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윌트셔의 카슬콤에 나와 있다. 과연 오늘도 그처럼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길까? 나는 6년 전 첫선을 보인 뒤 아우디 스포츠카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밝히려 나왔다. 신형 R8 V10 플러스. 한데 아우디에 힘겨운 하루가 되리라 예상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 패독 게이트를 통해 우리를 향해 사무적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300m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이곳 카슬콤 주차장에 도착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둘 다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섰다. 그렇다면 2013년의 이 시점에 R8을 어느 정도 진지하게 골수 서킷머신으로 다뤄야 할까? 순혈의 진정한 이탈리아 슈퍼카와의 정면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윈든 소재 딕 러빗 페라리에서 온 사람이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R8에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차다. 지금 우리는 중고 R8을 많이 팔고 있다. 하지만 스쿠데리아 오너에게는 팔지 않는다” 그는 R8이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려면 아우디가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를 넌지시 일러주고 있었다. R8은 의심할 여지없는 성능과 올바른 요소를 모두 갖췄다.
강력한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람보르기니의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 한복판에 놓았다. 그럼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R8은 이탈리아 슈퍼카 영역을 파고들지 못했다. 파워와 스펙을 끌어올리고 소재를 바꿨는데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R8이 그만큼 비싸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혹은 아우디 배지 탓일까? 그 이유야 무엇이든 온라인 포럼과 오너 클럽에 들어가 보라.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할 최근의 시도로 아우디는 플래그십인 시리즈 양산 R8의 초점을 다시 잡아 V10 플러스가 나왔다. 최고출력은 542마력으로 올라갔지만, 무게는 50kg이나 줄었다. 신형 19인치 합금휠 안에 기본형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가 들어 있다. 한편 좀 더 안으로 들어가 아우디의 매그니라이드 서스펜션은 한층 단단한 댐퍼와 함께 한층 공격적인 세팅을 갖췄다.
스쿠데리아는 페라리의 자동형 수동박스에 묶였다. 하지만 0.06초 만에 변속할 수 있었다. 낡았다고? 어디 두고 보자. 페라리는 P 제로 코르사 트랙데이 타이어를 신었다. 레드라인은 9,000rpm. 페라리 챌린지 머신에서 배기관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모터스포츠 사상 가장 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F1 드라이버의 서명이 들어 있었다. 아우디에 한마디 한다. 짜릿한 감동을 주려면 성능개발팀에 ‘M Schumacher’(미하엘 슈마허. F1 7회 챔피언)와 같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맞은 트랙에서
이 트랙이 얼마나 위대한 서킷인가는 잊어도 좋다. 카슬콤은 스럭스턴이나 브랜즈해치와는 달리 TV에 나올 장소는 아니다. 한데 그럴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다. 푹 꺼진 곳, 요철이 심한 곳, 용기를 시험하는 직선구간, 약간 휘어진 제동구간과 고난도 2개 코너가 있다. 쿼리와 코너 정점이 뒤로 물러난 악명 높은 타워. 한편 해머다운에는 모터스포계의 어느 서킷보다 더 빠른 커브가 있다.
한번 달려볼 가치가 있는 트랙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너무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하다. R8은 놀랍도록 편안한 느낌을 줬다. V10은 힘차게 몰아붙일 때 떨리면서 굵직한 가락을 내뿜었다. 귀청을 울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레드라인까지 올라가야 할 필요도 없었고, 가슴팍이 빵빵한 엔진도 아니었다. 4,000~6,000rpm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거기서 효과적이지만 믿기 어려운 스피드를 공급했다. 때문에 V10 플러스의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스펙에 추가된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편 아우디 섀시 변화는 섀시의 기본적 안정을 깨트리지 않았다. 코너에 들어갈 때 R8의 스티어링이 적극적으로 그립을 더했다. 새차의 의사전달 기능은 결정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디테일을 손가락 끝에 전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필요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 차를 잘못 다루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스티어링 림에서 부하가 사라졌다. 가령 쿼리 커브에서 너무 빨리 너무 큰 파워를 투입했다. 그러자 코너 정점을 통과하기 전에 가벼운 부하가 걸린 앞바퀴에서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정확히 조작하면, 말을 바꿔 아우디의 반들거리는 룰북을 따르면, 제대로 반응을 일으켰다. 엄청난 스피드를 투입하고 중립선을 따르기 위해 앞쪽으로 약간 무게를 실었다.
