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8 vs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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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R8 vs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
  • 맷 선더즈
  • 승인 2013.06.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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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어느 <오토카> 담당자가 혼신의 정력을 다해 ‘일’해야 할 날이 딱 하루 있다. 바로 연례 <영국 베스트 드라이버즈카> 선발 최종 심판일. 일단의 동료 및 최고의 신형 스포츠카 10대와 함께 트랙데이에 나가는 것과 같다. 실로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되돌아보면 어느 해인지, 무엇을 토의했는지, 심지어 그 행사장이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사대상이 됐던 차와 달려간 코너만이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한 대가 뚜렷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차는 사전에 전혀 예고 없이 치고 들어와 당시 최신형 BMW M3 및 포르쉐 997세대 GT3 RS 3.6과 더불어 바닥, 벽, 천장과 주위 시골을 휩쓸었다. 그해는 2007년, 트랙은 베드퍼드 오토드롬이고 차는 아우디 R8이었다. 심지어 지금도 머릿속으로 베드퍼드의 웨스트 서킷 일부 코너를 더듬으면 R8이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쏟아낸다.

지금 우리는 윌트셔의 카슬콤에 나와 있다. 과연 오늘도 그처럼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길까? 나는 6년 전 첫선을 보인 뒤 아우디 스포츠카가 얼마나 발전했는가를 밝히려 나왔다. 신형 R8 V10 플러스. 한데 아우디에 힘겨운 하루가 되리라 예상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 패독 게이트를 통해 우리를 향해 사무적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300m나 떨어진 거리에서도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페라리 430 스쿠데리아는 가공할 핸들링 머신의 귀감으로 널리 알려졌고, R8을 잴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잣대다. 아우디는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고객이 왕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미드십 고성능차에 13만 파운드(약 2억2천230만원)를 내놓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두 대를 고려할 수 있고, 고려해야 한다. 아우디는 현행 가격까지 점차 올라왔다. 반면 페라리는 피할 수 없는 가치 하락으로 이 수준까지 내려왔다.

지금 이곳 카슬콤 주차장에 도착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둘 다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섰다. 그렇다면 2013년의 이 시점에 R8을 어느 정도 진지하게 골수 서킷머신으로 다뤄야 할까? 순혈의 진정한 이탈리아 슈퍼카와의 정면대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펙의 즐거움
스윈든 소재 딕 러빗 페라리에서 온 사람이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R8에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차다. 지금 우리는 중고 R8을 많이 팔고 있다. 하지만 스쿠데리아 오너에게는 팔지 않는다” 그는 R8이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려면 아우디가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를 넌지시 일러주고 있었다. R8은 의심할 여지없는 성능과 올바른 요소를 모두 갖췄다.

강력한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을 람보르기니의 고강도 경량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 한복판에 놓았다. 그럼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R8은 이탈리아 슈퍼카 영역을 파고들지 못했다. 파워와 스펙을 끌어올리고 소재를 바꿨는데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R8이 그만큼 비싸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혹은 아우디 배지 탓일까? 그 이유야 무엇이든 온라인 포럼과 오너 클럽에 들어가 보라.

수많은 페라리, 람보르기니나 애스턴 마틴 레귤러가 R8에 대한 충고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R8은 팔려도 잘 팔렸다. 그리고 포르쉐, BMW M 디비전과 메르세데스-벤츠 AMG 고객에게는 통했다. 합리적이고 쓸모 있고 시원스런 미드십 스포츠카로 명성을 거뒀다. 본격적인 슈퍼카이기보다는 슈퍼카 경험의 초입에 들어가는 차로….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할 최근의 시도로 아우디는 플래그십인 시리즈 양산 R8의 초점을 다시 잡아 V10 플러스가 나왔다. 최고출력은 542마력으로 올라갔지만, 무게는 50kg이나 줄었다. 신형 19인치 합금휠 안에 기본형 카본세라믹 브레이크 디스크가 들어 있다. 한편 좀 더 안으로 들어가 아우디의 매그니라이드 서스펜션은 한층 단단한 댐퍼와 함께 한층 공격적인 세팅을 갖췄다.

콰트로 네바퀴굴림이 없으면 빠른 아우디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새차는 6단 수동의 대안으로 듀얼클러치 자동박스와 짝지을 수 있었다. 그에 맞서야 할 스쿠데리아는 나온 지 5년에 주행거리 22,500km이고, 2기통이 적다. 과연 R8을 꺾을 수 있을까? 글쎄, 스피드라면 무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군살 없이 날씬한 F430보다 100kg 내려간 스쿠데리아는 1,350kg으로 아우디보다 자그마치 245kg이나 가볍다. 따라서 33마력 앞서는 출력과 무게를 상쇄할 수 있었다.

