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베스트셀링 모델은 여전히 C-클래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제 메르세데스-벤츠는 라인업에서 가장 하위 모델인 A-클래스가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신형 A-클래스의 성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처음 1~2세대는 판매 목표량을 달성했지만 어색한 외모와 의심 가는 주행 역동성 그리고 부족한 품질로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 반면 3세대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아우디와 BMW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가 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3세대 A-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 구매자의 평균 연령을 10년 이상 낮췄다. 구매자의 60%는 이 브랜드를 처음 고른 사람이었다. 자동차업계에는 젊은 고객에게 차 한 대를 팔면 그 사람은 평생 해당 브랜드 차 10대를 산다는 속설이 있다.
신형 A-클래스는 조금 줄어든 휠베이스 빼고 거의 모든 부문이 커졌다. 무게는 20kg 줄었다. 출시 이후 첫 라인업에는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물린 A180d와 A200, A250 모델이 구성되고 6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한 A180 모델은 연말에 합류한다. A200d와 A 220d는 2019년 초 라인업에 포함될 예정이다. 만약 출시할 때 라인업에 포함되는 모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원하는 모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낫다.
이보다 더 궁금한 점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최초로 신형 A-클래스의 뒤 서스펜션을 토션빔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토션빔은 저렴한 해치백에서 볼 수 있는 구성으로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로 완전 독립형 서스펜션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채용한다. 물론 멀티링크 방식도 유지하지만 이는 A250 모델에서 기본이고 A200 모델의 경우 최상위 트림인 AMG 라인을 골라야만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서스펜션 철학에 엄청난 변화를 줬다. 출시할 때는 네바퀴굴림 모델을 가져오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요르그 바텔스(Jorg Bartels) 수석 엔지니어는 서스펜션 변경에 따른 주행성능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그 말을 믿는다.
어쨌든 이런 종류의 차에서 볼 수 있는 실내 중 가장 편안하고 세련된 구성이다. 겉으로 봐도 품질 수준이 뛰어난 운전석은 최고의 라이벌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한 발 더 앞서있다. 화려한 그래픽과 직관적인 기능 등에는 감탄하지만 ‘헤이 메르세데스’(Hey Mercedes) 음성인식 기능은 좀 다르다. 신형 모델에 경험이 많은 3명의 베테랑이 번갈아 가며 여러 차례 “라디오를 끄라”고 명령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메르세데스-벤츠에 공급한 1.5L 엔진은 A180d에 적용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16마력, 연비 24.4km/L로 내세울 정도는 아니다. 이는 비슷한 성능을 내는 기존 엔진의 연비 26.3km/L보다 더 약화됐지만 CO₂ 배출량에서는 상응하는 효과를 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완전 신형 2.0L 디젤엔진은 적절한 출력과 최신 기술이 조화를 이뤘다. 르노와 공동으로 개발한 A200의 1.3L 가솔린엔진도 163마력으로 적절하다. 2.0L 224마력 가솔린엔진은 오직 A250에만 적용된다.
신형 A-클래스는 아주 조용하다. 속도에 상관없이 항속 주행을 하면 엔진에서 나오는 소소한 소리와 도로에서 올라오는 약한 소음만 들릴 뿐 바람 소리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하게 신형 A-클래스에서 실망한 부분은 스티어링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기존 A-클래스는 BMW 1시리즈만큼은 아니더라도 원하고 기대하는 대로 반응했다. 그런데 신형 A-클래스 스티어링은 도로에서 일관성이 떨어진다. 주차할 때 가벼운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스티어링이 중심에서 벗어나 다시 압력을 가할 때 더 큰 무게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브레이크 역시 스티어링 만큼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개입하는 느낌을 주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스티어링 설정을 이렇게 하기 전까지 조율한 주행감은 기대한 대로 최고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드라이버즈카로 A-클래스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실망스럽다(물론 가장 싼 A180d에 앉아 있다). 따라서 올해 말쯤 AMG가 304마력이 넘는 A35와 406마력이 넘는 A45 등 고성능 모델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룬 성과를 생각해보자. 신형 A-클래스는 진보한 기술과 정숙성, 편안함, 고급스러움을 더한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패밀리 해치백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고객들은 아마 스티어링 감각이 부족하고 브레이크가 너무 개입하며 또 작은 디젤엔진이 힘이 없다는 사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많은 기술을 품고 있는 소형차
신형 A-클래스가 메르세데스-벤츠의 엔트리급 모델이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여기에 적용된 기술력은 상상 이상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사용자 경험의 약자로 만든 ‘MBUX’에는 S-클래스와 E-클래스에서 볼 수 있는 반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돼 있다. 이 기능은 고속도로에서 방향지시등 컬럼을 누르면 앞차를 추월했다가 다시 원래 차로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카메라를 이용해 도로를 미리 보여주고 어디에서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알려주는 그래픽을 덧입히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도 있다. 이 기능은 환상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명령을 내리기 전 ‘헤이 메르세데스’를 꼭 붙여야 하는 음성인식 기능이 아쉽다. 많은 시도를 했지만 제대로 알아듣는 문구는 ‘고 어웨이’가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