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GTI, 재발견한 사자의 자부심
상태바
푸조 208 GTI, 재발견한 사자의 자부심
  • 존 시미스터
  • 승인 2013.05.27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 10월, 허트퍼드셔
싸늘하고 눅눅한 금요일 아침 어느 퍼브의 주차장. 푸조의 섀시기술 총책과 마케팅 총책을 만날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한데 그들이 나타났다. 푸조 208은 방금 출시됐고, GTI 버전은 양산을 앞두고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208 GTI의 선배 206과 207 GTI는 위대한 차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 모두의 선조 205 GTI의 마법, 차와 드라이버를 이어주던 오묘한 마력이 사라진 것만은 분명했다.
 
그들은 시장에서 참패했고, 환상적인 운전 머신 푸조의 명성을 걷잡을 수 없이 무너뜨렸다. 4월에 출시될 208 GTI는 명성을 드높이고, 동급 정상에 도전할 막중한 사명을 띠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푸조 엔지니어 가에탕 드물랭과 마케터 로랑 블랑셰를 한자리에 불렀다. 영국도로에서 푸조의 현행 최고속 208(156마력 THP)과 미니 쿠퍼 S 및 포드 피에스타 메탈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205 GTI 1.9(내 차이고, 지난 12월 <오토카>의 ‘핫해치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를 끌어내어 최신형과 비교하기로 했다. 우리는 오전을 꼬박 시운전으로 보냈다. 이제 각자의 평가내용을 비교할 때가 됐다. 가장 먼저 205로, 과연 전설적인 프랑스 핫해치의 부활을 목격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안전을 밑바닥에 깔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차를 그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드물랭이 앞질러 나왔다.

별로 희망찬 어조가 아니었다. “거쳐야 하는 시험이 많기 때문에 펀카를 만들 처지가 아니다. 운전재미를 지켜내려면 아주 어려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어투는 좀 더 밝아졌다. “이제 그런 오버스티어를 누릴 여유는 없다” 드물랭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요즘 서스펜션은 점점 딱딱해져 요철이 심한 도로를 빨리 달릴 수 없다. 피에스타는 좋은 스티어링을 갖춰 아주 매끈하다.

한데 미니는 뻣뻣해서 우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로가 좋을 때는 잘 달리지만 도시지역에서는 불편하다. 이 점이 중요하다. 우리 새차는 최근에 나온 다른 차보다 덜 뻣뻣하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207 GTI는 나쁜 도로에서는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8은 진정한 GTI다” 드물랭의 말. “좋은 도로와 트랙이 아니라도 잘 달린다. 오늘 이 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자. 아직도 손질할 시간 여유가 있다” 영국은 언제나 좋은 핫해치를 사랑했고, 여전히 그 최대시장의 하나로 꼽힌다.

“영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는 대시장이다” 블랑셰가 말했다. “205 GTI는 핫해치 전문 팬들을 위한 차에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패셔니스타들의 차이기도 했다. 폭넓은 매력을 자랑했다. 우리는 208로 그 영광을 되살리려 한다. 프랑스에서 205의 30%는 GTI였다. 207 GTI는 아주 뻣뻣했고—그 정도가 지나쳤다. 때문에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감각이 205에 훨씬 가까운 새 디자인 원리를 창출했다.

극히 역동적이면서 그다지 뻣뻣하지 않다. 게다가 패션 감각마저 갖췄다고 할 만하다. 남녀를 다 같이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6년이 된 205 GTI 1.9를 어떻게 소화했다는 말인가? “실로 탁월한 조종능력” 드물랭의 말. “얼마나 좋은지 놀랐다. 엔진 회전대가 아주 길다. 그리고 엔진음은 일부러 조작했다기보다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스티어링은 저속에서 무거우나 피드백이 풍부했다.

일부 진동은 편안하다고 할 수 없어도 감각이 좋다. 그립과 밸런스가 뛰어나다. 내가 듣던 것만큼 오버스티어가 크지 않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1987년 이후 바뀐 것은 타이어였다. 블랑셰는 승차감과 서스펜션의 장행정을 칭찬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좋다” 영국에서 최종 서스펜션 튜닝을 하게 되나?

“아니다. 한데 우리 소쇼와 벨샹 시설(프랑스에 있는)에 가까운 곳에 이와 비슷한 도로가 있다. 미니에는 맞지 않는 도로다. 당신은 바로 그런 도로에 맞춰 만들었기 때문에 208 THP를 좋아한다고 했다. 오늘 우리는 208 GTI의 좋은 해법을 찾았다고 확신한다. 앞으로 THP보다 더 정확하고 약간 뻣뻣한 GTI가 나올 것이다.”

2013년 2월, 파리 근교 모르트퐁텐
모르트퐁텐 테스트 트랙이 아니라 그 부근의 빠르면서도 굴곡이 심한 도로였다. 나는 나의 205를 몰고 여기까지 왔다. 양산 전 최종 스펙 208 GTI를 몰고 나온 드물랭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나는 그 차를 몰게 될 최초의 저널리스트. 하지만 먼저 이 차의 역동적 성격을 규정한 주인공이 운전대를 잡고 내가 그 옆에 앉아서 지켜봤다.

