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8 스파이더 vs P1, 하이퍼카 지존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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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 스파이더 vs P1, 하이퍼카 지존 대결
  • 스티브 서트클립
  • 승인 2014.12.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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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하이퍼카의 쌍벽, 맥라렌 P1과 포르쉐 918 스파이더. 이들이 맞붙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위협적인 모습의 맥라렌 P1과 포르쉐 918 스파이더. 특히 둘이 나란히 서 있을 때 더욱 그랬다. V8 엔진이 들끓고, 수많은 구멍에서 열기를 내뿜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분명하게 알려줬다.

P1과 918 스파이더는 둘이 합쳐 약 1,800마력을 뿜어냈다. 둘의 최고시속을 더하면 693km다. 한쪽의 내연기관(양쪽이면 더욱)이 펄떡거리면 땅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두 차는 모두 비범하게 아름다웠고,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흠뻑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각적으로는 P1이 훨씬 복잡하다. 특히 엉덩이 주위가 그렇다. 성인 한 명을 감쪽같이 삼켜버릴 만했다. 그에 비해 918은 한층 순수하고 단순하다. 보디에 요란한 스트라이프를 두른 바이사흐 경량 버전이라도 말이다. 윙과 덕트 그리고 거대한 21인치 뒤쪽 휠은 화끈하게 눈에 띄었지만 P1 곁에서는 한결 얌전하고 미끈했다. 영락없는 포르쉐로 다가왔다.
 

P1의 가격은 86만6천 파운드(약 15억1천만원)로 918보다 훨씬 비싸다. 맥라렌은 앞으로 2년 동안 375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희소가치가 다소 앞선다. 반면 포르쉐는 바이사흐 스펙이 70만 파운드(약 12억2천만원)를 조금 넘고, 실제 가격표에는 83만3천155유로(14억5천만원)로 적혀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P1의 2배가 넘는 918대를 만든다.
 

둘은 모두 막강한 하이브리드다. P1의 트윈터보 3.8L V8 엔진과 전기모터는 힘을 합쳐 903마력 출력과 91.6kg·m의 토크를 내고, 이 힘을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에 보낸다. 918은 순수한 레이스 혈통을 지니고 보다 배기량이 큰 자연흡기 4.6L V8 엔진을 얹었다. P1의 V8 엔진보다 회전대가 더 높고 힘차다. 하지만 P1과는 달리 918은 네바퀴굴림이다. 2개의 전기모터 가운데 더 큰 제1 모터는 앞바퀴를 굴리고, 제2 모터는 뒷바퀴에 파워를 보탠다. 모두 합치면 918의 출력은 875마력에 토크는 자그마치 130.5kg·m. 무게는 1,634kg vs 1,450kg으로 맥라렌보다 무겁지만, 가속의 핵심요소인 무게당 토크에서 맥라렌을 압도한다.
 

P1과 마찬가지로 918도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쓰고, 정교한 토크 배분장치를 살려 트랙션을 강화했다. 코너 출구 뿐만 아니라 코너 입구에서도 마찬가지. 아울러 918은 뒤쪽에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달았다. 반면 P1은 달지 않았다. 맥라렌은 P1에는 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둘 다 카본파이버 터브를 쓰고, 네 바퀴에 더블위시본 서스펜션과 전자식 댐퍼를 달았다. 918은 앞뒤 모두 재래식 안티롤 바를 받아들였다. 그와는 달리 P1은 독자적 유압스프링으로 롤링을 조절했다. 이들은 운전석에서 다양한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다. 가장 공격적인 모드는 레이스(Race)로, 놀랍게도 스프링의 강성이 트랙(Track) 모드에 비해 300%나 올라간다.
 

하지만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것은 P1의 승차고와 거대한 리어 윙의 동작. 처음 3단계 모드에서는 승차고와 윙에 거의 영향이 없었지만 레이스 모드에 들어가자 유압장치를 통해 승차고는 50mm 낮아지고, 멋진 카본파이버 뒤 윙이 활짝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같은 변신은 슈퍼맨 클라크 켄트가 전화박스에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와 비슷하다. 이제 P1은 GT3 레이싱카와 같은 수준의 강성, 그립과 다운포스를 발휘한다. 맥라렌에 따르면 시속 260km에서의 다운포스는 600kg에 이른다.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로는 918을 포함해서 전례가 없다.
 

