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63 AMG 쿠페 vs 콘티넨탈 GT 스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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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63 AMG 쿠페 vs 콘티넨탈 GT 스피드
  • 앤드류 프랭클
  • 승인 2015.01.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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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메르세데스-벤츠 S63 AMG 쿠페는 벤틀리 콘티넨탈 GT 스피드와 정면승부를 노리고 있다. 과연 승기를 차지할 수 있을까?

공식적으로 정의된 바는 없지만, 영국 정부는 2,000피트(약 610m)보다 높은 봉우리를 모두 산으로 인정한다. 그런 곳은 영국 안에서만 100개가 훨씬 넘는다. 그리고 영국 사람들은 흔히 웅장한 브레컨 비컨즈(Brecon Beacons)와 스노드니아(Snowdonia) 국립공원의 광활함을 떠올리며 웨일즈 지방에 산이 제법 많으리라고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웨일즈 지방에 있는 산은 8개뿐이다.

가장 유명한 두 곳을 들자면 브레컨 남서쪽에 있는 2,907피트(약 886m) 높이의 펜 이 팬(Pen y Fan)과 3,560피트(약 1,085m) 높이의 스노든(Snowdon)이 있는데, 각각 웨일즈 남부와 북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두 대의 크고 강력한 차에 관한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는 웨일즈 지방이나 아직 때 묻지 않은 영국의 다른 지방에서 운전하기에 가장 좋은 몇 개의 도로가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 두 크고 웅장한 봉우리 사이의 코스가 좋을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벤틀리 콘티넨탈 GT는 2003년에 출시된 이래 본지에 꽤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주기적인 손질은 물론 최소 한 번 이상 대대적인 변경이 이루어졌음에도 기본적으로는 그때와 같은 차나 다름없다. 이번에 나온 스피드 버전의 동력원인 W12 6.0L 트윈터보 엔진 역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최고출력은 10마력이 더 높아져 635마력이 되었지만, 이 엔진이 10년 전에 처음 나왔을 때에 기본형이 56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발전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고 최소한 이런 동기들을 염두에 둔다면 이처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이번 시승에서 콘티넨탈 GT에게 주어진 역할은 대부분의 하이킹족들이 펜 이 팬을 향해 출발하는 지점인 A470 도로상의 스토리 암즈(Storey Arms) 반대편에 있는 주차장으로 이제 막 들어선 다른 차와의 비교 기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 차는 CL 클래스의 후속 모델로 더 잘 알려져 있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쿠페다. 여기 나온 S63 AMG 모델은 벤틀리에 있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빠져 연료소비가 적고 V8 트윈터보 엔진이 585마력의 최고출력을 내지만, 길이와 높이가 모두 더 크면서도 무게는 4분의 1톤 정도 더 적게 나간다. 결과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를 약간 웃도는 무게당 마력비는 가공할 만한 무게당 토크비가 뒷받침하지 않았다면 사소한 차이에 그쳤을 것이다. 콘티넨탈 GT 스피드는 지금까지 나온 벤틀리 승용차 중 가장 빠르고, 배기량이 더 작고 실린더 수도 적은 엔진과 더불어 이미 나와 있는 세단을 바탕으로 만든 메르세데스-벤츠를 바람과 함께 날려버릴 것 같은 모습이다.