스쿠데리아는 페라리의 자동형 수동박스에 묶였다. 하지만 0.06초 만에 변속할 수 있었다. 낡았다고? 어디 두고 보자. 페라리는 P 제로 코르사 트랙데이 타이어를 신었다. 레드라인은 9,000rpm. 페라리 챌린지 머신에서 배기관 하나를 가져왔다. 그리고 모터스포츠 사상 가장 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F1 드라이버의 서명이 들어 있었다. 아우디에 한마디 한다. 짜릿한 감동을 주려면 성능개발팀에 ‘M Schumacher’(미하엘 슈마허. F1 7회 챔피언)와 같은 인재를 영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알맞은 트랙에서
이 트랙이 얼마나 위대한 서킷인가는 잊어도 좋다. 카슬콤은 스럭스턴이나 브랜즈해치와는 달리 TV에 나올 장소는 아니다. 한데 그럴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다. 푹 꺼진 곳, 요철이 심한 곳, 용기를 시험하는 직선구간, 약간 휘어진 제동구간과 고난도 2개 코너가 있다. 쿼리와 코너 정점이 뒤로 물러난 악명 높은 타워. 한편 해머다운에는 모터스포계의 어느 서킷보다 더 빠른 커브가 있다.

한번 달려볼 가치가 있는 트랙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너무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위험하다. R8은 놀랍도록 편안한 느낌을 줬다. V10은 힘차게 몰아붙일 때 떨리면서 굵직한 가락을 내뿜었다. 귀청을 울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레드라인까지 올라가야 할 필요도 없었고, 가슴팍이 빵빵한 엔진도 아니었다. 4,000~6,000rpm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거기서 효과적이지만 믿기 어려운 스피드를 공급했다. 때문에 V10 플러스의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는 스펙에 추가된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편 아우디 섀시 변화는 섀시의 기본적 안정을 깨트리지 않았다. 코너에 들어갈 때 R8의 스티어링이 적극적으로 그립을 더했다. 새차의 의사전달 기능은 결정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디테일을 손가락 끝에 전달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필요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 차를 잘못 다루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스티어링 림에서 부하가 사라졌다. 가령 쿼리 커브에서 너무 빨리 너무 큰 파워를 투입했다. 그러자 코너 정점을 통과하기 전에 가벼운 부하가 걸린 앞바퀴에서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정확히 조작하면, 말을 바꿔 아우디의 반들거리는 룰북을 따르면, 제대로 반응을 일으켰다. 엄청난 스피드를 투입하고 중립선을 따르기 위해 앞쪽으로 약간 무게를 실었다.

그런 다음 마음껏 액셀을 밟았다. 점진적으로 밟자 빠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탈출했다. 힘차게 테일 슬라이드에 들어가자 훌리건처럼 난폭하게 코너를 빠져나갔다. R8의 균형감각은 매혹적이었다. 그럼에도 R8 V8만큼 섬세하거나 완벽하지 않았다. V10의 한계 핸들링은 동생보다 한층 양극으로 갈라졌다. V8보다 더 오랫동안 그립이 더 힘찼다.
 
그런 다음 한층 돌발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하지만 인상적이고 역동적인 실력을 보여줬고, 감칠맛 나게 발랄했다. 레귤러 V10보다 그만큼 더 날카롭고 트랙 지향적이었나?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트랙형 슈퍼카? 이제부터 밝혀내야 한다.

뛰어오르는 말이 온다
페라리는 성능에 도통했다. 게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압축해 스쿠데리아에 진공포장으로 담았다. 458 이탈리아를 훨씬 앞질러 오로지 빨리 달리는 데만 몰두했다. 한데 빨리 달리는 기술은 본질이 아니었다. 몸을 낮춰 안으로 들어가 벨트를 맺다. 알루미늄 터브의 벌거벗은 용접과 스테레오가 있어야 할 자리를 덮은 스웨이드가 탄성을 자아냈다. 크고 빨간 스타터 버튼에 엄지를 올려놓을 때 숨을 멎었다.

