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의 새로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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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올 뉴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의 새로운 시대
  • 최주식
  • 승인 2013.07.30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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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3.8L 트윈터보 530마력에 0→시속 100km 가속 4.7초의 성능. 게다가 거주성과 승차감의 향상은 6세대 콰트로포르테가 도달한 성과를 보여준다

그늘 벤치에 앉아 바닷가에 세워둔 마세라티 신형 콰트로포르테를 바라본다. 양구 옛길과 홍천을 지나 미시령의 험준한 고개를 연이어 달리고 난 뒤 잠시 쉬고 있다. 유월의 뜨거운 햇살은 어디가 바다인지 어디가 하늘인지 그 경계를 아롱지게 했다. 늘어진 구름만이 온통 푸른색의 세상에서 하얀색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 그리고 검정색도 하나 있다. 이국의 정서가 물씬한 콰트로포르테.

그런데 기실 콰트로포르테라는 이름의 뜻은 단순하다. 아우디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으로 익숙한 콰트로는 ‘4’를 의미하고 포르테는 ‘문’ 즉 도어다. 그러니까 4개의 도어라는 얘기. 누구나 다 달고 있는 도어 4개가 특별한 것은 마세라티이기 때문이다. 마세라티의 역사는 레이스 무대에서 주춧돌을 쌓아왔다. 1950년대 마세라티 레이싱카들은 당대에 이미 전설이었다.

트랙을 질주하는 경주차를 베이스로 일반도로를 달리는 스포츠카가 등장했다. 이들은 대개 도어가 2개 달린 쿠페 스타일이었다. 마세라티에게 4개의 도어는 그만큼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레이싱카의 흔적이 묻어 있는 노즈, 두툼한 세로 그릴 가운데 삼지창은 마치 여왕의 왕관처럼 우아하고 날카롭다. 바닷가에 선 포세이돈의 삼지창이라, 폭풍 전의 고요가 아니라 이미 한 차례 폭풍 같은 질주를 거친 후였다.

그늘 벤치에 앉아 콰트로포르테를 바라보고 있는데, 휠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어디서 보았을까. 꽃잎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언젠가 내소사에서 보았던 꽃창살이 떠올랐다. 캘리퍼는 붉은 꽃잎 같다. 관능적인 보디, 유월의 바다, 창연한 순간이다.

오늘 만나는 6세대는 물경 9년 만에 등장하는 풀 체인지 모델. 1963년 1세대 콰트로포르테가 등장했으니 올해 뜻 깊은 5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5세대 콰트로포르테는 마세라티 최고의 히트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를 비롯해 57개의 어워드를 수상하며 미국시장과 럭셔리카가 부상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였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마세라티는 세계시장에서 3년 후 5만대라는 공격적인 판매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6천200대. 마세라티의 역사를 바꿀 이 대담한 계획의 선봉에 6세대 콰트로포르테가 서 있다.

신형 콰트로포르테는 우선 차체 사이즈가 커졌다. 거주성과 적재능력의 향상은 벤츠 S클래스를 비롯한 라이벌들을 한층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차체의 60% 이상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는 이전보다 100kg이나 줄었다. 특수 스틸 보강재를 사용해 긴 휠베이스에도 불구하고 비틀림강성을 높였다. 경량화와 고강성화를 양립한 설계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상당히 늘어나고 안락해졌다. 트렁크 용량도 80L 늘어났다.

어쩌면 운전자 중심에서 쇼퍼 드리븐카로 성격이 변모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콰트로포르테의 운전석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6세대 콰트로포르테의 스타일링은 피닌파리나의 전설적인 수석 디자이너, 로렌조 라마치오티가 빚어냈다. 콰트로포르테의 3세대 모델은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에 의해, 4세대 모델은 슈퍼카 디자인의 거장 마르첼로 간디니에 의해 디자인되었고, 5세대 역시 피닌파리나의 손길을 거쳤다.