벤틀리 팬들에게는 두 차의 값 차이도 읽기 괴로운 부분일 것이다. 값이 15만6천700파운드(약 2억6천936만원, 영국 기준)인 벤틀리 스피드는 경쟁차보다 3만 파운드(약 5천157만원) 더 비싸다. 그 값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각종 장비를 완벽하게 갖출 수도 있고, 재미삼아 최신 로터스 엘리즈도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롤스로이스 레이스를 빼면, 벤틀리를 작아보이게 만들 수 있는 2도어 승용차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메르세데스-벤츠 쿠페는 S-클래스 세단보다 휠베이스 길이가 더 짧지만 전체 길이는 5m가 훨씬 넘는다. 포르쉐 파나메라와 애스턴 마틴 라피드 S 같은 차들보다 훨씬 더 길다. S-클래스 쿠페의 선은 아름답게 흐르지만, 그 옆에 세워놓은 벤틀리는 탄탄하고 작으며 당당해 보인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벤틀리에게 슈퍼컴퓨터처럼 느껴지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에게는 주판에 불과하다. 길이 아주 구불구불하지 않다면, 차에 탄 사람은 남쪽에서 출발해 북쪽에 이르는 전체 여정 내내 차에 담긴 모든 기능을 파악하는 과정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도착한 뒤에도 아직 찾을 것이 남아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차는 카메라를 마치 눈처럼 활용해 서스펜션과 크루즈 컨트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는 스티어링도 조절하기 때문에, 실제로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 선택사항 목록에 표시를 하면 태국 방콕에 있는 5성급 호텔의 마사지 서비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를 해주는 시트와 영국 런던의 애비 로드 스튜디오 녹음실보다 더 많은 조절기능이 있는 부메스터(Burmester) 오디오도 함께 출고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장비들이 매력적이더라도 이 자리에서 중요시할 것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승이고, S-클래스의 장점들에 먼저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다.
 

빌스 웰즈(Builth Wells), 랜드리놋 웰즈(Llandrid-nod Wells), 라에이더(Rhayader)를 지나 베츠이코드(Betws-y-Coed)와 스노드니아를 향하는 구간은 영국 본토를 통틀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특히 A470 도로를 벗어나 지름길이 더 많고 항상 교통량이 적은 B로드 국도를 고집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차들에게 그런 코스는 언제나 부담스럽기 마련이었다. 매끈한 디자인의 차체와 달리, 이 차들은 순수 스포츠카는커녕 철저한 GT 개념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두 차 모두 세단의 차체 구조를 바탕으로 변형(벤틀리의 뿌리는 폭스바겐 페이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되어 나왔고, 가벼운 쪽에 해당하는 메르세데스-벤츠조차도 무게가 2톤이 넘는다.
 

그러나 가끔, 91.7kg·m에 이르는 토크는 그렇게 육중한 덩치조차도 개의치 않게 만들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직접 개발한 7단 변속기는 성가신 느낌이다. 벤틀리에 쓰인 ZF제 8단 자동변속기만큼 부드럽지도, 직관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알맞은 기어비를 유지하는 데 익숙해지고 토크가 제 역할을 하게 내버려두면 누가 어떤 기준을 들이대더라도 엄청나게 빠른 달리기를 보여준다. 우측통행 국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네바퀴굴림 버전은 4초를 밑도는 0→시속 100km 가속 성능을 하루 종일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엔진은 환상적이다. 나는 본능과 기질 모두 다운사이즈된 터보 엔진을 미심쩍어하지만, 이 엔진만큼은 굉장하다. 터보가 보탬이 되면 되었지, 엔진의 성능 특성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두 자리 숫자의 압축비가 가능하도록 부스트압을 제법 낮게 조절했고, 그 덕분에 터보 래그는 물론 엔진 소리에 저항감도 느낄 수 없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즉각적이고, 이런 성격의 차에서 기대하게 되는 거칠고 박력 있는 소리를 내는데다가, 가속력은 문자 그대로 압도적이다.
 

안타깝게도 벤틀리의 엔진은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토크나 높은 출력이 더 무거운 몸무게 때문에 방해를 받아서 생기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배기음은 둔하고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이 엔진은 재미가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나왔을 때부터 계속 그랬다.
 

