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렌 MP4-12C 스파이더, 페라리의 대항마
상태바
맥라렌 MP4-12C 스파이더, 페라리의 대항마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2.20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만5천500파운드(약 3억3천500만원)짜리 신형 맥라렌 MP4-12C 스파이더가 운명을 걸고 싸워야 할 너무나 분명한 라이벌은 단 한 대뿐이다. 물론 그 차는 19만8천936파운드(약 3억5천110만원)짜리 페라리 458 스파이더. 지금 이탈리아 마로넬로의 생산라인을 요란하게 굴러 나오는 가장 감동적인 스포츠카다.

어느 모로 이들 두 아이콘의 경쟁은 메인이벤트의 워밍업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내년 맥라렌의 천둥 같은 신형 P1이 페라리 811마력 엔초 후계차와 맞붙는다. 그때 불길을 내뿜고 귀청을 찢는 메인이벤트가 벌어진다.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가 조 프레이저와 맞붙는 메인을 보기 조금 전에 마빈 해글러와 수거레이 레너드의 미들급 대전을 보는 것에 비길 수 있다.

확실히, 그리고 이 특별한 순간에 12C 스파이더는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브랜드 진화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 12C는 가장 중요할 대목에서 역동성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떤 도로에서 어떤 사람의 손에 맡겨져도 아주 파격적으로 빠르고 유능한 차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자동차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떠나지 않는 작은 의문이 있다. 적어도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분명히 해낼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말이다. 게다가 신형 스파이더가 넘어야할 한 가지 핵심적인 비판이 있다.

이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맥라렌은 12C의 하체에 다양한 손질을 했다. 거의 모든 것이 2013년 모델연도의 쿠페 버전에 들어간다. 트윈터보 3.8L V8 엔진을 전자적으로 잘 주물러 24마력을 추가하여 600마력에서 625마력으로 올려놨다. 마찬가지로 7단 듀얼클러치 기어박스의 소프트웨어는 성능 스펙트럼의 한계에서도 한층 상큼하게 변환하도록 다시 짜였다. 가장 공격적인 세팅이 이 차의 적극적인 역동성을 발휘한다. 반면 오토 세팅은 한층 냉정하고 덜 광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하지만 스파이더의 루프가 절실한 뉴스거리. 버튼을 누르면 단 17초 만에 12C의 뒷좌석 공간에서 미끄러져 나오고 들어간다. 458 스파이더와 마찬가지로 2개의 카본파이버 부분으로 갈라지고, 루프를 올리면 딱 들어맞는 하드톱을 이룬다.

루프를 씌운 12C 스파이더는 12C 쿠페와 아주 비슷하다. 다만 제일 꼭대기가 좀 더 볼록하고 전보다 기어박스가 더 날카로워졌을 뿐이다. 한데 루프를 내리면 그 변모가 파격적이다. 배기음뿐만 아니라 엔진, 바람을 비롯해 세상이 쏟아 놓는 온갖 사운드가 한층 증폭됐다. 루프를 내리고 달리는 스파이더는 쿠페보다 3배나 더 극적이고 격정적이었다. 더구나 쿠페의 뒤 벌크헤드에 자리 잡은 작고 따뜻한 유리 패널을 내리면 머리 뒤에서 폭발하는 추가 사운드는 2배나 커졌다. 그 결과 4배나 더 듣기 좋았다.

일단 루프를 제거하면 단번에 12C의 모든 성격이 응축되어 실제 효과는 훨씬 커졌다. 디자인팀이 노린 주관적인 효과가 그대로 살아났다. 루프를 걷어내자 쿠페의 성격을 밑받침하던 정중한 영국적 특성의 온화한 감각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언제나 입이 찢어지게 웃어대는 차가 등장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스파이더의 비틀림 강성이 쿠페와 똑같다는 사실. 처음부터 카본파이버 모노코크를 고정 루프와 컨버터블에 다 같이 쓰도록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각 버전의 터브마저 똑같은 숫자의 부품을 썼다. 따라서 쿠페와 스파이더의 유일한 차이는 무게뿐이다. 스파이더가 40kg이나 더 무겁다. 그것은 루프를 조작하는 전자장치 탓이었다. 그밖에는 모두 똑같다. 똑같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트 등등.

도어 손잡이, 에어컨과 스테레오를 제외하면. 그리고 스파이더의 무게중심은 루프를 올렸을 때 9mm 올라간다. 그리고 루프를 내리면 6mm 낮아진다.

