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i3 94Ah, 얼마나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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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i3 94Ah, 얼마나 달라졌나?
  • 류청희
  • 승인 2018.09.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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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첫 양산 순수 전기차 i3이 4년 반 만에 페이스리프트했다. 미묘한 외모의 변화만으로 전기차 팬들의 시선 을 꾸준히 붙들 수 있을까?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가 살펴본다

BMW i3이 처음 국내에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 4월. 정부가 지급하는 ‘거액의’ 친환경차 보조금으로 불붙기 시작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 BMW가 부은 휘발유 같은 차가 i3이었다. 물론 탄탄한 내연기관차의 아성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시선이 한 번쯤 쏠리게 할 만큼의 영향력은 보여주었다. 우선 전기차 자체도 흔치 않은 마당에, 한창 인기를 누리던 프리미엄 브랜드 BMW가 대뜸 국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 화제였다.

 

게다가 값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도 아니었다. 브랜드 내 다른 모델과도 뚜렷이 구분되는 ‘도시형’ 전기차이고, 스타일도 당시로서는 꽤 특별했다. 그해 BMW는 170대의 i3을 팔았다. 전체 국내 전기차 판매량 1183대의 14%가 넘는 실적을 올린 것이다. 절대적인 숫자는 미미해도, 상대적으로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불과 3년이 지난 지난해에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열 배 이상 커졌다. 2017년에는 1만3724대가 팔렸고, 올해에는 상반기에만도 1만 대가 넘게 팔렸다.

 

이렇게 커지는 시장 상황에 BMW 유일의 전기차 i3 판매도 동반상승하는 것이 맞겠지만, 정작 성장세를 제대로 타지 못했다. 보조금 제도의 구조적 영향, 애매했던 대용량 배터리 모델 출시 시점 등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출시 후 3년이 넘어가면서 신선함이 퇴색되었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차들처럼 i3도 모델 수명의 중반 즈음에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 뉴 i3의 사전예약 발표로부터 반 년이 지나고 나서야 시승할 기회가 생긴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페이스리프트되었다고는 해도, 웬만한 눈썰미로는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앞쪽 모든 램프를 LED로 바꾸면서 방향지시등 디자인도 가로로 뻗은 일자형으로 만들었고, 그와 더불어 앞 범퍼 아래쪽 공기흡입구 테두리를 키우는 등 작은 변화를 더했다. 뒤쪽도 테일게이트 아래에 가로로 크롬 선을 더하고 범퍼 안쪽 곡면 형태를 바꾸는 정도에 그쳤다. 실내 모습도 이전과 거의 같다. 차체 색이 일부 새로워진 것처럼 실내도 내장재를 조금 손질한 정도다.

 

뒷좌석에 오르내리기는 조금 불편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사실상 이전과 같다. 유럽과 미국 등에는 가솔린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직렬 하이브리드(레인지 익스텐더) 모델도 판매되지만, 국내에는 처음 들어왔을 때는 물론이고 이번에 판매를 시작한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것은 순수 전기 구동 모델뿐이다.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성능을 내는 전기모터도 그대로고, 여전히 뒷바퀴를 굴린다.

 

뉴 i3에는 94Ah 용량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이미 작년 9월에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부터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뉴 i3에 쓰인 배터리의 최대 충전 전력량은 33.2kW, 순 충전 전력량은 27.2kWh다. 초기형 i3에 쓰인 60Ah 배터리보다 순 충전 전력량은 45% 남짓,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132km에서 208km로 약 58% 늘어났다. 물론 계산상으로는 그렇지만 교통상황에 따라 주행가능 거리 차이가 클 수 있어서, 실제 출근 시간대에 교통량이 많은 서울 도심과 자동차 전용도로를 고루 달리며 확인해 보기로 했다.

 

테일게이트 아래에 가로 크롬선을 더했다

 

도어를 열면 눈에 들어오는 차체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소재, 재활용 섬유를 그대로 노출시킨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원목 질감이 뚜렷한 오픈포어 우드 그레인, 질감 좋은 가죽 등은 고급차라기보다는 특별한 차라는 느낌을 준다. 실내 몇몇 부품은 다른 BMW 양산차의 것을 그대로 썼는데,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탓에 첨단 기술이 쓰인 차라는 느낌은 이전만 못하다. 그럼에도 다른 BMW 차들과 구분되는 진보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차체 크기에 비해 오버행은 극단적으로 짧고 휠베이스는 긴 편이지만, 옆에서 보았을 때에는 휠 지름이 커서 차가 그리 길어 보이지 않는다. 캐비닛처럼 여는 도어의 앞좌석 쪽은 일반적인 미니밴의 앞 도어 크기와 비슷해서 부담이 적고, 뒤 도어를 열고 뒷좌석에 오르내리기가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버거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앞 도어가 닫힌 상태에서는 뒷좌석에 타고 내릴 수 없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실내는 ‘특별한 차’라는 느낌을 준다

 

높은 좌석, 낮은 장비 배치 덕분에 공간은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넓고, 운전석 시야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운전석이 높고 멀찌감치 뻗어 있는 앞 유리 덕분에 A 필러와 운전석 사이의 거리가 멀어, A 필러가 가리는 시야각이 좁다. 넓은 옆 유리도 주변을 살피기에 좋다. 상대적으로 뒤 시야는 약간 답답하다. 앞 유리가 차체 앞쪽으로 뻗어 있는 만큼 대시보드 위쪽 공간이 상당히 넓은데, 여름 햇빛 아래 차를 세워두었을 때에는 대시보드가 머금은 열이 좀처럼 식지 않는 것이 흠이다.