모든 단계마다 다잡으려 안간힘을 쓰자 억누를 수 없이 현기증이 덮쳤다. V8 엔진은 돌발적으로 요란하게 폭발했다. 불규칙하고 성깔 사나운 워밍업. 이 차가 싸늘하고 정적인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들려줬다. 초반 몇 랩 동안 워밍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랩을 거듭할수록 스쿠데리아의 경이롭게 유기적인 복합성이 점차 눈앞에 펼쳐졌다. 스쿠데리아는 페라리의 선도적인 차였다.

게다가 트랙션과 안정 컨트롤이 ‘E-디프’ 전자 디퍼렌셜과 완전히 일체화됐다. 사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100% 운전 가능했다. 5단계 마네티노의 스포트(Sport) 모드를 선택하자 거동이 착실하고 유순했다. 그리고 전자기능을 누그러뜨리자 점차 야성적으로 변했다. 레이스(Race) 모드는 서킷에서도 속도를 유지하는 로드카로는 희귀한 전자기능이었다.

타이어와 브레이크가 차가워도 스쿠데리아는 횡그립에서 R8을 압도했다. 절묘한 의사전달과 드라이버 개입, 흥분과 보상에서 전혀 차원이 달랐다. 아래 슈퍼카들—심지어 아래 페라리들마저—은 이 같은 걸음을 걷지 않았다. 그런 차들은 스쿠데리아처럼 비명을 지르며 풀액셀 8,500rpm 가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토록 살가웠던 아우디와의 관계는 이제 절망적으로 단순하고 얄팍해 보였다.

스쿠데리아는 반응적이기보다 발랄했다. 코너마다 고속 정차를 할 때마다 깨어나고 모아들이고 더 많이 전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 타이어의 접촉면에서 더 큰 그립과 피드백이 전달됐다. 테일의 그립은 점진적이었다. 브레이크 페달로부터 더 큰 힘을 느꼈다. 랩을 거듭할수록 또 다른 랩, 더 빠른 랩을 달려보고 싶었다. 믿을 수 없는 이 차가 계속 자기에게 다가오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해머다운 코너를 지나 타워에 뛰어들 때마다 다시 돌아오라는 환상적 초대를 받았다.

압도적인 파워가 위대한 드라이버즈카와 좋은 차를 갈랐다. 우리가 R8을 진정한 마니아의 세계에서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으려면 아우디가 실현해야 할 바로 그것이었다. 모든 모델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었다. 한데 로터스는 그 비법을 알고 있고, 포르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나올 신형 911 GT3이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스쿠데리아는? 지난 4반세기 동안 가장 탁월한 페라리의 하나가 틀림없다. 그처럼 대담하고 화려하고 풍부한 자질을 현란하게 담아냈으니까.

글: 맷 선더스(Matt Saunders)

Ferarri 430 Scuderia
0→시속 100km: 3.6초
최고시속: 319km
복합연비: 6.4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360g/km
무게: 1350kg
엔진: V8, 4308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510마력/8500rpm
최대토크: 48.0kg·m/5250rpm
무게당 출력: 378마력/톤
리터당 출력: 119마력/L
압축비: 11.9:1
변속기: 6단 자동화 수동
길이: 4512mm
너비: 1923mm
높이: 1199mm
휠베이스: 2600mm
연료탱크: 95L
주행가능거리: 605km
트렁크: 25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어댑티브 댐퍼,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98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뒤)35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 (앞)8.5J×19in
    (뒤)11.5J×19in
타이어: (앞)235/35 ZR19 
          (뒤)285/35 ZR19 피렐리 P 제로 코르사


Audi R8 V10 Plus S-tronic

0→시속 100km: 3.5초
최고시속: 317km
복합연비: 7.8km/L(유럽기준)
CO₂ 배출량: 299g/km
무게: 1595kg
엔진: V10, 5204cc,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4WD
최고출력: 550마력/8000rpm
최대토크: 55.0kg·m/6500rpm
무게당 출력: 345마력/톤
리터당 출력: 105마력/L
압축비: 12.5:1
변속기: 7단 듀얼 클러치 자동
길이: 4440mm
너비: 1929mm
높이: 1252mm
휠베이스: 2650mm
연료탱크: 90L
주행가능거리: 699km
트렁크: 100L
서스펜션: (앞)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더블위시본,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브레이크: (앞)38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뒤)356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휠: (앞)8.5J×19in
     (뒤)11J×19in
타이어: (앞)235/35 ZR19
          (뒤)305/30 ZR19 피렐리 P 제로 R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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