이처럼 눈부신 디자인의 계보를 잇기 위해 피아트 그룹의 회장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이미 은퇴한 로렌조 라마치오티를 다시 불러냈다. 그리고 눈여겨봐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엔진이다. V8 자연흡기 유닛 대신 새로운 V8 3.8L 직분사 트윈 터보 엔진을 얹었다.

V8은 6,800rpm에서 530마력의 파워를 낸다. 최고시속 307km,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7초이다. V8 5.5L 엔진을 얹은 벤츠 S63 AMG의 성능에 버금가는 수치다. 때문에 스펙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아마 5.0L급 엔진이라고 지레짐작할지 모른다. 폭발적인 초기 가속력 역시 터보 엔진임을 눈치채기 어렵다. 터보랙이 전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600rpm 이하에서 최대토크의 95%가 발휘된다. 엔진 뒤에 달린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은 종래의 6단 AT보다 더 경량화 된 ZF제 8단 AT.

특별히 고안된 두 개의 오버 드라이브 기어는 고속주행 안정성과 연료효율에 기여한다. 새로 추가된 I.C.E(Increased Control Efficiency) 변속 모드는 연료소비를 줄여주고 접지력이 낮은 노면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달리고 있으면 5m가 넘는 차체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와인딩 로드에서 라인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매끈하다. 각도가 큰 코너에서 방향을 바꾸는 민첩함도 놀랍다. 직진 가속은 바람처럼 빠르고 레일 위의 기차처럼 안정적이다. 늘씬한 패들 시프트의 낭창낭창한 조작감도 상쾌하고 재미있다.

변속은 기가 막히게 빠르고 스포트 모드로 전환하면 멀쩡한 하늘에 폭풍우가 몰아친다. 강력하고 듬직한 제동력은 콰트로포르테의 또 다른 미덕이다. 보디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실내의 쾌적함은 유지된다. 바깥에서 들으면 사나운 사운드겠지만 실내는 조용하다. 쇼퍼 드리븐의 성격은 확실히 향상되었다. 폴트로나 프라우 가죽시트는 편안하지만 사이드 볼스터가 좀 더 넉넉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 또한 쇼퍼 드리븐의 성격 때문인지 모른다. 터치 패널식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조작성이 좋고 고급스런 실내에서 상쾌한 이미지를 더한다. 바우어스 앤 윌킨스(Bowers&Wilkins)의 하이파이 시스템이 15개의 스피커를 통해 1,280와트 앰프의 출력으로 고속 드라이브한다.

최신 버전의 스카이 훅 댐퍼를 달아 지지력을 높인 승차감은 어느 영역에서나 빠른 연산능력을 보여주었다. 달리기뿐 아니라 거주성의 향상은 분명한 6세대 콰트로포르테의 특성으로 보인다. 그동안 마세라티가 좀 레어한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보다 대중적인 접근을 이룬 듯 보인다. (그 대중성은 벤츠 S클래스나 재규어 XJ 고객을 겨냥한 것이지만…)

돌아오는 길, 인제를 지나며 근처에 새로 생긴 서킷을 달려보고 싶어졌다. 풀 사이즈 4도어 세단이지만 레이싱의 유전자는 일반도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 퍼포먼스 럭셔리 세단’이란 정의는 다소 식상한 감이 있지만 콰트로포르테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정확한 단어를 찾기는 어렵다.

글: 최주식, 사진: 임재천(다큐멘터리 사진가)

MASERATI ALL NEW QUATTROPORTE
가격: 2억1천600만원
크기: 5262×2100×1481mm
휠베이스: 3171mm
엔진: V8 트윈 터보, 3798cc, 휘발유
최고출력: 530마력/6500~6800rpm
최대토크: 66.0kg·m/2000~4000rpm
복합연비: 11.8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74g/km(유럽기준)
변속기: 자동 8단
서스펜션(앞/뒤): 더블 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모두 V디스크
타이어(앞,뒤): 245/40 R20, 285/35 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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