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ST vs 메가느 vs 306 vs 인테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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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ST vs 메가느 vs 306 vs 인테그라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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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나는 곧잘 콧노래를 불렀다. 어떤 가락이나 멜로디를 붙였다기보다는 거의 무의식적인 콧노래였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 식사를 코앞에 두고 멍하니 나이프와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흥얼거렸을 뿐이었다. 그럴 수 없이 흐뭇한 순간이었다. 실로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있다가 지난주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이미 중년에 접어든 나의 다른 반쪽이 빌려온 혼다 인테그라 타입 R의 주홍빛 운전석에 앉았다. 그러면서 내가 비상발전기처럼 흥얼거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자신에게 물었다.

흐음… 핫해치라. 확실히 4개 밸브로 이뤄진 내 심장에 제일 가까운 것을 들라면? 4기통 휘발유 엔진의 16개 밸브 또는 지난날의 건장한 컴팩트 패밀리카의 터보 휘파람이다. 다른 친구들이 페라리 F355에 매달릴 때 나는 포드 에스코트 코스워스와 폭스바겐 골프 G60을 꿈꿨다. 내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한데 15살에 이탈리아 슈퍼카를 몰겠다는 환상은 대형 글래머 질리언 앤더슨과 데이트를 하겠다는 생각만큼이나 황당해 보였다. 한데 두 집 떨어진 예쁜 소녀라면? 이쯤 되면 서로 말이 통할 만하다.

그렇다면 핫해치의 불같은 심장을 담을 수 있는 대상이다. 언제나 그랬다. 빠르고 값쌌다. 대량생산하는 5도어 다이어트의 콘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부가가치를 곁들인 식사. 비계를 줄이고 맛을 더했다. 그래서 포드는 칼로리를 다스리는 달인. 그 레시피를 발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잘 조율되고 이글거리는 후광 모델을 제때 내놔 라인업을 새롭게 활성화했다. 사실 그 능력을 따를 메이커는 거의 없었다.

바로 그 크고 출중한 가족 나무 아래 최신 포커스 ST가 태어났다. 한층 경제적인 278마력 2.0L 에코부스트 엔진을 받아들여 기통 하나를 줄였다. 기계식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쓰지 않았고, SVT가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거의 개발했다. 따라서 허풍스런 트렁크를 끼워 넣을 위험이 없지 않았다. 그랬다면 신의 은총을 누릴 자리에서 곤두박질치기 딱 알맞을 것이다.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미국에서 시승했고, 그때 아주 뛰어난 인상을 받았다. 곧 대체될 폭스바겐 골프 GTI와의 겹치기 테스트를 피하고 웨일스의 난폭한 B급 도로에서 3대 라이벌과 맞붙였다. 앞바퀴굴림 핸들링의 벤치마크를 가장 잘 대표하는 모델들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시작할까? <오토카> 사무실에서 B4391까지 320km를 달리는 사이 인테그라는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혼자 조용히 생각한 끝에 3시간 동안 부대낀 혼다의 요란한 VTEC 엔진을 마음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그 대신 르노를 골랐다. 포드의 훨씬 폭넓은 능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로피의 265마력이 기본형 2.0L 터보로 옮겨간 뒤로는 이번 시승까지 메가느를 몰아본 적이 없었다. 한데 경막수술을 거친 내 엉덩이로도 끈끈한 레카로와 컵 섀시를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르노스포르에 들어가서는 완전히 편안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들어왔다는 인상이 짙었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했다는 뜻은 아니다. 19인치 휠을 단 메가느는 이중에서 핫해치의 진솔한 흔들림을 보여준 유일한 모델. 그래서 내 허리의 군살을 흔들었지만 눈에 띄게 잘 다스려졌고 댐핑이 아주 단단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극히 묵직한 무게로 운전자의 손바닥을 가득 채웠다. 마치 야구 방망이를 쥐어주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계속 연습 스윙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때문에 메가느는 어디서나 무작정 빨리 달렸다. 추가된 14마력이 트랙션 컨트롤 버튼 뒤에 숨어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차를 힘차게 몰아붙이면 스로틀이 몹시도 민감해졌다. NASCAR의 피트에서 튀어나와 복잡한 차량대열에 끼어든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다. 뒤이어 포커스로 갈아타자 금방 긴장이 풀렸다. 포드는 더 크고 듬직했다. 르노가 돌로 만든 방아벌레라면 포드는 반들거리는 부목을 닮았다. 노면에 대한 반응에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데 한층 느린 포드의 스프링은 범프를 죽이는 당밀 속을 지나가는 듯했다.