이제 도어에는 스윙도어를 올릴 수 있는 작은 압력 패드가 달렸다. 마법의 ‘와이프’ 패치를 찾느라 더듬거릴 필요가 없다. 처음으로 쿠페에 들어갈 때(이들은 2013년형 쿠페에도 옵션으로 들어온다) 누구나 혼란스럽다. 에어컨과 스테레오도 루프를 내렸을 경우에 맞춰 손질했다. 무게중심의 변화는 실제로 0.01%에 불과하고, 루프를 작동하는 전기모터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도로에서나 트랙에서나 12C 스파이더는 주관적으로 쿠페와는 상당히 다르다. 운전하기에 한층 생동감이 있고, 긴박하며 훨씬 짜릿하다. 설사 쿠페만큼 세련되지 않았다 해도 전체적으로 좋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최신 엔진과 기어박스 손질은 그것만으로 놀랍도록 큰 차이를 가져왔다. 때가 되면 이들은 연식에 관계없이 모든 12C에 적용된다. 따라서 오너들은 전 세계 38개 맥라렌 딜러에게서 공짜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받게 된다.

업그레이드된 엔진이 뿜어내는 더 강력한 긴박감과 펀치력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1,000rpm에서 두드러졌다. 최고출력이 625마력으로 올라갔을 뿐 아니라 회전대마저 500rpm 높아졌다. 따라서 12C는 8,500rpm 레드라인에 접근할 때 훨씬 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뒤따르는 기어변환이 전보다 한결 상큼하고 빨라 더욱 좋았다. 제때(구체적으로 회전제한장치가 끼어들기 직전) 기어를 올리면 파워 밴드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 가속감을 강화하여 직선코스에서 거침없이 달려갔다.

맥라렌이 터보와 배기 시스템을 손질한 덕분에 사운드 역시 크게 달라졌다. 둘 다 실내에 더 큰 소리를 들여보냈다. 물론 의도적이다. 하중이 실렸을 때 유도흡기와 배기의 비명이 어우러져 성난 고함을 질러댔다. 파격적으로 빠른 슈퍼카의 특징이 더욱 두드러졌다. 더구나 하향조작 때 퍽퍽거리는 사운드도 훨씬 뚜렷했다. 기술진은 12C 고객들이 반드시 세련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물론 고객들은 12C의 가공할 객관적 성능과 함께 최대한의 주관적 스릴을 바라고 있다. 스파이더의 경우 맥라렌 기술진은 바로 그 스릴을 담아냈다. 그러는 과정에 그들은 정곡을 찔렀다. 괜찮은 도로를 30분간 질주한 뒤 차를 나올 때 아드레날린이 들끓고 광적인 흥분에 몸을 떨었다.

필요할 때 루프를 벗기고 볼륨을 높이자 12C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면대결할 라이벌들과 나란히 세웠을 때 단순히 인상적일 뿐 아니라 눈부셨다. 역설적으로 루프를 올리고 좌석 뒤 유리 스크린을 내렸을 때 가장 광적인 사운드를 자랑했다. 원치 않는 바람소리를 섞지 않은 엔진과 배기음이 실내로 쏟아졌다. 그럴 때 12C는 감각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사운드가 458 스파이더를 포함해 어느 페라리 못지않게 장쾌했다.

그중에 가장 뛰어난 것은 무엇일까? 탱고음악을 들을 기분이 아니고, 긴 하루를 보낸 뒤 그냥 편안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면 모든 다이얼을 정상으로 돌려라. 그리고 버튼 몇 개를 돌려 루프와 뒤 유리 스크린을 다시 올리면 12C는 지킬과 하이드를 마음껏 연출한다. 라이벌들은 결코 그처럼 깊이 있게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 심지어 노즈에 뛰어오르는 말을 달고 있는 브랜드도. 따라서 맥라렌 MP4-12C 스파이더는 막강한 무기다.

다음 달 시판에 들어갈 때 맥라렌은 80%가 넘는 고객들이 12C 스파이더를 선택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12C를 사러갔을 때 스파이더를 고르지 않는다면 미쳤다고 할 수밖에….

글: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MCLAREN MP4-12C SPIDER
가격:  약 3억4천500만원
0→시속 100km 가속:  3.1초
최고시속:  328km
연비:  8.6km/L(복합연비)
CO₂ 배출량:  279g/km
무게:  1474kg
엔진:  V8, 3799cc, 터보, 휘발유
구조:  미드, 세로, RWD
최고출력:  625마력/7000rpm
최대토크:  61.1kg·m/3000~7000rpm
변속기:  7단 자동, 듀얼클러치
연료탱크:  72L
트렁크:  489L
휠(앞, 뒤) 8.5J×19in, 11J×20in
타이어(앞, 뒤) 235/35 ZR19, 305/30 ZR2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