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V12 밴티지 S, 슈퍼 쿠페의 본능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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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 마틴 V12 밴티지 S, 슈퍼 쿠페의 본능을 깨우다
  • 브라이언 막스
  • 승인 2013.11.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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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생산되는 원-77을 제외하면, 애스턴 마틴의 게이든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 중 가장 빠른 차가 바로 이것이다. 시속 330km, 그리고 3.9초에 불과한 0→시속 100km 가속. 앞서 나온 V12 밴티지처럼, 새로운 밴티지 S는 애스턴 마틴 라인업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차이지만, 출력 증대와 몇 가지 중요한 손질에 힘입어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보장한다.

DBS의 517마력 5.9L 엔진을 대신해 올라간 것은 6,750rpm에서 573마력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는 애스턴 마틴의 개선된 AM28 V12 엔진이다. 토크는 3.7kg·m 높아져 63.2kg·m에 이르고, 토크곡선은 특히 저회전을 중심으로 평평해져 불과 1,000rpm부터 52.0kg·m이 나온다. 공회전일 때 V12 엔진은 권위적이고 정신을 사로잡는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몸이 느끼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접했을 때에는 순간적으로 배기량 5,935cc인 엔진을 얹은 밴티지가 이런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차는 확실히 그런 소리를 낸다. 차 밖에 있으면 대배기량 V12 엔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주파수의 맥동을 느낄 수 있다. 최대한 가속하면, 얽매이지 않은 애스턴 마틴 엔진이 순수하고 노골적인 공격성을 품었을 때 바로 이런 소리를 내야 한다는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한다.

우리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이전 세대의 6단 수동변속기는 확실히 개선된 스포트시프트 III(Sportshift III) 7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로 교체되었다. 진정한 수동변속기를 갖춘 애호가를 위한 차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스턴 마틴이 이런 방향을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 스포트시프트 III는 예를 들어 V8 밴티지 S에서 볼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자동화 수동변속기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것이다.

긍정적인 면부터 보면, 아랫단으로 변속할 때 회전수와 클러치 조작 시기를 완벽하게 맞추면 흠잡을 데 없고 소리도 만족스럽다. 아랫단으로 변속하고 나서 배기구를 가득 채우는 오묘한 폭발음은 즐거움 그 자체다. 게다가, 수동변속기로는 이처럼 고급스럽고 감동적인 변속을 0.2초 만에 할 수 없다. 나아가 그라치아노(Graziano)가 공급한 이 변속기는 구형 수동변속기보다 무게가 25kg 더 가볍다.

포르쉐의 PDK, 아우디의 S-트로닉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비교하면, 밴티지의 것은 구식 느낌이다. 하지만 자동화 수동변속기라는 특성에 맞게 다룬다면 특별한 만족을 줄 수 있다. 윗단으로의 변속은 최신 변속기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사람이 변속하는 것보다 빠르다. 수동변속기처럼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어야 한다는 점만 기억하면 부드럽게 윗단으로 변속한다.
 

반면, 윗단으로 올릴 때 오른발을 그대로 두고 있으면 변속기가 반발하면서 변속 시간이 길어지고 전진하는 흐름을 뚜렷하게 방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전에 겪었던 어떤 스포트시프트보다도 만족스럽고 효과적이고, 변속 패들은 V12 밴티지 S의 매력을 의심할 여지없이 넓혀준다. 이 밴티지로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 근교의 굽이치는 산악도로를 오르면 변속기에 관해서는 금세 잊어버린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이 차의 유압 파워 스티어링은 이전보다 약간 더 빠르고 앞 차축에 실리는 V12 엔진의 무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개선된 스티어링 시스템은 새로운 전자제어 댐퍼와 맞물려 보조 동력이 2단계로 확대되었다. 신형 뱅퀴시와 라피드 S에서처럼, V12 밴티지 S는 빌슈타인(Bilstein)이 만든 3단계 조절식 댐퍼 시스템이 기본으로 달린다.
 

운전자는 일반(Normal), 스포트(Sport), 트랙(Track) 모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스포트 모드가 단순히 서스펜션만 제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두자. 이 모드는 액셀러레이터 반응과 변속 속도를 단축하고 이미 듣기 좋은 배기음을 더욱 키운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엄청나게 부드러운 아스팔트 위에서는 다소 불필요한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스포트 모드는 서스펜션, 드로틀, 스티어링의 전반적인 설정이 완벽한 듯하고, 변속 최적화가 주행 느낌을 더욱 잘 살린다.

이러한 미묘한 변화 덕분에 이전보다 좀 더 마음 놓고 도로를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스포츠카에서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훌륭한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은 그대로 남아 있어, 애스턴 마틴이 여전히 현존하는 것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내는 브레이크 중 하나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피렐리 P 제로 코르사 타이어와 다시 짝을 이룬 가벼워진 10 스포크 알로이 휠은 스프링 아래 질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검은색으로 칠해진 것은 겉모습으로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어떤 이들은 언제든 573마력을 끌어낼 수 있는 차에 앞 255, 뒤 295 너비의 타이어를 끼우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겠지만, 우리는 이 밴티지가 여전히 모범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언더스티어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으면서, 오버스티어 정도는 액셀러레이터를 조작하는 것으로 충분히 다스릴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아 섀시의 탁월한 균형감각을 신뢰하면,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 레이스 드라이버인 대런 터너(Darren Turner)만큼 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아름다운 겉모습에서 이루어진 변화는 새로운 탄소섬유 그릴 망뿐이고, 상징적인 노란 테두리와 어우러지면 그 효과는 두드러진다.

시승차에는 기본사항인 스포츠 시트가 장착되었지만, 이 밴티지의 하드코어 성격에는 선택사항인 경량 버킷 시트를 다는 쪽이 더 어울린다. 알칸타라가 씌워진 완벽한 위치와 정확한 크기의 스티어링 휠도 함께 쓰인다. 2009년에 손질한 이후 실내는 바뀌지 않았고 계기판에는 여전히 현대적인 차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지만, 디자인은 경쟁차들의 발전을 따라잡지 못했다.

뱅퀴시에 이루어진 것과 비슷하게 실내를 손질하면 좋을 듯하다. 디지털 시대 속에서 이 거물급 밴티지는 애스턴 마틴이 의도했던 그대로 신선한 아날로그 느낌을 주고 거칠고 공격적인 본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만약 다른 스포츠카들에 쓰인 고도의 통합 전자제어 시스템(첨단 기술로 가득한 신형 포르쉐 911 GT3에 쓰인 것처럼)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다면, V12 밴티지 S는 당신이 찾던 바로 그 속도와 스타일, 성격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줄 것이다. 

글: 브라이언 막스(Brian Makse)

ASTON MARTIN V12 VANTAGES
0→시속 100km 가속: 3.9초
최고시속: 330km
복합연비: 6.8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343g/km
무게: 1615kg
엔진: V12, 5935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세로, RWD
최고출력: 573마력/6750rpm
최대토크: 63.2kg·m
변속기: 7단 자동화 수동 변속기
연료탱크: 80L
트렁크: 300L
휠(앞,뒤): 9J×19in, 11J×19in
타이어(앞,뒤): 255/35 ZR19, 295/30 ZR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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