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쥬크, SUV계의 스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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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쥬크, SUV계의 스프린터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3.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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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디자인에 실용성과 재미를 더했다

짜릿한 혁신. 뉴 쥬크의 시동을 걸면서 떠오른 단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을 구축하는 것이 대중을 향한 자동차 회사의 방침일진데, 쥬크는 그 반대다. 남들과 다른 색다름을 추구했다. 그 디자인만큼은 시장에 분명히 각인될 정도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쥬크에 큼직한 변화가 없는 이유 아닐까. 전체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되, 세부적인 요소를 바꿔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닛산 패밀리룩에 맞춰 그릴과 앞뒤범퍼 디자인을 바꿨다. 디자인 특징 중 하나인 보닛 위의 시그니처 램프는 370Z의 헤드램프와 비슷하게 다듬었다.

실내의 변화는 거의 없다. 조금 높게 달린 운전석은 시야 확보에 좋았다. 특이하게도 드라이브 모드와 온도 조절 조작부를 합쳐 쓴다. 용도를 바꿀 때마다 버튼이 바뀐다. 꼼꼼히 살펴보니 버튼 안에 LCD를 달았다. 재미를 위해 이런 부분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이 차의 독특한 존재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뒷좌석은 키 180cm의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좁은 편이다. 단거리 주행에는 충분하다는 것, 승하차성이 좋다는 것 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방음성은 평균에 속하는데, 엔진 소리를 강조한 쪽이다. 엔진회전수를 낮춰 달릴 때는 조용했건만, 회전수를 올리면 기계음이 제법 들린다. 스포티함을 강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가속페달 밟을 때면 공기 빨아들이는 소리가 제법 들렸다. 특이하게 블로우 오프 밸브 소리도 잘 들렸다. 자연스러움과 정숙성을 강조하는 요즘 터보 차에서는 잘 들리지 않게 틀어막는 소리 중 하나다. 허나 운전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흥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 이 소리를 들으려 가속페달을 몇 번이고 밟았다 떼기를 반복했다.

쥬크의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1.6L 터보 엔진이다. 최대토크는 24.5kg·m로 2,000~5,200rpm의 넓은 구간에서 나온다. 무단변속기(CVT)를 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최근 닛산의 주요 모델은 대부분 CVT를 얹는다. 속도 영역에 상관없이 엔진회전수를 조절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료 효율성이 앞선다는 이유에서다. 닛산의 것은 완성도가 높았다. 엔진과 변속기를 긴밀하게 맞물려 팽팽한 가속을 만들어낸다.
 

주행 모드는 일반(Normal), 스포트(Sport), 에코(Eco)의 세 가지다. 일반 모드로 두고 달릴 때도 시종일관 활기찼다. 엔진에 들숨 붓는 터보차저의 압력을 빠르게 채워 힘을 더하기 때문이다. 최대토크 구간인 2,000rpm을 넘겨 달릴 때면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공차중량 1,345kg을 감안하면, 엔진과 차체 무게의 궁합은 적절하다. 초기 가속 및 차체의 거동이 가벼운 이유다.

스포트 모드로 바꿔 엔진을 부채질하면,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더욱 빨라진다. 속도 영역에 상관없이 엔진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는 CVT의 특징을 이용해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한다. 재미있는 점은 최대 가속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 일반 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회전수를 6,000rpm으로 고정한 채 속도를 높이지만, 스포트 모드에서는 수동 모드의 변속처럼 움직인다. 재미를 노린 부분이다. 변속 충격이 발생할 일은 없지만, 고의적인 변속 충격까지 가미해 효과를 냈다.
 

빠른 속도로 다소 과격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때면, 주행 안정 프로그램이 모르게 개입한다. 특정 상황에서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먼저 개입해 흔들리는 차체를 안정화 시킨다. 차체의 기울임은 약간 있는 편이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이 활발하다. 승차감은 살짝 단단한 것에 비해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여유롭게 뒀다. 댐핑의 답력은 거세다. 마치 튜닝카를 타는 것 같았다. 저속에서 특정 노면을 달릴 때 차체의 흔들림도 그렇다. 저속에서는 살짝 출렁이지만, 고속에서 차체가 눌리는 힘이 커질 때 단단히 버틴다.

급하게 멈출 때면 아쉬운 부분이 약간 있다. 제동 성능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빠르게 답력을 끌어내 속도도 확실히 줄인다. 일반적으로 달릴 때는 아쉬움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멈춰서야 할 때, 차체의 거동이 약간 모호한 감각이 들었다. 뒤쪽의 감각이 살짝 흐릿해지는 것이다. 뒷바퀴 서스펜션이 토션 빔이라는 데에서 이유를 찾는다. 닛산의 세팅은 상당히 효과적이었지만, 물리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지 않는가.
 

회전반경이 큰 코너에 빠르게 진입했다. 차체는 약간 기울지만 예상했던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고 떼면 총알 소리 같은 블로우 오프 밸브 소리가 들린다. 드로틀을 여는 양을 부드럽게 늘리며 코너를 돌아나간다. 가벼운 공차중량 덕에 코너를 돌아나갈 때 부담이 덜했다. 꽤 속도를 높였음에도 여전히 안정적이다. 흔들림과 별개로 노면을 지지하는 힘이 좋아서다. 단단한 차체 만들기와 서스펜션 세팅의 결과다.

대부분, 쥬크를 개성적인 차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자. 쥬크는 소형 SUV계의 육상 선수, 스프린터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자들은 다들 저출력 엔진을 얹고 연비를 자랑하지만, 닛산 쥬크는 홀로 운전 재미를 자랑한다. 남다른 자세다. 진짜 존재의미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재미를 따져가며 탈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SUV가 쥬크 외에 또 있을까?

글 · 안민희 에디터 (minhee@iautocar.co.kr)
사진 · 김동균 (parag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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