포드는 세련미가 한층 뛰어나고 실내 엔터테인먼트가 크게 올라갔으며 시트가 더 부드러웠다. 따라서 메가느와는 다른 눈으로 지나가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너무나 설득력이 강해 M54의 끝까지 끊임없이 클러치를 밟았고, 마침내 중부 웨일스를 모세혈관처럼 덮고 있는 제한해제 A급 도로에 들어갔다. 여기서 시원스런 초고속 커브에서 포커스는 그럴 수 없이 믿음직했다. 표준보다 10mm 낮은 세팅이 노면이 좋지 않은 영국 도로에도 잘 들어맞았다. 나무랄 데 없는 승차감이 1,750rpm(메가느보다 1,250rpm 낮은)에서 터지는 34.6kg‧m의 힘찬 토크와 어우러졌다. 그리고 가변률 랙이 제공하는 스티어링 반사의 듬직하고 힘찬 첫 몇 도 덕분에 슈퍼크루징은 힘들지 않아 즐거웠다.

이처럼 매혹적인 드라이빙을 마치고 시승이 끝날 즈음 푸조 306 랠리에 올랐다. 1990년대 말의 전성기에 가장 뛰어난 핫해치로 이름을 날린 모델. 한데 처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169마력 2.0L 엔진의 트랙션이 부족하리라 예상했다. 게다가 수더분한 20.0kg‧m는 5,500rpm까지 올라가야 터졌다. 그런데 자연흡기 엔진의 반쯤 잊혀진 꾸밈없고 믿음직한 토크와 1,163kg의 무게가 합쳐 예상을 뒤엎었다. 뜻밖에도 높은 운전위치와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린 스티어링이 곤혹스러웠다. 스티어링은 아주 끔찍한 검은 플라스틱으로 마치 라텍스 바지처럼 손바닥 압력에 주름이 잡혔다. 게다가 록에서 록까지 묵직한 3.2회전이 걸렸다. 돌아가는 길에 푸조의 역동적인 성능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처음 1,500m의 사진발 받는 B급 도로에서 내 투박한 손으로도 찡한 감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가 말해주듯 306은 실제로 숭고했다. 삐거덕거리고 끔찍한 실내 밑바닥을 보면 시계와 같은 정확성과 안티키테라 매커니즘의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하나로 뭉쳤다. 가장 새로운 후손은 불어난 200kg과 커진 파워의 짐을 지고 있지만 랠리는 목적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었다. 토크 스티어가 없었고, 희미한 언더스티어 기미가 있을 뿐이었다. 피동적인 뒤 액슬이 풀려나갈 때 앞머리는 으스대며 그립을 잡았다. 너울지는 고속로에서 그 긴 서스펜션 유격으로 인해 바퀴가 휠아치를 비볐다. 브레이크는 산악자전거처럼 힘차게 물었다. 물론 모두가 랙&피니언 스티어링에 매달렸다. 넓게 자리 잡은 손목에 가벼운 무게를 더하면 아래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인테그라도 그 정체를 알려면 좀 더 기다려야 했다. 한데 그 이유는 각기 달랐다. 20년이 지난 보석처럼 단단한 190마력 1.8L VTEC에 보내는 찬사는 마치 터보와 같다는 것. 원심력 컴프레서가 던진 볼링공처럼 스핀+터뷸런스를 일으켰다. 지금의 포커스와 메가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정밀 천공기. VTEC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 파워를 전달했다. 6,000rpm이 되어서야 제대로 파워가 분출했다. 따라서 인테그라는 기본동작이 반동이었고, 다시 매력을 발산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복잡한 도로에 적합한 방식으로 파워를 전달할 수 없었다. 요즘 인테그라의 라이벌들은 더욱 맛깔스런 메뉴를 금방 내놓았지만, 혼다는 전부가 아니면 전무였다.

그처럼 가차 없는 활력은 포드와 르노가 빠져든 나른한 동작을 비웃었다. 인테그라는 힘들여 몰아야 했고, 같은 파워의 반동으로 밀어붙였다. 포커스는 나른한 자세로 빨리 달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인테그라는 놀라운 힘을 단번에 끌어냈다. 특히 꼬부랑 B4391을 반복적으로 달릴 때 효과는 훨씬 컸다. 전방시야가 좋은 넓고 긴 커브에서 혼다는 지극히 숭고한 섀시를 스트리퍼의 속살이 풍기는 관능적 매력과 버무렸다. 립트오프 오버스티어라는 표현으로 발레를 추는 인테그라의 엉덩이를 묘사할 수는 없었다.

노즈의 균형을 잡으며 파워를 줄이려는 생각만 해도 엉덩이는 깔끔하게 여며졌다. 단지 한 미크론만 풀어줘도 엉덩이는 점진적으로 눈부시게 코너 정점을 돌아갔다. 드로틀 조절력이 너무나 정교하여 여기서부터 어디로 갈지는 드라이버에게 맡겨졌다. 긴장을 풀고 트랙션을 기다리면 라인은 훨씬 팽팽하게 죄였다. 더 빨리 난폭하게 들어가자 로또에 당첨된 자의 환호가 터졌다. VTEC는 풀어헤친 금속 가성을 내지르며 힘차게 직진했다.

