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의 재건.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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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의 재건.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 존 매클로이(John Mclroy)
  • 승인 2015.03.2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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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카의 존 매클로이(John Mclroy)가 쌍용자동차 소유주인 아난드 마힌드라(Anand Mahindra)를 만나, 신규 모델 계획과 판매량 증가안에 대해 물었다

70m 높이의 굴뚝에서 4주라는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분쟁을 겪은 본사의 소유주와 직접 대담을 나눌 수 있다면, 분명 그럴 가치가 있다고 본다. 누가 이를 쓸데없는 일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는 최근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2009년에 쌍용이 파산했을 때 해고된 직원 2명이, 그들의 상황을 알리고자 굴뚝에 올라갔다. 이에 쌍용차의 소유주인 마힌드라는 직접 공장을 찾았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화의 폭을 넓혀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대중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를 하길 원했고, 결국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기사 작성일 기준, 쌍용 직원을 통해 들은 바로는 아직 쌍용차의 해고 노동자들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 억만장자와 한국 노동자 사이의 이 극적인 만남은,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던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소유주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일은 자칭 ‘한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존경받는 회사’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비록 쌍용의 대량 제조 공정 라인의 분위기가 꽤 친밀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쌍용의 평택 공장은 서울에서 약 60km 정도 떨어져 있다. 다른 자동화 생산 시설에 비하면 조금 더 편안한 속도로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다시 일자리로 복귀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4만대의 차를 만들었다. 생산가능용량은 25만대를 넘어선다. 이는 앞으로 쌍용이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난드 마힌드라와 그의 회사 또한 그렇게 보고 있다. 마힌드라는 2009년에 쌍용을 인수하기 위해 약 7천억원을 투입했으며, 추가로 약 1조원을 더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쌍용은 미래 전망을 위해 당분간 매년 새로운 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시작이 티볼리다. 티볼리는 소형 SUV로, 영국시장에는 올해 여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이와 같은 제품 계획은 폭스바겐 제국의 총공격에 비하면 아주 소박하고 겸손해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는 회사가 제품 수명 주기를 넘어간 모델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난드 마힌드라는 “앞으로 곧 출시될 제품들에 대해서, 너무 많은 세부사항을 공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SUV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세 가지 주요이유가 있다. 첫째로, 아직 세계시장의 수요에 비하면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차종이 충분하지 않다. 둘째로, 쌍용은 SUV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셋째로, SUV는 모기업 마힌드라의 인도시장 라인업을 넓히기 위한 가장 쉽고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플랫폼, 엔진, 기술의 공유다. 이를 증명하는 첫 모델이 티볼리다. 티볼리는 최신형 미니에 달린 것과 같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취재원에 따르면 이는 쌍용과 마힌드라의 협력 계약에서 이뤄진 것이다.
 

다음은 엔진이다. 마힌드라는 쌍용과 6기통 이하의 엔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자연흡기 엔진과 터보 엔진 모두를 만든다. 휘발유 엔진은 직렬 3기통과 4기통을, 디젤은 직렬 4기통만 만든다. 위 엔진 모두는 앞으로 인도시장에 출시될 차세대 소형 SUV에 적용된다. 더불어 닛산 캐시카이와 경쟁할 신형 코란도에도 얹힐 예정이다.

영국에서 쌍용은 개인 소유 회사와 판매 계약을 맺었고, 약 60개의 전시장을 갖춘 작은 딜러 네트워크로도 열심히 판매를 이어나갔다. 예전에 기아 영국의 사장을 맡았던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의 지도 아래, 상용차 300대를 포함해, 총 1천800대의 판매를 기록하며 뛰어올랐다.

2015년 목표는 두 배의 판매량을 올리는 것이다. 전 범위에 걸쳐 판매망을 개선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티볼리다. 티볼리는 소형 SUV급에서 가장 포괄적인 라인업을 갖춘 차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휘발유와 디젤 엔진, 수동과 자동변속기,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의 조합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쌍용은 티볼리로 닛산 쥬크, 복스홀 모카, 피아트 500X를 노린다. 가격대도 그렇다. 시작 가격은 1만3천 파운드(약2천260만원)가 조금 안 된다. 이 정도라면 다른 라이벌들의 매력을 깎아낼 만큼 경쟁력이 있다. 사실 소형 SUV차급에서 최고의 차는 아니지만, 소형 SUV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색없는 차다.

