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차고 맵시있는 푸조 308 2.0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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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차고 맵시있는 푸조 308 2.0 BlueHDi
  • 임재현
  • 승인 2014.07.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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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309가 아닌 308이다. 309가 될 차례였지만, 모델명 끝자리를 ‘08’로 통일하려는 푸조의 새 정책에 따라 이전 모델명인 308을 계속 쓰게 됐다.

신형 308이 속한 유럽의 C세그먼트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이는 그만큼 훌륭한 제품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 C세그먼트 시장의 지배자는 폭스바겐 골프다. 골프는 지난해 유럽에서 총 46만여 대가 판매돼 C세그먼트는 물론 전 차종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차였다. 총 29만여 대가 팔려 전체 판매량 2위를 차지한 포드 피에스타를 멀찌감치 따돌린 수치다. C세그먼트에서는 오펠 코르사가 24만여 대가 팔려 골프 뒤를 이었다. 반면, 308(구형)은 고작 10만 대 정도가 팔렸을 뿐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골프 2.0 TDI는 지난해 총 3,202대가 팔려 국내 수입차 판매순위 8위였다. 지난 5월에는 골프 2.0 TDI가 311대가 팔렸는데, 이는 총 222대가 팔린 푸조 전체 판매량보다 많은 양이다. 신형 308은 유럽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푸조의 야심작이다. 푸조는 신형 308의 주요 경쟁상대로 폭스바겐 골프와 포드 포커스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궁금한 점은 한 가지로 요약된다. 과연 골프에 대적할 만한가.

펄이 잔뜩 들어간 진주색 신형 308의 첫인상은 고급스럽고 예뻤다. 정갈하고 기능주의적인 골프 옆에서 신형 308은 매끄럽고 우아하며 맵시 있어 보였다. 한마디로 시크하다. 이전 모델보다 차체가 낮아지고 넓어졌으며, 휠베이스는 길어지고 앞뒤 오버행은 짧아져 전체적인 비례가 좋아졌다.

실내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자동차 레이아웃과 달라 낯설다. 계기판은 대시보드 상단에 올라가 있고, 센터 페시아에는 큼직한 스크린만 있을 뿐 버튼이 거의 없다. 푸조는 이 새로운 실내 레이아웃을 ‘아이-콕핏’(i-Cockpit)이라고 부른다. 동생인 208과 마찬가지로 매우 작은 스티어링 휠이 달렸는데 지름이 고작 35cm 안팎이라 게임용 컨트롤러 같다. 이렇게 작은 스티어링 휠을 단 것은 ‘헤드업 인스트루먼트’를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헤드업 인스트루먼트는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쉽게 정보를 읽을 수 있도록 대시보드 상단에 높게 자리 잡은 계기판을 일컫는다. 문제는, 운전자나 운전 자세에 따라 스티어링 휠 윗부분이 계기판의 일부를 가린다는 점이다. 정보를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 겹쳐 보여서 거슬린다.

센터 페시아에 위치한 9.7인치 터치스크린에 모든 제어 기능이 통합됐다. 이를 통해 공조장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각종 차량 설정을 조작할 수 있다. 다섯 가지나 준비된 방향지시등 효과음은 재미있는 기능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내비게이션이 빠져 있었다. 이는 시승 당시 국내 사양이 결정되지 않았던 탓으로 시승차만의 문제다. 시판 모델에는 내비가 달릴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으로 제어 기능을 대체한 덕분에 센터 페시아는 깔끔해졌지만, 사소한 조작에도 최소 한 번 이상 동작이 더 필요해 다소 귀찮다.

