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8, 작은 스티어링 휠이 주는 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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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208, 작은 스티어링 휠이 주는 이점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2.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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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새차를 처음 타기 전에 되도록 머리를 비운 뒤 시작하곤 한다. 기왕이면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느껴본 뒤, 나중에 그 차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선입견을 줄이고, 좀 더 순수하게 차를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푸조 208을 탔을 때도 그랬다. 키를 받아 든 순간부터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꼼꼼히 체크했다. 우선 새 모델인 만큼 차의 전체적인 비율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207에서 약간은 과장된 듯 여겨졌던 크고 굵직한 라인과 디테일들이 상당부분 절제되면서 훨씬 정제된 모습으로 다가왔다. 커다란 프론트 그릴은 중앙으로 모이며 거의 절반 가까이 헤드램프와 푸조 엠블럼, 측면의 유리 비율 등이 축소되었다. 나중에 제원을 비교해보니 휠베이스는 같은데 길이와 높이는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둥근 숄더라인은 거의 사다리꼴에 가깝게 내렸고, 사이드미러 앞부분(A필러 하단부)을 전방으로 길게 빼내며 실내가 길이가 확장된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문을 열고 차 안에 들어서는 순간, 계기판을 포함한 대시보드의 레이아웃과 아주 작은 스티어링 휠을 보고 잠깐 놀랐다.

스티어링 휠 안쪽을 통해 계기판을 보는 게 아니라, 카트처럼 작은 스티어링 휠 위쪽으로 계기판을 보는 구조다. 아마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나 그런 메이커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레이아웃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간다. 다양한 변수를 시험하고, 또 달라진 환경을 감안해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센터페시아에는 버튼이 몇 가지 없다. 계기판은 먼 대신 대화면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앞쪽으로 튀어나오게 배치했다. 이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마치 태블릿 컴퓨터 같은 종합주행정보 시스템으로 라디오,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외부기기(AUX), 트림 컴퓨터 등을 한곳에서 보고 조작할 수 있다.

푸조에서는 이 종합주행정보시스템이 매우 직관적인 구성되었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스크롤의 방향이나 메인 메뉴를 찾아가는 방법, 화면의 스크롤 방향, 내비게이션을 켜두고 다른 메뉴를 실행시키는 멀티태스킹 등의 조작 환경이 한국의 정서와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

계기판과 작은 스티어링 휠을 보면서 언뜻 생각나는 것이 이 정도면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필요 없겠다는 점이었다. 비싼 장비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속도계나 내비게이션 등 일부 정보를 앞 유리 또는 계기판 위쪽에 보여주는 것으로, 운전자가 계속해서 전방을 주시하면서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사실 사람의 눈은 좌우로 이동하며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앞뒤의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이처럼 계기판을 멀리 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싼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어링 휠은 어떤가. 아주 작은 크기에 칼럼의 위치도 아래쪽으로 내렸다. 그래서 전방 시야는 더 많이 확보되고, 운전자는 더 안전하게 전방을 주시할 수 있다. 실제로 운전하는 동안 이 작은 스티어링 휠을 움직이다 보면 작아서 손맛을 느끼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손목이 위쪽에 있는 12시를 지점을 지나며 꺾는 쪽의 팔꿈치가 위로 들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향하며, 마치 프로 드라이버 같은 움직임을 갖게 한다. 대부분 스티어링 휠이 큰 차를 타다보면 이런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의도적으로 신경을 써야 하는데, 208을 몰 때는 그런 모션이 아주 자연스러워진다. 물론 스티어링 칼럼은 틸팅과 텔레스코픽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운전 자세를 맞추기도 어렵지 않다.

또 하나 칭찬하고픈 부분이 있다. 휠베이스는 207과 동일한데 실내공간은 커졌다는 점이다. 앞좌석의 경우 조수석 무릎 공간, 그러니까 글러브 박스를 앞쪽을 향해 넓고 깊게 입체적으로 파내, 키가 큰 사람이 앉아도 전혀 불만이 없다. 비록 세컨드카의 개념에 속하는 작은 차들은 대개 뒷좌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많지만, 이번에 208은 뒷좌석 레드룸을 기존 모델보다 520mm나 늘렸다. 또 트렁크 용량도 15리터나 커졌다. 눈에 보기 좋은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공간 효율을 크게 고려한 것이다.

‘A9'라는 코드 네임으로 개발된 푸조 208은 PSA 그룹의 PF1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PF1 플랫폼은 207부터 적용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208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량화다. 207에 비해 중량을 최대 173kg, 평균 110kg이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부분에서 군살은 빼고 대체 소재를 사용하며 다운사이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푸조에서 사용하는 디젤 1.6L e-HDi 엔진(DV 또는 DLD 패밀리)은 처음엔 포드와 공동 개발했고 나중엔 BMW 그룹도 참여해 미니 One D와 미니 쿠퍼 D 엔진(W16)에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208에서는 배기가스는 줄이고 연비는 더 향상시킨 1.6L 92마력 버전이 올라가고, 역시 연비 효율이 좋기로 이름난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인 MCP와 짝을 맞추고 있다.

