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8, 새로운 시대의 퍼포먼스
상태바
BMW i8, 새로운 시대의 퍼포먼스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7.20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MW의 친환경 슈퍼카가 내세우는 것은 광기가 아닌 균형이다

친환경과 고성능의 양립. 요즘의 자동차들이 내세우는 키워드다. 그중에서도 BMW i8은 유별나다. i 브랜드로 미래의 자동차를 선보이겠다는 강력한 의지 아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슈퍼카 디자인 안에 담아냈다. 미드십 레이아웃의 비례를 보니 M1을 미래에 맞게 재창조한 디자인이란 생각도 든다.

BMW는 분명 똑똑한 선택을 했다. i8을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래의 자동차가 어떤 것인지 분명한 이미지를 안겨줬다. 게다가 BMW가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서 앞서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훌륭한 역할을 했다. 
 

슈퍼카라는 단어는 지극히 상투적이지만, 머릿속 떠오르는 이미지는 동일할 것이다. 전위적인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아우른 자동차들에게만 주어지는 칭호이기 때문. 그러다보니 공통점이 있다. 작고 넓은 패키지 안에 담아낸 고성능의 흔적이랄까. i8도 마찬가지다. 길이 4,689mm, 휠베이스 2,800mm의 작은 차체를 휘감은 수많은 굴곡과 선들이 돋보인다. 팽팽한 차체의 면 위에 라인을 계속 겹쳐 쌓는 기법을 적용했다. 이는 차체를 감싸는 공기가 흘러갈 수 있는 터널 역할을 한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cd)는 0.26에 불과하다.
 

손잡이를 당기니 도어가 하늘 위로 비스듬하게 솟아오른다. BMW는 이를 시저도어라 부른다. 알루미늄, 카본, 열가소성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사용해 50% 가까이 무게를 줄였다고. 그만큼 문을 닫기 쉽다고는 하지만, 버튼을 눌러 문을 닫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긴 하다.
 

실내 또한 친환경을 상징하는 요소로 꾸몄다. 페트병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만든 초경량 플라스틱을 적용했다. 실내 곳곳을 세밀하게 감싼 가죽의 촉감이 좋은데, 식물 추출액으로 무두질해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한다. BMW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실내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첨단 감각을 불어넣은 디자인 감각에 감탄했다.

그런데 실내를 오가기가 은근 어렵다. i8의 시트는 슈퍼카 공식처럼 매우 낮은데, 좌석에 엉덩이를 먼저 밀어 넣고 미끄러지듯 앉으면 한결 수월하다. 뒷좌석도 있긴 하지만, 앉아보니 다리 및 머리 공간이 좁다. 어디까지나 비상용 또는 물건을 편히 놓는 공간이라 생각해야겠다. 
 

실내의 구성은 온몸을 감싸는 형태다. 지붕의 높이가 낮고, 센터 터널이 높다.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대시보드의 높이를 상당히 낮추며 구성도 간략하게 바꿨다. 기어레버는 BMW의 전자식 레버를 그대로 썼다. 그 옆에 운전에 필요한 버튼을 몰아다는 것은 그대로인데, 버튼의 수가 생각보다 적다. 전기로만 갈 수 있는 e드라이브 버튼은 시동 버튼 아래 달았다. 운전 모드 버튼은 컴포트, 에코프로의 두 가지. 스포츠 모드는 기어레버를 밀어야 작동한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자 계기판이 작동한다. 전기모터가 첫 발걸음을 이끈다. i8의 구동계는 전기모터와 직렬 3기통 1.5L 터보 엔진의 조합이다. 전기모터는 앞바퀴를 굴리고, 엔진은 뒷바퀴를 굴린다. 전기 모드로 달릴 때는 앞바퀴굴림이 된다. 모터의 최고출력은 131마력. 지속 출력은 102마력. 토크는 25.5kg·m이다.

1,485kg의 비교적 가벼운 공차중량 덕분인지 전기모터로만 가속할 때도 가속이 수월했다. 전기모드로 시속 6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4.5초가 걸린다고. 슈퍼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인지 전기로 달릴 때도 약간 거친 맛이 있다. 승차감은 약간 딱딱한 편. 배터리의 충전용량은 5.1kWh로, 국내 기준 최대 24km까지 주행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 이상의 결과도 가능할 것 같다. 
 

드라이빙 센터 서킷에 나가기 전, 몸풀기로 가볍게 슬라럼을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엔진이 깨어나는데, 느긋하게 속도를 유지하다보니 엔진이 깨고 잠들기를 반복했다. 특이한 것은 엔진과 함께할 때 변하는 조향 감각이다. 전기모터로 달릴 때에도 충분히 날렵했지만, 엔진이 뒷바퀴의 구동력을 더하는 순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엔진을 깨울 일은 많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잘만 조절한다면 전기만으로 최고시속 120km를 낼 수 있기 때문. 

서킷에 올랐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동시에 힘을 콱 쏟아냈다. 직렬 3기통 1.5L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231마력. 최대토크는 32.7kg·m이다. 엔진은 보어보다 스트로크가 긴, 롱스트로크 엔진. 모터와 합쳐 시스템 출력 362마력을 낸다. 엔진은 작지만 소리는 우렁차다. 액티브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만들어낸 소리는 공명되는 티가 조금 난다.
 

기묘한 감각을 살피는 사이, 어느새 속도는 솟구친다. i8의 0→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4.4초. 속도를 높일수록 가속이 탄력적이다. 엔진과 모터의 조합이 돋보인다. 모터에는 2단 자동변속기를, 엔진에는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는데, 모터용 변속기의 경우 변속 이후 가속을 더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기어비를 세팅한 것으로 보인다. 

완만한 코너가 다가왔다. 브레이크 페달을 꽉 밟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답지 않게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일정하다. 스티어링을 비틀어 코너로 차를 이끌 때 반응이 상당히 빨랐다. 차체의 기울임은 잘 억제되었고, 안정적인 감각을 더했다. 차체 바닥에 차곡차곡 쌓은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틀림 없이 코너를 마주하는 것은 강성 좋고 가벼운 카본파이버 차체의 효과일 것이다. 
 

코너에서 방향을 정하는 것은 가속페달. 부드럽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뒤를 멋지게 날리며 코너를 탈출하길 기대했지만, DSC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신 모터와 엔진의 힘을 조절하면서 코너 안을 더 파고든다. 이때 가장 놀라운 것은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너를 통과할 때도 마찬가지다. 재빠르게 회전하는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자연스레 방향을 바꾸고 시원하게 가속한다. 그 과정이 재빠르고 민첩한 것은 BMW 특유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는 느낌. 모터와 엔진의 작동 조합을 엄청나게 다듬었다는 이야기다. 이 차를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들인 노고가 온몸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i8은 BMW가 내세우는 미래 기술의 결합체다. 그 상징성만으로도 구매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명확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이 차에는 광기가 없다는 것. 가속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차를 원한다면 i8은 꽤 뒤로 물러난다. 대신 i8은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완벽한 균형미를 갖췄다. 그것도 친환경이라는 기반을 두고서 말이다. 슈퍼카의 느낌을 내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친환경이라는 명제 아래에 만든 똑똑한 자동차. 이는 새로운 시대의 퍼포먼스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