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특별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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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특별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 맷 선더스 (Matt Saunders)
  • 승인 2015.05.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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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랜드로버의 특수차량부서, SVO가 처음으로 만든 양산차가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이다. 542마력 SUV의 감각은 얼마나 특별할까?

요즘 로드카의 개발과정에서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는 황당하고 오도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제조사들이 이 서킷에서 작성한 랩타임 기록을 홍보하는데, 대다수는 투포환 선수가 세운 3,000m 세계기록을 내세우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 기록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 중 하나를 랜드로버가 갖고 있었다. 자그마치 6개월이나.

지난해 7월, 랜드로버는 8분 14초의 세계기록을 내세워 고객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8로 시작되는 뉘르부르크링 신기록이 늘 그렇듯, 사실 처음부터 아슬아슬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일이 터졌다. 포르쉐의 신형 카이엔 터보 S가 신기록을 세웠다고 선언한 것이다. 8분대 벽을 깨트린 게 분명했다.
 

따라서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역사상 가장 빠른 SUV가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희귀하고 특별하며, 재미있는 차다. 무게 2.3톤에 542마력의 고성능을 자랑하는 괴물이며, 더불어 일정한 실용성, 절제와 세련미를 갖췄을 뿐 아니라 약간의 영혼을 담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재규어 랜드로버 특수차량부,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VO)이 처음 내놓은 양산 모델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창설된 SVO는 스페셜 모델의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할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고성능 모델을 제작한다.
 

이번에 나온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SVO에서 처음 나온 고성능 머신의 맛보기다. 일단 출시되면 이후부터 메르세데스 AMG, BMW M시리즈, 아우디 RS와 겨루게 될 것이다. SVR 모델은 모두 네바퀴굴림 방식이며 강력한 성능과 높은 실용성을 겨냥한다.

특히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의 최고 모델은 V8 슈퍼차저로 가격, 출력, 스피드와 운전성능 모두 “+10%”를 자랑한다. 하지만 나는 “+10%”가 오히려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생각한다. 현행 레인지로버 스포츠 오너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SVR 모델의 최대 업그레이드는 억누를 수 없는 엔진이다. 재규어 XKR-S, XFR-S, F-타입 R 쿠페와 같은 유닛으로, 이 엔진이 아니었다면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여 개조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서스펜션 세팅 역시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에어스프링, 적응형 댐퍼와 액티브 롤 해소시스템 등 하드웨어는 일반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대체로 같다.

휠은 기본적으로 21인치에 일반적인 M&S 타이어를 끼웠다. 더불어 옵션으로 22인치 휠과 고성능 콘티넨탈 콘티스포츠 콘택트 타이어가 마련되어 있다. 브레이크는 냉각기능을 강화했지만 강철 브레이크 디스크와 6피스톤 캘리퍼는 다른 8기통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동일하다. 외관에서 가장 두드러진 시각적 특징은 깊은 앞 스커트에 입을 쩍 벌린 공기흡입구이고, 그와 함께 더 커진 루프 스포일러와 뒤쪽 4개의 배기구도 눈길을 끈다.
 

실내에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몇 가지 장비가 들어와 반갑다. 하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앞쪽의 신형 스포츠 시트는 등받이가 약간 짧지만, 시각효과와 감촉이 훌륭하다. 뒤쪽은 옵션인 3열 시트를 없애고 2열 시트 바깥쪽에 좌석을 추가했다. 뒤쪽에 3개의 안전벨트가 있지만, 실제로 SVR은 4인승에 불과하다. 그밖에 다른 시각에서 보면 기대 이상으로 공간이 넉넉하고 실용적이다. 여전히 레인지로버답다.

운전석에 올라가면 나직이 자리 잡은 독일 라이벌들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시동을 걸자 V8 엔진의 사운드가 실내와 주변 풍경을 감쌌다. 물론 가볍고 중심이 낮은 콤팩트 스포티카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래지 않아 그 타협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됐다.
 

심지어 고성능 SUV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이 차는 크고, 넓고, 높으며, 유달리 무겁다. 하지만 말을 잘 듣는 묵직한 스티어링은 믿음직하고 일관성이 있을뿐더러 맛깔스럽다. 저속과 험한 노면에서는 상당히 무거운 페달과 약간 뻣뻣하고 뚱한 승차감에 딱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멋지게 풀려나간다.

SVR의 엔진 사운드(요란하거나 광적인 두 가지 세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는 극적이지만, 일부 라이벌들만큼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SVR은 그럴 필요가 없다. 맞서야 할 마키아벨리적인 머신에 비해 SVR의 성능은 아주 풍부하고 상큼하며 유연했다. 양보다는 질로 가늠해야 할 성격이 짙다. 기어를 올릴 때마다 넘치는 정력을 과시하고, 레드라인을 돌파할 때는 폭풍이 휘몰아친다.
 