웨일즈 지방 중부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나는 코너를 고속열차처럼 안정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타고난 능력인지, 아니면 속임수인지 파악하기 위해 S63의 섀시 설정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는 이따금 커브와 구배를 구별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런 구불구불한 길에서는 스포트 모드만 선택하고 차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는 쪽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S63 AMG 세단의 뛰어난 핸들링에 감동받은 기억이 나지만, 럭셔리 세단에서 누구나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는 높다고 하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쿠페에 걸맞게 훨씬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했지만, 예상보다는 부족했다. 스티어링의 부자연스러운 특성은 도로 위에서 차가 제자리를 잡기 어렵게 만들고,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한껏 공세를 퍼붓듯 작동하는 데도 무쇠처럼 든든하게 차체가 움직이리라는 예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까다로운 길이 분명한 이 구간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전했다면, 과연 벤틀리는 어떨까? 신기하게도 거울 너머에는 항상 벤틀리가 있고, 뒤쫓기를 힘겨워하는 모습은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곧 분명해졌다. 제동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운동 특성 면에서 벤틀리는 객관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열세다. 그러나 주관적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은 곡률이 고르게 이어지는 커브 같은 것은 없다. 날씨보다 더 자주 바뀌는 것이라고는 구배와 도로 표면뿐이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달리는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은 토크도, 출력도 아니다. 배짱이 가장 중요하다. 벤틀리가 주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구식 유압 스티어링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각을 지니고 있고, 비록 수동적이고 기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이지만 벤틀리의 쇼크 업소버는 차체를 더 잘 다룰 수 있게 만든다. 벤틀리는 출렁임이 적고 시승 코스의 특징인 중간 속도로 돌아나가는 커브에서는 두 차 가운데 더 민첩한 쪽이라고 할 수 있다. ‘민첩하다’는 단어를 12기통 6.0L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2.3톤짜리 뒷바퀴굴림 벤틀리를 표현하는 데 감히 쓸 수 있다면 말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휠베이스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상당히 짧다는 데 놀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런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차들은 스포츠카라기보다 즐기는 쪽에 가깝고, 중간 속도 코너에서의 운전감각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공평한 기준이지만, 재미는 덜하다. 아마도 더 알맞은 고려사항에 주의를 기울이면 두 차의 차이를 가르기가 어렵다. 나라면 메르세데스-벤츠 쪽으로 마음이 기울 것이다. 누구라도 모든 점을 현명하게 생각한다면, 단순히 더 나은 차이기 때문이다. 승차감은 더 세련되고, 앞좌석과 뒷좌석, 트렁크 공간도 더 넉넉하다. 꾸준한 정속주행 때에는 두말할 나위 없이 더 조용하고 앞으로도 몇 년은 지금까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을 법한 새로운 기능을 찾아낼지도 모를 만큼 쓸 수 있는 장비가 많다.
 

그리고 실내 디자인을 트집 잡을 수도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복잡함과 정교함이 가득한 포스트모던 감각의 대시보드를 통해 한결같이 조화로운 생활공간에 전통적인 소재를 접목했기 때문이다.

벤틀리에는 그에 대응할 만한 장비가 드물다. 간결한 아날로그 계기와 폭스바겐 골프에 쓰인 것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 스크린이 있는 대시보드는 상대적으로 무척 구식 같아 보인다. 하지만 벤틀리는 시대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갖췄다. 다른 성격의 중요성을 표현하는 섬세하게 고르고 맞춘 가죽과 원목에서 비롯되는 웰빙 느낌이 그것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품격을 타고났다. 최신장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보내기에는 훌륭한 공간이다.
 

스노든 산기슭의 언덕에 도착할 때까지 온종일 길 위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승자를 가리기는 어려웠다. 두 차의 배경에는 공통점이 많지만, 서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벤틀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견줄 수 없는, 시대를 초월한 품질을 스피드에 불어넣음으로써 스스로를 넘어섰다. 보편적으로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성능, 승차감, 세련미, 공간 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더 나을 뿐 아니라 3만 파운드(약 5천157만원) 더 저렴하기까지 하다. 비교적 가격에는 덜 민감한 시장에 해당하는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진부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머리는 곧장 메르세데스-벤츠를 향하지만, 가슴은 간절하게 벤틀리를 원한다. 나는 여기에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우리는 사진 촬영을 마무리했고 나는 그동안 거의 볼 수 없던 이 지역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나는 지쳤고, 오랜 시간 운전할 일은 남아 있고, 시간은 촉박했다. 벤틀리와 메르세데스-벤츠 중 어느 쪽을 고를 것인가? 마침내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다. 나는 곧바로 벤틀리를 향해 걸어가 호화로운 실내를 마지막으로 쓸쓸하게 바라본 후, 단지 작은 흠만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올라 집을 향해 출발했다.

글 · 앤드류 프랭클(Andrew Frank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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