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탄 타타의 퇴임, 재규어 랜드로버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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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타타의 퇴임, 재규어 랜드로버의 미래는?
  • 아이오토카
  • 승인 2012.03.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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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라탄 타타가 재규어-랜드로버를 비롯한 대제국의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가 그와 자동차 메이커 타타의 장래를 짚어봤다


타타 그룹은 너무나 겸손해서 그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애써 캐고 들어야 했다. 라탄 타타는 143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족 대기업 그룹 타타 산스의 총수다. 4년 전 타타는 재규어-랜드로버(JLR)를 사들였고, 실패작을 화려한 성공작으로 돌려세웠다.

지난번 인도의 델리모터쇼에서 휘황찬란한 JLR 스탠드 사이를 라탄 타타가 천천히 돌아다녔다. 보좌진과 팬들이 그를 에워쌌다. 그는 새 차의 운전석에 들어가거나 또 다른 차의 스타일을 디자이너와 논의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수행원들 중 조용하고 젊어 보이는 사람을 정중하게 소개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사람이 모터쇼 장내에서 라탄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는 바로 사이러스 미스트리. 올해 말 거의 100개 기업을 거느린 대기업 그룹의 회장이 될 주인공이다. 그때 라탄은 75회 생일을 맞고 21년 회장직을 마친다.

라탄이 유럽 기업가였다면 이미 뒷자리로 물러났을 것이다. 서양 기업들은 새 인물이 확인되면 지도자를 빨리 갈아치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도는 다르다. 아무튼 라탄 타타는 그토록 겸손하면서도 현대 인도 왕족, 지방군주 마라하자에 제일 가까운 인물이다. 어느 집단에서나 그가 대접받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사진에도 그의 특별한 자태가 드러난다.

라탄 타타에 따르면 2012년에 실행해야할 그의 사명은 회장 선출자(그의 아버지는 건설업계의 억만장자이고, 타타 산스의 최대 단일 주주)에게 기업 내막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다. 엄청난 과제다. 타타 그룹은 약 100개 기업을 아우르고 있고, 고용 인력은 거의 40만 명에 이른다. 게다가 한 해 수입은 500억 파운드(약 89조원)를 넘는다. 회장직을 물러난 뒤 라탄 타타가 타타 산스의 고문역을 맡게 될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은퇴 후 계획을 묻자 “아무 계획도 없다”고 짧게 대답한 걸로 미뤄 2012년에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분명히 알려줬다. 하지만 그 뒤에는 전 세계에 널려있는 자신의 관심사와 이익을 돌보게 될 것이다.

사이러스 미스트리(제일 오른쪽)는 연말에 타타 그룹의 경영권을 잡는다
할 일은 많다. 사이러스 미스트리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그는 열렬한 독서가이며 골퍼다. 현재 자동차보다는 축구에 더 관심이 크다. 그의 자동차 컬렉션에는 벤츠 S클래스와 토요타 랜드크루저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친영국적이고, 영국 대학에서 토목 공학과 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따라서 JLR, 코러스 강철과 테틀리 티 등 영국에 기반을 둔 타타의 기업활동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정통하지 않은 인물이 총수로 들어오게 된다.

라탄은 영국에 올 때마다 게이던에 있는 JLR 테스트 트랙을 들렀다. 그리고 운전의 달인 마이크 크로스와 몇 시간을 보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크로스는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특별한 감각을 살리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두 사람은 대단한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크로스는 뛰어난 차를 보고 기업의 총수가 기뻐하는 모습에 긍지를 느꼈다. 타타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의 장래가 걸린 탁월한 드라이버를 만나는 기쁨이 너무나 컸다.

“나는 트랙에서 마이크와 몇 시간을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라탄 타타의 말. “하지만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만다. 우리는 우리 차뿐 아니라 라이벌의 차를 먼저 몰아보기 때문이다. 나는 마이크의 활동에 깊은 신뢰를 보낸다. 최근 우리 제품은 모두 그 혜택을 받고 있다”


코널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라탄 타타는 언제나 차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피아트 이사진으로 활약한 적이 있었고, 몇 년 전 피아트 회장 세르지오 마르키오네의 초청을 받아 이사에 취임했다. 현재 페라리 캘리포니아 한 대를 갖고 있다. 1995년 타타가 승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단을 내린 인물이 바로 라탄이었다. 그 이전에는 상당히 조잡한 상용차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타타는 1998년 아리아 SUV와 순수 전기차 인디카를 포함한 오늘날의 라인업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전기형 인디카는 타타 그룹의 영국 기술센터에서 개발했다.