다만 이를 위해 판매망과 기업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는 있다. 이제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추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배워야 하며,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고객을 상대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기존의 쌍용차는 매우 실용적인 ‘바겐세일-사냥꾼’이나 캠핑용 캐러밴을 끄는 사람들을 상대로 판매고를 늘렸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장에 나아가야 한다. 성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난드 마힌드라는 그가 이끌지 않았음에도 자립하는 쌍용차의 행보에 대해 조금 놀랍다고 했다. 쌍용은 불과 5년 전 추락하는 판매율과 낮은 생산성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법적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직면할 때, 쌍용차가 해고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쌍용차가 티볼리를 서울에서 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폴리스 라인 밖에 모여 있었다. 마힌드라는 티볼리가 일자리를 늘리는 첫 번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마힌드라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한국인들에게 2009년을 한번 되돌아봐 주길 부탁하고 싶다. 2009년에, 쌍용의 생존을 위해 어떤 기회라도 안겨줄 사람은 거의 없었고,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었다. 그동안 CEO 이유일 사장과 그의 팀이 기울인 노력에 감사한다. 지금 우리는 4,8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지켜냈고, 쌍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다시금 ‘기회’라는 말로 이를 이야기하고 싶다. 아직 쌍용의 전환은 완벽하지 않다.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고, 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다”
Q&A 아난드 마힌드라(Anand Mahindra)

티볼리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쌍용에게 안겨줄 것이다. 당신은 판매량을 어느 정도로 예측하는가?
“우리의 판매 목표는 2015년에 3만5천대다. 하지만 내년이 되면 티볼리만으로 10만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휘발유 모델 출시 이후 디젤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올해 말에 롱-바디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쌍용은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생산량으로 운용하고 있다. 언제 이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쌍용은 2014년에 흑자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 작년에 구현된 새로운 임금 체계를 적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산가용량을 최대로 올리기 위해서는 티볼리와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 쌍용이 몇 년 내에 재무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쌍용이 티볼리처럼 앞으로도 독립형 제품을 만들고 운용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공유하게 될 것인가?
“새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국 돈으로 약 3천억원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그 투자 자본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마힌드라와 쌍용의 부품 공용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해 재료 및 생산 비용을 줄일 것이다.”

왜 미국에 진출했는가? 쌍용이 미국시장을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미국시장을 노리고 계획을 짰다. 나는 마힌드라 그룹 전체뿐만 아니라, 쌍용이 미국시장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한국은 그간 좋고 신뢰성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시장에서 명성을 쌓아 왔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로써는 쌍용의 미국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 상식이다.”


■ 티볼리, 그다음은?

티볼리를 시승한 이후 쌍용의 상품 기획,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티볼리 다음의 행보다. 본지가 2011년 말에 입수한 쌍용의 내부 계획에 따르면 쌍용은 티볼리 이후 총 4종의 신규 차종을 내놓는다. 오래된 기존 라인업을 어떻게 새롭게 덧씌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어떤 차종이 개발되느냐에 대해서 쌍용 측은 일체 언급을 피했지만, 그 가능성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체어맨 모델은 유지된다. 마힌드라가 최고급 세단의 유지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체어맨 H의 경우 단종에 들어가며, 체어맨 W의 경우 페이스리프트 및 모델 분화 전략이 이용될 수 있다. 체어맨의 롱 휠베이스 버전은 물론, 스포츠 버전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고급 세단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변화다. 더불어 쌍용은 최고급 SUV 시장의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SUV 특화로 브랜드 방향을 재구축하는 쌍용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강한 이미지를 덧씌워줄 후광 모델의 등장이다. 이를 위해 완전 신형 모델이 필요하다.

현재 마힌드라와 쌍용이 6기통 이하의 엔진을 공동 개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6기통 엔진을 얹는다면, 현재 직렬 4기통 엔진을 얹는 렉스턴 이상의 차급으로 포지셔닝 해야 한다. 때문에 렉스턴 이상의 새로운 모델이 탄생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최고급 모델과 티볼리 사이의 간극을 채울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쌍용은 플랫폼 공용 전략을 사용한다. 마힌드라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4개의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기존 계획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D세그먼트에서 정면 대결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현재 이 결정은 유보된 상태. 티볼리를 기점으로 다른 세그먼트로의 확장을 기대해야 한다. 때문에 플랫폼을 나눠쓸 신규 모델 또한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쌍용은 티볼리의 성공을 발판 삼아 계속 신 모델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허나 1년마다 신차종을 내놓는다는 것은 상당한 개발비가 필요하다. 때문에 마힌드라의 1조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이 이뤄졌을 것이다.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몇 개 차종이 동시에 개발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글 · 존 매클로이 (John Mcl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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