918은 독자적인 5개의 드라이브 모드를 갖췄다. 순수 전기모드(e-mode)에서 하이브리드(Hybrid), 스포트(Sport), 레이스(Race)를 거쳐 핫 랩스(Hot Laps)까지. 수많은 부품, 엔진, 전기모터, 기어박스, 브레이크, 스로틀, 네바퀴굴림, 디퍼렌셜과 배기 반응이 빠짐없이 최고조에 달한다. 게다가 918은 다양한 모드를 따라 올라가자 완전히 다른 차로 돌변했고, 점차 공격성이 강화됐다.

918의 스티어링에 달린 마법의 붉은 버튼을 눌러 핫 랩스를 선택했다. 하지만 918의 변신은 P1이 트랙 모드에서 레이스 모드로 바뀌는 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어 윙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P1 곁에 선 918을 고양이로 치부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모드에서 출발할 때는 둘 다 엽기적으로 조용하고 놀랍도록 느긋한 느낌이 들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노면의 잔돌이 튕겨 휠 아치 라이닝을 때리는 소리밖에 없었다. 서스펜션을 가장 부드럽게 설정했을 때의승차감도 놀랍도록 차분했다. 특히 도로에서는 덜 단단한 918이 대체로 P1보다 더 편안했다.
 

그러나 918의 스포트 모드를 선택하는 순간 불타는 엔진이 폭발했다. 오른쪽 귀 뒤쪽에서 지옥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918은 안에 숨은 괴물을 풀어놓고 완전히 지킬과 하이드의 광란극을 연출했다. 이글거리는 포르쉐 엔진은 변화무쌍한 광란의 변주곡을 토했다. 선택한 모드와 액셀에 따라 요술을 부렸다. 터보가 없는 918 엔진은 괴기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918의 액셀을 제대로 밟으면 몇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첫째, V8 엔진의 노이즈는 코스워스 DFV처럼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그 소리는 지극히 맛깔스러웠다. 둘째,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방법으로 뒤통수를 헤드레스트에 들이받았다. 셋째, 방금 목 근육을 마비시킨 긴장을 풀기 위해 소리 높이 욕설을 토하고 싶었다. 넷째,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입이 쩍 벌어졌다. 그리고 다섯째, e-파워가 최대한 전달되면 앞 액슬은 가뿐해졌다. 그리고 918은 네바퀴굴림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강력한 네바퀴굴림만이 전달할 수 있는, 심장이 멎는 트랙션이 일어났다.
 

바로 그때가 레이스 모드의 고기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918의 고기어, 저회전대 풀 드로틀 반응이 가장 아찔했다. 다시 핫랩스로 올라가 저기어에서 한껏 밟았다. 그러자 사운드와 반응이 한층 난폭했다. 아무튼 이런 차로는 풀 드로틀에서 심장이 폭발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7단 1,500 rpm에서 머리가 날아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휘발유 엔진이 이어받기 전, 저회전대에서 전기모터가 틈바구니를 파고 들어와 메워줬기 때문이다. 저회전대에서는 918이 마치 12.0L V10 터보디젤 엔진을 얹고 있는 듯했다. 약 1,500rpm부터 130.2kg·m의 토크가 터져 나왔다. 뒤이어 9,000rpm 이상의 고회전대에서는 감각, 사운드, 달리기가 1970년대의 F1 머신과 같았다. 더불어 918 스파이더는 아주 폭넓은 매력을 자랑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드로 영국 고속도로를 달렸을 때, 17.0km/L의 연비와 70g/km의 CO₂ 배출량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P1은 또다시 폭넓은 자질이 확연히 드러났다. 어느 뜻에서 역동적인 면에서 918보다 한결 1차원적인 느낌이 들었다. 전기모터의 역할이 918처럼 극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3, 4, 5단의 중회전대 풀 드로틀에는 P1의 가속이 광적으로 격렬했다. 따라서 처음 몇 번을 겪고 나자 스로틀이 두려웠다. 본능적인 생존감각이 에너지의 광란을 막으라고 아우성치기 때문이었다. P1의 풀 드로틀 가속은 너무나 난폭했고, 토크는 내장을 짓찢었다.

게다가 P1이 918보다 제동력이 훨씬 뛰어났고, 브레이크 페달 감각이 한결 상큼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거의 200kg이나 가벼워 제동이 더 힘차게 걸렸다. 둘째, 포르쉐와는 달리 브레이크를 통해 전력을 회수하지 않았다. 맥라렌은 궁극적으로 에너지 재생보다 페달 감각에 힘을 기울였다. 918은 힘차게 밟았을 때 페달 감각이 좋았지만 가볍게 밟을 때는 약간 이상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드로틀을 뗄 때 미끄러졌다.
 