 

뒷좌석도 높고 등받이가 세워져 있어, 조금 답답한 머리 위 공간을 빼면 두 사람이 앉기에는 충분하다. 트렁크는 바닥이 높아 실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은 소형 해치백 수준에 머문다. 주행 조건이 전기차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아침부터 기온이 30도가 넘는 폭염 때문에 에어컨 작동이 제한되는 에코 프로 플러스 모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대부분 컴포트 모드와 에코 프로 모드를 써서 달려 에어컨은 계속 작동되었다.

 

실내 장치는 이전과 같다

 

다행히 높은 토크가 고르게 나오는 전기모터 특성 덕분에 기본적으로 가속력은 좋은 편이고, 에너지를 아껴 쓰는 에코 프로 모드에서도 액셀러레이터를 밟기에 따라서는 컴포트 모드와 큰 차이 없는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전기차 시승기에 종종 등장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라는 표현은 i3을 몰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교통흐름에 따라 운전하다 보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이 거의 없다. 단점은 속도를 줄일 때 차체가 울컥거리는 느낌을 줄이려면 페달을 최대한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발에서 힘을 뺄 때 어느 정도 수준을 넘기면 곧바로 감속 에너지 회생 기능이 강력하게 개입하며 마치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듯 속도를 빠르게 줄인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도로에서는 이따금 몸과 차가 따로 놀게 될 때가 있다. 이런 특징은 이전 i3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강력한 감속 에너지 회생 기능은 소모된 배터리의 에너지를 다시 채워, 줄어드는 주행 가능거리를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속도와 거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은 뒤에는 주행 중에도 곧잘 배터리가 충전된다. 시승 중에도 내리막길에서는 0.5에서 1% 정도 배터리 충전량이 늘어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뉴 i3의 주 무대라 할 시내에서는 승차감이 꽤 쾌적하다. 차체 아래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잘 억제되었고, 전기모터가 회전하며 생기는 소리도 가늘다. 속도에 관계없이 타이어 마찰음을 거의 들을 수 없는 이유는 폭이 좁은 타이어에 있다.

 

보닛 아래의 수납공간

 

자동차 전용도로를 빨리 달릴 때에도 웬만큼 속도를 높이기 전까지는 바람소리가 심해지지 않는다. 다만 속도를 높일수록 하체가 무겁고 키가 큰 차 특유의 움직임을 보인다. 노면이 거친 곳에서는 차체 움직임도 따라서 거칠어진다. 쿠션이 얇고 비교적 밋밋한 좌석이 몸을 든든하게 잡아주지 못하는 탓에 때로는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도로 포장이 매끄러운 곳에서 느린 속도로 달릴수록 거친 느낌은 사라진다.

 

타이어 편평비가 높은 것도 작은 요철을 비교적 너그럽게 흡수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타이어 폭이 좁고 차체가 높은 데 비해 코너를 돌 때의 안정감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커브에서 뒤뚱거리기는 하지만 위아래가 따로 노는 느낌은 적다. 이 역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처음 출발할 때 100% 충전된 상태로 171km를 갈 수 있다고 계기판에 표시되었다가, 조금 주행하고 나니 배터리는 꾸준히 소모되지만 주행가능 거리는 주행상황에 따라 늘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다양한 주행조건을 거쳐 147.2km를 주행하고 시승차를 반납했을 때 배터리 전력량은 18.5% 남아 있었다. 주행가능 거리는 41km로 표시되었다. 서울의 위성도시에서 서울 주요 도심이나 부도심으로 출퇴근할 때 쓴다고 하면, 대략 닷새에 한 번 정도 완전 충전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일상에서 쓰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에는 DC 급속충전기로 약 40분, 완속충전기인 BMW i 월박스로 약 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급속충전기로 40분이 걸린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났지만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과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달리 말하면, 커진 배터리 용량을 낮아진 배터리 단가가 상쇄한 셈이다. 페이스리프트 직전까지 판매된 i3은 아랫급 트림(LUX)이 5950만 원, 윗급 트림(SOL+)이 6550만 원이었지만 새 모델은 같은 트림에 값이 각각 6000만 원과 6560만 원으로 살짝 올랐다. 전기차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은 올해 기준으로 1091만 원이고, 지자체 보조금은 최대 1100만 원이다. 보조금으로 값을 상쇄하면 실제 i3을 사는데 써야 하는 비용은 3000만 원대 후반에서 4000만 원대 중반 정도다.

 

내연기관을 쓰는 국산 중형 또는 중대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고, 비슷한 크기의 대중차 브랜드 전기차보다는 1000만 원 남짓 높은 수준이다. 충전 간격이 하루 이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전기차의 편리함은 커진다. 그런 점에서 BMW 뉴 i3에 들어간 대용량 배터리는 설득력이 있다. 물론 배터리 용량이 커졌으면서도 일부 최신 전기차보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짧다는 한계는 있다.

 

게다가 이전보다 보조금이 줄어들었고 매년 조금씩 더 줄어들 예정이어서 실구매가는 올해 이후로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를 사더라도 꼭 프리미엄 브랜드를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달리 대안이 없다. 모든 소비자에게 합당한 선택은 아니어도, 그런 사람들에게 뉴 i3은 아직 꽤 괜찮은 선택이다. 

 

<BMW NEW i3 94Ah>
페이스리프트를 통한 변화가 크진 않아도 여전히 매력적인 전기차다
가격 6560만 원
크기(길이×너비×높이) 4010×1775×1575mm
휠베이스 2570mm
무게 1300kg
모터 BMW eDrive 전기모터
최고출력 127kW(170마력)
최대토크 25.5kg·m
0→ 시속 100km 가속 7.3초
안전최고속도 150km
1회 충전 주행 거리 208km
연비 5.4km/k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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