 비해 가치가 대단하다’는 차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해치백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 4인승으로도 케이터햄의 재미를 담아낼 수 있다.”

지난 40년간 케이터햄은 대체로 한 가지 핵심 모델의 변형을 생산해왔다. 이런 메이커로는 야심적인 계획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지금까지 숨겨진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는 비상한 재능을 갖고 있다. 2001년 그는 병든 항공사 에어아시아(AirAsia)를 25센트(현 환율로 약 270원)로 사들이고 1천100만 달러(약 118억원)의 빚을 떠안았다. 그런 다음 아시아 최초의 저가 항공사로 재건했다.

“우리는 무(無)에서 항공사를 만들어냈다. 여객기 2대가 있었을 뿐 브랜드도 없었다. 현재 여객기 150대로 한 해 4천400만명의 승객을 실어 나른다. 항공산업의 복잡한 정치적 분위기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의아할 때가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항공사를 키우는데 비해 케이터햄 카스의 바탕을 다지는 일은 어린애 장난일까? 페르난데스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갈수록 더 어려워지리라 본다. 에어아시아를 시작할 때 정확히 과녁을 맞췄다. (아시아에는) 저가항공사가 없었으니까 우리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반면 자동차계에는 튼튼히 자리 잡은 경쟁사가 많다. 게다가 항공사보다 돈이 더 들어간다. 우리는 비행기를 만들지 않고 빌렸다. 자동차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 브랜드를 만들 수 없으니까.”

페르난데스는 위기에 몰린 세계경제가 업계에 한층 유연한 작업방식을 요구했다고 본다. 여기서 기회가 생겨났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합작사업과 플랫폼 공용이 훨씬 늘고 있다. 이 같은 실용적인 추세가 소규모 메이커에 혜택을 주고 있다. 한편 5년 전이라면 대 메이커는 합작사업을 거절했을 공산이 크다” 페르난데스는 성공의 지름길은 없다고 시인하고, 자기 계획을 실천하려면 10년쯤 걸린다고 내다봤다.

“내게 자동차산업은 속 터지게 느리다. 당장 내일 새 모델을 만들고 싶다. 어느 모로 내가 실수한 것은 약이 됐다. 이제 ‘느리지만 꾸준히’가 내 모토다. 하지만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다. 10년이 지나면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어로세븐으로 시작하면 브랜드 인지도가 점차 올라간다. 케이터햄은 다시 태어났고,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이 감격스럽기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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