물론 MCP는 아직도 자동변속기와 같은 편안함을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한 탓에 변속 반응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변속기는 클러치가 달린 수동변속기를 모는 느낌으로 잘 활용하면 운전의 재미와 연비, 가속성에서 여전히 이점이 많다. 편한 것만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귀찮음이 곧 게으름이라는 말이 먹혀들지 않을 테지만….

이 파워트레인의 단점을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아침에 처음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설 때, 즉 냉각 시에는 가속 페달의 반응이 아주 섬세하지는 못하다는 것. 이때는 초기 반응이 약간 굼뜨는 바람에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가속페달에 힘을 더하면 움찔하다가 ‘우-욱’하고 나가려고 하는 식이다. 물론 정상 온도에서는 이런 반응이 줄어들다.

그리고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시속 10~15km 정도로 움직일 때는 1단과 2단 사이의 기어비가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어 일반적인 수동변속기나 자동변속기보다는 섬세한(?) 전진에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 부분만 제외하면 이 파워트레인의 효율이 나쁘지는 않다. 매뉴얼 모드를 사용할 경우 1단부터 거의 시속 10km 단위로 시프트업이 가능하며, 6단만 시속 65km를 넘어야 한다. 오토 모드에서는 시속 75km부터 6단으로 올라설 수 있다. 현재 상태로도 가속력은 동급 어떤 차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충분하고, 시내와 교외 및 고속도로를 포함해 400km 이상을 달린 결과 평균 연비가 리터당 14.5리터로 준수한 편이었다.

파워 면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제원 상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나오지만 4단 이상에서는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3,500rpm까지는 가속이 괜찮아도 그 이후부터는 엔진의 회전상승이나 스피드 상승이 더뎌진다. 작은 배기량에 작은 터빈을 쓰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속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을 시원스럽게 커버하지는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지금 정도의 파워와 가속력이면 높은 점수를 줘도 아깝지 않겠다.

전반적인 차의 모션은 예전보다 경쾌하고 현대적인 감각이다. 207 시절에는 차는 작아도 무게감이 있어 지금보다는 확실히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었는데, 208에서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달리 표현하자면 경량화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하겠다.

몸놀림은 예전보다 훨씬 경쾌해졌고, 노면의 피드백에 대해서도 참 솔직하게 응답한다. 거친 곳에선 거칠게, 매끄러운 도로에서는 매끄럽게, 운전자가 노면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연속되는 S자 커브를 돌아나가는 슬라럼 테스트에서 차체는 스티어링의 입력방향과 반대쪽으로 기울어진다. 이때 편안함을 위해 느슨하게 세팅한 차들의 경우 스피드를 올릴수록, 진행 시간을 길게 할수록 역모션을 나타나는데, 이 차에서는 그런 역모션을 찾기 힘들다. 밸런스와 예측 가능성이 괜찮다는 의미다.

또한 과도한 액션으로 차를 미끄러뜨리려 하면 ESP가 일찌감치 개입해 차의 모션을 바로잡는다. ESP 스위치를 꺼도 이내 스핀 상황에서는 스스로 개입되게 세팅되어 있고, 계기판 중앙에는 이런 상황을 친절하게 표시한다.

그리고 한 치수 큰 타이어를 끼고 있는데도 몸놀림은 가뿐하게 느껴진다. 장기적인 연비 측면에서는 분명 마이너스가 될 여지는 있지만, 이 차에서는 오히려 약간 넓은 타이어가 차의 자세와 접지력을 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괜찮은 연비 성능, 가뿐한 몸놀림과 가속, 손쉬운 운전까지 효율적으로 경량화된 작은 차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을 잘 살리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푸조 208. 실력으로 보면 이제는 미니 쿠퍼에게 한번 붙어볼 만도 하겠다.

지금까지 한국 소비자들의 시선이 주로 화려하고 큰 차에게 모아졌지만, 내심 이런 차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글: 김태천, 사진: 김동균 기자

Peugeot 208 1.6 e-HDi Feline(5 Door)
가격:  2천990만원
크기:  3960×1740×1550mm
휠베이스:  2540mm
무게:  1165kg
최고시속:  183km
엔진:  직렬 4기통, 1560cc, 디젤
최고출력:  92마력/4000rpm
최대토크:  23.5kg‧m/1750rpm
복합연비:  18.8km/L
CO2 배출량:  102g/km
변속기:  6단 MCP
서스펜션(앞/뒤):  스트럿 / 토션바
브레이크(앞/뒤):  V디스크 / 디스크
타이어:  205/45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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