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아버지’ 카타야마 유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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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아버지’ 카타야마 유타카
  • 임재현 에디터
  • 승인 2015.04.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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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아버지’ 카타야마 유타카가 지난 2월 10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 말과 자동차를 사랑한 고인은 진정한 자동차 인(人)이었다

카타야마 유타카(片山豊)는 1909년 일본 시즈오카 현 하마마쓰 시에서 유복한 집안의 둘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사이타마 현의 부유한 지주였고,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말을 좋아한 카타야마의 아버지는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승마를 즐겼는데, 카타야마를 앞에 앉히고 달리곤 했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카타야마의 자동차관(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카타야마는 1935년 게이오대학 졸업 후 닛산자동차에 입사해 홍보·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시작했다. 자동차를 사람과 교감하는 대상으로 생각한 그는 그저 모델명만 반복해서 말하던 기존의 TV 광고 관행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광고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카타야마는 지난해 닛산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은 수천 년 동안 말과 함께 같은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며 가족처럼 지냈다”며, “자동차는 그런 말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했다. 그는 자동차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전 일본 자동차 쇼(全日本自動車シヨウ)를 기획하기도 했다. 1954년에 처음 열린 전 일본 자동차 쇼는 도쿄모터쇼의 전신이다.

당시 매우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졌던 닛산에서 카타야마의 파격적인 접근 방식은 중역들의 반감을 샀고, 경영진은 그를 미국 서부 지역 책임자로 발령해 로스앤젤레스로 보냈다. 1960년의 일이다.

1958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닛산은 연간 판매량이 1,000대에 불과했다. 당시 내수시장에 치중하던 닛산에게 미국은 시베리아나 다름없는 불모지였고 중요한 시장도 아니었다. 반면,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한 카타야마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자동차 판매점들을 하나하나 돌면서 닷선(Datsun·당시 닛산의 수출 브랜드) 차를 놓아달라고 설득하며 유통망을 다져나갔다.
 

그에게 주어진 판촉비는 1천 달러(현재 화폐가치로 약 900만원)가 전부였다. 그는 닷선 취급 판매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언젠가는 이 방에 있는 모두가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훗날 닷선의 성공으로 상당수가 그렇게 됐다. 닛산은 1960년대 중반 동부와 서부로 양분되어 있던 지사를 하나로 통합했고, 미국 닛산의 초대 사장으로 카타야마를 임명했다. 직원들은 그를 ‘미스터 K’(Mr. K)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따랐다.

카타야마는 미국시장의 판매 확대를 위해선 강력한 이미지 리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한 것은 “누구라도 부담 없이 상쾌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였다. 그는 스포츠카 개발에 주저하던 본사를 끈질기게 설득해 개발 승인을 따내고 개발을 주도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리지널 Z다.

1세대 Z(S30)는 1969년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페어레이디 Z와 240Z로 출시했다. 비록 아주 강력하거나 빠른 차는 아니었지만, 스타일링이 좋고, 가볍고 다루기 쉬우며, 가격이 3천500달러(현재 화폐가치로 약 2천170만원)로 저렴해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 미국에서 1년에 1,000대를 팔았던 닛산은 불과 10여년 만에 스포츠카를 매달 4,000대 이상 판매하는 미국 내 1위 수입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Z의 대성공으로 인해 닛산은 인지도를 높이고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본사에 정적(政敵)이 많았던 카타야마는 초대 미국 닛산 사장으로서 놀라운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1975년 해임돼 닛산을 떠났다. 그는 퇴직 23년 만인 1998년 혼다 소이치로, 도요다 에이지, 다구치 겐이치에 이어 일본인으로는 네 번째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2008년에는 일본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말을 모는 사람은 말이 가진 장점을 이끌어내고 단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차는 운전자가 잘 다뤄주면 좋은 차가 되며, 운전자는 그 과정에서 기쁨을 맛보게 된다.” 103세까지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며 평생 현역을 관철한 ‘Z의 아버지’ 카타야마 유타카. 닛산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의 부고를 전하며 해시태그로 ‘#Mr_K’를 달았다.

글 · 임재현 에디터 (jlim@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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