그러면 스티어링, 기어변환과 핸들링은 어떤가? 어느 경우에나 둘은 서로 참신한 차이점을 보여줬다. 가장 공격적인 핫랩스에서 918의 변속은 P1보다 선명하고 빨랐다. 스포트 모드가 한층 매끈하고 세련됐다. 반면 P1은 스티어링 감각이 훨씬 자연스러웠고, 손가락을 통해 아스팔트 노면의 알갱이를 느낄 수 있었다. 918은 스티어링이 빠르고, 정확하며, 직접적이었지만 P1의 상큼한 감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918과 P1을 가장 극적으로 갈라놓는 요인은 다른 데 있었다. 코너를 돌아가는 자세, 구체적으로 코너에 들어가 엉덩이를 돌릴 때 가장 두드러졌다. 먼저 포르쉐의 반응 감각은 한층 재래식이었다. 여러모로 더 크고 강성이 높고, 약간 더 무거웠지만 보다 발랄한 박스터 버전을 연상시켰다. 그립은 2배나 되고 일단 잡아채기 시작하면 엉덩이 반응이 비슷했다. 결국 918은 지난 10년간 나온 모든 선배 포르쉐의 큰 아빠 같은 느낌의 핸들링, 승차감과 조향감각을 보여줬다. 정확히 포르쉐 기술진이 살리려고 한 감각이었다. 가히 위대한 성과라 할 수 있다.
 

P1의 섀시, 특히 공력성 그립은 정말 대단한 물건이었다. 정상적인 도로 속도에서는 주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채기 어려웠다. 여러 윙이 제 구실을 하려면 3자리 스피드로 달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정상속도에서 P1은 650S의 예리한 버전처럼 조향력과 제동력 그리고 핸들링을 뽐냈다. 도로에서 필요한 것 이상으로 그립과 제동력을 발휘했다. 보통 속도에서도 918이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자세로 자연스럽고 발랄하게 도로를 소화했다.

그러나 고속에서 P1은 918을 비롯해 그 어떤 로드카를 능가하는 주행실력을 발휘했다. 시속 160km 이상에서 노면에 찰싹 달라붙었다. 게다가 밟으면 밟을수록 안정감이 뛰어났다. 본격적인 레이스카를 바닥까지 밟았을 때와 똑같았다.
 

918로 그와 대등하게 숨 막히는 고속 안정감을 맛보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결국 종래와 마찬가지로 그립을 잃고 제멋대로 돌기 시작했다. 포르쉐가 공력성 그립이 부족한 데에는 한 가지 원인이 있었다. 나아가 맥라렌보다 무거워 어디서나 관성이 더 컸다.

브런팅소프의 3.2km 활주로에서 확인됐듯 P1은 시속 240km를 넘어서도 직선구간에서 918을 앞질렀다. 0→시속 320km 가속에 맥라렌은 20초를 살짝 넘었다. 시속 240km까지는 막상막하였지만, 918은 거의 30초나 걸렸다. 말을 바꿔, 직선구간과 코너를 가리지 않고 P1이 단연 앞섰다.
 

실로 역설적인 사실이었다. 로드카로만 쓴다고 했을 때, 918이 둘 가운데 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층 세련되고 능력의 폭이 더 넓을 뿐 아니라 중요한 대목에서 못지않게 빨랐다. 게다가 네바퀴굴림 덕분에 비가 올 때 918이 단연 유리했다.

따라서 한 대의 승자를 뽑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었다. 어느 날에는 P1만으로 충분하지만 다른 날에는 정반대였다. 유일한 해법은 모든 특징을 완벽하게 파악한 뒤 둘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 두 장난감에 150만 파운드(약 26억원)를 쓸 여유가 있다면 한 대를 여분으로 두고 즐길 만하다. 놀랍게도 실제로 그렇게 하는 대단한 행운아들이 있다. 앞으로 어떤 차가 나와 그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할지는 하늘만 알 것이다.
 

왜 라페라리는 나오지 않았나?
이들의 라이벌이 될 페라리 하이퍼카가 여기 나오지 않은 이유는 딱 한 가지. 이 비교시승에 차를 제공해달라고 페라리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라페라리를 이 비교시승에 끌어내면, 앞으로 우리를 마라넬로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이들 3대 라이벌을 개별적으로 이미 시승했다. 따라서 라페라리가 이번 비교시승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빗나가고 말았다.

글 · 스티브 서트클립(Steve Sutcliffe)
사진 · 루크 레이시(Luc Lac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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