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세례 위에… 아우디 A3 e-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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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세례 위에… 아우디 A3 e-트론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6.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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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의 세례를 받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다시 태어난 아우디 A3, A3 스포트백 e-트론을 제주에서 만났다

 

인류의 삶을 바꾼 수많은 발견 중 최고를 고르라면 ‘전기’를 꼽고 싶다. 지금 우리의 문명은 전기 위에 세운 모래성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 사람 빼고 모두가 전기로 움직인다. 심지어 문화도 마찬가지. 1960년대, 인류는 전자악기와 함께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탐험했다. 불세출의 천재, 지미 헨드릭스가 〈일렉트릭 레이디랜드〉를 발표한 것이 1968년. 전기의 세례를 받은 음악의 신세계는 정신의 깊이만큼 아득했다.

자동차 또한 전기와 함께 다시 태어나고 있다. 100년 전에도 전기모터 구동계를 시도했지만,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이 발목을 잡았다. 발전과 함께 배터리의 가격과 성능을 확보한 자동차는 전기차(EV),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구동계를 품에 안았다. 각자 장점이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장 유망하다.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전기차보다 짧지만, 전기를 다 쓴 이후는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모드로 달릴 수 있기 때문.
 

아우디 또한 A3 e-트론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대열에 뛰어들었다.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A3을 점찍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4년 세계 올해의 차에 오른 탄탄한 실력을 갖춘 차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비슷한 차급에서는 같은 구동계를 얹은 경쟁자가 없으니 유리하다. 앞으로 신형 A4와 Q7의 e-트론 모델도 등장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넓힐 예정이다.

주차장 한쪽에 서 있던 A3 스포트백 e-트론이 한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그릴이 눈길을 끈다. 크롬 선을 잔뜩 그은 그릴은 e-트론 모델에만 달린다. 스포티한 S라인 패키지를 둘렀고, LED 헤드램프를 달아 멋을 냈다. 머플러 팁을 감춘 것은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한 것. 그릴에 숨은 버튼을 살짝 비틀면, 아우디 배지가 옆으로 젖혀지며 충전용 소켓이 나온다.
 

실내는 A3과 같은 구성이지만, e-트론 전용 계기판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모드 선택 버튼이 있는 점이 다르다. 계기판의 왼쪽은 출력게이지. 녹색 테두리에 숫자를 더해 시인성을 높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모드는 전기차(EV), 자동, 배터리 유지, 배터리 충전 등 4가지다. 주행 모드와는 별개로 작동한다. 계기판 가운데 LCD 디스플레이에는 원하는 정보를 띄울 수 있다. 엔진회전수 또는 동력 흐름을 고르는 것을 권한다.

동력 흐름을 선택하면 흰색 선이 아래에 나타나는데, 가속페달을 차분히 밟아 선을 넘지 않으면 모터로만 달리고, 넘으면 엔진이 깨어난다. 선의 크기가 작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분은 아쉽다. 인터페이스 메뉴도 바뀌었는데, 전기 모드의 사용에 관한 부분이 추가됐다. 스마트폰 또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탑승 시간과 원하는 온도를 설정하면, 차에 타기 직전부터 에어컨을 켠다. 전기를 아끼면서도 편안한 사용을 돕기 위해서라고.
 

시동을 거니 소리 없이 계기판에 불이 들어온다. 준비됐다는 신호만 보여줄 뿐이다. 초기 가속은 모터가 맡는다. 46km쯤 되는 거리를 EV 모드로 달리기로 했다. 제원표를 보니 전기만으로는 최대 50km를 간다고 하니 시험해보기로 했다. 평소처럼 에어컨도 틀었다. 전기가 떨어진다고 해도 걱정할 것 없어서다. 전기모터만으로 달려도 가속은 가뿐하다.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다. 직결감이 뛰어나다. 엔진과 자동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달아 꽉 맞물린 까닭이다.

모터의 최고출력은 약 102마력(75kW). 최대토크는 33.6kg·m다. 최고시속 130km까지 모터로만 달릴 수 있다.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깨어난다. 전기차들은 서로 조금 엇비슷한 구석이 있다. 가속이 일정하고 탄력적이다. 차체의 구성, 승차감, 핸들링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노면이 거친 구간에서도 승차감은 안정적이고, 소리 없이 조용했다.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바깥의 소음이 잘 들리는 부분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약 3km 정도 남았다. 제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 놀랐다.
 