그런 다음 한층 돌발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하지만 인상적이고 역동적인 실력을 보여줬고, 감칠맛 나게 발랄했다. 레귤러 V10보다 그만큼 더 날카롭고 트랙 지향적이었나?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트랙형 슈퍼카? 이제부터 밝혀내야 한다.
페라리는 성능에 도통했다. 게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압축해 스쿠데리아에 진공포장으로 담았다. 458 이탈리아를 훨씬 앞질러 오로지 빨리 달리는 데만 몰두했다. 한데 빨리 달리는 기술은 본질이 아니었다. 몸을 낮춰 안으로 들어가 벨트를 맺다. 알루미늄 터브의 벌거벗은 용접과 스테레오가 있어야 할 자리를 덮은 스웨이드가 탄성을 자아냈다. 크고 빨간 스타터 버튼에 엄지를 올려놓을 때 숨을 멎었다.
모든 단계마다 다잡으려 안간힘을 쓰자 억누를 수 없이 현기증이 덮쳤다. V8 엔진은 돌발적으로 요란하게 폭발했다. 불규칙하고 성깔 사나운 워밍업. 이 차가 싸늘하고 정적인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들려줬다. 초반 몇 랩 동안 워밍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랩을 거듭할수록 스쿠데리아의 경이롭게 유기적인 복합성이 점차 눈앞에 펼쳐졌다. 스쿠데리아는 페라리의 선도적인 차였다.
타이어와 브레이크가 차가워도 스쿠데리아는 횡그립에서 R8을 압도했다. 절묘한 의사전달과 드라이버 개입, 흥분과 보상에서 전혀 차원이 달랐다. 아래 슈퍼카들—심지어 아래 페라리들마저—은 이 같은 걸음을 걷지 않았다. 그런 차들은 스쿠데리아처럼 비명을 지르며 풀액셀 8,500rpm 가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토록 살가웠던 아우디와의 관계는 이제 절망적으로 단순하고 얄팍해 보였다.
압도적인 파워가 위대한 드라이버즈카와 좋은 차를 갈랐다. 우리가 R8을 진정한 마니아의 세계에서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으려면 아우디가 실현해야 할 바로 그것이었다. 모든 모델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한데 로터스는 그 비법을 알고 있고, 포르쉐도 마찬가지다.
글: 맷 선더스(Matt Saunders)
Ferarri 430 Scuderia
0→시속 100km: 3.6초
최고시속: 319km
복합연비: 6.4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360g/km
무게: 1350kg
엔진: V8, 4308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510마력/8500rpm
최대토크: 48.0kg·m/5250rpm
무게당 출력: 378마력/톤
리터당 출력: 119마력/L
압축비: 11.9:1
변속기: 6단 자동화 수동
길이: 4512mm
너비: 1923mm
높이: 1199mm
휠베이스: 2600mm
연료탱크: 95L
주행가능거리: 605km
트렁크: 25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98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뒤)35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 (앞)8.5J×19in
(뒤)11.5J×19in
타이어: (앞)235/35 ZR19
(뒤)285/35 ZR19 피렐리 P 제로 코르사
Audi R8 V10 Plus S-tronic
0→시속 100km: 3.5초
최고시속: 317km
복합연비: 7.8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99g/km
무게: 1595kg
엔진: V10, 5204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4WD
최고출력: 550마력/8000rpm
최대토크: 55.0kg·m/6500rpm
무게당 출력: 345마력/톤
리터당 출력: 105마력/L
압축비: 12.5:1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440mm
너비: 1929mm
높이: 1252mm
휠베이스: 2650mm
연료탱크: 90L
주행가능거리: 699km
트렁크: 10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8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뒤)356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 (앞)8.5J×19in
(뒤)11J×19in
타이어: (앞)235/35 ZR19
(뒤)305/30 ZR19 피렐리 P 제로 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