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뉴 파나메라 4S, 다이내믹과 안락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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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뉴 파나메라 4S, 다이내믹과 안락함 사이
  • 이경섭
  • 승인 2013.10.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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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포르쉐 디자인센터가 있는 독일 바이자흐에 갔을 때 베일에 봉인돼 있던 파나메라의 그림자를 봤을 때가 기억난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성능이건 브랜드 정체성이건 절대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런 포르쉐가 911이 지켜온 위대한 디자인 전통성을 살린 4인승 그란 투리스모를 내놓겠다고 했을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졌던 의문이었다. 물론 가능하지 않은 일은 없다.

포르쉐는 이미 그런 의문을 여지없이 깨트렸던 경험이 있다.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스포츠 SUV’ 카이엔을 보란 듯 성공시켰다. 하지만 아무래도 911의 날렵한 라인에 뒷좌석 공간을 자연스럽게 그려 넣기엔 내 상상력이 빈곤했다. 2009년 상하이에서 파나메라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 현장을 지켜봤다. 공식적인 데뷔는 다음날 상하이모터쇼 프레스데이였지만 포르쉐는 전날, 기자들을 101층 높이의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꼭대기로 초청해 파나메라의 역사적 데뷔식을 치렀다.

시작부터 요란스러웠다. 우람한 포르쉐가 들어가기엔 엘리베이터가 너무 좁았다. 장식 몇 개를 떼고 차를 수직으로 세운 뒤에야 겨우 엘리베이터에 실을 수가 있었고 파나메라는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 데뷔식을 치른 자동차가 됐다. 독일이 아닌 거대 신흥시장 중국, 평범한 모터쇼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로 떠오르던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에서 첫선을 보인 파나메라의 전략은 뻔히 눈에 읽혔다. 비싼 포르쉐 그란 투리스모를 줄서서 사줄 부호들이 즐비한 나라가 바로 중국 말고는 없었을 테니까.

이런 데뷔식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만 이상했던 건 상상으로 수없이 그려봤던 4인승 포르쉐의 어색한 루프 라인이었다. ‘포르쉐는 이런 것’이라는 편견으로 가득 찬 내 눈엔 웬 이상하고 뚱뚱한 차가 슈투트가르트 방패를 떡하니 붙이고 있을 뿐이었다. 포르쉐는 또 다른 파나메라인 뉴 파나메라의 데뷔도 지난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치렀다. 포르쉐의 디자인 변화란 늘 극도로 조심스러운 수준이다. 보수적이기로 따지면 포르쉐 디자인을 따라갈 브랜드가 없다.

한눈에 봐선 눈치채기도 어려운 정도로 디자인 요소를 바꿔놓고선 ‘대폭적인 디자인 변화’를 이야기할 정도다. 포르쉐 디자인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어느 틈에 포르쉐를 사랑하게 만든다. 위대한 브랜드만이 부릴 수 있는 희한한 마법이다. 파나메라를 보는 내 경우를 볼까? 이상하기 짝이 없어서 포르쉐 같지도 않던 파나메라를 보면서 이제는 연신 감탄을 터트리고 있다. 911의 디자인 요소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 이상의 완벽한 곡선을 그려낼 순 없을 것 같다.

카이엔에서 그랬듯 포르쉐는 만인의 취향을 따르지 않는다. 다만 취향을 바꿔놓을 뿐. 그저 눈에 익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이제 파나메라는 ‘너무도’ 포르쉐다. 뉴 파나메라 시리즈의 특징은 기존보다 더욱 강력해진 성능과 효율성, 한층 개선된 안락함과 편의성이 특징이다. 디자인 또한 더욱 스포티해져서 팽팽한 라인과 두드러진 윤곽선, 새롭게 적용된 차체 디자인이라고 보도자료에 씌어져 있는데 실제로 보면 파나메라는 원래 이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타보기도 전에 이미 포르쉐 스포츠카로서의 면모가 물씬하다. 타보기도 전에 들뜨게 하는 포르쉐는 언제나 기대에 부응했다. 뉴 파나메라는 기존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늘린 이그제큐티브 3종과 416마력의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 새로운 3리터급 V6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한 파나메라 S와 파나메라 4S 등 총 12대의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이중 파나메라 터보 S와 파나메라 터보 S 이그제큐티브는 2014년 출시될 예정으로 있다.

새 모델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더욱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도 연료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는 거다. 성능을 타협하지 않으면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포르쉐 기술의 핵심 역량이다. 뉴 파나메라에서 포르쉐는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자신의 원칙을 실현시켰다. 3리터 바이 터보차저 기능을 갖춘 V6 엔진은 이전 파나메라 S와 4S의 4.8리터 V8 엔진을 대체한다. V8 엔진에 비해 출력은 20마력, 토크는 2.0kg․m 늘었지만 연비는 18%나 더 효율적이다.

새로운 V6 엔진은 새로운 터보차저 덕분에 다양한 속도대에서 최대 53.0kg․m의 토크를 내면서 낮은 회전수의 엔진속도에서도 통일성 있는 토크 곡선을 기록한다. 단순히 출력이나 토크를 향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이내믹 퍼포먼스 또한 개선시켰다. 면면을 살펴보면, V8 엔진에서 가져온 V6 엔진의 실린더 뱅크 각도는 90도인데 일반적인 60도 각도의 엔진에 비해 훨씬 편평하다. 덕분에 낮은 파나메라 보닛의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낮게 배치된 엔진 레이아웃은 당연히 차의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또 V8에 비해 짧은 V6 엔진은 차의 무게중심을 이전보다 뒤로, 즉 차의 중심부로 이동시킬 수 있어 파나메라의 스포티한 민첩성을 한층 향상시켰다. ‘모든 포르쉐는 스포츠카다’라는 명제를 의지하지 않아도 파나메라 4S는 외관에서부터 다이내믹함이 넘쳐흐른다. 얼핏 기존 모델과의 차이를 가늠하게 해주는 몇몇 요소가 눈에 띈다. 포르쉐로선 대폭적이라 표현할 만하다. 앞에서 보면 커다란 공기흡입구와 새롭게 적용된 LED 전조등이 보인다.

