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투싼, 느긋한 2.0과 스포티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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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투싼, 느긋한 2.0과 스포티한 1.7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5.2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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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투싼이 나오기 전 든 생각이 있다. ‘이번 투싼은 얼마나 커질까?’ 신형 모델이 나올 때마다 차체는 커진다. 예외도 있지만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현대·기아의 신형 모델들은 기존보다 확실히 커지고 있다. 경쟁 모델과는 급이 다른 차를 추구한다는 그들의 발언이 생각났다. 물론 그 급이 크기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빠른 모델 체인지를 발판으로 더 큰 차체를 선보인다는 것은 달가운 일이다. 더 큰 실내공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뉴 투싼의 크기는 길이 4,475mm, 너비 1,850mm, 휠베이스 2,670mm다. 기존 모델에 비해 길이 65mm, 너비 30mm, 휠베이스 30mm가 늘었다. 수치상의 변화는 미묘하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느낌은 기존 모델보다 더 큼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게 만든 것은 강렬한 디자인. 기존 모델의 디자인은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올 뉴 투싼의 디자인은 대담하게 바뀌었다. 부풀린 그릴과 맞물린 길쭉해진 헤드램프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옆면을 가로지르는 캐릭터라인 또한 뒷면을 향해 곧게 뻗어 쐐기 같은 느낌을 냈다. 속도감을 자아내기 위한 수법이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수평형 구조. 대시보드를 수평화하고, 센터페시아 구조를 작게 바꿔 구성도 간략하게 다듬었다. 패밀리룩에 이어서 전체 라인업 실내 구조와 분위기를 하나로 맞춰가는 것이다. 차분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실내공간 구성 또한 크게 개선됐다. 앞좌석보다 높게 달린 뒷좌석은 무릎, 다리 공간이 충분했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앞뒤로 앉아도 다리 공간 확보에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장거리 여행에도 푹 쉴 수 있을 것 같다. 트렁크 공간은 513L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503L까지 늘어난다. 스마트키를 갖고 있는 상태로 트렁크 뒤에 3초 이상 머물면 트렁크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도 있다. 문을 열기 위해 발을 뻗는 등의 동작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큰 변화는 신형 구동계의 추가. 직렬 4기통 1.7L 디젤 ‘UⅡ’ 엔진과 자동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이 추가됐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흥분을 뜻하는 ‘피버’(Fever)라는 별칭도 붙였다. ‘올 뉴 투싼 피버’라 부른다. 기존의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과 자동 6단 변속기의 조합도 그대로다. 네바퀴굴림 옵션은 2.0L 모델에서만 고를 수 있다.

먼저 2.0L 엔진 얹은 모델을 시승했다. 현대·기아의 디젤 라인업에 두루 쓰이는 ‘R’ 디젤 엔진은 범용성과 성능이 뛰어나단 생각이다. 물론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지만, 직렬 4기통 2.0L 엔진에서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41kg·m를 내는 것은 국산 경쟁자들을 분명 앞서는 부분이다. 최대토크 발생지점도 기존의 2,000rpm에서 1,750rpm으로 약간 내렸다. 사양에 따라 약 220kg 더 무거운 올 뉴 쏘렌토에 얹어도 부족함이 없는 엔진이기에, 더 가벼운 올 뉴 투싼과의 조합은 가벼운 발걸음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의외인 부분이 있다. 가속은 빠르지만 그 감각은 긴박하지 않다. 넉넉한 힘을 가지고 여유롭게 가속하는 느낌이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바꾸고 스포트 모드로 달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각단의 기어비를 늘려 느긋한 감각을 만들었기 때문. 엔진회전수 상승에 비해 속도는 빠르게 오른다. 느긋하게 엔진을 다루게 된다. 요즘 추세는 연비를 위해 작은 엔진을 얹고, 대신 단수 많은 변속기를 단다. 각단의 기어비를 줄여 가속을 돕는다. 그런데 올 뉴 투싼 2.0L 모델은 정반대의 세팅을 했다. 엔진의 힘을 바탕으로 기어비를 늘렸다. 그래서 한층 느긋해졌다. 이 차의 지향점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2.0L 엔진과 달리, 올 뉴 투싼 피버에 얹힌 1.7L 엔진과 7단 변속기의 조합은 요즘 추세의 정석을 보여준다. 초반 기어비를 짧게 가져가고, 계속 변속하며 속도를 올린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답게, 변속은 빠르고 정확하다. 적당한 힘을 내는 엔진을 마구 돌리며 달리는 맛이 있다. 빠르게 회전하는 엔진의 질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2.0L 모델보다 절대적인 속도는 느릴지언정, 더 스포티한 감각을 자아낸다. 엔진에 따라 차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주행감각을 원한다면 2.0L 엔진을, 경제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주행을 원한다면 1.7L 엔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두 모델 모두 비슷한 승차감을 보인다. 엔진 무게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에 따른 감각의 차이는 크지 않다. 서스펜션의 세팅은 전형적인 도시형 SUV답다.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고, 코너를 탈 때면 약간씩 기운다. 하지만 반발하는 힘과, 기울어지는 각도는 크지 않다. 서스펜션의 작동범위는 일반적인 정도. 주행모드처럼 스티어링 또한 세 가지 모드로 조절 가능한데, 무게감과 반발력의 차이가 확연하다.

앞좌석에서 느끼기에 주행감각은 시종일관 안정적이고, 디젤 엔진의 방음도 뛰어났다. 하지만 바깥의 소음이 더 도드라지게 들리는 단점이 있었다. 엔진의 진동과 소리를 막아내는 기술에 이어 외부 소음을 막는 부분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뒷좌석의 승차감이다. 앞좌석과 달리 기우는 감각이 컸다. 소음 또한 앞좌석보다 크게 들렸다. 앞좌석의 만족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감각을 채우는 것이 앞으로 남은 숙제일 것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올 뉴 투싼은 구매 가치가 충분한 차다. 더 커진 차체와 새로운 구동계로 경쟁력을 높이고, 자동긴급제동시스템,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 안전, 편의장비를 대폭 더했다. 새로 도입한 1.7L 엔진과 듀얼 클러치 변속기 구성이 마음에 든다. 다만 편의장비의 구성에 입맛이 쓰다. 오토라이트 컨트롤과 7인치 내비게이션을 하나로 묶어 옵션으로 만든 것이 그렇다. 연계성 없는 두 장비를 묶은 꼴이다. 이런 단점에 눈뜨니 갑자기 구매 의욕이 좀 줄어든다. 그런데, 이 차급에서 올 뉴 투싼 만큼의 가격대 성능비를 자랑하는 차는 없다. 결국 옵션을 잘 고르는 수밖에 없다.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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