가장 놀라운 SVR의 특징은 일반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이 민첩하고 감칠맛 나는 핸들링이다. 앞서 지적한 저속에서의 단단한 승차감을 제외하면, SVR은 탁월한 안락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보디의 반응을 조절한다. 아울러 실내의 평형을 유지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산뜻하게 방향을 잡는다. 엄격한 그립밸런스와 놀라운 평형감각 덕분에, 시야가 좋은 길고 탁 트인 코너에서는 500kg이나 가벼운 느낌이 든다. 심지어 뒤 액슬을 조향 작업에 끌어들일 수 있다.

랜드로버와 SVO는 보수적인 자세로 이 세그먼트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냈고, 그 결과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승리할 수 있는 레시피를 발견했다. 서킷에서 포르쉐 카이엔만큼 격정적이고 비타협적이거나 빠르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느낌이 좋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이들 가운데 시장에서 진정으로 사랑받을 첫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랜드로버가 미처 생각하지 못할 만큼 현명한 콘셉트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글 · 맷 선더스 (Matt Saunders)
 


■ Q&A 폴 뉴섬 (PAUL NEWSOME), SVO 총책
재규어 랜드로버 특수차량제작 디비전의 총책. 과거 윌리엄스 어드밴스드 엔지니어의 기술총책으로 재규어 C-X75 슈퍼카 프로젝트를 이끈 경험이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순조롭게 판매되고 있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
지난해 미국 페블비치에서 이 차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 1월말까지 전 세계에서 100대의 주문을 받았다. 올해는 2,300대를 만들 계획이다. 이미 전부 판매되었고, 9월까지 고객에게 넘겨줄 것이다. 기본 가격이 9만3천 파운드(약 1억5천300만원, 영국 기준)인 차로서는 나쁜 성적이 아니다.

재규어 랜드로버(JLR)에 돌아온 심경이 어떤가?
물론 나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그중에도 C-X75가 큰 몫을 했다. 반응이 대단했고, 환상적인 작업이었다. 우리의 CEO 랄프 스페스는 진정한 마니아이고, 우리 일을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의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랜드로버 디자인 총책) 게리 맥거번의 스튜디오에서 나왔다. 그곳의 헌신적인 SVO 디자이너를 직접 만났다. (재규어 디자인 총책) 이언 칼럼의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두 스튜디오의 특수 디자이너들이 우리 일을 한다. 동시에 그들은 동시에 각 소속 스튜디오의 다른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뒤쪽에 랜드로버 대신 SVR 엠블럼이 달려있다. 앞으로 모든 모델이 이렇게 되나?
그렇다. SVR이 재규어나 랜드로버 자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랜드로버 로고는 그릴에 그대로 남고, 보닛에는 레인지로버라는 글씨를 그대로 쓴다.

당신이 만드는 일부 모델은 JLR의 정규 생산라인에서 만든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도 그중 하나다. 정규 제작과정에서 SVR을 차별화하는 요소를 추가할 수 있다. 그들도 일반적인 품질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당신의 전속 기술진은 어디 있는가?
현재 다수가 게이든의 박물관 옆에 있는 SVO 임시 사무실에서 일한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센터는 옥스퍼드 로드 공장에 있다. 코벤트리 외곽에 있는 이 작업장은 과거에 푸조 공장이었다. 지난 12개월간 엔지니어 150명을 동원했다. 앞으로 일을 제대로 하려면 그만한 인원이 더 필요하다. (다음 SVR 제품은 재규어가 될 전망) 적재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코벤트리는 그런 인재를 찾기에 좋은 곳이다.
 

옥스퍼드 공장의 규모는 얼마나 되나?
그곳은 우리 고객센터이고 주문형 차량 제작 본부로 거대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한 해 약 1,000대를 만들 계획이다. 가장 호화로운 레인지로버와 F-타입 프로젝트 7 라인을 따르는 모델을 만든다.

SVO의 전체 인력은?
앞으로 필요한 인력을 모두 계산하면 약 700명이다. 그중 약 250명은 옥스퍼드 로드에서 차량 제작을 담당한다. 나머지는 엔지니어링과 제품 개발작업에 투입된다. 우리 차의 상당수는 핵심 제작시설에서 나온다.

재규어 프로젝트 7은 모두 판매되었다는데?
이미 오래전에. 250대 중 최종 생산물량이 다음 달에 끝난다. 그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다. 지난해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차를 발표하자마자 108대가 팔렸다.

다시 만드는 명차, 라이트웨이트 E-타입은 어떻게 되나?
그건 우리와는 다른 프로젝트의 일부다. 우리는 현행 모델에 개성을 주입하는 주문에 힘을 기울인다. SVR 모델은 기본형보다 CO₂ 배출량과 연료소비량이 많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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