돌아오는 길에는 자동으로 하이브리드 주행 모드를 바꿨다. 느긋하게 달리니 대부분을 전기 모터로만 달린다. 이따금 모터가 아닌 엔진으로만 달린다. 큰 힘이 필요치 않을 때면 엔진 또는 전기모터가 번갈아 작동하다가, 힘을 쏟아내야 할 때 동시에 작동해 힘을 합치는 방식이다.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가며 사용하기보다, 모터를 계속 돌리면서 엔진의 힘을 더하는 것이 더 경쾌한 가속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이유를 물었다. 답변은 간단했다. 엔진과 모터 모두 힘이 충분하기 때문에, 대다수 상황에서는 힘을 합칠 이유가 없다고. A3 스포트백 e-트론의 구동계 세팅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모터와 배터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 먼 거리를 달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엔진과 모터를 따로 움직여 배터리의 충전량을 조절하고, 큰 힘이 필요할 때만 둘을 동시에 작동시킨다는 것이다.
 

엔진과 모터를 맞물리며 최대한 힘을 끌어내고 싶으면, 변속기의 S모드를 고르거나 하이브리드 시스템 모드를 바꾸면 된다. S모드를 고르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홀드로 바뀐다. 변속이 빨라지고,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에너지를 회수하는 양도 늘어난다. 그만큼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제동력이 더욱 강해진 느낌. 가속페달을 밟을 때도 확연히 늘어난 힘을 느낄 수 있다. 엔진과 모터가 같이 발맞추는 시점이 크게 앞으로 당겨졌기 때문이다.

직렬 4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을 내고, 최대토크 35.7kg·m를 낸다. 모터와 힘을 합쳐 시스템출력 204마력, 시스템토크 35.7kg·m를 낸다. 가속페달에 올린 발에 힘을 꽉 주자 출력게이지의 바늘이 팔짝 뛴다. 터보차저의 흡기음, 모터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엔진의 회전 질감은 매끈하고, 약간의 고동감이 느껴진다. 낮은 회전수부터 바로 힘을 내주는 모터를 달아 가속은 언제든 균일하다. 터보 엔진과 모터의 합작은 조금 생경했다. 힘이 뻗어 나오지 않을 듯한 구간에서도 힘을 더하는 느낌이다. 0→시속 100km까지 7.6초가 걸리는데, 가속 감각이 수치보다 당찼다. 최고시속은 222km로, 도달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승차감은 A3 스포트백과 거의 같다. 베스트셀러인 A3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A3을 경험한 이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e-트론에 옮겨 탔을 때,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배터리를 뒤쪽 바닥에 달아 무게중심을 낮췄고, 앞뒤 무게 균형을 맞추는 효과도 냈다. 다양한 변형에 대응하는 MQB 플랫폼의 이점을 절로 체감하게 됐다.

서스펜션은 아우디답게 약간 탄탄한 세팅인데, 콰트로의 완벽한 도로 장악력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기울임을 최대한 억제하며 네바퀴굴림의 트랙션으로 도로를 붙잡는 타입이 아니다. 서스펜션 움직임의 폭에 여유를 두고, 하중 이동을 통해 차체를 기울여 바퀴에 무게를 싣는다. 기울임은 크지 않고, 자세 변화가 아주 점진적이다. 무게중심을 낮춰 움직임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바꾼 차체 설계의 효과 또한 분명했다. 이리저리 차체를 흔들어도 여전한 이 안정감은 아우디만의 매력이 틀림없다.
 

같은 구동계와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폭스바겐 골프 GTE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두 모델의 우위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골프 GTE는 디지털 핫 해치의 직설적인 맛이 있고, A3 e-트론은 성숙하게 다듬은 세련미가 돋보인다. 커피로 말하자면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의 차이랄까?

이는 모델을 만드는 접근 방식이 달라서다. 골프 GTE는 골프 마니아들을 위한 디지털 핫 해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기존의 엔진만큼 고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구동계의 특성을 톡톡 튀게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A3 e-트론은 좀 더 대중적이다. 아우디를 처음 사는 사람들을 노린다. 그러니 구매자들이 기대하는 브랜드 특유의 세련미를 강조해야 한다.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프리미엄 시장 안착을 위해 구동계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좀 더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A3 스포트백은 원래 뛰어난 차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더한 결과는 뛰어남을 넘어서는 만족스러움을 안겨준다. 디젤 엔진 이상의 넉넉한 성능, 조용한 실내, 탄력적인 핸들링, 편안한 승차감을 묶어냈다. 늘어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위해 서스펜션을 조율한 점은, 일반적인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차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격은 아직 거론할 때가 아니지만, A3 스포트백의 e-트론의 독일 가격은 3만7천900유로(약 4천600만원)부터 시작한다. 편의장비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르겠지만, 그럼에도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아닌 e-트론이 더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진 않았어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운전 경험을 안겨주기는 충분해서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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