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버트 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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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 버트 먼로
  • 안민희 에디터
  • 승인 2015.02.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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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의 나이에 42년간 개조한 구닥다리 모터사이클을 타고 시속 300km의 모터사이클 신기록에 도전한 이가 있다. 새해를 맞아 우리도 각오를 다져보자.

인간의 본능은 속도를 추구한다. 어릴 때 탔던 자전거는 숨이 차 헐떡거리면서도 계속 페달을 밟았고, 청춘과 함께 시작한 자동차 인생은 최고속을 겨뤘다.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자랑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람은 현명해진다. 속도는 위험하다며 본능을 꺾는다. 삶에는 속도만큼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평생 속도에 삶을 바친 사람이 있다. 속도의 신이라 불리는 버트 먼로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1899년 태어났다. 이전의 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18살에 지역 레이스에 참가했고, 최고속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1920년에 그는 새 모터사이클을 샀다. 인디안 스카웃 1919년식. V-트윈 660cc 엔진은 18마력을 냈고, 변속기는 3단이었다. 클러치는 발로 밟고, 뒷바퀴 서스펜션은 아예 없었다. 허나 이 모터사이클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모터사이클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다. 그는 천천히 그의 모터사이클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필요한 부품을 떼어냈다. 그러나 점점 작업은 극적으로 흘러갔다.
 

출력을 위해 순정의 2캠 대신 직접 디자인한 4캠 시스템을 달았고, 푸시로드 방식을 오버헤드 밸브로 바꿨다. 부품도 모조리 바꿨다. 피스톤, 실린더, 플라이 휠, 캠을 직접 제작한 것에 모자라 윤활 펌프 시스템마저 바꿨다. 오리지널 엔진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계까지 개조를 밀어붙였다. 부품을 사서 바꾼 것이 아니다. 돈이 부족했던 그는 늘 머릿속 떠올린 부품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후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크를 만든 브리튼 모터사이클의 웨인 알렉산더는 이렇게 말했다. “버트는 밀링 머신으로 30분 걸리는 조각 하나를 만들기 위해 40시간 동안 손으로 깎아냈다” 1970년에 먼로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면, 거의 10년 동안 매일 16시간을 투자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정이 지나쳤을까. 그는 1945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기 시작한다. 콘크리트 창고에는 그와 인디언 모터사이클뿐. 이상을 위한 끝없는 개조가 시작됐다. 도전은 생각보다 늦었다. 준비 기간이 워낙 길어서일까. 1962년, 그의 나이 63세에 버트는 그의 인디언과 미국으로 떠났다. 구닥다리 모터사이클 타고 나타난 할아버지가 달리기나 할까 의심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비웃듯이 그는 178.97마일(시속288km)의 세계 신기록을 기록했다. 의심은 경악으로 바뀌었다. 이후에도 그의 신기록 경신은 계속됐다.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에서 인디언을 놓치고 죽을 뻔했어도, 그의 속도에 대한 사랑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타올랐다.

심장병과 싸우며 속도를 추구하던 그는 1967년, 그의 나이 68세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 되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의 모터사이클로 속도 기록을 세운 단 한 사람이었다. 1975년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보네빌 라이센스를 내놓아야 했다. 한평생 속도와 싸워온 이에게는 가혹한 처사였다. 일평생 속도와 싸워온 그였지만, 아쉽게도 심장과의 싸움에는 끝내 이기지 못했다. 1978년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아직도 보네빌에 남아 있다. 2005년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 세계에 개봉됐고, 미국 모터사이클 협회는 그의 업적을 기려 그를 명예의 전당에 추서했다. 그리고 버트 먼로가 세운 190.07마일(시속 305.9km)의 공식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인디언 모터사이클 최고속으로 남아 있다.

글 · 안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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