2008년 타타는 11억5천만 파운드(약 2조원, 당시 전문가들은 너무 많이 줬다고 비판했지만 지금은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를 주고 포드로부터 JLR을 사들였다. 1년 동안 회사의 진척상황을 지켜본 다음 CEO 랄프 스페스가 이끄는 지금의 경영진으로 바꿨다. 2009년에는 세계 최저가차 타타 나노를 뭄바이에서 선보였다. 그전까지 소형 모터사이클에 4명이 타고 다녀야 했던 인도 가정을 겨냥한 패밀리카였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판매속도는 느렸다. 나노의 양산준비를 거의 마쳤을 때 공장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라탄은 인도 국민의 생활향상을 위한 실용적인 수단으로 나노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디어는 끝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현재 한달 생산량은 1만대이고, 태국과 같은 핵심 외국시장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라탄은 지난 20년간 타타 그룹을 2배 이상 키웠다. 따라서 그가 크게 만족하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북적대는 델리모터쇼에서 그와 환담을 나누기 위해 자리 잡았을 때, 그런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JLR의 경직된 노동행태를 비판해 매스컴을 시끄럽게 했다. 그 문제가 아직도 가슴에 맺혀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이상 경멸적인 언사를 피하려고 한 것 또한 분명했다.

“랄프 스페스 다음으로 변화의 주역을 꼽자면 이안 칼럼과 게리 맥거번이다. 그들은 재규어-랜드로버의 디자인 책임자들이다” 라탄의 말. “아마도 우리들이 건축의 전통을 함께 이어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JLR의 젊은 세대는 변화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전체적으로 JLR 문화가 바뀌고 있다. 하지만 난 여전히 한층 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기를 바란다. 지금 당장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싶다. 때문에 유연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타타 회장은 행복하다.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만들어진 신형 재규어와 랜드로버가 시장에서 환영을 받고 있으니까. “모두 시장에서 환영 받고 있다” 라탄의 말. “XF, XJ와 XK의 다양한 R과 S 모델이 재규어의 이미지를 재건하고 있다. 실로 핸들링이 뛰어난 빠르고 강력한 모델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재규어의 3시리즈’의 개발이다. 막후에서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재규어가 최근 치솟고 있는 랜드로버의 이익을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랜드로버에 관해서 타타 회장은 한결 자유롭게 입을 열었다. 랜드로버와 타타 모델 사이에 속살을 좀 더 많이 나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인도에서 신형 디펜더의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라탄의 말. “그 다음 그 플랫폼을 개조하여 타타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그는 디펜더와 타타 아리아는 다 같이 신형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보디-온-프레임 디자인을 채택한다고 확인해주었다. 심지어 디펜더를 인도에서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역 CKD’ 생산방식으로 영국으로 돌려보낸다. 아직 이 방안은 검토 중이다.

이미지와 가격이 다른 모델이 부품을 같이 쓴다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렇지 않다” 라탄의 대답. “쓸데없이 밖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포드가 그렇게 하고 있다. 타타가 JLR을 위해 만든 부품을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타타 부품이 재규어에 들어가는 게 보인다면 위험하다”

부채에 시달리는 애스턴 마틴이 게이던의 JLR 공장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라탄 타타에게 애스턴을 사들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10초 동안 그의 눈망울 뒤에서 솔직하고 싶은 본능과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지가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현재 상태에서 애스턴 마틴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내용을 잘 모르고, 얼마간의 부채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런 업체를 끌어들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이웃으로 지내고 있고, 같은 테스트 트랙을 쓰고 있다. 애스턴은 벤츠와 일종의 동맹을 맺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거기서 끝난다. 하지만 우리 제품 위에 앉아있는 메이커이기에 재미있는 회사다”

글 · 스티브 크로플리(Steve Crop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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