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주제가 자동차의 안전이었고 내가 담당한 브랜드가 볼보여서 자료 준비하느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심도 있는 공부를 해본 일이 있다. 그때 다시금 느낀 것은 ‘볼보=안전’이라는 이미지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확실한 안전장비인 3점식 안전벨트를 비롯해 수많은 자동차 안전장비가 볼보에 의해 최초로 개발 보급됐고 이를 통해 자동차 안전기준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차를 사준다면 선택 조건이 분명해야 한다. 물론 아내의 취향이 먼저이고 가격이나 스타일, 브랜드 선호 여부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이 안전성이다. 그 다음 조건은 운전이 쉽고 즐거울 수 있도록 편의장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인데 S80은 이 두 가지 조건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한다.
이 차에 기본으로 탑재된 안전장비 중 가장 돋보이는 장비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보행자 추돌 방지 시스템’(Pedestrian detection with full auto brake)이다. 고속도로나 한적한 지방 국도를 크루징할 땐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복잡한 시내에서, 혹은 골목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 때문에 아찔한 경험이 많을 것이다. 이 시스템은 운행 중에 차 앞에 보행자가 근접해 사고가 예측되면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제동준비를 한다.
그래도 적절한 시간 내에 운전자가 반응하지 못하면 풀브레이킹으로 차를 자동으로 정지시킨다.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거나 미처 사람을 발견하지 못할 때 알아서 사고를 방지해주는 시스템이다. 훨씬 더 많은 사고가 고속에서가 아닌 저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정말 유용하고 스마트한 안전장비다. 주간 시속 35km 이내의 저속 주행 중에 작동하며 신장 80cm 이상의 사람이면 인식한다.
이와 함께 시속 30km 이하에서는 ‘큐 어시스트’(Queue Assist)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된다. 이 기능은 앞차와의 일정한 간격과 속도를 유지해주는 건 크루즈컨트롤과 같지만 정체 및 지체 구간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복잡한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앞차가 완전히 정차하면 차를 알아서 정지시킨다. 3초 이내에 앞차가 출발하면 다시 자동으로 움직이게 해준다.
이외에도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인 블리스(BLIS)도 안전하고 쉬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미 볼보 차에는 기본으로 여겨질 만큼 익숙한 장비인 블리스는 사이드 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좌우 사각지대로 진입하는 차들을 감지하여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준다. 좌우 차선에서 차가 나타나면 양쪽 A필러에 주황색 등이 깜박인다. 무심코 차선을 바꿀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른 차와 추돌사고의 위험성을 현저히 줄여주는 기능이다. 익숙해지면 이 기능이 없는 다른 차를 운전할 때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유용함이 돋보이는 안전장비다.
레이더 센서가 주행방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운전자가 졸음이나 부주의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주행 궤도를 넘어서는 운전 패턴이 감지되면 즉각 경고를 보내주는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LDW) 역시 체감으로 다가오는 안전장비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방향으로 라이트가 양방향 최대 15도까지 회전하는 ‘액티브 벤딩 라이트’(ABL) 기능은 야간 운전에서 안전성과 편리함을 더해준다.
안전에 더한 편의성이 빛난다
S80은 볼보의 기함답게 커다란 차체와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지만 운전이 쉽고 편하다. 전자식 섀시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핸들링이 직관적이고 정교해 마치 중소형차를 몰듯 운전재미가 뛰어나지만 안락함도 포기하지 않았다. 운전자의 주행 스타일에 따라 성능을 극대화하도록 설계한 섀시 제어 시스템은 컴포트, 스포츠, 어드밴스드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운전자가 어떤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차와 도로,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해 최적의 핸들링을 유지하도록 각각의 쇽업소버를 동시에 조절한다.
또한 익제큐티브 모델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내장형 내비게이션과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 사용하기가 훨씬 편리해졌다. 블루투스 오디오 스트리밍 시스템을 이용해 운전 중 핸즈프리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으며 휴대전화나 미디어 플레이어의 음악을 무선으로 차의 오디오 시스템으로 감상할 수 있다. 디지털 클래스 D 앰프와 12대의 스피커가 선사하는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운전하는 시간을 더욱 즐겁고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스티어링 휠에 있는 버튼과 센터콘솔 키패드로 조작할 수 있다.
이 차에 적용된 다양한 장비를 하나씩 리뷰하다보니 이 근사한 차를 아내를 위해 선물할 것이 아니라 가장이 먼저 가져야 할 차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자리에서나 돋보이는 비즈니스용 세단으로도, 가족을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도 더없이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아내에게 ‘가족용’으로 선물하고 매일 얻어 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겠다. 그러자면 8천만원을 지불할 능력과 용의가 있어야겠지만.
글: 이경섭, 사진: 김동균 기자
가격: 8천80만원
크기: 4850×1860×1495mm
휠베이스: 2835mm
무게: 1850kg
엔진: 직렬 6기통, 2953cc, 터보, 휘발유
최고출력: 304마력/5600rpm
최대토크: 44.9kg·m/2100~4200rpm
복합연비: 7.9km/L
CO₂배출량: 228g/km
변속기: 자동 6단
서스펜션(앞/뒤):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브레이크(앞/뒤): V 디스크/디스크
타이어(앞/뒤 모두): 245/40 R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