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의 포르쉐, 트랜스액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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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의 포르쉐, 트랜스액슬
  • 류선욱 통신원
  • 승인 2016.09.0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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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를 떠올려보면 항상 일관된 디자인 전통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포르쉐도 잠시 일탈을 한 적이 있다.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포르쉐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이 40주년을 맞이했고, 포르쉐는 그 일탈의 작품들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회를 열었다. 이른바 포르쉐 트랜스액슬(TransAxle) 전이다.


1970년대 폭스바겐은 거대 그룹을 향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경영난에 빠진 포르쉐의 손을 잡은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서 폭스바겐과 공동으로 작업한 914 모델이 탄생하게 된다. 이후 포르쉐는 1976년부터 ‘트랜스액슬’이라는 이름으로 총 4가지 모델을 선보였다. 기존 911과 지금의 911은 디자인과 엔진 배치 등 주요사항이 모두 비슷하지만 이 트랜스액슬을 대표하는 모델은 그 일관성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구조와 방식으로 탄생되었다.
 

엔진을 앞에 두고 물로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수랭식 방식을 사용하며, 옵션이지만 자동변속기와 함께 일반 차들과 같은 정상적인 트렁크 위치도 만들어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오일쇼크가 있었다. 힘든 시기에 대중성을 과감히 선택함으로서 이런 모델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40년의 역사를 갖게 되었다. 4가지의 모델은 ‘924’와 ‘928’, ‘944’, ‘968’로 나뉘는데 924 모델이 1976년 등장하며 ‘트랜스액슬’의 스타트를 끊었다.
 

924는 납작하고 옆으로 퍼진 뚱뚱한 모양새로 우아한 라인과 잘 달리는 기존 포르쉐의 이미지와 달랐다. 하지만 안정적인 주행감각과 넓은 실내 공간으로 편안한 포르쉐라는 특징을 만들어 냈다. 또한 아우디 2.0L 엔진에 터보 기술을 더해 최고시속 280km 기록을 달성했다. 생김새와 다르게 908kg이라는 가벼운 무게로 스포티한 주행 또한 놓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924는 초반 예상과 달리 많은 인기를 모으며 약 15만대 정도가 팔려 나갔다.
 

924의 성공에 힘입어 포르쉐를 대표할 플래그십 프로젝트로 928이 세상에 나왔다. 포르쉐만의 강력함을 위해 V8 4.5L 엔진을 얹고 차체를 늘리고 편안함도 극대화했다. 1977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해 많은 관심을 끌며 ‘올해의 스포츠카’ 수상. 그러나 포르쉐 마니아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며 기존 924 판매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모델이 정리되고 말았다.
 

그래서 다시금 원래 계획한 엔트리라는 목적을 위해 대중성에 신경 쓰고 928을 덜어내는 작업을 한다. V8 대용량 엔진을 반으로 자르고 고출력보다는 대중을 위한 재미있는 차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것이 바로 944 모델이었다. 924보다 빠르고 928에서의 탄탄한 설계를 바탕으로 도로와 트랙에서 모두 잘 달리는 차로 평가받았다. 1984년 미국 <카앤드라이버>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핸들링 좋은 차’로 뽑히기도 했다. 924의 명예회복과 더불어 높은 판매량을 올리며 포르쉐를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 변화가 실패가 아닌 새로운 시도의 성공적 사례로 뽑혔다.
 

그 후 1992년, 3세대로 풀체인지하며 새로운 변화라는 이름으로 968 모델을 내놓는다. 포르쉐에게는 엔트리 모델이지만 그 당시 자동차시장에서는 가격대비 성능 좋은 차량들이 많아져 선택폭이 넓었다. 하지만 968은 포르쉐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잃었다는 평가로 시장 반응은 또 냉담해졌다. 그렇게 트랜스액슬이라는 15년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술 시도는 끝이 났고 해당 모델의 복원 작업과 함께 지나간 역사의 시간이 벌써 40년이 되었다.
 

그 사이 포르쉐는 추구하던 엔트리 모델의 변화와 함께 디자인의 변화, 다시 한 번 구조의 변경으로 박스터 모델을 내놓았고 반응은 뜨거웠다. 고급스러웠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안정적 주행감, 보다 예리한 운전감각으로 트랜스액슬과 같은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포르쉐에게 어깨를 펼 수 있는 자신감을 실어주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한 포르쉐 일탈의 시기를 ‘트랜스액슬’이란 이름의 4가지 모델이 채웠다. 이들을 10월 16일까지 포르쉐 박물관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40주년 특별 전시로, 프로토 타입과 트랜스액슬의 구성 설명을 위한 실제 단면, 디자인 과정, 사상 최초로 복원 완료된 뒤 처음 공개되는 924 터보 프로토 타입 등을 만날 수 있다. 몰랐던 포르쉐를 만나기에 딱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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