머리 위를 선회하는 미 공군의 F-15 이글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 웨일스의 산속에서 혼다의 극적인 연기에 맞설 라이벌이 등장했다. 마침 메가느가 제법 허세를 부리며 눈앞에 던져진 도전장을 집어 들었다. 일본제 쿠페 인테그라처럼 내 피부 밑까지 파고든 모델은 일찍이 없었다. 어쨌든 이를 악물고 고개를 주억거려 찬사를 보내고는 적어도 20% 이상 속도를 올렸다. GKN 토크 편향 디퍼렌셜과 광폭 브리지스톤 포텐자가 킁킁거리며 그립 냄새를 맡았다. 1990년대에 개발된 노즈와는 인연이 없는 일이었다. 메가느의 코너 진입 포인트가 점점 뒤로 물러났다. 그에 따라 몇 분 전까지 정중하게 다뤘던 코너를 경멸에 찬 총검으로 찔렀다. 이전까지 곤혹스럽던 꽉 찬 265마력의 드로틀맵이 갑자기 실력을 발휘했다. 곱게 쓰다듬는 액셀에서 훨씬 큰 힘이 솟아나 긴박하게 인테그라를 코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르노의 천재는 직설적인 페이스가 아니라 의미있는 패키지에 담겨 있었다. 게다가 걸핏하면 초연한 척했다. 확실히 힘든 돌격형이었다. 한데 그 성격에는 깊이와 뉘앙스가 있었다. 그 모두를 벗기려면 최대한 공격적이면서도 유연해야 했다. 메가느는 성능을 펼쳐 보일 넓은 공간을 너그럽게 펼쳤다. 어느 쪽이든 코너 출구에서 벌어진 트랙션과의 타격전을 슬쩍 빠져나왔다. WRC 8회 챔피언 세바스티앙 로브(시트로엥 소속)도 그보다 더 잘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감동, 영웅 효과는 핫해치에 빛을 던졌다. 르노 오너는 그 발광체를 뒤집어쓰고 돌아와 몇 시간이나 빛을 발한다. 내가 그랬다. 아주 희귀하고 특별했다. 포커스는 죽었다 살아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 차이가 사소해 보였다. 포드의 조절형 전동 스티어링 랙은 돌릴수록 빨라졌다. 따라서 놀랍도록 직접적이고, 힘찬 방향전환이 B4391에 딱 들어맞았다. 마찬가지로 에코부스트 엔진은 2,000rpm 이상의 풀스윙에서 과거의 5기통과 비슷하게 교향적이면서도 부글거리는 입자음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속도가 올라가는 방식도 그와 비슷했다. 노즈에 부담이 줄어 ST는 중립적 밸런스를 찾기가 훨씬 쉬웠다. 좀 더 힘차게 몰면 조심스런(또는 자유분방한) 스로틀에 따라 언더스티어는 오버스티어로 넘어갔다.

하지만 스노도니아 산길에서 페이스가 점차 올라가자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포드의 타협한 모습이 고도로 세련된 베일을 비집고 드러났다. 질척거리는 서스펜션 탓에 턴인이 메가느만큼 상쾌하지 않았고, 한층 게으른 보디 컨트롤이 브레이크에 훨씬 부담스러운 인상(두 라이벌의 무게는 거의 같지만)을 줬다. 코너 정점에서 스티어링은 목표를 정확히 조준할 만큼 충실했다. 한데 306의 높은 수준에 비해 포커스는 벙어리가 된 느낌이 들었다. 출구에서 전자조절형 토크 스티어 컴펜세이터가 레보너클을 시도할 때야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르노의 퍼포허브의 성실한 독립형 스티어링축만큼 능률적이 아니었다.

포드와 라이벌의 진정한 격차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었다. 한데 그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포드는 ST를 내세워 앞바퀴굴림 벤치마크를 새로 세우려 하지 않았다. 그 미션은 앞으로 나올 RS에 돌아간다. 포드는 영국에서나 미국에서나 경쟁력 있는 핫해치를 만드는 데 목표를 뒀다. 이번 비교시승에서 동질성이 떨어진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당초에 우리는 이 시승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웨일스에 작별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완전성에서 포커스는 푸조의 경쟁상대가 아니고, 재미에서 혼다를 따를 수 없을 뿐 아니라 뱃속까지 파고드는 즐거움에서 르노에 뒤졌다. 한데 포드는 그런 요소를 상당한 수준까지 골고루 갖췄다. 반면 다른 3대가 결코 제대로 충족할 수 없는 다른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라이벌들보다 훨씬 안락하고 쓸모가 있으며 경제적이다. CO₂배출량은 169g/km에 그친다. 활기 넘치는 사운드와 그와 어울리는 스타일을 자랑한다.

우리가 다시 산길을 올라갔다면 두 전설은 뒤로 나가떨어지고 한 대가 바로 앞을 달려갔을 것이다. 포커스는 모든 사람을 위한 모든 것에 아주 가깝다. 혹은 여러분과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그럴 것이다. 2만1천995파운드(약 3천950만원)인 기본형은 현실적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실제로 위대한 경지에 가까이, 감탄스러울 만큼 가까이 다가섰다. 이제 포드가 본격적으로 노력을 시작할 때 어떤 성과를 거둘지 상상해보자.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글: 닉 캐킷(Nick Cack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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