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의 새로운 미래를 열 S60 D4 DRIV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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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새로운 미래를 열 S60 D4 DRIVE-E
  • 안민희
  • 승인 2014.07.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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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은 경쟁 속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덕목이다. 기업에게 있어 분산 투자는 덩치가 클 때 가능한 일이다. 투자 부문을 줄이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성과를 거두기 마련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또한 예외는 아니다. 플랫폼 개수를 줄이는 대신, 그 품질과 변경성에 집중 투자해 다양한 변종 모델을 만드는 것이 최근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다.

그렇다면, 엔진을 그렇게 공용화하는 것이 가능할까? 볼보가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바로 신형 드라이브-E 구동계다. 엔진 구조 공용화가 이 구동계의 핵심이다. 직렬 4기통 2.0L 블록을 바탕 삼아 여러 엔진을 만들어낸다. 엔진헤드, 터보차저, 슈퍼차저, 세팅 등의 조합을 바꾸고 더해서다. 다양한 출력을 뽑아내고, 그 특성 또한 다르다.

2007년, 볼보는 8종류의 엔진과 8종류의 변속기를 사용했다. 각기 다른 엔진을 조합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그 비용을 아껴 투자로 돌리면 더 좋은 차를 만들고도 충분히 남을 일이었다. 그래서 볼보는 단일 엔진 블록 사용에 도전했다. 그들의 도전은 상징과도 다름없던 5기통 엔진을 버릴 만큼 간절했다.

그 결과 직렬 4기통 2.0L 블록을 만들었다. 효율을 위해서다. 휘발유 엔진과 디젤 엔진은 약 50%의 기본 토대를 공유하고, 25%는 비슷한 부품을 쓴다. 나머지 25%가 각 엔진을 위한 전용 부품이다. 기존 5기통 엔진에 비해 엔진 크기를 최대한 줄였다. 6기통 엔진과 비교하면 60kg 가볍다. 엔진 대부분에 알루미늄 재질을 썼고,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해 무게를 덜어냈다. 마찰을 줄이기 위해 피스톤과 베어링을 특수 코팅하고 더 매끄럽게 작동하는 베어링을 더했다. 그 결과 연비를 최대 26%까지 늘렸다.

시승차는 신형 드라이브-E D4 엔진을 얹었다. 직렬 4기통 2.0L 트윈 터보 디젤로 최고출력 181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앞바퀴를 굴린다. 기존 D4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출력과 효율을 크게 높였다. S60 D4의 복합연비는 17.1km/L다. 고속도로 연비는 20.4km/L, 도심 연비는 15.1km/L. 이는 새롭게 적용된 지능형 연료 분사 기술인 i-ART(Intelligent Accuracy Refinement Technologies) 덕분.

i-ART는 기존의 커먼레일 디젤과 달리 각 인젝터마다 센서를 단다. 통합 컨트롤 유닛을 통해 각 인젝터의 압력과 연료 분사량을 더욱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볼보 테크니컬 디렉터의 설명에 의하면, 연료 분사 압력은 수시로 변한다. 연료를 압축하는데도 에너지가 쓰이는데다, 실린더 안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분사 상태가 계속 바뀌기 때문. 이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i-ART의 장점이다. 1행정당 최대 아홉 번의 분사가 가능하다.

S60과 D4의 조합은 경쾌했다. 1,645kg에 이르는 공차중량에도 0→시속 100km 가속은 7.4초다. 기존 D5 엔진의 7.6초보다 앞선 수치다. 늘어난 출력과 촘촘한 8단 변속기의 조합 덕분이다. 빠르게 가속을 잇고, 고속에서는 회전수를 낮춰 달린다. 시속 110km에서 엔진 회전수는 1,500rpm 아래를 맴돈다. 엔진과 꽉 물린 듯 헛도는 기색이 없다.

이는 수시로 개입하는 록업 기능 덕분이다. 변속기 제조사인 아이신 AW는 록업 기술에 대한 노하우 및 특허를 잔뜩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저회전 록업 기술이 뛰어나다. 록업 상태에서 회전수를 최저 1,100rpm까지 낮출 수 있다. 이로 인한 진동을 막기 위해 토크 컨버터 안에 DNF 댐퍼를 추가로 달았다. 더불어 운전자가 변속 충격을 쉽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부드러운 변속에 초점을 맞췄다.

엔진의 회전질감은 상당히 매끄럽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디젤 특유의 둔탁한 회전질감과는 크게 다르다. 특히 방음에 상당한 공을 들인 덕에 실내로 유입되는 디젤 엔진음도 상당히 적었다. 의식하지 않으면 잊고 지낼지 모른다. 특히 반응성이 뛰어났다. 아주 예민하게 찾아내려든다면 터보 디젤 엔진 특유의 지연은 아주 약간 있다. 허나 어떤 영역에서라도 빠르게 반응한다. 그래서 어떤 속도로 달리던 자유롭게 가속 페달을 다독이며 유연하게 달릴 수 있었다.

특히 힘이 꾸준하고 점진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어느 구간이나 균일한 힘을 끌어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기세로 달리든 항시 부드럽게 달릴 수 있었다. 초반에는 짧은 기어비로 빠르게 가속하고, 중속에서는 살짝 기어비를 늘려 늘어나는 회전수만큼 속도 상승이 그대로 느껴지는 호쾌한 기분을 낸다.

센터스택을 메운 작은 버튼 중 에코 플러스(Eco+)버튼을 눌렀다. 정지 후 느긋하게 가속할 생각으로 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그런데 일반 주행 모드와 달리 반응이 꽤 느렸다. 가속 페달을 밟는 양에 비해 드로틀을 여는 양이 적은 느낌이다. 그래서 부드러운 가속과 순항에 능하다. 가속 페달을 까딱댄대도 가속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볼보는 ‘초절약’(Superfrugal)이란 말로 에코 플러스 기능을 소개했다. 실제로 여러 부분을 연료절감을 위해 더 세밀하게 다듬었다. 시속 65km 이상부터 탄력 주행을 위한 코스팅 기능을 작동하며, 스톱-스타트 기능도 한 박자 더 빠르게 작동해 시속 7km 이하부터 엔진을 끈다. 그런데 재시동이 상당히 빠르다. 이는 빠른 재시동을 위해 엔진이 멈출 때의 점화순서, 크랭크축 위치 등의 데이터를 기억한 채로 엔진 재시동에 맞춰 적용하기 때문이다.

늘 연료를 아끼며 달릴 수는 없는 법. 에코 플러스 버튼을 끄고, 변속기 레버를 당겨 스포트 모드로 바꿨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4,700rpm에서 다음 단수로 변속했다. 허나 흉포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대로 움직이는 엔진을 다루는 맛이 있다. 달음박질하며 저회전과 고회전을 넘나들어도 반응은 언제나 예상범위 안이었다. 자연스러운 반응, 꾸준한 토크, 매끄러운 회전 질감, 부드러운 변속기와 맞물려 편안함을 안겨준다.

시승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통합형 개발 방식이 엔진의 개성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엔진을 다시 보게 됐다. 매끄러운 회전 질감과 맞물린 뛰어난 연비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자들과 맞붙기 충분하다. 편안함과 맞물린 즐거움. 이것만으로도 볼보는 더 좋은 차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글·안민희
사진·김위수(스튜디오 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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