전조등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예술적 블랙홀’이라 칭송한 누군가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예쁘다. 옆에서 보면 앞유리 각도가 뒤로 길게 누워져 차체 실루엣을 더욱 길어보이게 하고 날렵한 느낌을 갖게 만든다. 뒤쪽 유리창은 더 넓어져서 수평적 안정감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뒷좌석 탑승객의 개방감을 높였다. 후면에서는 트렁크 리드의 디자인에 변화가 있고 무엇보다 후미등이 LED 램프 적용에 맞춰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진 덕분에 시인성도 높아졌다.

사진 촬영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해 보자니 포르쉐가 만든 그란 투리스모로서 이 이상의 완벽한 균형감과 세련된 실루엣을 찾아내기란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절로 든다. 흠, 바로 이 차가 불과 몇 년 전, 그토록 이상하게만 생각되던 바로 그 차란 말이지. 럭셔리 그란 투리스모로서 파나메라 4S에 적용된 편의장비 중 눈에 띄는 건 세 가지 정도.

그중 문이 조금 덜 닫혀도 자동으로 닫아주는 소프트 클로징 기능은 좀 과장스럽다 싶은데, 경쟁 모델에 있는 기능인데 파나메라 급이면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기왕 호사스런 기능을 탑재하는 김에 통풍 시트까지 넣었다. 덥고 꿉꿉한 걸 못 참는 나로서는 무척 감사한 장비. 오디오는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됐다. 베이지 가죽이 주조가 된 파나메라의 실내는 지극히 호사스럽다.

신형 파나메라 4S와 함께하는 오늘의 시승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달려 홍천 팔봉산을 돌아 양평 쪽 국도를 따라 돌아오는 왕복 200km 구간. 시원한 고속도로와 한산해서 경제속도가 어울리는 국도, 적절한 구배의 와인딩이 풍성한 코스다. 포르쉐 그란 투리스모의 진가를 맛보기엔 더 없이 안성맞춤인 길이었다. 시동을 걸면 포르쉐 스포츠카가 내뿜는 포효, 심장박동수도 치솟는다.

저회전에서부터 고속주행의 고회전까지 저항 없이 매끄럽게 쭉 뽑아주는 바이터보 엔진은 정교하게 조율된 다이내믹한 성능을 사운드로 유감없이 전해준다. 소리로 느끼는 스포티한 감성은 주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흡기와 배기 프로세스에 장착된 정밀한 사운드 심포저와 배기 플랩을 통해 파나메라 4S는 최적의 엔진 사운드를 뽑아낸다. 귀로 느끼는 새로운 세상은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실행된다.포르쉐를 포르쉐답게 하는 건 속도다. 역으로 말해, 빠르지 않은 포르쉐는 포르쉐가 아니다.

포르쉐를 타면 일단 빨리 달려야 할 거 같은데 그란 투리스모에선 이런 고약한 압박에서 좀 벗어나고 싶다. 최고출력 420마력, 0→시속 100km 가속 4.8초, 최고시속 286km 같은 수치는 제원표를 위해 남겨두자. 매끄럽고 안정감 있게 속도를 표현하는 파나메라는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비벼대지 않아도 ‘장거리 여행용 고성능 럭셔리 승용차’라는 공식에 충실하다.

새롭게 적용된 PDK 7단 기어에 연료를 절감하고 더 안락하게 해주는 버추얼 중간 기어를 추가했으며 PDK의 확장된 자동 스톱-스타트 기능은 타력주행을 하는 동안 실린더를 멈추도록 했다. 파나메라 GTS를 제외한 모든 PDK 모델에 제공되는 코스팅 기능은 평지 주행이나 내리막에서 자동으로 클러치가 풀리며 차는 공회전 상태로 관성에 의해 움직인다.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켜지며 실린더와 클러치를 알아서 조절하면서 연료를 아낀다. 그러니까 가끔은 기분대로 몰아가도 죄책감 느낄 필요 없다는 얘기겠다.

시승에서 연비 신경 쓰지 않고 달린 결과는 11.4l/100km. 복합연비 8.9l/100km(유럽 기준)에 못 미쳤으나 준수한 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엔 특히 이런 커다란 차를 몰다 보면 약간은 찔린다. 최저가 주유소 따윈 검색하지 않는 부자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연료효율성이다. 스포티하게 달리면서 어떻게 연료를 더 절감할 수 있을까? 포르쉐다운 주행감각을 고집하면서 어떻게 안락함을 줄 수 있을까? 신형 파나메라는 이 난해한 두 가지 명제 사이에서 현답을 찾아낸 듯하다.

글: 이경섭(자동차 칼럼니스트)

Porsche Panamera 4S
가격: 1억6천90만원
크기: 5015×1931×1418mm
휠베이스: 2920mm
무게: 1870kg
엔진: V6, 2997cc, 바이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420마력/6000rpm
최대토크: 53kg·m/1750~5000rpm
0→시속 100km 가속: 4.8초
최고시속: 286km
복합연비: na
CO₂ 배출량: na
변속기: 7단 PDK
연료탱크: 10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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