시트는 모양도 근사하고 착좌감도 좋다. 가죽과 알칸타라로 덮이고 흰색 스티치로 멋을 낸 앞좌석에는 마사지 기능까지 들어가 있다. 다른 동급 자동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호화 기능이다. 앞자리는 여유롭지만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사실 신형 308에는 넓은 수납공간이 여러 군데 있다. 글러브 박스는 13인치 맥북 에어가 들어갈 정도로 넓고 깊숙하고, 도어 포켓도 널찍하다. 그런데 이런 넓은 수납공간들이 구획이 나뉘어 있지 않아서 효과적으로 쓰기 어렵다. 자동차 키나 휴대전화, 동전 등 잡다한 물건을 놔둘 만한 곳이 없어서 불편하고, 컵홀더가 하나 밖에 없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휠베이스가 늘어난 데 비해 뒷자리 다리 공간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늘어난 길이를 트렁크 공간에 할애한 탓이다. 덕분에 트렁크 용량은 동급 최대인 470L.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309L까지 확대된다. 뒷자리의 앞뒤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좌우 공간은 여유롭고, 좌석은 편하다. 다만, 키가 큰 승객에게는 머리 공간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지붕은 전체가 통유리다. 비록 틸트나 슬라이딩 등의 기능은 없지만, 커버가 반투명 재질이라 낮에는 닫아놔도 지붕을 통해 태양광이 은은히 들어와서 분위기가 좋다. 편리한 기능 대신 미적인 아름다움과 분위기를 중시한 데서 프랑스 감성의 흔적이 엿보인다.

신형 308에 들어간 직렬 4기통 BlueHDi 엔진은 매끄럽게 돌아간다. 펀치력이 있고, 회전질감이 매우 부드러우며, 조용하다. 항속 중에는 소음이 거의 없다. 지난 2009년 르망 24시간 경주 LMP1 클래스에서 6연승에 도전하던 ‘르망의 지배자’ 아우디를 디젤 엔진을 단 908 HDi FAP로 꺾고 우승한 메이커답다. 신형 308은 푸조-시트로엥(PSA)의 새로운 플랫폼 EMP2(Efficient Modular Platform)로 개발됐다. 이전 세대보다 140kg이나 무게를 줄였는데 그중 절반인 70kg은 복합소재 사용, 조립공정 개선, 디자인 최적화 등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덜어낸 것이다. 효율적인 엔진과 경량화 덕분에 신형 308 2.0 BlueHDi의 유럽 기준 복합연비는 자그마치 24.4km/L에 달한다(아직 국내 연비는 발표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상냥하고 핸들링이 좋다. 핸들링이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 꼭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설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신형 308이 증명한다. 이는 골프와는 사뭇 다른 감각이다. 처음부터 롤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골프에 비해, 신형 308은 어느 정도 롤을 허용해 차체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덕분에 반복되는 코너링에서 움직임이 활기찬 느낌이다. 그렇다고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은 아니다.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스포티하다기보다 고급스럽다. 곧게 뻗은 도로에서 고속으로 항속할 때의 승차감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상하 움직임이 세련됐고 안정감이 좋다. 노면의 기복이 심하거나 거친 상황에서도 신경질적이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한다. 신형 308은 어떤 상황에 놓여도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심각하지 않으면서 제 할 일을 해낸다. 한마디로 낙천적이다.

사각지대 경고장치, 주차 지원 장치, 다이내믹 크루즈 컨트롤, 비상 충돌 경고장치, 비상 충돌 제동장치 등 다양한 운전 지원 장치들도 갖추고 있다. 또한, 동급 최초로 풀 LED 헤드램프가 달려 있기도 하다. 이는 좋은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신형 308은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2014 유럽 올해의 차’(European Car of the Year 2014)에 선정된 바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 판매된 총 30여 대의 신차를 대상으로, 유럽 22개국 58명의 심사단이 투표를 통해 7대의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최종 후보에는 BMW i3, 테슬라 모델 S, 벤츠 S클래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었다. 이들을 제치고 신형 308이 수상한 것. 직접 타보니 수상 결과에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과연 골프에 대적할 만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차례다. 대답은 “그렇다.” 신형 308은 비록 골프만큼 치밀하지는 않다. 특히 공 들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편차가 있는 실내가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형 308은 좋은 구동계와 하체를 갖추고 운전자와 승객을 편하게 실어 나르는 좋은 자동차임에 틀림없다. 이제 더 이상 푸조를 두고 추상적인 프랑스 감성에 대해서만 얘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신형 308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글로벌 감각을 갖췄기 때문이다. 신형 308은 역동적인 움직임보다 세련된 운전감각과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하게 될 것이다.

글·임재현
사진·김위수(스튜디오 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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