우리는 조용한 꼬부랑 도로를 따라 달렸다. 드물랭이 ESP를 해제하자 테일이 휙 돌아갔다. 한번 본때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그는 핸들링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은 중립, 1 이하는 오버스티어 성향을 가리켰고, 1보다 크면 언더스티어가 우세했다. 절대값은 수많은(흔히 일시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됐다. 그러나 이 핸들링비는 GTI의 타고난 편향을 알려줬다.

“1980년대에는 0.5에서 0.6을 겨냥했다” 드물랭의 설명. “206과 207은 1.3이었다. 시트로엥 DS3 레이싱은 1.5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트로엥의 뻣뻣한 감각을 그대로 알려줬다. “이 차의 핸들링비는 1.0이다. 안전을 위해 0.5로 할 수는 없었다. 한데 이 차는 GTI이고, 우리는 뭔가 다른 것을 겨냥했다. 밸런스는 뛰어난 스티어링 피드백과 함께 핵심요소의 하나다. 승차고를 8mm 낮췄다. 처음에는 당초의 높이에서 시작했지만, 높이를 낮추기로 결정했다. 그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었다.”

208 THP에 비해 부시, 스프링과 댐퍼가 한층 뻣뻣했다. 더 긴 위시본 덕분에 앞 트레드가 더 넓다. 그리고 앞 스트럿과 뒤 토션빔은 더 굵어졌다. 후자는 롤링강성을 높이고, 핸들링 밸런스를 더 예리하게 다듬었다. 아치 프레임을 두른 더 큰 휠에 205/45R17 타이어를 신겼다. 파워 스티어링은 재조율하여 코너링력에 맞춰 한층 듬직한 무게를 실었다. 엔진은 일반적인 직분 PSA/BMW 1.6L 터보의 200마력 버전이다. 깊고 예리한 엔진 사운드는 맛깔스럽게 푸푸 지글거렸다.

그런데 아까 우리 대화와는 달리 보닛 밑에서는 짜릿한 사운드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내 차례가 오기 전에 드물랭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우리는 클리오 RS나 DS3 레이싱과 같은 경주차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엔진 출력은 200마력이다. 우리는 도로에 가장 알맞은 GTI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빨간 액센트가 점점이 박힌 실내로 들어갔다. 그리고 작고 나직이 자리한 스티어링을 잡았다. 몸받침이 좋은 좌석 덕분에 차 위가 아니라 차안에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재래식 키로 시동을 걸었다.

클러치 페달을 놓을 필요가 없어 아주 간단했다. 가속은 충분히 근육질적이지만 폭발적이 아니었고, 드로틀 반응은 저회전대의 가벼운 렉을 잘 감췄다. 추월은 수월했다. 6단 박스는 아직 절정에 도달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양산차는 그보다 좋은 박스를 달고 나올 것을 약속했다. 결단의 시간. 핸들링이 어땠나? 글쎄, 힘차게 몰아붙일수록 좋았다. 스티어링은 중앙에서 약간 감각이 떨어졌지만, 앞바퀴는 커브에서 힘차게 노면을 물었다. 게다가 이 GTI는 굽이치는 도로를 감칠맛 나게 소화했다.
 

범프를 넘을 때 단단하게 타고 넘었지만 댐핑은 나긋했다. 드로틀 반응 밸런스는 정확하고도 단정했다. 그러나… 드물랭의 주장과는 달리 코너에서 스티어링의 무게가 어쩐지 성에 차지 않았다. 따라서 부하와 앞바퀴 그립을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더 큰 초기 그립과 반응이 아쉬웠다. 한편 가장자리에서 멀리 밀려나간 바퀴에 의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바퀴에 쏠리는 온갖 힘이 내 손에 전달됐다. 우리 차는 그와 함께 드로틀 조절형 밸런스를 업고 어기차게 커브를 돌아갔다.

드로틀의 도움을 받아 본능적이고 감각적이며 투명한 조절력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요즘 고객들은 그처럼 수다스런 피드백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새차를 그런 기준으로 심판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핫해치에서 일체감은 지극히 중요하다. 그리고 208 GTI는 대단히 고무적이지만 아직 완성의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스티어링 맵을 좀 더 손질하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신형 피에스타 ST와 클리오 RS 200 터보가 결투를 노리고 있다. 최고속 208은 믿음직한 GTI.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최종 양산차가 어떤 전투태세를 완비하고 등장할지 주목된다.

글: 존 시미스터(John Simister)

Peugeot 205 GTI 1.9
0→시속 100km: 8.4초
최고시속: 198km
복합연비: 12.6km/L(유럽기준)
CO₂배출량: na
무게: 965kg
엔진: 4기통, 1905cc,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130마력/6000rpm
최대토크: 16.5kg·m/4750rpm
변속기: 5단 수동
서스펜션: (앞)맥퍼슨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트레일링 암, 토션바, 안티롤바
연료탱크: 50L
트렁크: 270L
타이어: 185/55 R15

Peugeot 208 GTI
0→시속 100km: 6.8초
최고시속: 230km
복합연비: 17.0km/L(유럽기준)
CO₂배출량: 139g/km
무게: 1160kg
엔진: 4기통, 1598cc, 터보, 휘발유
구조: 프론트, 가로, FWD
최고출력: 200마력/5800rpm
최대토크: 28.1kg·m/1700rpm
변속기: 6단 수동
서스펜션: (앞)맥퍼슨스트럿,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뒤)토션 빔, 코일스프링, 안티롤바
연료탱크: 50L
트렁크: 285L
타이어: 205/45 R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