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인의 용기, 빅터 뮐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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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인의 용기, 빅터 뮐러 인터뷰
  • 아이오토카
  • 승인 2013.09.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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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성격의 소유자인 스파이커의 회장, 빅터 뮐러. 지금 이 순간, 자동차를 향한 그의 대단한 열정은 레브 리미터를 연신 두드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기업인 영맨과의 계약이 성사되면서, 괴상하면서도 럭셔리한 스포츠카만을 제조하는 그의 회사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야심찬 계획들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뮐러와 스파이커는 한층 새로워진 열의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 네덜란드 기업이 동면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2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2010년에 자금난에 허덕이던 사브를 인수했지만, 2011년에 이 스웨덴 기업이 결국 재정적인 문제로 파산하면서 스파이커 또한 부도 직전까지 몰리고 만 것이다. 이와 동시에, 코벤트리에 기반을 두고 스파이커의 C8 에일러론의 알루미늄 차체를 제조했던 CPP 제조사마저 파산하여 생산과 판매에 영향을 끼쳤다.

스파이커는 지볼데에서 인하우스 제조를 재개하기 위하여 툴링과 부품, 반 가공된 바디까지 확보해야만 했다. 사브의 부도 때문에 스포츠카 회사를 매각하려던 스파이커 모회사의 결정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스파이커가 단 네 종류의 차만을 판매하는 동안에는, 회사의 미래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가 되었다.

지난해 4월, 뮐러는 스파이커의 주요 투자사 세 곳과의 합의를 통해 부채를 주식 지분으로 전환하여 은행 부채를 청산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채권자들에게 부채를 상환하고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중국 기업인 영맨과의 계약을 통해 슈퍼 SUV인 D8 페킹 투 파리의 개발 및 생산비로 2천500만 유로(약 371억원)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190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1999년에 기존 슈퍼카 시장의 기준에 불만을 느낀 뮐러가 부활시킨 스파이커 기업이 다시금 재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뮐러는 “2012년 12월에 영맨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나는 ‘이제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할 때이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새로운 차를 당장 설계하겠다’고 다짐했다. 디자인 작업은 그날 바로 시작해서 22일 후에 완성됐다”고 말했다.

바로 그 차가 B6 베나토르였다. 이 2도어 콤팩트 스포츠카의 가격은 12만5천 유로(약 1억8천600만원)로, 스파이커의 이전 모델들보다는 낮은 가격대에 판매되었다. 3월에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베나토르는 V6 엔진과 탄소섬유 차체, 알루미늄 섀시로 이뤄진 스파이커의 첫 도로용 모델이었다. 페블비치 자동차 전시회를 위해 오픈탑 버전도 준비했다.

“지난 수년간, 많은 고객들과 딜러들이 기존의 디자인과 생산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대는 좀 더 낮은 차를 생산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지난해에 다시 생산을 재개했을 때가 바로 그 요청을 수용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뮐러는 앞으로 이보다 더 가격대가 낮은 차를 생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럭셔리한 품질로 명성이 높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는 “이미지를 지켜가며 기업을 확장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만약 스파이커가 메인스트림 시장에 뛰어든다면, 고유의 매력을 잃게 될 것이다. 단언컨대, 내게 권한이 있는 한, 절대로 그쪽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비범함이 스파이커의 매력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볼데에서 C8 에일러론의 개발이 재개되었지만, B6 베나토르를 생산하기에도 시설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C8 에일러론과 D8 페킹 투 파리는 다른 곳에서 제조해야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또 다른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애스턴 마틴 북미 지사 부사장이었던 존 월튼이 스파이커의 영업 최고 관리자로 영입된 것이었다. 이 53세의 영국인은 지난 2000년부터 약 십 년간, 미국시장에서 애스턴 마틴이 성장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냈던 인물이었다.

“존과는 내가 처음 애스턴 마틴 DB7 볼란테를 구입했던 1997년부터 항상 연락하면서 알고 지낸 사이다. 그는 애스턴 마틴의 여러 모델들을 출시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스파이커에서도 발휘해주었다. 나는 전략적인 사안이나 자동차 디자인에는 매우 강하지만, 매일 매일 반복되는 실질적인 경영에 집중하기에는 주의력의 지속 기간이 너무 짧다. 존은 그런 측면에서 진정한 관리자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덕분에 내 삶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 새로 출시될 모델들과 슈퍼카 판매 전문가들까지 갖춘 뮐러에게, 그렇다면 어떤 타입의 사람들이 스파이커를 구입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에 뮐러는 기존 슈퍼카 제조사들을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운을 떼었다. 그리고 그는 그가 생각하는, 명확하면서도 현실적인 주 고객층의 타입을 설명했다.

“스파이커의 전형적인 고객층의 모습은, 45세 정도의 나이에, 자수성가로 부유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남자로, 클래식카를 여러 대 소유하고 풍부한 드라이빙 경험을 갖춘 사람이다. 이미 BMW 3시리즈와 포르쉐, 그 후에는 페라리나 애스턴 마틴을 경험해본 이 남자는, 어느 순간 ‘다음엔 뭘 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페라리나 애스턴 마틴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약 98%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페라리와 애스턴 마틴에 굉장히 만족할 것이고, 그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2%의 소수는 좀 더 색다른 걸 원하게 되는데, 그 때 그들이 눈을 돌리는 쪽이 어디겠는가?”

“현실적으로 세 가지 대안이 존재한다. 이때, 스피드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진 슈퍼 스포츠카인 코닉세그를 선택할 것이고, 화려함과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전례 없는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파가니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장인정신과 자신의 필요에 맞게 맞춤 제작되는 차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스파이커를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페라리나 애스턴 마틴과는 어떠한 측면에서도 경쟁 구도를 가지지 않는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페라리가 아니라, 차라리, 시계 제조사 파텍 필립이라고 할 수 있다. 페라리 구매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완전히 쓸데없는 노력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뮐러는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얽매이지도 않았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그저 순수한 의도로 자동차를 수집하면서, 1990년대에 구입했던 새로운 애스턴이나 페라리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굉장히 명확하게 느끼고 있었다. 1990년대의 슈퍼 스포츠카들은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만들어진 클래식 자동차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장인정신이 쇠퇴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만회하고 싶은 실수들이 수백만 개도 더 되겠지만, 경험을 통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겠나. 그 실수들을 교훈 삼아 지금의 스파이커가 있는 것이기에,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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