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전기차의 미래, 골프 블루 E-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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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기차의 미래, 골프 블루 E-모션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10.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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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 가운데 골프 블루-e-모션을 한국에서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차는 아직 양산용 전기차는 아니다. 흔히 말해 연구용으로 만든 것으로,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 모델이다. 이미 독일에서 검증 작업을 거친 이 차는 올해까지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을 순회하며 순수 전기차의 가능성을 비롯해 자동차 관련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양산용 전기차는 최근 그 모습이 공개된 7세대 골프를 베이스로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산용 전기차는 아니지만, 이번에 골프 블루-e-모션를 경험한 것은 앞으로 나올 전기차의 기본적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외관상으로도 현재의 6세대 골프와 달라진 게 없다. 대신 기존 내연기관 엔진과 변속기를 들어내고, 그 자리는 전기모터와 배터리는 전기차 관련 유닛들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파워트레인의 변화가 가장 큰 부분이지만, 이밖에 다른 부분에서도 전기차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차의 선루프는 태양열 패널이 달려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활용하자는 의도다.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등 감속 시 발생되는 동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에너지 회생에 대한 방법도 ‘노멀, 에코, 코스팅’의 세 가지 모드도 만들었다. 정해진 배터리 용량으로 최대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또한 배터리 운용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은 아이폰 앱을 통해서 원격으로 조작해 차의 충전 상태를 점검할 수도 있다(아직 한국에서는 안 되지만). BMS는 앞으로 전기차 시대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에 연계될 경우 출발 전에 집이나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중인 차에 운행에 필요한 냉난방을 미리 가동해 놓을 수 있다.

이는 여러 가지 의도가 포함된 것인데, 충전을 마치고 달리면서 냉방이나 난방 장치를 가동할 경우 이 역시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차를 데워놓거나 시원하게 만들어 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리려는 시도다. 따라서 앞으로 스마트 그리드에 연결된 충전소는 전기뿐만 아니라 차의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 즉 통신 프로토콜이 포함된 시스템이 구비된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 270Nm를 내는 전기모터의 힘은 통상적인 주행에 모자라지도, 그렇다고 아주 넘치지도 않는다. 모터의 힘 자체는 좋지만 이 차의 무게는 1,455kg으로 기존 골프 TDI보다 205kg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하는 기존의 파워트레인 조합과 달리 가속페달을 밟으면 언제든 최대토크로 달려 나갈 수 있다. 가속 페달을 툭툭 건드릴 때마다 차도 거의 일치된 동작으로 툭툭 튀어나간다. 0→100km 가속은 11.8초, 최고속도는 135km로 설정되어 있다.
이 차도 전기모터를 이용해 감속 시 회생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데, 기존 시프트 패들을 이용해 ‘-’ 패들을 작동하면(최대 3단계) 마치 기어를 내려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오는데, 이때 저항이 많을수록 감속 시 얻을 수 있는 회생 에너지의 양도 커진다.

하지만 이 역시 장단점이 있다. 감속 동작에서는 모터가 제너레이터 역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립상태로 달리는 것보다는 주행거리로 보면 짧아질 수도 있다. 실제로 경사도가 비슷한 조건에서 셀렉터 레버를 중립에 두고 측정했을 때는 차의 속도가 100km에서 80km까지 줄어드는데 가로등 11개를 지나야 했으나, 에너지 회생 기능이 있는 드라이브 모드에 놓았을 때는 가로등 5개에서 그쳤다. 이는 정해진 용량의 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거의 제로섬 게임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만큼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런 기능은 내리막길, 혹은 기존의 엔진브레이크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만 쓰는 게 맞겠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정속 주행을 하면 연비가 좋아진다. 반면 전기모터가 빨리 돌면 돌수록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준비한 시승코스는 조금 특이했다. 일반적인 전기차 시승회와 달리 전체 구간의 2/3가 100km로 이상으로 달릴 수 있었다. 3명이 탑승해 에어컨을 중간 정도로 켠 채 약 1시간 조금 넘게 58km의 거리를 달린 결과, 평균 속도는 55km였고, 이 과정에서 소모한 에너지는 69.4km/kWh로 나왔다. 물론 속도를 조금만 늦춰 달렸다면 이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고속 중심의 구간을 중심으로 달려도 생각보다 배터리 성능이 괜찮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트렁크와 뒷좌석 아래, 그리고 기존 내연기관 엔진에서 변속기와 배기구가 있던 센터 터널까지 3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중량 배분은 50:50이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골프의 플랫폼이 그렇듯 앞바퀴굴림 방식 차에서는 그리 좋은 배분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센터 터널과 뒷좌석 아래 배치된 배터리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있던 자리는 가벼워지고, 반대로 가벼웠던 트렁크 자리는 배터리팩이 자리 잡으면서 해초에 설정한 것과는 무게 배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차에서는 실제로 스티어링의 리턴 포스가 덜 예리해지고, 급차선 변경 동작에서 차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현 시점에서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실제 양산은 7세대 골프로 예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차세대 골프는 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고려된 완전히 새로운 MQB 플랫폼을 사용하는 관계로 적어도 지금과 같은 거동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은 바로 전기차에 대한 폭스바겐의 접근 전략이다. BMW처럼 아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우선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던 골프의 인기를 전기차로 이어가려는 의도도 있지만, 여전히 순수 전기차보다는 대중성이 더 큰 내연기관 자동차를 우선한다고 볼 수도 있다. 아직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서 ‘최후의 승자’를 지금 거론하기는 어렵겠지만….

글: 김태천

Volkswagen Golf Blue-e-motion

길이×너비×높이 : 4199×1786×1480mm
휠베이스 : 2575mm
중량 : 1455kg
모터 : 영구 자석동기식
최고출력 : 85kW(115hp)
연속출력 : 50kW(68hp)
최대토크 : 27.6kg·m(270Nm)
배터리 타입 : 리튬-이온(VW 제조),
배터리 용량 : 26.5kWh
배터리 볼트 : 324V
최대 주행가능거리 : 150km
변속기 : EQ270(Single-Speed)
구동방식 : FF
타이어 : 205/55R 16
0→100km 가속 : 11.8초
최고속도 : 135km
CO₂ 배출량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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